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特自知其罪, 問於宮墻外盲人曰:

특이는 자기의 죄를 아는지라 궁장(宮墻) 밧계 잇는 장님에게 문복하라 가서,

[나의 죄를 점처달나 하면서 이와 가티 말한다.]

“我向者晨過此宮墻之外, 有人自宮中踰西垣而出.

"지내간 날 아츰 전에 궁담 밋흐로 지내가려 한즉 궁즁에서 담을 넘으랴고 하는 자가 잇섯다.

我知其爲賊, 高聲進逐, 其人棄所持物而走.

이것을 보고 도적이라고 고함을 치고 조차가니 가진 것을 내여던지고 다라낫다

我持歸藏之, 以待本主之來推.

그리하야 자긔는 그것을 가지고 도라가서 본주인이 오기를 기대리고 있었다.

吾主索之廉隅, 聞吾得物, 躬來索出,

내 주인이 방구석에서 무엇을 찾다가, 내가 보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몸소 와서 찾아냈다.

吾答以無他寶, 只得釧鏡二物云, 則主人躬入搜之, 果得二物.

나는 다른 보배가 아니라 다만 팔찌와 거울 두 가지 물건을 얻었다고 대답했는데, 주인은 몸소 들어와 수색하여 과연 두 가지 물건을 얻었습니다.

亦其無饜, 方欲殺之, 故吾欲走去, 走之吉乎?”

자긔의 주인이 무엇이 잇는 것이 틀님업다고 지금 죽이려고 하므로 내가 도망치려 합니다. 다라나는 것이 조흘까요?"

盲曰: “吉矣.”

장님은 이 말에 다라나도 조타고 말한다.

驥隣在旁, 多聞其語, 謂特曰:

기린 같은 이가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다 듣고는 특에게 말했다.

“汝主何許人? 虐奴如是耶?”

"너의 주인은 엇더한 사람이냐? 노복 학대가 이와 같으나?”

[비복을 학대하는 것도 법에 잇다"]

特曰: “吾主年少能文, 早晩應爲及第者, 而爲貪婪如此, 他日立朝, 用心可知.”

"주인은 년소한 문장으로 일즉이 급뎨하야 조정에 츌입하더니 지금부터 탐람(貪)함이 이와 같으니 후일 조정에 들어가면 마음 씀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此言傳播, 入於宮中, 告于大君.

이 일이 곳 소문이 나서 궁인의 귀에 전하야 궁인은 이것을 대군에게 알렸다.

大君大怒, 使南宮人搜西宮, 則妾之衣服寶貨盡無矣.

대군이 대로하여 남궁인으로 하여금 서궁을 수색케 하니 나의 의복과 보화는 다 없어졌더라.

大君招致西宮侍女五人于庭中, 嚴俱刑杖於眼前, 下令曰:

대군은 진로하야 셔궁의 시녀 오인을 잡아다 뜰에 꿇니고 안전에 형장(形杖)을 혹독히 하야 형리에게 하명했다.

“殺此五人, 以警他人.”

"이 오인을 죽이여 남궁의 오인을 경계하리라."

又敎執杖者曰: “勿計杖數, 以死爲準.”

또 집장한 이에게 지시했다.

“곤장 수를 헤아리지 말고 죽음을 기준으로 하라.”

五人曰: “願一言而死.”

오인:"다만 한 말씀 올리고 죽겠습니다."

大君曰: “所言何事? 悉陳其情.”

대군:"말할 것이 무슨 일이냐? 실정을 다 털어 놓아라."

銀蟾招曰:

은섬이 진술했다.

[주]초사 (招辭):조선 시대에, 죄인이 범죄 사실을 진술하던 일. ≒공사(供辭)

“男女情欲, 稟於陰陽, 無貴無賤, 人皆有之.

"리성(異性)간 정욕은 음양에서 품수한 것으로 상하귀천이 업시 사람으로는 가지지 않은 자가 업슴니다.

一閉深宮, 形單隻影, 看花掩淚, 對月消魂, 則可知人間之樂,

한번 심궁의 들매 단영척형(單影隻形)으로 꽃을 보면 눈물을 가리고 달을 대하면 넋을 사르니,

梅子擲鶯 使不得雙飛 簾帳燕幕 使不得兩巢

매화나무에 날아든 꾀고리를 쌍쌍이 날지 못하게 함이오,

주렴 사이로 드나드는 제비로 하여금 둘이 집을 짓지 못하게 함입니다.

