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제목을 보면 은둔한 이가 산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자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실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생사를 고민하는 굴원의 갈등과 번뇌가 구체화되어 있다. 대뜸 태복을 찾는 데서 기구(起句)하여 태복과의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번뇌를 털어 놓는 것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결구(結句)를 태복의 말로 마무리한다. 기서결이 분량면에서도 긴박감 있는 구성을 취하였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쓰나미 속에서도 고 최진실의 자살은 우리사회의 톱뉴스를 차지했다. 우울증에 악플이 그녀의 행위를 부추킨 걸로 그녀의 죽음을 설명한다. 그제는금품수수 혐의로 이달 초 사직한 김영철 사무차장이 자살한 가운데 국무총리실이 10일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충격도 컸다고 뉴스는 전한다.

잇달은 죽음을, 궤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이름을 딴 ‘베르테르효과’ 라고 한다. 개인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가 없는가는 별개로 치고, 자살이 치욕을 보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의 승리를 믿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생명은 석가모니(釋迦牟尼B.C.561-B.C.480) 부처님의 말씀처럼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한 것이며, 예수님도 “너희가 천하를 얻는다 하더라도 네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라고 갈파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지만 생명에 관한 한, 기원전 500년경, 또는 서력기원을 만든 2,008년 전의 성인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게 된다.

단오절의 유래에서 우리는 굴원(屈原B.C.343-B.C.299)이 강물에 투신자살힌 것을 이야기 하는데, 여기 소개하는 <복거>에는 불신과 치욕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세속적 삶과 순수지향의 고매한 삶과의 갈등이 극대화되어 있다.

공자(孔子B.C.551-B.C.479) 말씀처럼 오늘 닥칠 일도 모르면서 앞날, 사후의 세계 등 미래를 점친다는 것은 통계에 의한 허구일 뿐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초래한 전세계를 휩쓰는 작금의 세계 시장경제의 위기처럼 상황의 변화 등, 통계대로 되지 못하는 변수는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저명한 태복 첨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자[尺]에도 짧은 것이 있고

치[촌寸]에도 긴 것이 있으며

사물에도 부족한 것이 있고

지혜에도 밝지 못한 것이 있고,

운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정신에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거늘,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행하면 되나니,

거북과 점풀인들 진실로 세상일을 다 알 수는 없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기본적인 명제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키에르케고르 방식의 선택의 문제로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수렴된다.

 

 

복거卜居 :어떻게 살 것인가?

-굴원(屈原B.C.343-B.C.299)

 

屈原旣放三年, 不得復見,

竭知盡忠,1] 而蔽鄣於讒,2]

心煩慮亂,3] 不知所從,4]

往見太卜 5] 鄭詹尹.6]

굴원이 이미 쫓겨난 지 삼년이 지났는데 다시 만나 뵈지 못하니,

지혜를 다 쓰고 충성을 다하고자 하나 참소로 가리고 막혀 있어서

마음이 괴롭고 생각이 어지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지라,

태복 정첨윤을 가서 만나 보았다.

1)지혜를 다하고 충성을 다하다. 2)蔽鄣於讒; 참소 에 가리고 막히다.

3)마음이 괴롭고 생각이 어지럽다. 4)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5)太卜; 복점을 관리하는 관리. 6)鄭詹尹; 人名.

 

曰.. 余有所疑, 願因先生決之.7]

詹尹乃端策 拂龜,8]

말하기를,

‘나는 의심되는 바가 있으니 원컨대 선생께서 그것을 풀어주시오.’라 하니

첨윤은 이내 점풀을 바르게 잡고 거북의 구갑을 털었다.

7)원컨대 그것을 풀어주오.    8)端策; 점풀을 바르게 잡다.

 

曰.. 君將何以敎之?

말하기를, ‘당신은 어떻게 일러줄거나?’

 

屈原曰.. 吾寧悃悃款款,9] 朴以忠乎? 10]

將送往勞來, 斯無窮乎? 11]

굴원이 말하기를,

‘나는 차라리 정성을 다하여

소박하면서 성실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가는 건 보내고 오는 건 수고로이 받아

적당히 처신하며 무사하게 살 것인가?

9)悃悃款款(곤곤관관); 매우 정성을 기울이는 모양.

10)朴; 질박하다. 11)無窮(무궁); 고생하지 않는다.

 

寧誅鋤草茅,12] 以力耕乎?

將游大人, 以成名乎?

