琵琶行 幷序 元和十年, 予左遷九江郡司馬. 明年秋, 送客湓浦口.聞舟中夜彈琵琶者, 聽其音錚錚然有京都聲.問其人, 本長安倡女.嘗學琵琶於穆曹二善才, 年長色衰, 委身爲賈人婦. 遂命酒, 使快彈數曲. 曲罷憫然. 自敍少小時歡樂事, 今漂淪憔悴, 轉徒於江湖間. 予出官二年, 恬然自安, 感斯人言, 是夕始覺有遷謫意. 因爲長句, 歌以贈之, 凡六百一十二言, 命曰 <琵琶行>.
琵琶行을 지으며 序文을 쓰다
원화 10 년에 나는 구강군사마로 좌천되었다. 다음해 가을 손님을 배웅하러 분포강(湓浦江) 포구에 나갔다가, 배 속에서 비파 타는 소리를 들었다. 쟁쟁(錚錚)하게 울리는 그 소리를 들으니 전에 서울(京都)에서 듣던 소리였다. 그 사람을 찾아보니 원래 장안에서 노래하던 여자였는데, 일찍이 유명한 穆, 曹 두 선생에게서 비파를 배운 비파의 고수였다고 한다.
나이 들어 모습이 쇠퇴하게 되자 장사꾼에게 시집가서 의지하게 된 것이라 한다. 끝내 술상을 차리게 하고 몇 곡 청해 들었는데, 연주를 끝내고 참담해 졌다.젊고 예뻤을 시절엔 웃고 즐기기만 하다가 이제는 시골구석으로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고.
나(백거이)도 이 시골로 쫓겨 온지 2년, 스스로 편안하게 마음먹으려 했지만,오늘 밤 이 여인의 말에 끝내 감격해서 비로소 멀리 귀양살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긴 長句의 노래를 지어 이 여인에게 보낸다. 모두 612 字인데, <琵琶行> 이라 부른다.
琵琶行
비파에 붙여
-白居易
*88句 616言
제1단 심양강 나루에 울려퍼진 천하절창 비파소리
潯陽江頭夜送客 심양강 나루에서 밤에 손을 보내자니
楓葉荻花秋瑟瑟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바람 쓸쓸하다
主人下馬客在船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손은 배에 타면서
擧酒欲飮無管絃 술을 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구나
醉不成歡慘將別 취해도 즐거움 없이 아픈 이별을 하려하니
別時茫茫江浸月 이별할 적, 아득한 강엔 달이 잠겨 있네
忽聞水上琵琶聲 그 때 물 위로 비파 소리 들려오니主人
忘歸客不發 주인은 돌아갈 줄 모르고 손님은 출발을 잊고.
尋聲暗問彈者誰 소리 찾아 조용히 타는 이 누구인지 물으니
琵琶聲停欲語遲 비파소리 그치고 느릿느릿 말하더라.
移船相近邀相見 배를 옮겨 가까이가 자리를 청하며
添酒回燈重開宴 술 따르고 등 밝혀 술자리를 다시 폈네
千呼萬喚始出來 부르고 또 청해 겨우 나타났는데
猶抱琵琶半遮面 비파 안고 얼굴을 반쯤 가리더라
轉軸撥絃三兩聲 축 돌려 현을 골라 두어 번 소리 내니
未成曲調先有情 곡조도 이루기 전 정 먼저 품었구나
絃絃掩抑聲聲思 줄줄이 가라앉아 가락마다 마음 실어
似訴平生不得志 평생에 못다한 마음속 恨 호소하듯
低眉信手續續彈 눈섶을 내리깔고 손에 맏겨 비파 타니
說盡心中無限事 마음속 숱한 사연 모두 털어 놓는 듯
輕弄慢撚撥復挑 가벼이 누르고 비벼 뜯고 다시 퉁기니
初爲霓裳後六么 처음은 예상곡 뒤에는 육요구나
大絃嘈嘈如急雨 큰 줄은 소란스런 소나기 같이
小絃切切如私語 작은 줄은 가냘픈 속삭임 같이
嘈嘈切切錯雜彈 소란함과 가냘픔 섞어서 타니
大珠小珠落玉盤 큰 구슬 작은 구슬 옥 쟁반에 떨어지듯
間關鶯語花底滑 때로는 꾀꼬리 소리가 꽃가지 사이로 미끄러지듯
幽咽泉流氷下灘 샘물이 어름 밑을 흐느끼며 흐르는 듯
氷泉冷澁絃凝絶 찬물이 얼어 붙듯 줄을 잠시 멈추니
凝絶不通聲漸歇 멈추는 그대로 소리 또한 멎었네
別有幽愁暗恨生 그러자 깊은 근심 남모르는 원한 일어
此時無聲勝有聲 소리 없음이 소리보다 애절하네
銀甁乍破水漿迸 갑자기 은병 깨져 술이 쏟아져 나오듯
鐵騎突出刀鎗鳴 무장한 騎馬가 돌진하여 칼과 창이 부딪쳐 울듯
曲終收撥當心畫 곡이 끝나 비파 중심을 한번 그으니
四絃一聲如裂帛 네 줄이 한 소리로 비단을 찢는 소리
東船西舫悄無言 강 위의 모든 배들 고요히 말을 잊고
唯見江心秋月白 오직 강 가운데 가을 달만 밝았더라.
