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都彌

-삼국사기 列傳 第8, 卷48

[은자주]도미 아내의 정절은 특이하다. 왕[실재는 왕의 사자]이 동침을 요구하자 하녀를 들여보내다니. 그러고도 살아남은 건 하늘이 부부의리의 소중함과 청사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자 함인가? 이들 부부가 기구한 팔자를 탓하랴? 부부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그 붉은 마음에 찬탄과 경의를 보낸다.

그때는 물고기 이름을 사람 이름에다 붙였나 보다. 도미는 평민도 아닌 관료였는데...

都彌 百濟人也.

도미는 백제인이다.

雖編戶小民 而頗知義理. *編戶(편호): ‘오두막집’

비록 소민에 편입되어 있었으나 의리에 아주 밝았다.

其妻美麗 亦有節行 爲時人所稱.

그의 아내는 예쁘기도 하고 행실에 절조가 있어 당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蓋婁王聞之 召都彌與於曰

개루왕이 이를 듣고 도미를 불러 말했다.

“凡婦人之德 雖以貞潔爲先

“대체로 부인의 덕은 정결을 으뜸으로 치지만

若在幽昏無人之處 誘之以巧言

만일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달콤한 말로 유혹하면

則能不動心者鮮矣乎!”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對曰

도미가 대답하였다.

“人之情不可測也. 而若臣之妻者 雖死無貳者也.” 貳(이):‘두 마음을 가지다.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지만 저의 아내와 같은 여자는 죽어도 변함이 없을 사람입니다.”

王欲試之 留都彌以事.

왕이 이를 시험해 보기 위하여 일을 핑계로 도미를 붙잡아 두고

使一近臣假王衣服馬從

가까운 신하 한 사람으로 하여금 왕의 의복과 말과 종자를 가장하여

夜抵其家 使人先報王來.

밤에 도미의 집으로 가게 하고, 사람을 보내 미리 왕이 온다고 알리게 하였다.

謂其婦曰

가짜 왕이 부인에게 이르기를

“我久聞爾好 與都彌博得之. *博(박):노름.

“내가 오래전부터 네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도미와 내기를 하여 이겼다.

來日入爾爲宮人. 自此後爾身吾所有也.”

내일 너를 데려다가 궁인으로 삼을 것이니 지금부터 너의 몸은 내 것이다”라고 하였다.

遂將亂之. 婦曰

그가 마침내 덤벼들려 하니 부인이 말하기를

“國王無妄語 吾敢不順?

“국왕은 망언을 하지 않을 것이니 제가 어찌 감히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請大王先入室 吾更衣乃進.”

청컨대 대왕께서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소서! 제가 옷을 갈아 입고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退而雜飾一婢子薦之.

물러나와 어여쁜 여종 하나를 단장시켜 모시게 하였다.

王後知見欺大怒. 誣都彌以罪 臛其兩眸子 * 矐(학):눈을 멀게 하다.

왕이 나중에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에게 죄를 씌워서 그의 두 눈을 멀게 하고

使人牽出之. 置小船泛之河上.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조그마한 배에 싣고 강 위에 띄워 보냈다.

遂引其婦 强欲淫之.

그리고는 마침내 그 부인을 끌어 들여 억지로 간음하려 하니

婦曰

부인이 말했다.

“今良人已失 單獨一身 不能自持.

“이제 이미 남편을 잃어 혼자 몸으로는 스스로를 부지할 수 없사온데

況爲王御 豈敢相違.

더구나 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어기겠습니까?

今以月經 渾身 穢. 請俟他日薰浴而後來.”

그러나 지금은 제가 월경으로 온 몸이 더러우니 다른 날 목욕을 깨끗이 한 뒤에 오겠습니다.”

王信而許之.

왕이 이를 믿고 허락하였다.

婦便逃至江口

그녀는 곧 도망하여 강 어구에 이르렀다.

不能渡 呼天慟哭.

그러나 건널 수가 없어서 하늘을 바라보며 통곡하였다.

忽見孤舟隨波而至. 乘至泉城島.

갑자기 배 한 척이 물결을 따라 다가오자, 그녀는 그 배를 타고 천성도에 이르렀다.

遇其夫未死 掘草根以喫.

남편을 만났는데 아직 죽지 않았으며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살았다.

遂與同舟 至高句麗蒜山之下. *蒜山(산산):함경남도에 있던 옛 지명

그들은 마침내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의 산산 밑에 이르렀다.

麗人哀之 以衣食 遂苟活.

고구려인들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옷과 밥을 주었다.

終於羈旅. *羈旅(기려):타관살이. ‘나그네 신세’의 뜻.

그들은 나그네 신세로 일생을 마쳤다.

삼국사기 권 제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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