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25화 - 개가죽을 썼다고 개에게 절을 하다 (拜犬皮服)

 

한 사람이 소금 장사를 했다.

호남 지방에서 소금을 한 가마니 사서 짊어지고,

좀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관북 지방으로 갔다.

산을 넘고 또 넘어 여러 산촌을 지나 한 마을에 이르러,

소금 짐을 내려 놓고 소금을 사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때 길가의 한 집에서 사람이 나오는데

머리에는 개가죽으로 만든 관을 쓰고,

몸에도 개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사람이 소금장수를 보고는

헛기침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 놈아! 너는 어떤 놈인데 양반을 보고 절도 하지 않느냐?"

"아 예, 소인이 몰라봤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소금장수는 속으로 우습게 느꼈지만,

타관에 와서 장사를 하는 몸인지라

절을 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도 계속 그 사람은 소금장수를 보고

버릇없는 상놈이라면서 꾸짖었다.

이에 소금장수는 울분이 치밀어 맞서 싸우고 싶었지만,

'내가 참아야지. 사방으로 떠도는 몸이 말썽을 일으키면,

소금마저 못 팔아 굶어 죽게 될 것이 아닌가!

참는 게 상책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 때였다.

그 사람이 대문간에 서서 한참 동안 소금장수를 꾸짖고 있을 때,

갑자기 큰 개 한 마리가 뛰어나오더니 그 사람 옆에 서서

소금장수를 보고 막 짖는 것이었다.

 

이에 소금장수는 얼른 개 앞으로 나아가,

"일간 무고하온지오? 소인 인사 올리옵니다."

하면서 절을 올렸다.

그러자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

개를 어루만지면서 물었다.

 

"이 사람아! 사람을 보고는 인사를 하지 않더니,

왜 개를 보고는 그렇게 극진히 절을 하고 그러는가?"

 

"예, 자세히 보니 머리에도 개가죽을 쓰고

몸에도 역시 개가죽을 쓰고 있어,

개가죽 복장을 한 생원님댁 자제 도련님인가 생각했사옵니다.

그래서 양반 자제에게 인사를 안했다고 질책을 당할까 해서

미리 인사를 올렸습니다."

 

소금장수는 개가죽 관과 개가죽 옷을 입은 이 양반을 빗대어

욕을 당하게 해 주려고 한 말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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