차라리 띠풀을 호미질하며 힘써 밭이나 갈 것인가?

아니면 큰 사람과 어울리며 이름을 낼 것인가?

12)誅鋤草茅(주서초모); 띠풀을 호미질하여 없애다.

 

寧正言不諱, 以危身乎?

將從俗富貴, 以婾生乎? 13]

寧超然高擧, 以保眞乎?

차라리 바른 말하여 거리끼지 않으면서

몸을 위태롭게 할 것인가?

장차 세속의 부귀를 따르며

즐겁게 살 것인가?

아니면 세속을 따라 처신하며

참을 지킬 것인가?

13)婾生(유생):즐겁게 살다.

 

將哫訾栗斯,14]

儒兒,15] 以事婦人乎?

아니면 아첨하고 우물거리며 무서워 떨고

선웃음 치며 아부나 하여 부인을 섬길 것인가?

14)아첨하면서 우물거리며, 무서워 떨다.

15)악이; 억지로 선웃음치는 것. 儒兒; 아첨해서 웃음.

 

寧廉潔正直, 以自淸乎?

將突梯滑稽,16] 如脂如韋,17]

以潔楹乎?

차라리 청렴결백하고 정직하여 스스로 맑게 살 것인가?

아니면 모나지 않고 둥글게 돌아가며 기름같이 가죽같이

부드럽게 살며 문설주나 닦을 것인가?

16)突梯; 각이 없고 원만함. 滑稽; 둥글게 돌아가는 모양.

17)如脂如韋; 기름 같고 가죽같이 부드럽다.

 

寧昻昻若千里之駒乎? 18]

將氾氾若水中之鳧乎? 19]

차라리 우뚝 서서 천리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물 속의 들오리처럼 물에 둥둥 떠다닐까?

18)昻昻; 말이 높이 올라가는 모양. 千里駒; 천리마, 준마.

19)氾氾; 물에 둥둥 뜨는 모양.

 

與波上下, 偸以全吾軀乎? 20]

寧與騏驥亢軛乎? 21]

물결 따라 넘실대며 구차하게 내 한 몸을 지킬까?

차라리 준마와 수레 가로목을 나란히 하여 달릴까?

20)偸(투): 구차하게

21)騏驥(기기); 준마. 亢軛(항액); 수레의 가로목을 높이다.(나란히 달리다.)

 

將隨駑馬之迹乎?

寧與黃鵠比翼乎? 22]

將與雞鶩爭食乎? 23]

아니면 노둔한 말의 자취를 따를까?

차라리 고니와 날개를 나란히 할까?

아니면 닭이나 따오기와 더불어 먹을 것을 다툴까?

22)比翼:날개를 나란히 하다.

23)鷄鶩: 닭과 따오기

 

此孰吉孰凶? 何去何從?

世溷濁而不淸, 蟬翼爲重, 千鈞爲輕.24]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가?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따를까?

세상이 혼탁하여 맑지 않으니

매미 날개는 무겁게 여기고

엄청나게 무거운 물건은 가볍게 여기도다.

24)千鈞; 서른 근이 일균. 매우 무거운 것을 지칭.

 

黃鐘毁棄,25] 瓦釜雷鳴,

讒人高張, 賢士無名.

吁嗟黙黙兮,26] 誰知吾之廉貞? 27]

황종을 버리고 기와나 숫 조각을 울리고

아첨꾼은 높이 떨치고 어진 선비는 이름도 없도다.

아아! 말 아니하겠노라. 누가 나의 청렴과 정절을 알아 주리요?’

25)黃鐘; 12율의 하나. 모든 음의 기본.

26)旴嗟: 탄식의 소리

27)廉貞: 청렴하고 곧은 것

 

詹尹乃釋策而謝, 曰..

夫尺有所短, 寸有所長,

物有所不足, 智有所不明,

數有所不逮,28] 神有所不通,

첨윤이 점풀을 내려놓고 말하였다.

‘자[尺]에도 짧은 것이 있고

치[寸]에도 긴 것이 있으며

사물에도 부족한 것이 있고

지혜에도 밝지 못한 것이 있고,

운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정신에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거늘,

28)數(수); 운명. 逮(체): 미치다. 따라가다.

 

用君之心, 行君之意,

龜策誠不能知事.

당신의 마음으로 당신의 뜻을 행하면 되나니,

거북과 점풀인들 진실로 세상일을 다 알 수는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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