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건 사관(史官)의 직필(直筆)


연산 030 04/07/12(병오) / 김일손·허반을 잡아들여 《성종실록》의 권 귀인과 윤 소훈의 일을 캐묻다

○傳曰: “其令兼司僕將, 率兼司僕等, 出 建陽門 外, 圍把 延英門 賓廳 等處, 禁人出入。”

또 전교하기를,
“겸사복장(兼司僕將)에게 명해서 겸사복(兼司僕) 등을 거느리고 건양문(建陽門) 밖으로 나가, 연영문(延英門) 빈청(賓廳) 등처를 에워싸고 파수를 보면서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하라.”하였다.
義禁府郞廳
洪士灝 金馹孫 繼至, 命義禁府拿致 許磐

의금부 낭청(義禁府郞廳) 홍사호(洪士灝)가 김일손(金馹孫)을 끌고 들어오자, 의금부에 명하여 허반(許磐)을 잡아오게 하였다.

時, 馹孫 以戶曹正郞丁母憂, 服闋以風疾居 慶尙道 淸道郡 , 權知承文院副正字在官。

이때에 일손이 호조 정랑(戶曹正郞)으로 모친상을 당했는데, 복(服)을 벗자 풍병이 생겨 청도군(淸道郡)에서 살고 있었으며, 허반은 권지 승문원 부정자(權知承文院副正字)로 관에 있었다.

上御 修文堂 前門, 尹弼商 盧思愼 韓致亨 柳子光 愼守勤 、注書 李希舜 入侍。
상이 수문당(修文堂) 앞 문에 납시니, 윤필상(尹弼商)·노사신(盧思愼)·한치형(韓致亨)·유자광(柳子光)·신수근(愼守勤)과 주서(注書) 이희순(李希舜)이 입시하였다.

命進 馹孫 于座前, 傳曰: “汝於 《成宗實錄》 世祖 朝事, 其直言之。”

명하여 일손을 좌전(座前)으로 나오게 하고, 전교하기를,
“네가 《성종실록(成宗實錄)》에 세조조의 일을 기록했다는데, 바른 대로 말하라.”하니,

馹孫 曰: “臣何敢隱? 臣聞, 權貴人 德宗 後宮, 而 世祖 嘗召之, 權氏 不奉旨, 臣書此事。”

일손이 아뢰기를,
“신이 어찌 감히 숨기오리까. 신이 듣자오니 ‘권 귀인(權貴人)은 바로 덕종(德宗)의 후궁(後宮)이온데, 세조께서 일찍이 부르셨는데도 권씨가 분부를 받들지 아니했다.’ 하옵기로, 신은 이 사실을 썼습니다.”하였다.
傳曰: “聞諸何人?”

전교하기를,
“어떤 사람에게 들었느냐?”하니,
馹孫 曰: “所傳聞之事, 史官皆得以記, 故臣亦書之。 所聞處恐不當下問也。”

일손이 아뢰기를,
“전해 들은 일은 사관(史官)이 모두 기록하게 되었기 때문에 신 역시 쓴 것입니다. 그 들은 곳을 하문하심은 부당한 듯하옵니다.”하였다.
傳曰: “
《實錄》 當直筆, 豈宜妄書虛事? 所聞處其直言之。”

전교하기를,
“《실록》은 마땅히 직필(直筆)이라야 하는데, 어찌 망령되게 헛된 사실을 쓴단 말이냐. 들은 곳을 어서 바른 대로 말하라.”하니,

馹孫 曰: “史官所聞處, 若必問之, 竊恐 《實錄》 廢也。”
일손이 아뢰기를,
“사관이 들은 곳을 만약 꼭 물으신다면 아마도 《실록》이 폐하게 될 것입니다.”하였다.
傳曰: “其書必有情, 所聞亦必有處, 其亟直言。”

전교하기를,
“그 쓴 것도 반드시 사정이 있을 것이고 소문 역시 들은 곳이 꼭 있을 것이니, 어서 빨리 말하라.”하니,

馹孫 曰: “古史有曰先是者, 有曰初云者, 故臣亦敢書先朝事。 其所聞之處, 則貴人姪 許磐 也。”
일손이 아뢰기를,
“옛 역사에 ‘이에 앞서[先是]라는 말도 있고, 처음에[初]’라는 말이 있으므로, 신이 또한 감히 전조(前朝)의 일을 쓴 것이오면, 그 들은 곳은 바로 귀인(貴人)의 조카 허반(許磐)이옵니다.”하였다.
傳曰: “汝之出身不久, 以
世廟 事, 書 《成宗實錄》 , 其意云何?”

전교하기를,
“네가 출신(出身)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세조의 일을 《성종실록》에 쓰려는 의도는 무엇이냐?”하니,

馹孫 曰: “所傳聞之事, 左丘明 皆書之。 故臣亦書之。”
일손이 아뢰기를,
“전해 들은 일을
좌구명(左丘明)이 모두 썼으므로 신도 또한 썼습니다.”하였다.

