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제왕의 금기사항 어기다

-사초(史草) 보기

[은자주] 조선왕조실록에는 시호를 받지 못한 왕이 두 분이시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왕자의 칭호를 유지한 채 그들의 사적마저도 "실록"이 아닌 일기였다. 연산군일기, 광해군일기.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에는 불행히도 두 편의 일기가 삽입되었다. 명분에 엄격한 한자문화권의 객관적 기술에 혀가 내둘러진다. 제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사초를 절취(截取)해 올린 실록청 당상들의 현실적 타협안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연산 030 04/07/11(을사) / 김일손의 사초를 들여올 것을 명하니 이극돈 등이 일부를 절취하여 올리다

乙巳 /傳曰: “ 金馹孫 史草皆入內。”
전교하기를,
김일손(金馹孫)의 사초(史草)를 모두 대내(大內)로 들여오라.”하매,

實錄廳堂上 李克墩 柳洵 尹孝孫 安琛 啓:
실록청 당상(實錄廳堂上) 이극돈(李克墩)·유순(柳洵)·윤효손(尹孝孫)·안침(安琛)이 아뢰기를,

“自古史草人主不自見之。 人主若見史, 則後世無直筆也。”
“예로부터 사초(史草)는 임금이 스스로 보지 않습니다. 임금이 만약 사초를 보면 후세에 직필(直筆)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니,

傳曰: “即無遺入內。”
전교하기를,
“즉시 빠짐 없이 대내로 들이라.”하였다.
克墩 等更啓:

극돈 등이 다시 아뢰기를,

“諸史官所納史草, 臣等無不見之,
“여러 사관(史官)들이 드린 사초를 신 등이 보지 않는 것이 없고,

馹孫 所書, 亦皆知矣。

일손(馹孫)의 초한 것 역시 모두 알고 있사옵니다.

臣等年齒已老, 筮仕以後, 祖宗朝事, 無不知矣。

신 등이 나이가 이미 늙었으므로 벼슬한 이후의 조종조(祖宗朝) 일은 알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馹孫 史草, 果有犯於祖宗朝事, 而有非臣等所聞者也。

일손의 사초가 과연 조종조의 일에 범하여 그른 점이 있다는 것은 신들도 들어 아는 바이므로,

臣等以其妄, 未敢載 《實錄》 。 但今命納, 臣等不知其考何事也,

신들이 망령되게 여겨 감히 《실록》에 싣지 않았는데, 지금 들이라고 명령하시니 신 등은 무슨 일을 상고하려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然自古人主不得自見其史,

그러나 옛부터 임금은 스스로 사초를 보지 못하지만,

然事若有關宗社, 不可不考

일이 만일 종묘 사직에 관계가 있으면 상고하지 않을 수 없사오니,

則臣等當斷取其可考處以入,

신 등이 그 상고할 만한 곳을 절취하여 올리겠습니다.

事得以考閱, 而亦合於人主不見史草之義。”

그러면 일을 고열(考閱)할 수 있고 또한 임금은 사초를 보지 않는다는 의(義)에도 합당합니다.”하니,
傳曰: “可。”

‘가하다.’고 전교를 내렸다.

克墩 等斷取 馹孫 史草六條而封入,

극돈 등이 일손의 사초에서 6조목을 절취하여 봉해 올리니,

傳曰: “其書宗室等事亦入。”

전교하기를,
“그 종실(宗室) 등에 관해서 쓴 것도 또한 들이라.” 하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