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26화 - 소 두 마리가 사당에 들어가다 (二牛入祠)

 

옛날 어느 고을에 한 선비가

매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집 담장은 무너지고 안채는

지붕에서 비가 새고 있었으며,

더구나 민망스러운 것은

가묘(家廟)의 지붕을 이지 못해 비가 새니,

모셔 놓은 신주들이 빗물에 젖는 것이었다.

 

하루는 멀리 사는 친구가 찾아왔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그래도 멀리서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인지라,

술을 사다가 술상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친구가 술을 마시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선비네 집 살림이 매우 어려운 듯하여

위로도 할 겸 물었다.

"이 사람아,

근래 무슨 근심스러운 일이 있는가?

안색이 좋지 않네그려.

무슨 일이 있는지

툭 터놓고 얘기해 보게."

 

그러자 선비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 집이 가난하여 지붕을 이지 못했다네.

그래서 집에 비가 새는 데,

다른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사당이 좀 걱정이라네."

이렇게 말하면서

어떤 방법을 생각하는 중인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는 돌아갔는데,

4,5개월쯤 지나고 나서

다시 그 친구가 이 집을 방문했다.

그래서 살펴보니 담장도 고쳤고,

지붕도 새로 이어서

모두 수리가 되어 있었다.

 

곧 친구는,

"이 사람 그 동안 어떻게 집을 수리했네, 그려."

라고 말하니,

선비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매우 힘들었다네.

담장이며 건물들은

사람을 사서 한 것이 아니고,

집안사람들이 손수 나서서 수리를 했지.

그런데 사당만은 직접 손을 댈 수가 없어,

거기에 소 두 마리가 들어갔다네."

 

이에 친구는 한참 동안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아, 해학으로 듣게나.

사당에 소 두 마리가 들어갔으면

신주는 어디 다른 데로 내다모셨는가?

소와 신주를 함께 모시지는 않았을 테고."

 

이는 사당을 수리하는 데

소 두 마리 값이 들어갔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사당에 소 두 마리를 들여보내

모신 것처럼 들을 수도 있으니,

역시 선비의 망발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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