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서惜誓

-맹세한 것을 애석해하다

[참고]

왕일(王逸)은 이 작품이 가의(賈誼)의 작품으로, 제목 ‘惜誓’는

‘약속하였는데 그 어긴 것을 슬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였다.

‘惜誓’의 題意는 그에 의하면 ‘惜者 哀也. 誓者 信也, 約也.’라고 하였는데, 희왕이 자기와의 약속을 어긴 것을 애통해하는 줄거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王夫之는 屈原의 작품임을 의심치 않았는데, 그가 죽기로 맹세하고 있는 것을 애석히 여긴다고 풀이하였다.

그 내용을 3단으로 나누어보면 첫 번째가 연로하지만 결백을 가지고 선인이 되더라도 고향에의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고, 두 번째는 소인에게 고향이 지배되고 세상이 혼탁한 것을 한탄하고 상심해하는 노래이다. 마지막으로는 좋은 때에 出仕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멀리하겠다는 의지를 노래한 내용이다.

[제1단]굴원이 지켜온 평생의 언행

惜余年老而日衰兮, 歲忽忽而不反.

登蒼天而高擧兮, 歷衆山而日遠.

내가 나이들어 날로 쇠하는 것도 안타까운데

세월이 어느덧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는구나.

푸른 하늘에 올라가 높이 떠 있으면서

많은 산을 지나 날마다 멀어져 가니

觀江河之紆曲兮,1] 離四海之霑濡.2]

攀北極而一息兮, 吸沆韰以充虛.3]

장강의 굽은 구석을 바라보기도 하며

사해의 출렁이는 것을 지나기도 하였네.

북극에 올라가서 쉬고

이슬을 마시면서 마음을 채우고,

1)우곡(紆曲) 모퉁이 굽은 구석

2)이(離) : 만나다. 점유(霑濡) : 물에 흠뻑젖다.

3)북극(北極): 북극성. 여기서는 진리 則 屈原에게 있어서는 정의로움(正義)의 精髓.

충하(充虛) : 공허한 마음을 채우다. 즉 외로움 또는 상실감을 채우다.

飛朱鳥使先驅兮,4] 駕太一之象輿.5]

붉은 새를 날려서 앞서 달리게 하여

태일의 수레를 끌어 달리게 하였다.

4)주조(朱鳥) 남방의 성좌 이름.

5)태일(太一) : 우주의 본체. 天地創造를 위한 力動的이고 狂亂에 가까운 生成과 消滅

그리고 움직이고 정지하는 무한한 반복의 氣運. 상여(象輿) : 신상(신상 ; 코끼리)의 수레.

蒼龍呦虯於左驂兮,6] 白虎騁而爲右騑.

建日月以爲蓋兮, 載玉女於後車.7]

창룡이 꿈틀꿈틀 좌의 곁말이 되고

백호가 내달려 우의 곁말로 되어

해와 달로 덮개를 삼고

옥녀를 뒷수레에 태우기도 하였다.

6)유규(呦虯) : 용이 꿈틀거리며 가는 모양. 좌참(左驂) : 왼쪽 말.

7)玉女 : 선녀.

馳騖於杳冥之中兮, 休息嫭崑崙之墟.

樂窮極而不厭兮, 願從容虖神明.8]

캄캄한 속으로 힘차게 달려

곤륜삼터에 쉬나니

즐거움이 극에 이르러도 만족하지 않는 것은

신명나게 노닐고 싶기 때문이다.

8)從容 : 유희. 노닐다. 즐기다.

涉丹水而駝騁兮,9] 右大夏之遺風.10]

黃鵠之一擧兮, 知山川之紆曲,

再擧兮堵天地之圜方.11]

단수를 건너서 세차게 내달리니

대하의 유풍이 오른쪽에 보이고

고니가 한 번 날아오르니

산천의 구석마다 알 수 있으며

두 번 오르면 천지의 둥글고 모난 것까지도 보게 되는구나.

9)丹水 : 적수. 곤륜산에서 나온다는 물. 駝騁 : 세차게 빠르고 강력하게 몰아치다.

10)大夏 : 중국의 서북방에 있었다는 나라.

11)圜方 : 둥글고 모난 것.

