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근 청문회를 앞두고 사퇴한 한 공직후보자의 변으로 인터넷이 뜨겁다.
장자 외편 천운편의 명구를 인용한 것이 그 발단이다.
夫鵠不日浴而白
(부곡불일욕이백) : 백조는 매일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烏不日黔而黑
(오불일검이흑) : 까마귀는 매일 검은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습니다.
장자는 흑백의 소박한 바탕을 말했으나 그는 이를 흑백논리로 받아들여 자신의 청렴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물론 이 편은 장자의 제자들이 유자를 공격하기 위한 가설로 작성하여 장자에 끼워넣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천운편> 제6장의 원문과 번역을 통해 장자의 본뜻을 확인해 본다.
孔子見老聃而語仁義
(공자견노담이어인의) : 공자가 노자를 만나서 어짊과 의로움에 대해 물었다.
老聃曰
(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夫播穅眯目
(부파강미목) : “겨가 눈에 들어가면
則天地四方易位矣
(즉천지사방역위의) : 곧 하늘과 땅과 사방의 위치를 혼동하게 됩니다.
蚊虻噆膚
(문맹참부) : 모기가 살갗을 물면
則通昔不寐矣
(즉통석불매의) : 밤새도록 잠을 못 잡니다.
夫仁義憯然乃憤吾心
(부인의참연내분오심) : 어짊과 의로움이란 잔인한 것이어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亂莫大焉
(란막대언) : 이보다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吾子使天下無失其朴
(오자사천하무실기박) : 선생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소박함을 잃게 하지 마십시오.
吾子亦放風而動
(오자역방풍이동) : 선생께서 바람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總德而立矣
(총덕이립의) : 모든 덕이 아울러 처신하게 될 것입니다.
又奚傑傑然揭仁義
(우해걸걸연게인의) : 어찌 스스로 잘난 체하여 인의를 내 걸고
若負建鼓而求亡子者邪
(약부건고이구망자자사) : 큰북을 짊어지고 두드리고 다니면서 잃은 자식을 찾듯이 지냅니까
夫鵠不日浴而白
(부곡불일욕이백) : 백조는 매일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烏不日黔而黑
(오불일검이흑) : 까마귀는 매일 검은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습니다.
黑白之朴
(흑백지박) : 검고 흰 소박한 바탕은
不足以爲辯
(부족이위변) : 좋고 나쁨을 따질 것이 못됩니다.
名譽之觀
(명예지관) : 명예라는 겉모양은
不足以爲廣
(부족이위광) : 자랑할 것이 못됩니다.
泉涸
(천학) : 샘물이 마르면
魚相與處於陸
(어상여처어육) : 그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모여
相呴以濕
(상구이습) : 습기로 서로 문질러주고
相濡以沫
(상유이말) : 입거품으로써 서로 추기어 주지마는
不若相忘於江湖
(불약상망어강호) : 그러나 그것은 강물이나 호수 속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孔子見老聃歸
(공자견노담귀) :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와
三日不談
(삼일부담) : 사흘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弟子問曰
(제자문왈) : 제자들이 물었다.
夫子見老聃
(부자견노담) : “선생님께서는 노자를 만나서
亦將何規哉
(역장하규재) : 또한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셨습니까?”
孔子曰
(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吾乃今於是乎見龍
(오내금어시호견룡) : “이제야 용을 본 것 같다.
龍合而成體
(룡합이성체) : 용은 합쳐지면 훌륭한 몸을 이루고,
散而成章
(산이성장) : 흩어지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다.
乘雲氣而養乎陰陽
(승운기이양호음양) : 구름의 기운을 타고 다니며 음양 속을 날아다닌다.
予口張而不能嗋
(여구장이불능협) : 나는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었다.
予又何規老聃哉
(여우하규노담재) : 내가 무엇을 노자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겠느냐.”
子貢曰
(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然則人固有尸居而龍見
(연칙인고유시거이룡견) : “그렇다면 사람 중에는 본시 시체처럼 있다가도 용처럼 나타나고,
淵黙而雷聲
(연묵이뢰성) : 천둥 소리를 내다가도 심연 같은 침묵을 지키고,
發動如天地者乎
(발동여천지자호) : 활동이 하늘과 땅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賜亦可得而觀乎
(사역가득이관호) : 저도 그 분을 뵐 수 있겠습니까?”
遂以孔子聲見老聃
(수이공자성견노담) : 마침내 공자의 주선으로 자공이 노자를 만났다.