제2단 늙은 창부의 회상과 하소연
沈吟放撥揷絃中 시름에 잠겨 있다 비파를 거두고
整頓衣裳起斂容 의상을 정돈하고 앉음새를 고친 후에
自言本是京城女 스스로 말하기를 본시 서울 여자로
家在蝦蟆陵下住 집은 하마릉 아래 있었답니다.
十三學得琵琶成 열 셋에 비파 타기 모두 배우고
名屬敎坊第一部 이름이 교방 제일부에 속해 있었는데
曲罷曾敎善才服 곡을 끝내면 늘 스승이 감복하였고
粧成每被秋娘妬 화장하면 미인들이 질투하였답니다
五陵年少爭纏頭 오릉의 젊은이들 다투어 선물을 주어
一曲紅綃不知數 한 곡에 붉은 비단 수없이 받았었고
鈿頭銀篦擊節碎 자개박은 은빗을 박자 맞추다 깨뜨리고
血色羅裙飜酒汚 붉은 비단치마 술로 얼룩지기도 했다오1)
今年歡笑復明年 금년도 기뻐 웃고 명년도 그러하고'
秋月春風等閑度 가을 달 봄바람을 한가로이 보냈다오.
弟走從軍阿姨死 동생은 군대 가고 양어머니마저 죽고
暮去朝來顔色故 어느덧 나이들어 얼굴빛이 변하더이다
門前冷落車馬稀 문 앞은 쓸쓸하고 찾는 손도 드물어
老大嫁作商人婦 늙어서 어쩔 수 없이 상인의 아내 되니
商人重利輕別離 상인은 이익보다 이별을 가벼이 여겨
前月浮梁買茶去 지난달 부량으로 차를 사러 갔답니다
去來江口守空船 강 어귀에 왔다 갔다 빈 배만 지키자니
繞船月明江水寒 배 비추는 밝은 달에 강물만 차가와
夜深忽夢少年事 밤이 깊어 문득 어린시절 꿈을 꾸면
夢啼妝淚紅欄干 꿈에서도 울어 화장을 적신 눈물 온 얼굴에 퍼진다오.
제3단 백낙천의 좌천 생활 하소연
我聞琵琶已嘆息 비파 소리 듣고 이미 탄식 했는데
又聞此語重喞喞 여인의 말 듣고 나니 다시 한숨이 나네
同是天涯淪落人 우리는 같은 천애의 불행한 신세
相逢何必曾相識 상봉이 어찌 아는 사이만의 일이랴
「我從去年辭帝京 나는 지난 해에 서울을 떠나
謫居臥病潯陽城 심양성에 귀양와 병들어 누웠다네
潯陽地僻無音樂 심양 땅은 외지고 음악도 없어
終歲不聞絲竹聲 한해가 다가도록 음악소리 못 들었소
住近湓江地低濕 분강 가까이 살아 지대는 낮고도 습해
黃蘆苦竹繞宅生 갈대와 대숲만 집을 둘러 자란다오
其間旦暮聞何物 그 간 아침 저녁 들은 소리라고는
杜鵑啼血猿哀鳴 피맺힌 두견새와 원숭이의 슬픈 소리
春江花朝秋月夜 봄 강의 아침 꽃과 가을 밤 달빛 아래
往往取酒還獨傾 가끔 술을 얻어 홀로 잔을 기울이고
豈無山歌與村笛 어찌 산 노래와 초동의 피리 없으랴만
嘔啞嘲哳難爲聽 조잡하고 시끄러워 들어주기 어려워라2)
今夜聞君琵琶聲 오늘 밤 그대의 비파 소리 들고 나니
如聽仙樂耳暫明 신선 음악 들은 듯 귀 잠시 맑아지네
莫辭更坐彈一曲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들려주면
爲君飜作琵琶行」내 그대 위해 비파행을 지으리라
제4단 동병상련의 눈물 -화려한 날들은 가고
感我此言良久立 나의 말에 감격하여 한 동안 서 있더니
卻坐促絃絃轉急 물러앉아 줄 당기니 곡조는 점점 급해져
凄凄不似向前聲 슬프기 그지 없어 앞의 곡과 다르니
滿座重聞皆掩泣 듣는 모든 사람 소리 죽여 흐느끼네
座中泣下誰最多 그 중 흘린 눈물을 누가 가장 많았는고?