臨中國之衆人兮, 託回飇乎尙羊.12]

乃至少願之野兮,13] 赤松王喬皆在芳,

나라의 중앙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회오리바람에 의탁하여 배회하기도 하였고,

소원의 들판에 다다라

옆에 있는 적송자와 왕자교는

12)회오리바람에 의지하여 건 듯 날아 배회한다. 尙羊 : 노닐다. 배회하다.

13)少原 : 선인이 산다고 하는 곳.

二子擁瑟而調均兮14] 余因稱乎淸商.15]

澹然而自樂兮,16] 吸衆氣而蠔翔.17]

念我長生而久僊兮,18] 不如反余之古鄕.

가야금을 안고서 음률을 가다듬고

나는 청상곡을 맞추었네.

깨끗한 마음으로 즐거워 하며

뭇 기운을 마시고 높이 올라서

장생하여 오래 신선이 되고 싶지만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14)二子 : 적송자와 왕자교. 調均 : 음률을 조화하다.

15)稱 : ...에 맞추다. 淸商 : 청상곡.

16)마음을 깨끗이 스스로 즐긴다.

17)衆氣 : 조하, 정양 항해 등 여러 천지의 기. 滈翔(호상) ; 높이 날다.

18)久僊 : 오래도록 신선이 되다.

[제2단] 혼탁한 세상에 대한 한탄과 자신에 대한 자책

黃鵠後時 而寄處兮,19]

鴟梟羣而制之. 20]

고니가 좋은 때를 잃고 머무르니

올빼미가 무리지어 공격하고 억압하는구나.

19)後時 ; 좋은 때를 잃다.

20). 鴟梟(치효) : 올빼미

神龍失水而陸居兮, 爲螻蟻之所栽.

夫黃鵠神龍猶如此兮, 況賢者之逢亂世哉.

신룡이 물을 잃고 땅에서 살아가니

땅강아지와 개미들이 못살게 괴롭히는구나.

고니와 신룡이 이와 같은데

현인께서 난세에 겪는 일이야 어떠하리요!

壽冉冉而日衰兮, 固儃回而不息.21]

俗流從而不止兮, 衆枉聚而矯直.22]

수명이 점점 다하여 날로 쇠잔하면서도

진실로 그대들은 머뭇거려 쉬지도 않고 아첨만 하는 구나.

속된 풍조를 쫓아 그치지 않으니

뭇 사악한 무리가 모여서 정직한 사람을 못 쓰게 만드네.

21)儃回(천회) : 머뭇거리다. 배회하다. ‘나이는 점점 먹어 날로 쇠퇴해지는데,

진실로 그대들은 머뭇거리면서 아첨이나 하면서 쉬지도 못하누나.’

22)뭇 사악한 무리가 모여서 정직한 사람을 고치려 한다.

或偸合而苟進兮, 或隱居而深藏.

苦稱量之不審兮,23] 同權槩而就衡.24]

어떤 이는 투합하여 구차하게 나아가고

어떤 이는 은거하여 깊이 숨는데

무게와 분량을 다는 기구를 잘 알지 못하고

저울추와 평미레를 똑같이 보고서 저울대에 달고 있구나.

23)稱 : 무게를 다는 저울. 量 : 많고 적음을 다는 기구. 不審 : 잘 알지 못하다. 무게와 분양을 다는 기구를 잘 알지 못함을 괴로워한다. ‘ 이것은 굴원이 당시의 조정의 상황을 비유한 표현으로써 왕이 사람을 등용함에 있어 그 옥 석을 가리지 못함을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신하들의 간언의 옳고 그름과 그 효용과 가치적인 측면을 구별하지 못하고 되려 옳지 않거나 전혀 무가치한 언사를 일삼는 자들을 등용하는 세태를 한탄하는 말이다.

