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변 九辯 卷八

霜露慘悽而交下兮, 心尙幸⑴其弗濟⑵,

霰雪⑶雰糅⑷其增加兮, 乃知遭命之⑸將至,

서릿발이 쓸쓸히 엇갈려 내리는데,

마음으로 화가 없기를 바라노라.

싸라기눈이 부슬부슬 어지러이 더 내리는데,

불길한 운수가 곧 닥칠 줄 아노라.

(1) 幸 : 바라다, 희망하다.

(2) 濟 : 성(成). 마음에 아직도화가 없기를 바란다

(3) 霰雪(산설) : 싸라기눈

(4) 雰糅(분유) : 눈이 부슬부슬 어지러이 내림

(5) 나쁜 운명을 당함이 곧 올 줄 알다.

願徼幸⑹而有待⑺兮, 泊莽莽⑻與埜草同死.

願自往而徑游⑼兮, 路壅絶⑽而不通,

다행히도 좋은 일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아득히 먼 데에 있어 들풀과 같이 죽으리라.

곧 가서 뵙고 싶어도,

길이 막혀 끊어져 있지만,

(6) 徼幸(요행) : 운좋다, 다행이다

(7) 有待 : 좋은 일을 만나다

(8) 泊莽莽(박망망) : 아득히 먼 데 머물다

(9) 徑游 : 곧장 가서 만나다

(10) 壅絶(옹절) : 막혀 끊어지다

欲循道而平驅兮,⑾ 又未知其所從,

然⑿中路而迷惑兮⒀, 自壓桉⒁而學誦,

바른길을 따라서 서서히 달려 가리니,

또 어디에서 떠난 줄을 모르고서,

곧 도중에 길을 잃었으니,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고 시를 읊는다.

(11) 올바른 길을 따라서 서서히 달리다.

(12) 然 : 이에, 곧

(13) 迷惑 : 길을 잃다, 머뭇거리다

(14) 壓按(압안) : 자신의 감정, 생각을 억누르다

性愚陋以淺兮,⒂ 信未達乎從容.

성품이 어리석으며 좁고 옅으니,

진실로 나의 의젓한 마음을 알릴 길이 없다.

(15) 褊淺(편천) : 좁고 옅다

竊美申包胥之氣盛兮,⑴ 恐時世之不固,⑵

何時俗之工巧兮, 滅規榘而改鑿,⑶

신포서의 대단한 의기를 찬미하나니,

세상이 더렵혀져 예 같지 않을까 두렵도다.

어찌도 세상이 바르지 않은지

법도를 없애고 멋대로 바꾸도다.

(1) 신포서 : 초나라의 대부

(2) 고 : 같다, 세상이 더럽혀져 예 같지 않을까 두렵다

(3) 규구 : 올바른 법도. 개착 : 마음대로 고치다

獨耿介而不隨兮,⑸ 願慕先聖之遺敎.

處濁世而顯榮兮, 非余心之所樂,

홀로 밝고 바르게 살며 따르지 않으며

성현의 남기시 가르침을 사모하노라.

흐린 세상에서 이름을 드러냄은

내 마음의 기쁨이 아니니,

(5)耿介(경개) : 광명정대

與其無義而有名兮⑹, 寧窮處而守高⑺,

食不婾而爲飽兮, 衣不苟而爲溫⑻,

외롭지 않게 살아서 이름을 날리는니

차라리 어렵더라도 고결을 지키겠으며,

먹는 데 구차히 배부르지 않으며

입는 데 구차히 따뜻함을 바라지 않노라.

(6) 외롭지 않은데 명성을 날리기보다는...

(7) 차라리 어려운 데 처하여 고매함을 지키다

(8) 따뜻함을 구하다

竊慕詩人之遺風兮⑼, 願託志乎素餐⑽,

蹇充倔⑾而無端⑿兮, 泊莽莽而無垠.

無衣裘以御冬兮, 恐溘死⒀不得見乎陽春.

시인의 유풍을 사모하여,

복록에 뜻을 두지 않으니,

아! 옷이 남루하고 단정치 않으니

떠돌아 다니노라.