[매자앵(梅子鶯)을 던지고 함께 날을 수도 업사옵고

발이 연막(燕幕)을 가리매 둘이 살 수 업는 것도 엇지할 수 업는 사정이지요.]

此無他 自不勝健羨之意 妬忌之情耳.

이는 다름이 아니라, 스스로 몹시 부러워하는 뜻이 있어 질투하고 시기하는 감정입니다.

[주]건선(健羨):몹시 부러워함.

一踰宮垣 則可知人間之樂 而所不爲者, 豈力不能而心不忍哉?

한 번 궁의 담장을 넘어가면 인간의 즐거움을 알 수 있거니와 그같은 일을 하지 못하는 우리들이 어찌 힘으로 할 수 없는데 마음을 참을 수 없사오리까?

[사람으로서 그 락을 질기지 말나 하는 자는 업슴니다. 힘으로써 밋치지 못하고 마음의 참지 못함은 누구든지 다가튼 것이외다.]

唯畏主君之威, 固守此心, 以爲枯死.

다만 주군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이 마음을 지키며 쳥츈을 썩히고 죽어갈 뿐이온대

宮中之計, 今無所犯之罪, 而欲置之於死地, 妾等黃泉之下, 死不暝目矣.”

궁중의 일에 지금 아모 죄업시 첩등을 죄주사 사지로 보내시니 첩등은 횡천의 도라가도 눈을 감지 못하겟나이다 "

翡翠招曰:

다음에 비취가 초사했다.

“主君撫恤之恩, 山不高, 海不深. 妾等憾懼, 惟事文墨絃歌而已.

"주군의 무휼하신 은혜는 산이 놉지 아니하며 바다가 깁지 아니 함니다. 다만 첩등은 감구(感懼)하야 문묵현가(文墨絃歌)로 일을 삼을 뿐이온대,

今不洗之惡名, 偏及西宮, 生不如死矣, 惟伏願速就死地矣.”

지금 악명이 셔궁의 밋첫사오니 [이것을 씨스랴고도 아니 함니다.] 살아가는 것은 죽음만 같지 못합니다. 다만 속히 죽기를 바랄 뿐이외다"

鶿鸞招曰:

다음에 자란이 초사했다.

“今日之事, 罪在不測, 中心所懷, 何忍諱之.

“오늘의 일은 죄가 측량키 어려운 데 있으니, 마음에 품은 바를 어찌 차마 숨기리이까?

妾等皆閭巷賤女, 父非大舜, 母非二妣, 則男女情欲, 何獨無乎?

첩등은 모다 려항(閭巷)의 천한 여자올시다. 아비는 대순(大舜)도 아니오 어미는 이비(二妃))도 아니외다. 남녀간의 정욕이 어찌 유독 없으리이까?

[원앙의 정과 비취의 욕심은 첩만 그럿타고 말슴할 수 업슴니다]

穆王天子, 而每思瑤臺之樂, 項羽英雄, 而不禁帳中之淚, 主君何使雲英獨無雲雨之情乎?

목왕뎐자(穆天王子)도 요지(瑤池)의 락을 상사하시고 항우(項羽)가튼 영웅도 장즁(帳中)의 눈물을 금치 못하엿슴니다. 대군은 어찌하여 유독 운영으로 하여금 운우의 정을 없게 하려 하십니까?

金生乃當世之端士也. 引入內堂, 主君之事也. 命雲英奉硯, 主君之命也.

김진사는 당세의 영걸이오 인도하야 내당의 드러오게 하신 것은 주군의 명령하신 바이오, 진사의 겻헤서 벼루를 밧들게 하신 것도 주군이 명하신 것입니다.

 

雲英久鎖深宮, 秋月春花, 每傷性情, 梧桐夜雨, 幾斷寸腸.

운영은 오래 심궁(深宮)의 갇쳐 가을날의 달과 봄날의 꽃을 보고도 매양 성정을 상하고, 오동잎 지는 소리와 밤비 소리에도 촌장이 몇 번이나 끊어집니다.

一見豪男, 喪心失性, 病入骨髓, 雖以長生之樂, 難以見效.

한번 미랑(美郞)을 보고 상심실성하야 병이 골수에 들어 장생불사의 약으로도 효함을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비애번민하는 그림자도 볼 수 업사오매

一夕如朝露之溘然, 則主君雖有惻隱之心, 顧何益哉?

