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우도 가는 길에 바다에서 찍은 성산 일출봉, 달무리 같은 둘레의 화산석이 톱니처럼 살아 있네요. 아래는 하늘에서 찍은 일출봉[펌]

[주]조선시대 선비들이 줄줄 외던 저 유명한 <적벽부>입니다.

가을 달밤에 뱃놀이하며 질펀하게 술에 취해 인생에 대한 깨달음과 자연친화를 통해 영원성을

갈구하는 작자의 외침이 독자의 동의를 받아내기에 충분합니다.

1句구성에 4言과 6言을 많이 썼군요. 의미의 구속력이 강한 소단위를 4言+4言, 4言+6言,

6言+6言 등으로 구성하여 자유분방합니다. 이를 4,6변려문이라 하는데 漢,唐 사이의 육조시대에

발달한 글쓰기 형식입니다. 육조시대에는 문장의 형식주의, 유미주의를 지향했습니다.

이때, 불경의 번역과정에서 한자의 聲韻도 발달하여 당나라에서는 세계 최고의 정형시인 절구,

율시를 완성시켰답니다. 唐詩는 한시의 전성기였죠.

詩仙 이백(701-762)과 詩聖 두보(712-770)도 이때, 동시대 분들인데 조우까지 했답니다.

괴테와 바그너의 조우만큼이나 역사적 사건이었죠. 그런데 이백이 11살 위인데다 벼슬길에 오른

대선배인지라 두보가 이백의 눈에 띠진 않았지만서도요.

한자에 서툰 학생들을 위해 외기 쉽게 한자 독음을 달았습니다. 한자의 훈을 알고 싶은 분은

복사하여 커셔를 한자에 두고 자판의 “Shift+F9” 키를 치면 됩니다.

한자는 획순이 복잡하여 복사해서 보시면 편하시겠습니다. 감상문의 원문 인용믄 마자막

글자들이 왜 비스듬히 폼을 잡았냐구요? 원문 소개자가 친절하게 운(韻)자를 나타낸 겁니다.


駕一葉之扁舟, 擧匏樽而相,

寄浮蝣於天地, 渺滄海之一.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을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부치니

아득한 넓은 바다의 한 알갱이 좁쌀알이로다.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긴 강(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에는 인생에 대한 명구 ‘일엽편주’, ‘하루살이 인생’, ‘창해일속’ 등이

쏟아져 나오고, 인생의 유한함을 장강의 무궁함과 대비시켜 가을 달밤의

비장함을 극대화시킨다. 안용문에는 없지만 "羽化而登仙"도 천하 명구지요.


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 而未嘗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也,

손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거나 불어남이 없으니,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也.

而又何羨乎,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에서는 물과 달을 끌어다가 물은 흘러가지만 가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도 흐르고 있고, 달도 차고 기울지만 줄지도 불어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자연으로 태어난 우리네 인생은 워째서 한 번 가면 못 오는고?

이런 의문이 분위기를 지배한다.

나의 중학동기들이 만들어가는 문중사이트에도 자주 삼강 주막 사진도

올라오고 하지만 담론의 핵심은 강물에 있다.

공자님도 논어에서,


子ㅣ 在川上曰 逝者如斯夫인저 不舍晝夜로다[子罕16]

[譯]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가는 것은 이와 같도다. 주야에 쉬지 않는구나.”

[註]天地之化, 往者過, 來者續, 無一息之停, 乃道體之本然也.

(천지의 조화가 가는 것은 지나가고 오는 것은 계속되어

한 순간도 멈춤이 없으니 곧 도의 본체의 근본이 그러하다.)

*舍(사):집, 머무는 곳.


라 하셨다.

헤르만 햇세가 소설<싣달타>에서 보여준 깨달음과 동질의 것일 것이다.

곧, 인생의 진리를 향한 참다운 삶은 “日日新又日新”에 있는데,

강물이 그 표본이 된다. 한 지점의 단면을 상상해 보라. 강물은 제3한강교

밑이 아니라도 흘러간다. 그런데 그 지점을 응시해 보면 물은 부단히 흐른다.

그것이 강물의 영원성이고 자연의 영원성이다. 무덤의 풀은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지만 무덤의 주인공은 다시 살아날 수 없는 거지요.

유덕화를 찍은 영화인가요?