털옷이 없어 겨울을 막을 수 없으니

홀연히 죽어서 봄을 못 볼까 하노라.

(9) 시경의 시를 지칭 삼가 덕을 닦으며, 시경의 伐檀 같은 시를 즐긴다

(10) 소찬 : 하릴없이 먹는 밥

(11) 충굴 : 옷이 남루함

(12) 무단 : 단정하지 않음

(13) 합사 : 갑자기 죽다

靚杪秋之遙夜兮,⑴ 心繚悷而有哀,(2)

春秋逴逴而日高兮,⑷ 然惆悵而自悲.

늦가을의 긴 밤을 보노라니

마음이 수심에 어려 슬퍼지누나.

봄가을이 바뀌어 해는 높은데

이 마음 괴로워 슬프기만 하도다.

(1) 杪秋(초추) : 末秋, 늦가을 遙夜 : 긴 밤.

(2)繚悷(요려) : 근심 어린 마음에 싸여 있다

(4) 逴逴 : 멀다. ‘나이가 점점 들어 아득히 기울다’

四時遞來而卒歲兮⑸, 陰陽不可與儷偕.

白日晼晼⑹其將入兮, 明月銷鑠而減毁,

사계절이 바뀌어 한 해가 저무니

음과 양의 한서를 함께 누릴 수 없도다.

밝은 해가 뉘엿 지려 하고

밝은 달이 이지러 사그러지니,

(5) 遞來(체래) : 바꾸어서 오다

(6) 睕睕(완완) : 해가 서산에 지는 모양

歲忽忽而遒盡兮, 老冉冉而愈弛⑺.

心搖悅而日幸兮.⑻ 然怊悵而無冀.⑼

세월은 문득 저무는데 나이가 들어

늙으니 정신이 흐릿하도다.

마음이 산란하면서도 날마다 뵙기를 바라나니,

믿을 수 없으니 바라지 않네.

(7) 逾弛(유이) : 점점 흐릿해지다. ‘나이 들어 점점 늙어지니 정신이 흐릿하다’

(8) 搖悅(요열) : 마음이 산란하고 놀라다

(9) 怊悵(초창) : 믿지 못하여 슬퍼함

中憯惻⑽之悽愴兮, 長太息而增欷⑾.

年洋洋⑿以日往兮, 老료廓⒀而無處,

事亹亹⒁而覬進兮, 蹇淹留而躊躇.

마음이 아프고 슬프니

긴 탄식만 더하는 구나.

세월이 물같이 빨리 가니

늙고 쓸쓸하여 마음 둘 곳 없으며,

일이 잘되어 뵙기를 바라지만,

아! 머물러 있으려 해도 머뭇거리는구나.

(10) 憯惻(참측) : 마음이 상하고 아프다

(11) 增欷(증희) : 거듭 탄식하다

(12) 洋洋 : 물 흐르는 모양

(13) 요廓 : 텅 비다, 허전하다

(14) 亹亹(미미) : 일이 잘 진척되다

何氾濫之浮雲兮,32] 猋壅蔽此明月,33]

忠昭昭而願見兮,35] 然霠皚而莫達. 36]

어찌 뭉게뭉게 떠가던 구름이

갑자기 이 밝은 달을 덮었는가.

충심으로 밝게 뵙고 싶지만

구름이 끼고 날이 어두워 전할 수가 없도다.

32)氾濫: 물이 흘러 넘친다. 여기서는 뜬구름이 뭉게뭉게 떠가는 모양을 말한다.

33)(표): 빠르다. 순식간에. 壅蔽(옹폐): 덮어 버리다.

35)昭昭: 빛나다. 밝다.

36)皚: 구름 끼어 날이 어둡다.

願皓日之顯行兮,37] 雲蒙蒙而蔽之.38]

竊不自聊而願忠兮,39] 或黕點而汙之,40]

밝은 해가 떠가는데

구름이 어둑어둑 덮여 있도다.

스스로 돌아보아 충성하지 않았으나

때로는 더러운 먼지로 더러워졌음이로다.

37)顯行: 밝게 떠가다. 운행하다.