江州司馬靑衫濕 강주사마의 푸른 적삼 흥건히 젖었구나
❙ 注 疏
1)*篦(비):참빗. 2)哳(찰):새소리.
[해설]
44세 때인 원화(元和) 10년(815년), 백낙천(白樂天)은 어처구니 없는 죄명으로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었다.강주(江州)는 지금의 구강시(九江市). 천하 명산 여산(廬山) 아래인 관계로 그리 싫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사마(司馬)란 관직은 요즘으로 이야기해서 군대의 문관(文官) 자리여서 역시 한적한 자리였다. 관청에 나가봐야 뚜렷하게 할 일이 없었던 그는 그냥 빈둥거렸다. 백낙천(白樂天)이 뒤집어쓴 죄명은 일종의 월권죄였는데 시말은 이러했다.
장안(長安)에서 역시 낮은 자리에 있었을 당시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자객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속히 서둘러 범인을 체포하지 않는 조정의 처사에 의분을 느낀 백낙천은 황제에게 상소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상소(上疏)도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司諫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가능했다. 백낙천은 의분에 못이겨 나섰던 것인데 평소 백낙천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반대파들은 간직(諫職)을 통하지 않고 직접 상소한 것을 빌미로 이역만리 객지로 폄적(貶謫)시켜 버린 것이다.
졸지에 장안(長安)에서 내쫒긴 백낙천은 혈혈단신 이역만리 객지로 추방당한 까닭에 울분을 삭이지 못한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듬해 가을 어느날 저녁, 마침 손님을 배웅하러 강주(江州) 나룻터인 분포구(湓浦口)에 나섰다가 마침 애절하게 들리는 비파(琵琶) 가락을 듣게 된다. 그 주인공을 찾아 자리를 함께 해보니 이미 나이가 들어 장안에서 물러난 퇴기(退妓)였다. 지금은 늙고 시들어 장사꾼의 아낙으로 전락했지만 한창 때는 장안(長安)에서 비파와 노래로 이름을 날렸던 여인이었다. 어쩐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며 좌중의 가슴을 파고 들었던 것이다. 다시 술자리를 마련하고 정중하게 한곡을 청하자 그녀는 비파 소리에 젖어 영고성쇠가 무상했던 자신의 신세를 떨어 놓았다. 유랑하는 그녀의 신세는 마침 2년째 객지에서 쓸쓸하게 지내는 백낙천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가슴에 저미는 동료의식을 못견딘 백낙천은 마침내 616자 장편 서사시 <비파행(琵琶行)>을 지어 그녀에게 바치게 된다. 백낙천은 작품에서 그녀와의 만남을 이렇게 서술했다:
同是天涯淪落人 우리는 똑같이 하늘가에 떠도는 신세
相逢何必曾相識 설령 초면인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바로 그날 밤 양자강 강나루엔 빨갛게 단풍이 불타고 하얗게 갈대가 흔들릴 때, 강물에 풍덩 명월(明月)이 잠겼고 더구나 소쩍새 피를 토하고 원숭이 슬프게 울었을 때임에랴. 자리를 함께 했던 나그네와 동료 관리들은 비파 소리에 얼굴 묻고 흐느꼈는 바 그중에서도 소매자락이 가장 흥건했던 자는 누구였을까? 작품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다.
座中泣下誰最多 座中에 어느 누가 가장 서럽게 울었느뇨?
江州司馬靑衫濕 江州司馬의 푸른 소매자락이 제일 흠뻑 젖었어라.
<비파행>의 배경이자 현장이던 심양 강가에 당나라 때 강주(江州) 사람들은 비파정(琵琶亭)을 지어 백거이 명작의 산실을 기념했다. 이 비파정은 1천여년 강물을 굽어보며 백거이 문학을 증언하다가 청나라 말기 병란(兵亂)에 소실되었다. 그후 새로 건립한 비파정(琵琶亭)이 양자강 장강대교(長江大橋) 옆에 서있다.
중창한 비파정
http://blog.naver.com/rise43/9002141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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