<天長地久> 다시 자구를 풀어서 조합하면 ‘天地長久’.

곧 자연의 영원성을 말하는 거라예.


그리하여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천지는 한 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불변의 관점에서 보면 사물과 나는 영원하다.

그럴까요?

많이도 취했나 보군요. 취했는데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필름이 끊어졌는데요.

취한 사람의 답변은 하나입니다.

“나 안 취했어, 이거 놔!”

꼴깝떠는 인간들은 욕설을퍼붓고 화까지 냅니다.

인생의 위대성은 주량으로 가늠하는 것처럼.

결론은 인생은 유한하지만 자연은 영원하다 입니다.

그런데 술김에 자연과 하나되었으니 더불어 영원할 수밖에요.


且夫天地之間, 物各有,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

耳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

또,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取之無禁, 用之不,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에서는 사물과 내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러

바람은 소리가 되고, 달은 빛이 되어

“가져도 금지할 사람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다는 명구를 남기게 된다.

조물주의 무진장한 자연을 그대와 내가 함께 실컷 누리자는

돈 안 드는 작자의 인심에 아무도 손을 내젓지 못하는 경지로 인도한다.


赤 壁 賦 -蘇 軾-


필화(筆禍) 사건으로 죄를 얻어 황저우[黃州:湖北省]에 유배되었던 蘇東波가 1082년(원풍 5)의 가을(7월)과 겨울(10월)에

황저우성 밖의 적벽에서 놀다가 지은 것이다. 7월에 지은 것을 ≪前赤壁賦≫, 10월에 지은 것을 ≪後赤壁賦≫라 한다.


壬戌之秋, 七月旣望,

임술지추, 칠월기망

蘇子與客泛舟, 遊於赤壁之下.

소자여객범주, 유어적벽지하

淸風徐來, 水波不興.

청풍서래, 수파불흥


임술(壬戌) 가을 7월 열엿세 날

소자(蘇子)가 손[客]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 노닐 때,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더라.


擧酒屬客,1)

거주촉객,

誦明月之詩,2) 歌窈窕之章.3)

송명월지시, 가요조지장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소언, 월출어동산지상,

徘徊於斗牛之間

배회어두우지간

白露橫江, 水光接天.

백로횡강, 수광접천

1)屬客(촉객) 손님에게 (술을) 따르다.

2)明月之詩(명월지시):시경(詩經) 진풍(陣風)에 있는 월출편(月出篇).

3)窈窕之章(요조지장):시경(時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에 있는 관저편(關雎篇).


술을 들어 손에게 권하며 명월(明月)의 시를 외고

요조(窈窕)의 장(章)을 노래하더니,

이윽고 달이 동쪽 산 위에 솟아올라

북두성(北斗星)과 견우성(牽牛星) 사이를 서성이더라.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이었더라.


縱一葦之所如,4) 凌萬頃之茫然.

종일위지소여, 릉만경지망연

浩浩乎,

호호호,

如憑虛御風,5) 而不知其所止.

여빙허어풍, 이부지기소지

飄飄乎,

표표호,

如遺世獨立,6) 羽化而登仙.7)

여유세독립, 우화이등선

4)一葦(일위):한 잎의 갈대. 작은 배를 가리킨다. 所如(소여) 여(如)는 왕(往), 거(去)의 뜻. 가는 대로.

5)憑虛御風(빙허어풍):憑은 의지한다. 虛는 허공을 가리키며, 御는 乘과 같다.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타고 간다는 말은 마음이 이미 신선의 경지에 들어감.

6)遺世獨立(유세독립):遺世(유세)는 속세를 떠나다. 속세를 떠나 그 어떠한 사물에도 속박되지 아니한 대자연의 경지를 말함.

7)羽化而登仙(우화이등선) 몸에 날개가 돋치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다.


한 잎의 갈대 같은 배가 가는 대로 맡겨,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게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타고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가붓가붓 나부껴

인간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치어 신선(神仙)으로 돼 오르는 것 같더라.

ㅡ적벽의 야경과 흥취


於是, 飮酒樂甚. 扣舷而歌之.

어시, 음주락심, 구현이가지

歌曰,

가왈,

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8)

계도혜난장, 격공명혜소류강

8)泝(소):거슬러 올라가다.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木蘭) 상앗대로

속이 훤히 들이비치는 물을 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도다.