하루 저녁 아침 이슬 같이 사라지면, 대군게서 측은지심이 잇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妾之愚意, 一使金生得見雲英, 以解兩人之怨結, 則主君之積善, 莫大乎此,

저의 생각엔 한 번 김진사로 하여금 운영을 만나보게 하여 두 사람의 원한은 풀어주시면 주군의 적선은 이보다 큰 것은 없습니다.

前日雲英之毁節, 罪在妾身, 不在雲英. 妾之一言, 上不欺主君, 下不負同儕,

그리고 전날 운영의 절개를 훼절하게 한 죄는 첩에게 있지 운영에게는 업삽고, 첩의 이 말은 위로는 주군을 속이지 않고 아래로는 동류들을 저버리지 않음입니다.

今日之死, 死亦榮矣. 伏願主君, 以妾之身續雲英之命矣.”

오늘의 죽음은, 죽음도 영광광입니다. 엎디여 바라건대 주군께서는 첩의 몸으로 운영의 목숨을 잇게 하소서."

[첩의 몸으로 대신하고 운영의 목숨을 살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玉女招曰:

다음에 옥녀가 초사했다.

“西宮之榮, 妾旣與焉, 西宮之厄, 妾獨免哉?

"셔궁의 영화를 첩등이 가티 누리고 잇는 이상에 셔궁의 위태로움을 첩이 홀로 면할 수 업슴니다.

火炎崑崗, 玉石俱焚, 今日之死, 得其所死矣.”

화염곤강(火焰昆岡)하고 옥석이 구분(俱焚)하니 오늘의 죽음은 그 죽을 곳을 얻은 것입니다"

妾之招曰:

다음에 운영이 초사했다.

“主君之恩, 如山如海, 而不能苦守貞節, 其罪一也.

"주군의 은혜는 산 가트며 바다 갓슴니다. 그럼에도 불구하옵고 정절을 직히지 못한 것이 죄의 하나이오

前日所製之時, 見疑於主君, 而終不直告, 其罪二也.

전후 두 번이나 글을 지을 때에 주군의 의심을 바드면서 진실을 알외지 아니한 것이 죄의 둘이오

西宮無罪之人, 以妾之故, 同被其罪, 其罪三也.

서궁의 무죄한 사람들이 첩으로 말미암아 죄를 입게 한 것이 죄의 셋이올시다

負此三大罪, 生亦何顔? 若或緩死, 妾當自決, 以待處分矣.”

이 세 가지에 큰 죄를 지고 살도라도 무순 얼골을 들 수 잇갰슴니까?  만일 죽음을을 면하여 주시더라도 첩은 자결하고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大君覽畢, 又以紫鸞之招, 更展留眼, 怒色稍霽.

대군보기를 마치고, 자란의 초사를 다시 펴 보시고 노한 기색이 좀 사라진 듯했다.

小玉跪而告泣曰:

소옥이 다시 꿇어안저 울면서 아뢰었다.

“前日浣紗之行, 勿爲於城內者, 妾之議也.

"전일 완사의 어행을 성내로 가게 한 것은 첩에 성의엿슴니다.

紫鸞夜至南宮, 請之甚懇, 妾怜其意, 排群議從之. 雲英之毁節,

자란이 밤의 남궁에 와서 간곡히 쳥함에 첩도 그 심즁을 알면서 군의(群議)을 물니치고 여기의 좃친 것이 운영의 훼절한 동긔(動機)이옵나이다.

罪在妾身, 不在雲英. 伏願主君, 以妾之身續雲英之命.”

그러하온즉 말슴하면 죄는 첩에게 잇고 운영에게는 업슴니다. 바라옵나니 첩을 운영으로 대신하사 운영의 명을 살리시기 바라옵나이다"

大君之怒稍解, 囚妾于別堂, 而其餘皆放之; 其夜妾以羅巾, 自縊而死.

대군은 진로함이 지옥히 풀니사 운영을 별실의 가두시고 그 나마지 시녀들은 방송(放送)하엿다. 그날 밤에 운영은 수건으로 목을 매여 죽엇다

進士把筆而記, 雲英引古而敍, 甚詳悉. 兩人相對, 悲不自抑.

김진사는 붓을 잡고 적었고 운영은 옛날을 인용하여 서술했다. 심히 상세함을 다했다. 두 사람은 상대하여 슬픔을 자제하지 못했다.

雲英謂進士曰:

운영이 진사에게 말했다.

“自此以下, 郞君言之.”

이 이하는 낭군께서 말씀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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