24)權槩(권개) ; 저울의 추와 말의 평미레. 權衡(권형) : 저울의 추와 저울대. ‘저울추와 평미레를 똑같이 보고서 저울대에 달다. ’ 이것은 註 23번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표현이다. 즉 무게와 부피를 구분하는 도구를 혼용하듯이, 어진 신하를 구분 못하는 임금의 처사를 비유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하의 陳言의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구별하고자 하는 왕 자신의 內在的 기준(基準)과 가치관 또는 국가관마저 애매모호(曖昧模糊) 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或推迻25]而苟容兮,26] 或直言之嶽諤諤.27]

傷誠是之不察兮, 並紉茅絲以爲索.28]

어떤 이는 속세를 따라 어울리며 구차하게 영합하고

어떤 이는 두려워 않고 바른말을 하기도 하네.

바르게 살피지 못함이 진실로 애가 타니

띠와 실을 섞어서 새끼줄로 삼을거나.

26)推迻(추이) : 속세를 따라 움직이다. 즉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절개를 꺽고

충직함을 저버리고 세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면서 시류에 편승함을 의미한다.

27)苟容 : 구차하게 영합하다.

28)諤諤(악악) : 두려워 하거나 꺼리는 일이 없이 사실대로 바르게 말하는 모양. 직언하는 모양.

方世俗之幽昏兮, 眩黑白之美惡.29]

放山淵之龜玉兮,30] 相與貴夫礫石.31]

梅伯數諫而至醢兮,32] 來革順志而用國.33]

때마침 세상이 어두워서

흑백을 구분 못 하듯 선악을 전혀 모르고 있네.

산과 연못의 옥과 거북을 버리고

자갈돌을 서로 귀히 여기니,

매백이 자주 간하다가 소금에 절여겼고

내혁이 간신으로 처신하여 등용되고 말았네.

29)흑 백의 예쁘고 추함을 잘 모른다. 즉 사람의 선과 악 또는 그(왕)가 듣는 언사들의 진 위를 구별 못한다.

다시 말하면 충성스럽고 진정 국가를 위하는 신하와 그렇지 않은 신하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의미.

30)放 : 버리다. ‘곤산의 옥과 대택의 거북을 버리다.’

31)서로 더불어 저 자갈들을 귀하게 여긴다.

32)梅伯 : 인명 至醢 : 소금에 절이다. 고대 중국의 나라들에 있던 형벌의 일조.

33)來革 : 인명 殷의 마지막 왕으로서 周나라의 간신이었다.

悲仁人之盡節兮, 反爲小人之所敗.

比干忠諫而剖心兮, 箕子被髮而祥狂.

水背流而源竭兮, 木去根而不長.

비인은 사람으로 절개를 다했건만

도리어 소인배에게 패배 당했네.

비간이 충간하다가 가슴이 도려내졌고

기자는 머리 묶고 미치광이 노릇 하였으니,

물이 거꾸로 흘러 샘이 말랐고

나무는 뿌리가 빠져서 자라지 못하고 있네.

非重軀以慮難兮,34] 惜傷身之無功.

자신의 몸만을 중히 여기고 나라의 재난을 걱정하지 않으니,

이 몸은 아무 공로도 없이 애만 끓이네.

34) 水背流 : 물이 거꾸로 흐르다. ‘자신의 몸만을 중히 여기고 나라의 내난을 걱정하지 않다.’

[제3단]현성(賢聖)의 출현을 기다림

已矣哉!

獨不見夫鸞鳳之高翔兮, 乃集大皇之埜.35]

循四極而回周兮,36] 見盛德而後下.

아! 끝났도다.

봉황새가 높이 날아다니는 것은 보이지 않고

황폐한 들판에 모여 있네.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훌륭한 덕을 지닌 임을 만나서 내려가리니,

35)大皇之埜(대황지야) : 크게 황폐한 들판.

36)四極 : 사방 回周(회주) : 두루 돌아 다니며 둘러 보다.

彼聖人之神德兮, 遠濁世而自藏.

使麒麟可得覊而係兮,37] 又何異嘑犬羊!38]

저 성인의 성덕을 가진 분이

흐린 세상을 멀리하여 스스로 숨어 계시니,

기린이 얽매이어 갇힌다면

개와 양과 다를 바 무엇이리요.

37)기린이 매이어 갖힌다면, 여기서 기린은 충신이나 뛰어난 인재를 가리킨다.

38)또 어찌 개와 양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앞 구절의 기린과 상반되는 의미로써 간신들이나

어려운 나라의 세태를 보고도 이를 외면하고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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