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신명이란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사로운 것을 싫어하는 법입니다.

- 장자(잡편) ; 제24편 서무귀[3]-

 

徐徐无鬼見武侯曰:

서서무귀견무후왈: 서무귀가 무후를 만나니 무후가 말했다.

「先生居山林,

「선생거산림, “선생께서는 산 속에 살며

食茅栗厭葱韭,

식모률염총구, 도토리와 밤을 먹고 파와 부추를 지겹도록 먹으면서도

以賓寡人,

이빈과인, 나를 찾아오지 않은 지

久矣夫!

구의부! 오래 되었습니다.

今老邪?

금노사? 그런데 이제 나를 찾아오신 것은 늙었기 때문입니까?

其欲干酒肉之味邪?

기욕간주육지미사? 아니면 술과 고기 맛을 보러 오신 것입니까?

其寡人亦有社稷之福邪?」

기과인역유사직지복사?」 그렇지 않으면 내게 나라를 잘 다스릴 만한 복이 있어서 온 것입니까?”

徐无鬼曰:

서무귀왈: 서무귀가 말했다.

「无鬼生於貧賤,

「무귀생어빈천, “저는 빈천하게 나서 자랐기 때문에

未嘗敢飮食君之酒肉,

미상감음식군지주육, 임금님의 술과 고기를 감히 먹고 마시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將來勞君也.」

장래노군야.」 임금님을 위로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君曰:

군왈: 무후가 말했다.

「何哉, 奚勞寡人?」

「하재, 해로과인?」 “무슨 말입니까? 어떻게 나를 위로한단 말입니까?”

曰:

왈: 서무귀가 말했다.

「勞君之神與形.」

「로군지신여형.」 “임금님의 정신과 육체를 위로해드리겠다는 말입니다.”

武侯曰:

무후왈: 무후가 말했다.

「何謂邪?」

「하위사?」 “무슨 뜻입니까?”

徐无鬼曰:

서무귀왈: 서무귀가 말했다.

「天地之養也一,

「천지지양야일, “하늘과 땅이 만물을 키우는 것은 한결같습니다.

登高不可以爲長,

등고불가이위장,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존귀해지지 않고

居下不可以爲短.

거하불가이위단. 낮은 곳에 있다고 해서 더 비천해지지 않습니다.

吾獨爲萬乘之主,

오독위만승지주, 임금께서는 군주의 자리에 있으면서

以苦一國之民,

이고일국지민, 한 나라의 백성들을 수고롭게 해

以養耳目鼻口,

이양이목비구, 자신의 귀와 눈과 코와 입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夫信者不自許也.

부신자불자허야. 그것은 임금님의 신명이 허락하지 않을 일입니다.

夫神者,

부신자, 무릇 신명이란

好和而惡姦.

호화이오간.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사로운 것을 싫어하는 법입니다.

夫姦, 病也,

부간, 병야, 사사롭게 자신만을 생각하신다면, 이것은 이미 병이 됩니다.

故勞之.

고로지. 그래서 그 점을 위로해드리겠다는 것입니다.

唯君所病之, 何也?」

유군소병지, 하야?」 임금께서 이런 병에 걸리게 된 것은 어째서이겠습니까?”

武侯曰:

무후왈: 무후가 말했다.

「欲見先生久矣.

「욕견선생구의. “선생을 만나보려고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吾欲愛民而爲義偃兵,

오욕애민이위의언병, 나는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려는데

其可乎?」

기가호?」 어떻습니까?”

徐无鬼曰:

서무귀왈: 서무귀가 말했다.

「不可.

「불가. “안됩니다.

愛民,

애민,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害民之始也.

해민지시야. 백성을 해치는 시초가 됩니다.

爲義偃兵,

위의언병, 또한 의를 위해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것 자체가

造兵之本也.

조병지본야. 전쟁을 일으키는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君自此爲之,

군자차위지, 그런 생각을 하시면

則殆不成.

즉칙태불성. 좋은 정치를 이룰 수가 없으실 것입니다. 그런 방법으로 정치를 하신다면 아마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凡成美,

범성미, 모든 훌륭한 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惡器也.

악기야. 악의 바탕인 것입니다.

君雖爲仁義,

군수위인의, 인의를 행하시더라도

幾且僞哉!

기차위재! 아마 위선이 될 것입니다.

形固造形,

형고조형, 그런 형식을 갖추면 거짓 형식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成固有伐,

성고유벌, 갖추게 되면 자랑하는 마음이 생기며,

變固外戰.

변고외전. 이런 변화가 밖으로 전쟁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君亦必无盛鶴列於麗譙之間,

군역필무성학렬어려초지간, 높은 누각 위에서 군대를 사열할 생각을 말아야 하며,

无徒驥於錙壇之宮,

무도기어치단지궁, 제사를 드리는 궁궐 앞에 보병과 기병을 집합시키실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无藏逆於得,

무장역어득, 그리고 덕을 저버리고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하셔도 안됩니다.

无以巧勝人,

무이교승인, 계교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无以謀勝人,

무이모승인, 계략으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无以戰勝人.

무이전승인. 전쟁으로 남을 이기려 해서도 안됩니다.

夫殺人之士民,

부살인지사민, 다른 나라의 백성을 죽이고

兼人之士地,

겸인지사지, 남의 나라의 땅을 빼앗아 차지함으로써

以養吾私與吾神者,

이양오사여오신자, 자기의 육체와 정신을 만족시키려 하는 자는

其戰不知孰善?

기전부지숙선? 그 전쟁이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갖고 있더라도 과연 어느 쪽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으며,

勝之惡乎在?

승지오호재? 설사 전쟁에 이긴다 해도 승리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君若勿已矣,

군약물이의,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修胸中之誠,

수흉중지성, 부디 마음속의 정성을 닦음으로써

以應天之情而勿攖.

이응천지정이물영.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현혹되지 마십시오.

夫民死已脫矣,

부민사이탈의, 그래야 백성들이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吾將惡乎用夫偃兵哉!」

오장악호용부언병재!」 그렇게만 된다면 어찌 전쟁을 그만 두시겠다는 생각조차 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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