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끝으로 잡편 「외물」外物의 끝 구절을 소개하고 마치기로 하지요.

이 구절은 여러분도 잘 아는 ‘득어망전(得魚忘筌) 득토망제(得兎忘蹄)’의 출전입니다.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버리고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버린다”는 뜻이지요.

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

전(筌)은 물고기를 잡는 통발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리게 마련이고,

제(蹄)는 토끼를 잡는 올무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그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말은 뜻을 전하는 것인데,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이렇듯 그 말을 잊어버리는 사람을 만나 그와 더불어 이야기하고 싶구나!

『노자』나 『장자』의 원전들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노장’(老莊) 사상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리고 노장 사상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이해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득어망전’으로 끝내려는 것이지요. ‘득어망전’으로 끝내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관계론의 관점에서 부언해두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득어망전’의 전(筌)은 통발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은 아마 통발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기도 하려니와 이 통발(筌)을 그물(網)로 바꾸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전(筌)을 망(網)으로 대치하려는 이유는 관계망(關係網)을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노자가 이야기한 천망(天網恢恢 疎而不淚)이나 제석천(帝釋天)에 있다는 인드라망網과 관련시켜 이야기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득어망전’(得魚忘筌)이든 ‘득어망망’(得魚忘網)이든 고기를 잡고 나면 그 물고기를 잡는 데 소용되었던 기구를 잊어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그 반대로 물고기는 잊어버리고 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망어득망’(忘魚得網)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고기는 이를테면 하나의 현상입니다. 반면에 그물은 모든 현상의 저변에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가 하나의 사물이라면 그물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망라하고 있는 천망(天網)인 것이지요. 물고기는 잊어버리든 잃어버리든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물입니다. 모든 사물과, 모든 사건과, 모든 사태가 그 위에서 생성 변화 발전하는 거대한 관계망을 잊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한 마리의 제비를 보고 천하의 봄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관계망이지요. 중요한 것은 한 마리의 제비가 아니라 천하의 봄이지요. 남는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동료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는 것은 그물입니다. 그리고 그물에 관한 생각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http://blog.daum.net/gangseo/703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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