傳曰: “日者上疏, 請復 昭陵 者何也?”

전교하기를,
“전번에 상소하여 소릉(昭陵)을 복구하자고 청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하니,


馹孫 曰: “臣出身 成宗 朝, 於 昭陵 有何情乎? 第觀 《國朝寶鑑》 ,

일손이 아뢰기를,
“신이 성종조에 출신하였으니, 소릉(昭陵)에 무슨 정이 있으리까. 다만 《국조보감(國朝寶鑑)》을 보오니,

祖宗不絶 王氏 , 又置 崇義殿 , 俾奉其祀。 至於 鄭夢周 子孫, 亦得保首領,

조종(祖宗)께서 왕씨(王氏)를 끊지 아니하고, 또 숭의전(崇義殿)을 지어 그 제사를 받들게 하였으며, 정몽주(鄭夢周)의 자손까지 또한 그 수령(首領)을 보전하게 하였으니,

此皆祖宗美德, 當傳之萬世者。 人君之德, 莫加於仁政, 請復 昭陵 者, 欲君上行仁政也。”

이는 모두가 조정의 미덕으로서 당연히 만세에 전해야 할 것입니다. 임금의 덕은 인정(仁政)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소릉(昭陵)을 복구하기를 청한 것은, 군상(君上)으로 하여금 어진 정사를 행하시게 하려는 것입니다.”하였다.

傳曰: “其書 權氏 事也, 必有共議之人, 其言之。”
전교하기를,
“그 권씨의 일을 쓸 적에 반드시 함께 의논한 사람이 있을 것이니, 말하라.”하니,
馹孫 曰: “國家設史官者, 重史事也。 臣欲供職, 敢書之。

일손이 아뢰기를,
“국가에서 사관(史官)을 설치한 것은 사(史)의 일을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므로, 신이 직무에 이바지하고자 감히 쓴 것입니다.

然若此重事, 安敢與人議之? 臣旣輸情, 請獨死之。”

그러하오나 이같이 중한 일을 어찌 감히 사람들과 의논하겠습니까. 신은 이미 본심을 다 털어 놓았으니, 신은 청컨대 혼자 죽겠습니다.”하였다.
傳曰: “爾又書
德宗 昭訓尹氏 事, 聞諸何處乎?”

전교하기를,
“네가 또 덕종(德宗)의 소훈 윤씨(昭訓尹氏) 사실을 썼다는데, 그것은 어디에서 들었느냐?”
하니,

馹孫 曰: “此亦聞諸 也。”

일손이 아뢰기를,
“이것 역시 허반에게서 들었습니다.”하였다.
傳曰: “何時、何處, 與何人共聞乎?”

전교하기를,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느 사람과 함께 들었느냐?”하니,
馹孫 曰: “所聞日月及處所, 則不能追憶。

일손이 아뢰기를,
“들은 월일이나 장소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然如此重事, 豈敢與雜人言之? 臣實獨聞。”

그러나 이 같은 중한 일을 어찌 감히 잡인(雜人)과 더불어 말했겠습니까. 신이 참으로 혼자 들었습니다.”하였다.
傳曰: “
之語二事, 其在一時乎?”

전교하기를,
“허반이 두 가지 일을 모두 한때에 말했느냐?”하니,
馹孫 曰: “然。”

일손이 아뢰기를,
“그러하옵니다.”하였다.
傳曰: “此重事, 何忘之有? 爾所聞處、日月及共聽之人, 其悉言之。”

전교하기를,
“이러한 중대사를 어찌 잊을 리 있겠느냐. 네가 들은 곳이라든가 어느 날, 어느 달에 함께 들은 사람은 누구인지 모두 말하라.”하니,
馹孫 曰: “日月與聞處, 臣實忘之。 臣已言大事, 何敢諱此?

일손이 아뢰기를,
“어느 날, 어느 달과 들은 곳에 대해서는 신이 실로 잊었습니다. 신이 이미 큰일을 말씀드렸사온데, 어찌 감히 이것만을 휘(諱)하오리까.

或宿臣家, 臣亦或宿 家, 同宿時 言之, 臣實獨聞。”

허반이 혹은 신의 집에서 자기도 했고 신도 또한 허반의 집에서 잤사온데, 함께 유숙할 때에 허반이 말하였으므로, 신이 실로 혼자서 들었습니다.”하였다.

傳曰: “爾又書樂歌事, 聞諸何處乎?”

전교하기를,
“네가 또 악가(樂歌)에 대한 일을 썼는데, 어느 곳에서 들었느냐?”하니,


馹孫 曰: “雖童謠, 古人亦皆書之。 故臣亦幷載此也。

일손이 아뢰기를,
“비록 동요(童謠)라 할지라도 옛사람이 또한 모두 썼으므로, 신도 또한 이것까지 아울러 실었습니다.

《後殿曲》 哀促之音, 而國人好之。 雖街童巷婦, 亦皆歌焉。

후전곡(後殿曲)은 슬프고 촉박한 소리온데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여, 가동(街童) 항부(巷婦)라도 또한 모두 노래하였습니다.

