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다

- 장자(외편) ; 제18편 지락[5]-

 

莊子之楚,

장자지초, 장자가 초나라로 가다가

見空躅髏,

견공촉루, 앙상한 해골을 보았는데,

髐然有形,

효연유형, 바싹 말라 겨우 형체만이 남아 있었다.

撽以馬捶因而問之,

교이마추인이문지, 장자가 말채찍으로 해골을 두드리며 해골에게 물었다.

曰:「夫子貪生失理,

왈:「부자탐생실리, “그대는 삶을 탐하여 이치를 잃었기 때문에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亡國之事,

장자유망국지사,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망치는 일을 하여

斧鉞之誅,

부월지주, 처형을 당해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不善之行,

장자유불선지행, 아니면 선하지 못한 행동을 함으로써

愧遺父母妻子之醜,

괴유부모처자지추, 부모처자에게까지 치욕을 남겨주게 될까 두려워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凍餒之患,

장자유동뇌지환, 그렇지 않으면 헐벗고 굶주려

而爲此乎?

이위차호?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之春秋故及此乎?」

장자지춘추고급차호?」 아니면 나이가 많아서 이렇게 되었는가?”

於是語卒,

어시어졸, 말을 마치고는

援髑髏,

원촉루, 해골을 끌어다

枕而臥.

침이와. 베고 누워 잤다.

夜半, 髑髏見夢曰:

야반, 촉루견몽왈: 밤중에 해골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子之談者似辯士.

「자지담자사변사. “조금 전에 당신이 한 얘기는 변사와 같은 말이었다.

視子所言,

시자소언, 당신이 말한 것은

皆生人之累也,

개생인지루야, 모두가 살아 있는 사람의 괴로움이 되는 것이다.

死則无此矣.

사칙무차의. 죽어 버리면 그런 것이 없다.

子欲聞死之說乎?」

자욕문사지설호?」 당신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가?”

莊子曰:「然.」

장자왈:「연.」 장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髑髏曰:

촉루왈: 해골이 말했다.

「死, 无君於上,

「사, 무군어상, “죽음의 세계에 있어서는 위로는 임금이 없고,

无臣於下.

무신어하. 아래로는 신하가 없다.

亦无四時之事,

역무사시지사, 또한 사철의 일도 없다.

從然以天地爲春秋,

종연이천지위춘추, 대범히 하늘과 땅을 봄과 가을로 삼고 있다.

雖南面王樂,

수남면왕락, 비록 임금 노릇이 즐겁다지만

不能過也.」

불능과야.」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莊子不信, 曰:

장자불신, 왈: 장자가 그것을 믿지 않고 말했다.

「吾使司命復生子形,

「오사사명복생자형, “내가 사람의 목숨을 주관하는 신에게 부탁하여 당신의 육체를 만들게 하고

爲子骨肉肌膚,

위자골육기부, 당신의 뼈와 살과 살갗을 갖추게 해서

反子父母妻子閭里知識,

반자부모처자려리지식, 당신의 부모처자와 마을 사람과 아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 주도록 한다면

子欲之乎?」

자욕지호?」 당신은 그렇게 하겠습니까?”

髑髏深矉蹙頞曰:

촉루심빈축알왈: 해골은 심하게 화를 내며 말했다.

「吾安能棄南面王樂

「오안능기남면왕락 “내 어찌 남면한 왕의 즐거움을 버리고서

而復爲人間之勞乎!」

이복위인간지로호!」 다시 산 사람의 고생스러움으로 돌아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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