4.繫頸住持[村談]207/4․4

계경주지(繫頸住持)

-주지의 목을 묶다

 

견훤의 옛 도읍지 김제 금산사(金山寺)에 

적을 둔 여종으로 연화(烟花)라고 하는 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아주 음탕하고 간교하여 여러 차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주지 혜능이 이에 분개했다.

『우리들이 계율을 엄격히 지킨다면 어찌 한 여자에게 농락당하겠는가?』

곧 여러 중들을 경계하여 타이르며 인화를 쫓아 버리고는

다만 남승으로 하여금 음식을 공양하고 의복을 빨래하여

도량을 맑고 정숙하게 했다.

 

어느 날 혜능이 절 문을 나서 마침 인화의 집앞을 지나쳤다.

연화가 울타리 틈으로 그를 엿보고는, 

『이 중놈의 밤사냥은 쉬울 뿐이다.』

 

뭇 중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나서 말했다.

『네가 만일 이 스승님을 농락할 수 있다면

이 절의 전토(全土)를 모두 너에게 주겠다.』

연화가 말했다.

『그렇게 하겠다. 

내일 내가 마땅히 주지의 목을 절 앞 커다란 나무 아래 매어달 것이니,

그대들은 미리 와서 기다려라.』

드디어 변발과 남장을 하고 <효경(孝經))>을 옆에 끼고 혜능을 찾았다.

혜능은 그의 얼굴이 예쁜 것을 보고서 물었다.

『넌 뉘 집 아들이냐?』

 

연화가 대답했다.

『저는 아무 곳에 살고 있는 선비의 아들이온대,

전임 주지께 글을 배웠으나 폐학(廢學)한 지 이미 오래 되었으므로

감히 와서 뵙습니다.』

혜능이 기뻐했다.

“가르칠 만하구나.”

 

인하여 절에 유숙시켰다.

연화는 밤에 거짓으로 참어(讒語)를 짓기에 혜능이 그 김새를 채고

안으로 불러들이고 보니, 곧 완연히 아리따운 한 여인이었다.

혜능이 놀랐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그제야 연화는, 『나는 곧 연화입니다.

사내와 계집 사이의 커다란 정욕은 곧 천지간 생물의 마음이니

옛날 아난(阿難)은 마등가녀(摩登迦女)란 음녀에게 미혹되었고,

나한(羅漢)은 운간(雲間)에 떨어졌거늘,

하물며 스님은 그 두 분에게 미치지 못하겠습니까?』

 

혜능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원통하구나, 원통하구나. 이제 나의 법계로 이룩된 몸을 헐게 되었구나.』

마침내 그녀와 정교를 통하게 되자 연화는 거짓으로 배가 아픈 척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문 밖으로 나니, 혜능은 남들이 알까 두려워하여

다만 제입으로 연화의 입에다 맞추어 탄성을 방호했다.

연화는, 『이제는 병이 급하니,

밤이 어둡거든 나를 업어서 절 문 밖 큰나무 밑에다 버려둔다면

날이 밝으면 기어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하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혜능은 그녀의 말과 같이 하여 연화를 등에다 업고

연화로 하여금 두 손을 뽑아서 그의 목덜미를 껴안게 하고 방장을 나오니,

연화는 짐짓 두 손을 풀어 늦추어서 땅에 떨어뜨리고는 아픔을 호소하며 말했다.

『배는 부르고 등은 높아서 손으로 잡기가 진실로 어려우니

허리띠를 풀어서 스님 목 앞에다 두르고 두 손으로 안정되게 잡는다면

거의 떨어지지 않을 듯합니다.』

 

혜능이 그녀의 말하는 대로 하고 나무 아래 이르니,

여러 중들은 이미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혜능이 당황하는 즈음에 연화가 벌떡 일어나서

혜능의 목을 졸라매어 이끌고는 뭇 중들 앞에 이르러,

『이것이 주지의 목을 매어단 것이 아니오?』

여러 중들은 이를 보고서 크게 놀라서

그들의 모둔 전토를 연화에게 넘겨주었다.

 

태사공은 논평한다.

“안으로는 욕정이 많으면서도 밖으로는 인의를 베푸는 자 치고

종국에 이르러서는 탄로나지 않음이 드물다.

혜능이 계율을 지키고 자신을 검속하여

상색(相色:육안으로 볼 수 있는 만물의 형상)을 초월하여

불조(佛祖)의 반열에 올랐으나,

마침내 연화의 교묘한 술책에 걸려들어

불심의 자리를 치우고 정욕의 물결에 빠지고 말아

자신을 붙들지 못하였으니, 이는 세상의 명예를 구하고

절개를 칭탁하는 부류가 마침내 관리사회의 미망의 세계에 빠져

침몰하고 만 자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진실로 가소롭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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