老聃方將倨堂而應
(노담방장거당이응) : 노자는 대청에 앉아 있다가 마중하면서
微曰
(미왈) : 작은 소리로 말했다
予年運而往矣
(여년운이왕의) : “나는 이미 나이가 지나 늙어버렸는데
子將何以戒我乎
(자장하이계아호) : 당신은 장차 무엇으로 나에게 계율을 얘기해주려 하십니까?”
子貢曰
(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夫三皇五帝之治天下不同
(부삼황오제지치천하부동) :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은 같지 않았지만
其係聲名一也
(기계성명일야) : “그 분들이 명성을 누렸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而先生獨以爲非聖人
(이선생독이위비성인)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이 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니
如何哉
(여하재) : 어째서입니까?”
老聃曰
(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
(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子何以謂不同
(자하이위부동) : “자네는 어째서 그들의 방법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까?”
對曰
(대왈) : 자공이 말했다.
堯授舜
(요수순) :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고,
舜授禹
(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으며,
禹用力而湯用兵
(우용력이탕용병) : 우임금은 힘을 사용하였고, 탕임금은 군사를 사용했습니다.
文王順紂而不敢逆
(문왕순주이불감역) : 문왕은 주왕에게 순종하여 감히 거스르려 하지 않았으나,
武王逆紂而不肯順
(무왕역주이불긍순) : 무왕은 주왕을 거슬러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故曰不同
(고왈부동) : 그래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老聃曰
(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
(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
(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皇帝之治天下
(황제지치천하) : 황제가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使民心一
(사민심일) :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民有其親死不哭而民不非也
(민유기친사불곡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의 부모가 죽어도 곡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堯之治天下
(요지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使民心親
(사민심친)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친하게 만들었습니다.
民有爲其親殺其殺而民不非也
(민유위기친살기살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들의 친분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따돌리는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舜之治天下
(순지치천하) :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競
(사민심경)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습니다.
孕婦十月而生子
(잉부십월이생자) : 백성들 가운데는 부인이 아기를 배어 가지고
子生五月而能言
(자생오월이능언) : 열 달 안에 자식을 낳고, 아이가 태어나서 다섯 달만에 말을 하게 되고,
不至乎孩而始誰
(불지호해이시수) : 방긋방긋 웃기도 전에 사람들을 분별하는 경우가 있게 되었습니다.
則人始有夭矣
(칙인시유요의) : 그래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어려서 죽는 일[요절]이 생긴 것입니다.
禹之治天下
(우지치천하) : 우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變
(사민심변) : 백성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人有心而兵有順
(인유심이병유순) :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고, 전쟁은 도리를 따른다는 구실이 생겼으며,
殺盜非殺人
(살도비살인) : 도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닌 것으로 되었고,
自爲種而天下耳
(자위종이천하이) : 자기만을 중히 여기고 보고 듣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是以天下大駭
(시이천하대해) : 그리하여 온 천하 사람들은 크게 놀라
儒墨皆起
(유묵개기) : 유가와 묵가들이 한꺼번에 생겨났던 것입니다.
其作始有倫
(기작시유륜) : 시작할 때는 그런 대로 법도가 있었으나,
而今乎歸
(이금호귀) :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女何言哉
(여하언재) : 그런데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
(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가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各曰治之
(각왈치지) :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지만
而亂莫甚焉
(이란막심언) : 사실은 더 말할 수 없이 천하를 어지럽혔던 것입니다.
三皇之治
(삼황지치) : 삼황의 다스림은
上悖日月之明
(상패일월지명) :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은 빛을 거슬렸고,
下睽山川之精
(하규산천지정) : 아래로는 산과 냇물의 정기를 배반하였으며,
中墮四時之施
(중타사시지시) : 가운데로는 사계절의 순환을 파괴했던 것입니다.
其知憯於蠣蠆之尾
(기지참어려채지미) : 그들의 지혜는 전갈의 꼬리보다도 잔혹한 것입니다.
鮮規之獸
(선규지수) : 작은 짐승들도
莫得安其性命之情者
(막득안기성명지정자) : 모두가 그의 본성과 생명의 진실한 모습을 따라 편안히 지냅니다.
而猶自以爲聖人
(이유자이위성인) : 그런데 스스로 성인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不亦可恥乎
(불역가치호) :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其無恥也
(기무치야) : 그들은 수치를 모르는 것입니다.”
子貢蹴蹴然立不安
(자공축축연립불안) : 자공은 다리를 떨면서 불안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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