渺渺兮予懷, 望美人兮天一方.

묘묘혜여회, 망미인혜천일방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객유취통소자, 의가이화지

其聲嗚嗚然,

기성명명연,

如怨如慕, 如泣如訴,

여원여모, 여읍여소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가에 바라보도다.”

손 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를 따라 화답(和答)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하는 듯,


餘音嫋嫋, 不絶如縷.

여음요요, 부절여루

舞幽壑之潛蚊,9) 泣孤舟之釐婦

무유학지잠문, 읍고주지리부

9)潛蚊(잠문) 숨어 있는 교룡(蛟龍)) 교룡-뿔 없는 용.


여음(餘音)이 가늘게 실같이 이어져

그윽한 골짜기의 물에 잠긴 교룡(蛟龍)을 춤추이고

외로운 배의 홀어미를 울릴레라.

ㅡ주흥이 일어남


蘇者 愀然正襟, 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소자 추연정금, 위좌이문객왈, 하우기연야

客曰, 月明星稀 烏鵲南飛,10)

객왈, 월명성희 오작남비

此非曹孟德之詩乎.

차비조맹덕지시호

10)조조(曹操)가 지은 단가행(短歌行)이라는 시(詩)의 일절.


소자(蘇子)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루고 곧추앉아

손에게 묻기를 “어찌 그러한가?” 하니,

손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난다.’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 東望武昌,

서망하구, 동망무창

山川上繆, 鬱乎蒼蒼.11)

산천상무, 울호창창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12)

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11)繆무:얽다. 12)맹덕은 조조의 자(字). 주랑은 주유(周喩). 적벽대전에 조조가 주유에게 크게 패한 것을 말함.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이 푸른데,

예는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困辱)을 받은 데가 아니던가?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於東也,  

방기파형주, 하강릉, 순류어동야 

舳艫千里,13) 旌旗蔽空.

축로천리, 정기폐공

釃酒臨江,14) 橫槊賦詩.

시주임강, 횡삭부시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고일세지웅야, 이금안재재

13)舳艫(축로):배의 고물과 이물 14)釃(시):거르다.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깨뜨리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갈 제,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감에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어라.

술을 걸러 강물을 굽어보며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이러니 지금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

황오여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蝦而友麋鹿.

어초어강저지상, 려어하이우미록

駕一葉之扁舟, 擧匏樽而相屬,

가일엽지편주, 거포준이상촉

寄浮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기부유어천지, 묘창해지일속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함에랴.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을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부치니

아득한 넓은 바다의 한 알갱이 좁쌀알이로다.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애오생지수유, 선장강지무궁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협비선이오유, 포명월이장종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15)

지불가호취득, 탁유향어비풍

15)悲風(비풍):가을 바람(秋風).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긴 강(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날으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길이 마치는 것은

갑자기 얻지 못할 줄 알고,

여운(餘韻)을 가을 바람에 부치노라.”

-손의 말


蘇子曰 客亦知夫水與月乎.

소자왈 객역지부수여월호

逝者如斯,16) 而未嘗往也.

서자여사, 이미상왕야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영허자여피, 이졸막소장야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개장자기변자이관지, 즉천야증불능이일순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자기불변자지관지, 즉물여아개무진야

而又何羨乎,

이우하선호

16)逝者如斯(서자여사):일찍이 공자가 한 말로써, 흐르는 물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흐른다는 말이다.


蘇子 말하되 “손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차부천지지간, 물각유주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구비오지소유, 수일정이막취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유강상지청풍, 여산간지명월

耳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이득지이위성, 목우지이성색

取之無禁, 用之不竭,

취지무금, 용지불알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시조물자지무진장야, 이오여자지소공락


또,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ㅡ蘇子의 말 - 손의 말에 대한 반론


客喜而笑, 洗盞更酌.

객희이소, 세잔갱작

肴核旣盡, 杯盤狼藉17)

효핵기진, 배반낭자

相與枕籍乎舟中,18) 不知東方之旣白.

상여침자호주중, 부지동반지기백

17)杯盤(배반):잔과 접시. 18)枕籍(침적):베개 삼아 베고 눈고, 깔고 앉다.



손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드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쟁반이 어지럽더라.

배 안에서 서로 팔을 베고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ㅡ두 사람의 화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