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美人

사미인

(아름다운 님을 그리며)

 

[은자주]초사구장에는 <思美人>이 있어 정철의 가사작품 <사미인곡>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음이 금방 드러난다. 

물론 아름다운 우리말의 구사 측면에서는 후자의 작품성이 전자를 능가한다.

아래 꼭지에서 정철의 <속미인곡> <관동별곡>도 함께 읽어 보기로 한다.

미인(美人)은 임금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초(楚)의 회왕(懷王)을 의미한다.

 

思美人兮,

사미인혜, 아름다운 님을 그리다

擥涕而佇貽.

람체이저이. 눈물을 훔치고서 홀로서서 멀리 바라보네.

媒絶路阻兮,

매절로조혜, 중매도 끊어지고 길도 막히고

言不可結而詒.언불가결이이. 글로 적어서 줄 수가 없도다.

 

蹇蹇之煩冤,

건건지번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심정

陷滯而不發.

함체이불발.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네.

申旦以舒中情兮,

신단이서중정혜, 몇 날을 내 마음 전하려 하여도

志沈菀而莫達.

지침울이막달. 그 뜻은 가라앉고 맺혀 전할 수 없네.

 

願寄言於浮雲兮,

원기언어부운혜, 뜬 구름에 내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遇豐隆而不將.1]

우풍륭이불장. 벼락의 신 풍륭(豐隆)을 만났건만 이 내 말 들어주질 않네.

因歸鳥而致辭兮,

인귀조이치사혜, 돌아가는 새가 있어 내 말 전하려했더니

羌迅高而難當.

강신고이난당. 아! 높이 빠르게 높이 날아올라 감당하기(만나기) 어려워라.

1)豐隆(풍륭): 운사(雲師), 곧 구름의 신

 

高辛之靈盛兮,2]

고신지령성혜, 옛날 고신씨(高辛氏)는 성스러워라

遭玄鳥致詒.

조현조치이. 제비를 만나 알을 받았지만

欲變節以從俗兮,

욕변절이종속혜, 절개를 버리고 세속을 따르려 해도

媿易初而屈志.

괴역초이굴지. 초지를 바꿔 굽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세.

2) 高辛氏:오제(五帝)의 한 사람인 제곡(帝嚳)을 말함.

 

獨歷年而離愍兮,

독력년이리민혜, 나 홀로 숱한 세월을 시름 속에 지내지만

羌馮心猶未化.

강풍심유미화. 아, 이 울분 가셔지지 않는구나

寧隱閔而壽考兮,

녕은민이수고혜, 고통을 참으며 이 목숨을 마칠지언정

何變易之可爲!

하변역지가위! 어찌 이 마음을 변할 수 있으리.

 

知前轍之不遂兮,

지전철지불수혜, 전철을 밟으면 아니될 줄 알면서도

未改此度.

미개차도. 이러한 태도를 고치지 못하네.

車旣覆而馬顚兮,

거기복이마전혜, 수레가 전복되고 말이 넘어져도

蹇獨懷此異路.

건독회차이로. 아! 다른 길(남이 안 가는 이 외로운 길) 절뚝거리며 걸어가네.

 

勒騏驥而更駕兮,

늑기기이갱가혜, 천리마에 재갈을 물리어 다시 수레를 부려서

造父爲我操之.3]

조부위아조지. 조보(造父)에게 날 인도하도록 하고는

遷逡次而勿驅兮,

천준차이물구혜, 뒤로 물러나 천천히 달리게 하네.

3)造父(조부):옛적의 명마부.

 

聊仮日以順時.

료가일이순시. 한가한 나날을 보내며 때를 기다리고자

指嶓冢之西隈兮,4]

지파총지서외혜, 파총산(嶓冢山) 서쪽 기슭을 가리키며

與纁黃以爲期.5]

여훈황이위기. 황혼녁을 기약으로 삼네.

4)嶓冢(파총):한수(漢水)의 남쪽에 있는 산의 이름.

5)纁黃(훈황):황혼.

 

開春發歲兮,

개춘발세혜, 봄이 시작되고 새해가 열려서

自日出之悠悠.

자일출지유유. 하얀 해가 서서히 솟아오르니

吾將蕩志而愉樂兮,

오장탕지이유락혜,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거움을 느끼고자

遵江夏以娛憂.6]

준강하이오우. 강하수(江夏水)가를 거닐며 시름을 달래네.

6)江夏(강하): 한대(漢代)의 군(郡)이름,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운몽현(雲夢縣)의 동남

 

擥大薄之芳茝兮,

람대박지방채혜, 우거진 덤불 속에서 방초를 캐고

搴長洲之宿莽.7]

건장주지숙망. 길다란 모래톱에서 숙망(宿莽)을 캐지만

惜吾不及古人兮,

석오불급고인혜, 옛 성현과 시대를 같이 할 수(만날 수) 없으니 애달프고

吾誰與玩此芳草.