臣憂國愛君, 常慮之。 及賜假在讀書堂, 成宗 賜酒殽,

신은 나라를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항상 염려하는 터이온데, 급기야 사가(賜暇)를 받아 독서당(讀書堂)에 있을 적에 성종께서 술과 안주를 내려주셨습니다.

臣將其餘物, 泛舟至 楊花渡 , 欲聽琴, 招 茂豐正 , 抱琴而來, 彈 《後殿曲》

신은 그 여물(餘物)을 가지고 배를 띄워 양화도(楊花渡)에 이르러 거문고 소리를 듣고 싶기에 무풍정 총(茂豊正摠)을 불렀더니, 총(摠)이 거문고를 안고 와서 후전곡(後殿曲)을 연주하므로,

臣語 曰: ‘何好此曲?’

신이 총에게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이 곡을 좋아하느냐?’ 하고,

其後修史之時, 臣實愛君書之, 固無他情。”

그후 사기(史記)를 찬수할 적에 신이 실로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확실히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하였다.
命進
許磐 于座前, 傳曰: “汝與 馹孫 有所言, 其悉陳之。”

명하여 허반을 좌전(座前)에 나오게 하고, 전교하기를,
“네가 일손과 더불어 말한 바가 있었는데, 모두 진술하라.”하니,
曰: “臣無所言。”

허반은 아뢰기를,
“신은 말한 바 없사옵니다.”하였다.
傳曰: “爾不知
馹孫 耶?”

전교하기를,
“너는 일손을 알지 못하느냐?”하니,
曰: “臣於辛亥年, 徃 金海 奴家時, 馹孫 以事被鞫于 金海

반은 아뢰기를,
“신이 신해년에 김해(金海)에 있는 종의 집에 갔을 적에, 일손이 사건이 있어 김해에서 국문을 당하고 있었으므로

臣聞其名徃見之, 遂相從。

신이 그 이름을 듣고 가서 보았는데, 드디어 상종하게 되었습니다.

然未嘗同處讀書, 深相交結, 亦無所言之事。”

그러나 일찍이 같이 지내면서 글 읽은 일도 없으며, 깊이 서로 사귀었으나 또한 말한 일은 없습니다.”하였다.
傳曰: “爾所言,
馹孫 已發, 爾敢隱耶?”

전교하기를,
“네가 한 말은 일손이 이미 다 말했는데, 네가 감히 속이느냐?”하니,
曰: “實若有之, 何敢欺天? 請與 馹孫 面質。

반은 아뢰기를,
“그러한 사실이 있다면 어찌 감히 하늘을 속이리까. 청컨대 일손과 더불어 대질하겠습니다.”하였다.
” 傳曰: “汝與
馹孫 權貴人 尹昭訓 事, 敢終諱歟?”

전교하기를,
“네가 일손과 더불어 권 귀인(權貴人)·윤 소훈(尹昭訓)의 일을 말했다는데, 감히 끝내 휘(諱)할 생각이냐?”하니,
曰: “臣乃貴人三寸姪也, 宮禁事何敢言之? 馹孫 引臣者, 計窮而然也。”

반은 아뢰기를,
“신은 바로 귀인의 삼촌 조카이온데, 궁금(宮禁)의 일을 어찌 감히 말하오리까. 일손이 신을 끌어댄 것은 계교가 궁해서 그러한 것입니다.”하였다.
命召
馹孫 , 傳曰: “ 諱之, 爾其面質。”

명하여 일손을 불러놓고 전교하기를,
“허반이 끝내 휘(諱)하니, 네가 그와 면질(面質)하라.”하니,
馹孫 曰: “臣非係連宮禁, 何從聞之? 臣實聞諸 也。”

일손은 아뢰기를,
“신이 궁금(宮禁)과 연줄이 안 닿는데, 어디서 들었겠습니까. 신은 실지로 반한테서 들었습니다.”하매,
曰: “宮禁事, 臣何敢言? 馹孫 計窮如此, 或是病深昏迷而然爾。”

반은 아뢰기를,
“궁금의 일을 신이 어찌 감히 말하리까. 일손이 계교가 궁해서 그랬거나, 아니면 병이 깊고 혼미(昏迷)해서 그랬을 것입니다.”하고,
馹孫 曰: “臣雖昏迷, 何至妄言?”

일손은 아뢰기를,
“신은 비록 혼암(昏暗)하고 미욱하오나 어찌 망언(妄言)까지 하오리까.”하였다.
上知
詐, 命杖訊于前。

상이 반(磐)이 속임을 알고 명하여 어전에서 형장 심문을 했는데,

受杖三十, 猶不輸情。

반은 형장 30대를 맞고도 오히려 실정을 털어놓지 않았다.

弼商 等鞫 馹孫 等于賓廳。

필상(弼商) 등에게 명하여 일손 등을 빈청(賓廳)에서 국문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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