38)蒙蒙: 햇빛이 밝지 않음. 어둑어둑.

39)自聊: 스스로를 생각하다. 자신을 돌보다.

40)點: 더러운 것. 찌꺼기. 더러운 먼지

堯舜之抗行兮,41] 瞭冥冥而薄天.42]

何險巇之嫉妬兮,43] 被以不慈之僞名.44]

요순임금의 고결한 언행은

그 언행이 원대하여 하늘에 닿았는데,

나는 어찌하여 음험한 질투를 받아

어질지 못하다는 거짓 죄명을 뒤집어썼는가?

41)抗行: 고행. 고결한 언행.

42)瞭冥冥: 언행이 고결함. 원대함. 언행이 고결하여 하늘에 이르다.

43)險: 질투하는 마음이 음험하다.

44)僞名: 어질지 못하다는 거짓 죄명을 덮어쓰다.

彼日月之照明兮, 尙黯黮而有瑕,45]

何況一國之事兮, 亦多端而膠加.46]

저 해와 달이 밝게 비치는데

또한 구름이 검게 끼어서 티가 있거늘,

하물며 한나라의 일에 있어서는

많은 실마리가 얽혀 있도다.

45)黯黮: 구름이 검게 낀 모양. 또한 구름이 검게 끼어서 티가 있도다.

46)膠加: 뒤섞이다. 얽히다. 많은 실마리가 얽혀 있다.

被荷裯之晏晏兮,47] 然潢洋而不可帶.48]

旣驕美而伐武兮,49] 負左右之耿介.

부드러운 연꽃 홑옷을 입었으나

몸에 맞지 않아서 허리를 맬 수 없도다.

뽐내며 무영을 자랑하여

좌우 사람의 충성을 저버리고서

47)荷裯: 연꽃으로 만든 홑옷. 晏晏: 부드러운 모양.

48)潢洋: 흐트러져 몸에 맞지 않음. 不可帶: 허리를 맬 수 없다. 부드러운 연꽃 홑옷을 걸쳤으나 몸에 맞지 않아 허리를 맬 수 없다는 뜻.

49)伐武: 武勇을 뽐냄.

憎慍惀之修美兮,50] 好夫人之慷慨.51]

衆踥蹀而日進兮,52] 美超遠而逾邁,53]

깊고 온화하며 아름다운 마음을 싫어하고

남의 실속없는 허풍을 좋아하도다.

소인들은 당당히 걸어나가서 날마다 출세하는데

현인은 멀리 버림받아 멀어만 가네.

50)慍惀: 마음이 깊고 온화함.

51)慷慨: 여기서는 실속없이 큰소리치는 것.

52)蹀: 걸어서 나가는 것. 소인들은 당당히 걸어서 날마다 출세하는데...

53)美: 현사. 현인은 멀리 버림받아 멀어만 가네. 逾邁: 멀리 떠나가다.

農夫輟耕而容與兮,54] 恐田野之蕪穢,55]

事緜緜而多私兮,56] 竊悼後之危敗,

농부는 밭갈이를 그만두고 느긋해 하니

밭이 황폐할까 두려워하고,

일은 끊임없는데 사리가 많으니,

이후에 나라가 위태로워질까 두렵도다.

54)輟耕: 농사짓는 일을 그만두다.

55)蕪穢: 논밭이 거칠고 잡초가 많음.

56)緜緜: 끊이지 않고 이어짐.

世雷同而炫曜兮,57] 何毁譽之昧昧,58]

今修飾而窺鏡兮,59] 後尙可以竄藏.60]

세상이 부화뇌동하여 밝게 드러나고

어찌하여 명예를 어둡게 헐뜯는 건가?

이제 나는 잘 다듬어 거울을 엿보고서

이후에 도망가 숨어 지내리라.

57)炫曜: 밝게 비침.

58)昧昧: 어두운 모양.

59)窺鏡: 거울을 들여다보다.

60)竄藏: 도망가서 숨다.

願寄言夫流星兮, 羌儵忽而難當, 61]

卒壅蔽此浮雲兮, 下暗漠而無光.

