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

- 장자(외편) ; 제20편 산목[2]-

 

市南宜僚見魯侯,

시남의료견로후, 시남 의료가 노나라 제후를 만나니,

魯侯有憂色.

로후유우색. 노나라 제후는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市南子曰:

시남자왈: 의료가 말했다.

「君有憂色, 何也?」

「군유우색, 하야?」 “임금께서는 어찌 근심스러운 빛을 띠고 계십니까?”

魯侯曰:

로후왈: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吾學先王之道,

「오학선왕지도, “나는 옛 훌륭한 임금들의 도를 배웠고,

修先君之業.

수선군지업. 옛 임금들이 하신 일을 닦았습니다.

吾敬鬼尊賢,

오경귀존현, 귀신을 공경하고 현명한 사람들을 존중하며

親而行之,

친이행지, 그들과 친근히 지내면서 일을 하고

无須臾離居,

무수유리거,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然不免於患,

연불면어환, 그런데도 환란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吾是以憂.」

오시이우.」 그 때문에 근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市南子曰:

시남자왈: 의료가 말했다.

「君之除患之術淺矣!

「군지제환지술천의! “임금님의 걱정을 없애는 방법은 얕으십니다.

夫豊狐文豹,

부풍호문표, 살찐 여우와 아름다운 무늬의 표범이

棲於山林,

서어산림, 산림 속에 살면서

伏於巖穴,

복어암혈, 바위굴에 숨어 있는 것은

靜也.

정야.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夜行晝居,

야행주거, 밤에는 움직이고 낮에는 굴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戒也,

계야,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雖飢渴隱約,

수기갈은약, 비록 배고프고 목마르며 곤궁한 처지에 있다 해도

猶且胥疏於江湖之上而求食焉,

유차서소어강호지상이구식언, 먼 강과 호숫가로 가서 먹이를 구하는 것은

定也.

정야.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然且不免於罔羅機辟之患.

연차불면어망라기벽지환. 그런데도 그물과 덫의 걱정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是何罪之有哉?

시하죄지유재?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其皮爲之災也.

기피위지재야. 다만 그들의 가죽이 재난의 원인 되는 것입니다.

今魯國獨非君之皮邪?

금로국독비군지피사? 지금 임금님께 있어서 노나라는 그 가죽과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吾願君刳形去皮,

오원군고형거피, 바라건대 임금님께서는 육체를 잘라내고 가죽을 벗어버리며

洒心去欲,

쇄심거욕, 마음을 씻어내고 욕망을 없애버리고서

而遊於无人之野.

이유어무인지야. 아무도 없는 들판에 노닐도록 하십시오.

南越有邑焉,

남월유읍언,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名爲建德之國.

명위건덕지국. 이름을 건덕이라 부릅니다.

其民愚而朴,

기민우이박, 그 곳의 백성들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少私而寡欲.

소사이과욕. 사사로움이 적고 욕망도 적으며,

知作而不知藏,

지작이부지장, 일 할 줄만 알았지 물건을 저장해 둘 줄은 모릅니다.

與而不求其報.

여이불구기보. 남에게 무엇을 주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不知義之所適,

부지의지소적, 어떤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알지 못하며

不知禮之所將.

부지례지소장. 예의란 어떻게 하여야 지켜지는 것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猖狂妄行,

창광망행, 멋대로 무심히 행동하면서도

乃蹈乎大方.

내도호대방. 위대한 자연의 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其生可樂,

기생가락, 그들의 삶은 즐겁기만 하며

其死可藏.

기사가장. 죽으면 편히 묻힙니다.

吾願君去國捐俗,

오원군거국연속, 임금께서도 나라를 떠나 속된 일을 버리시고

與道相輔而行.」

여도상보이행.」 자연의 도와 어울리며 그곳에 가십시오.”

君曰:

군왈: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彼其道遠而險,

「피기도원이험, “그 곳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거니와

又有江山,

우유강산, 또 강과 산이 막혀 있는데

我无舟車,

아무주거, 내게는 수레도 배도 없으니

奈何?」

내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市南子曰:

시남자왈: 의료가 말했다.

「君无形倨,

「군무형거, “육체적인 방만을 없애시고

无留居,

무류거, 높은 지위를 생각하는 마음을 없앰으로써

以爲君車.」

이위군거.」 임금님의 배와 수레를 삼으십시오.”

君曰:

군왈: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彼其道幽遠而无人.

「피기도유원이무인.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 아무도 없는데

吾誰與爲鄰.

오수여위린. 누구와 이웃을 삼고 지낸단 말입니까?

吾无糧,

오무량, 나는 먹을 것도 없고

我无食,

아무식, 나는 양식도 없는데

安得而至焉?」

안득이지언?」 어떻게 그 곳에 갈 수 있겠습니까?”

市南子曰:

시남자왈: 의료가 말했다.

「少君之費,

「소군지비, “비용을 적게 하시고

寡君之欲,

과군지욕, 욕망을 줄이시면

雖无糧而乃足.

수무량이내족. 비록 양식이 없다 해도 풍족하게 됩니다.

君其涉於江而浮於海,

군기섭어강이부어해, 강을 건너고 바다에 배를 띄우게 되면

望之而不見其崖,

망지이불견기애,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愈往而不知其所窮.

유왕이부지기소궁. 갈수록 그 끝나는 곳을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送君者皆自崖而反,

송군자개자애이반, 배웅하는 사람들이 모두 강 언덕에서 돌아가 버리면

君自此遠矣!

군자차원의! 멀리 자유로운 경지로 떠나게 될 것입니다.

故有人者累,

고유인자루,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은 재난이 있게 되고,

見有於人者憂.

견유어인자우.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근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故堯非有人,

고요비유인, 그러므로 요임금은 사람을 다스리지 않았고,

非見有於人也.

비견유어인야. 사람들의 보호도 받지 않았었습니다.

吾願去君之累,

오원거군지루, 스스로의 재난을 제거하고

除君之憂,

제군지우, 근심을 없애고서

而獨與道遊於大莫之國.

이독여도유어대막지국. 홀로 도와 더불어 크게 광막한 나라에서 노니십시오.

方舟而濟於河,

방주이제어하, 배를 나란히 하고 황하를 건널 때

有虛舩來觸舟,

유허선래촉주, 만약 빈 배가 와서 자기 배에 부딪힌다면

雖有惼心之人不怒.

수유편심지인불로.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 해도 성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有一人在其上,

유일인재기상,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 배에 타고 있다면

則呼張歙之.

칙호장흡지. 소리쳐 배를 다른 곳으로 저어가라고 할 것입니다.

一呼而不聞,

일호이불문,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再呼而不聞,

재호이불문, 두 번 소리칠 것이고,

於是三呼邪,

어시삼호사,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치면서

則必以惡聲隨之.

즉필이악성수지. 반드시 욕을 하게 될 것입니다.

向也不怒而今也怒,

향야불로이금야로, 앞에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은 성내고

向也虛而

향야허이 소리치는 것은 앞의 배는 빈 배였는데

今也實.

금야실.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人能虛己以遊世,

인능허기이유세, 사람이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노닌다면

其孰能害之!」

기숙능해지!」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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