오수여완차방초. 누가 있어 이 방초를 가지고 함께 노닐까.

7)宿莽(숙망):겨울에도 그 뿌리가 죽지 않아 봄에 거기서 새로운 싹이 움튼다는 향초

 

解萹薄與雜采兮,

해편박여잡채혜, 덤불과 여러 향기나는 풀들을 풀어 쌓았다가

備以爲交佩.

비이위교패. 묶어서 허리에 차니

佩繽紛以繚轉兮,

패빈분이료전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광채 돌더니만

遂萎絶而離異.

수위절이리이. 끝내는 버려져서 불품없이 되었네.

 

吾且儃佪以娛憂兮,8]

오차천회이오우혜, 나는 잠시 배회하며 시름을 달래다가

觀南人之變態.

관남인지변태. 남쪽 사람들이 태도를 바꿀 것을 기대하고

竊快在中心兮,

절쾌재중심혜, 이 내 심지 굳음을 남몰래 기꺼워하며

揚厥憑而不竢.

양궐빙이불사. 울분을 토하고 나면 바랄 것이 없어라

.8)儃佪(천회): 머뭇거리고 잘 나아가지 않는 모양

 

芳與澤其雜糅兮,

방여택기잡유혜, 향기와 악취가 섞여서 풍기더라도

羌芳華自中出.

강방화자중출.아! 아름다운 꽃은 절로 피어나는 것.

紛郁郁其遠承兮,9]

분욱욱기원승혜, 아름다운 향기 물씬물씬 먼 곳까지 이르는 건

滿內而外揚.

만내이외양. 안에 가득차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니

情與質信可保兮,

정여질신가보혜, 충정과 소박함을 진실로 보전한다면

羌居蔽而聞章.

강거폐이문장. 아! 가려져 있지만 그 명성은 빛나리라.

9) 郁郁(욱욱):1.문물(文物)이 융성한 모양. 2.향기가 대단히 나는 모양(이 구절의 뜻)

 

令薜荔以爲理兮,10]

영벽려이위리혜, 벽려로 하여 이 마음을 설명하게 하려 해도

憚擧趾而緣木.

탄거지이연목. 발을 들어 나무에 타기 겁난다.

因芙蓉而爲媒兮,11]

인부용이위매혜, 연꽃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하려 해도

憚蹇裳而濡足.

탄건상이유족. 옷을 걷고 들어갔다 발을 더러운 물에 적실까봐 겁나는구나.

10)薜荔(벽려)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만목(常綠蔓木) 산과 들에 저절로 나는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함11)芙蓉(부용): 연(蓮)의 이칭(異稱)

 

登高吾不說兮,

등고오불열혜, 높이 오르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고

入不吾不能.

입불오불능. 속세의 흐름을 따름도 나는 할 수 없으니

固朕形之不服兮,

고짐형지불복혜, 진실로 나는 본시 성품이 너무 곧아서

然容與而狐疑.12]

연용여이호의. 주저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네.

12)狐疑(호의): 의심(疑心)하여 결정(決定)하지 못함 또 그 사람

 

廣遂前畫兮,

광수전화혜, 이전의 성스러운 업적 길이 따르고저

未改此度也.

미개차도야.아직도 이러한 태도 바꾸지 않았으니

命則處幽吾將罷兮,

명칙처유오장파혜, 이것이 운명이거니 홀로 떨어져 지내며

願及白日之未暮.

원급백일지미모.곧 이 내 목숨 다하겠지만 저 해가 저물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獨焭焭而南行兮,13]

독경경이남행혜, 홀로 외로이 남녘으로 가네.思彭咸之故也.사팽함지고야. 팽함(彭咸)의 옛 일 생각하노라.

13)焭焭(경경): 외로운 모양

 





동국대(경주) 교정, 최세화교수 글씨

경주 동국대학교 부근 석장사에서 발굴된 임신서기석 기념비 

아래 글 내용은 한문 구조가 아니라 우리말 순서임.

 

壬申誓記石銘

임신서기석명 

 
壬申年 六月 十六日 二人幷誓記
임신년 6월16일 두 사람이 함께 맹세하여 기록한다
 
天前誓
하느님 앞에 맹세한다
 
今自三年以後 忠道執持 過失無誓
지금부터 3년 이후 충도를 집지하고 과실이 없기를 맹세한다
 
 
若此事失 天大罪得誓
만약 이 일을 어기면 하느님에게 큰 죄를 얻을 것을 맹세한다
 
若國不安 大亂世 可容行誓之
만약 나라가 불안하고 크게 어지러운 세상이면 가히 용납되게 행동할 것을 맹세한다
 
又別先 申未年 七月二二日 大誓
또 따로 먼저 신미년 7월 22일 크게 맹세하였다
 
詩尙書禮傳倫得誓三年
시경 상서 서전 예기 좌전을 차례로 습득할것을 맹세하되 3년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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