유성에 말을 붙이고 싶지만,

아! 홀연히 만나기 어렵구나.

마침내 이 뜬구름이 덮여 있으니

어두워져서 빛을 잃었도다.

61)아! 급히 날아가니 만나기 어렵도다. 원컨대 유성에 말을 붙이고 싶지만...

堯舜皆有所擧任兮 故高枕而自適

諒無怨於天下兮 心焉取此怵惕

요임금과 순임금은 모두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할 수 있어서

안심하고 마음가는 대로 유유히 살아갈 수 있었네

나는 진실로 세상 사람들과 원한을 맺은 일이 없건만

왜 이다지도 가슴이 뛰고 답답한가

승騏驥之瀏瀏兮 馭安用夫强策

諒城郭之不足恃兮 雖重介之何益

민첩한 천리마를 타고

몰아갈 때 어찌 힘껏 채찍질을 할 필요가 있으리요

진실로 성채가 적을 막아낼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면

비록 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가린들 무슨 이득이 있으리요

邅翼翼而無終兮 忳惛惛而愁約

生天地之若過兮 功不成而無効

나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하여서 일을 맺고 끊지 못하고

근심하느라 마음이 어지러워서 무척 고통스럽네

인생살이는 (화)살처럼 빨라서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네

願沈滯而不見兮 尙欲布名乎天下

然潢洋而不遇兮 直怐무而自苦

초야에 묻혀 살면서 드러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고 싶은 욕망도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었네

그러나 살 날이 구만리 같건만 나를 알아주는 임을 만나지 못하고

다만 주위에는 어리석은 이들만 있으니 속마음이 괴로울 뿐이네

莽洋洋而無極兮 忽翶翔之焉薄

國有驥而不知승兮 焉皇皇而更索

끝없이 넓디넓은 이 하늘가

그 어디에 문득 떠나가 이 몸 깃들 곳 있으리요

나라에 (이미) 준마가 있거늘 (그것을) 탈 줄을 모르고

어찌하여 두리번거리며 다시 (다른 것을) 찾는단 말인가

寧戚謳於車下兮 桓公聞而知之

無伯樂之善相兮 今誰使乎譽之

영척이 수레 가에서 노래를 부르자

제나라 환공은 대뜸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보았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이제 그 누가 나의 재주를 기리겠는가?

罔流涕以聊慮兮惟著意而得之

紛純純之願忠兮妬被離而鄣之

멍하니 한참을 눈물 떨구다가

곰곰이 생각하여 마음을 추슬렀네

오직 임에 대한 충성스러운 마음을 보이려고 하지만

나의 재주를 시기하는 자들이 여기저기에서 그 길을 막네

[亂曰]

願賜不肖之軀而別離兮

放游志乎雲中

승精氣之摶摶兮鶩諸神之湛湛

[亂曰]

못난 이 몸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바랬지만

결국 임과 이별하게 되어

(명산대천을) 마음대로 노닐어도 [마음은 임 계신 그곳에 있네.]

해와 달의 정기를 타고

천지신명의 자취를 좇네

驂白霓之習習兮歷羣靈之豐豐

左朱雀之茇茇兮右蒼龍之躣躣


하얀 용을 곁말로 삼아서 타고

뭇 영령들을 두루 만나 보네

왼쪽에는 퍼덕이는 붉은 봉황을 거느리고

오른쪽에는 꿈틀대는 푸른 용을 거느렸네

屬雷師之闐闐兮通飛廉之衙衙

前輊輬之鏘鏘兮後輜승之從從

천둥의 신과 이야기하고

바람의 신과 이야기하네

작은 수레를 앞세우고

큰 수레가 뒤를 따르네

載雲旗之委蛇兮 扈屯騎之容容

計專專之不可化兮 願遂推而爲臧

구름을 깃발로 삼고

수많은 수레와 기마의 호위를 받네

내가 마음 쓰는 것은 오로지 하나 변함이 없으니

마음먹은 대로 좋은 일을 하길 바라네

賴皇天之厚德兮 還及君之無恙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기원하나니

부디 우리임에게 우환이 없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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