哀郢

영도를 그리며

*영도(郢都)는 초나라의 수도.

 

皇天之不純命兮,何百姓之震愆?

民離散而相失兮,方仲春而東遷.

황천의 명이 무상하여

백성들의 두려움과 허물이 어떠했던가?

백성들은 흩어지고 서로 헤어져

마침내 중춘에 동쪽으로 파천했도다

 

去故鄕而就遠兮,遵江夏以流亡.

出國門而軫懷兮,甲之朝吾以行.

고향을 버리고 멀리 가려고

강수와 하수 따라 방랑하고

도읍의 성문 나설 때 마음 아파하고

甲日 아침에 나는 떠나 가노라.

 

發郢都而去閭兮,荒忽其焉極?

楫齊揚以容與兮,哀見君而不再得.

영도를 출발하여 마을 문을 떠나

이 길이 어디에서 끝날건가 정신 없어라.

노를 모두 올려 천천히 배회하며

다시는 임금님 뵈올 길 없음을 슬퍼하노라.

 

望長楸而太息兮,涕淫淫其若霰.

過夏首而西浮兮,顧龍門而不見.

높다란 가래나무 바라보며 한숨쉬고

눈물은 흘러 안개 같기도 하고

하수를 지나 서쪽에서 떠내려 오며

용문을 돌아봐도 뵈지 않네.

 

心嬋媛而傷懷兮,眇不知其所蹠.

順風波以從流兮,焉洋洋而爲客.

애틋한 마음에 가슴 아프고

멀고 먼 길 발붙일 곳 몰라라.

바람과 물결 따라 물길 흐르는 대로

양양한 강물 위에 나그네 되었구나.

 

淩陽侯之氾濫兮,忽翶翔之焉薄.

心絓結而不解兮,思蹇産而不釋.

넘쳐 흐르는 파도 타고

홀연 날아서 어디 가 머물까?

마음의 울적함 풀리지 않고

생각이 엉기어 풀리지 않는구나.

 

將運舟而下浮兮,上洞庭而下江.

去終古之所居兮,今逍遙而來東.

배를 운항하여 아래 더내려가

동정호에 올랐다가 大江으로 떠내려가

옛날 살던 곳 버리고

지금 정처없이 동족에 왔노라.

 

羌靈魂之欲歸兮,何須臾而忘反.

背夏浦而西思兮,哀故都之日遠.

아아 영혼은 돌아가고파

어이 잠시인들 돌아가기를 잊으랴?

하포를 등지고 서쪽을 생각하며

옛 도읍이 나날이 멀어짐을 슬퍼하노라.

 

登大墳以遠望兮,聊以舒吾憂心.

哀州土之平樂兮,悲江介之遺風.

큰 언덕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잠시 내 시름 풀지만

도시의 넓고 안락함 보아도 슬프고

강변의 오랜 풍습 보아도 서러워라.

 

當陵陽之焉至兮,淼南渡之焉如?

曾不知夏之爲丘兮,孰兩東門之可蕪?

능양에 당도하면 어디로 가나?

아득한 강남을 건너면 어디로 가나?

하수가 언덕될 줄은 생각해본 적 없고

뉘라서 두 동문울 황폐시킬 수 있나?

 

心不怡之長久兮,憂與愁其相接.

惟郢路之遼遠兮,江與夏之不可涉.

마음이 흡족치 못한 지 오래고

근심과 시름은 서로 이어지도다.

영도 가는 길 요원하고

대강과 하수는 건널 수 없도다.

 

忽若去不信兮,至今九年而不復.

慘鬱鬱而不通兮,蹇侘傺而含慼.

문득 떠나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지금 구년인데도 돌아가지 못하고

참담하고 울적함은 풀리지 않아

우두커니 서서 슬픔만 먹음을 뿐.

 

外承歡之汋約兮,諶荏弱而難持.

忠湛湛而願進兮,妒被離而鄣之.

겉으로는 환심사려 곱게 보이지만

진정 나약한 마음 지탱하기 어렵고

충직한 마음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질투하는 이들 몰려와 방해하누나.

 

堯舜之抗行兮,瞭杳杳而薄天.

衆讒人之嫉妒兮,被以不慈之僞名.

요순 임금의 고상한 행위

환하여 아스라이 하늘에 닿는데도

많은 참언하는 이들 질투에

무자비하다는 악명 받았도다.

 

憎慍惀之脩美兮,好夫人之康慨.

衆踥蹀而日進兮,美超遠而逾邁.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운 행실을 미워하고

저 사람들의 분개함만 좋아하여

저들은 거침없이 날로 나아가는데

착한 이들 아득히 더욱 멀어지네.

 

亂曰:

난사에 이르기를,

 

曼余目以流觀兮,冀壹反之何時.

내 눈을 멀리 향해 둘러보며

한 번 돌가고 싶지만 언제일까?

 

鳥飛反故鄕兮,狐死必首丘.

信非吾罪而棄逐兮,何日夜而忘之!

새는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여우는 죽을 때 머리가 고향을 향하는데

진정 내 죄 아닌데도 쫓겨나

어느 날 밤낮인들 어이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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