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4,700년 그야말로 반만년, 말과 시간이 일치하는 반만년역사를 간직한 피라미드여!
사막에 권력자의 돌무덤을 앃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니까요.
[편자주]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친구끼리 모이면 나이자랑 내지 나이다툼이 잦았습
니다. 학술용어로는 이를 쟁장설화라 일컬어 왔습니다. 나이자랑의 효시는
인도의 동물우화에서 유래하였고 불교의 전래와 함께 우리 민간에도 널리 유
포되었습니다. 박동진 창본은 다른 창본에 비해 비속어 구사가 탁월합니다.
희구님이 나이자랑 말라는 충고를 해왔기에 여기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1.박동진의 판소리 <수궁가>
나이 자랑2
2.두꺼비의 나이 자랑(爭長설화)
3.별주부전
4.박동진 창 오디오(인터넷 사이트 참조)
1.박동진의 판소리 <수궁가>
박동진의 <수궁가> 대목에서 '나이 자랑' 대목을 발췌하여 옮깁니다.
여기에는 날짐승, 길짐승등의 나이자랑 끝에 호랑이가 상좌를 차지하는
얘기입니다. 짐승들이 곡식을 뜯어먹어 관가에서는 포수 수백 명을
동원하여 일망타진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출전]토끼전전집1,박이정,1997.
425/(쪽수표시)
[아니리]
아 그런디, 그 때 그 소문을 어떻게 들었는고 하니, 다람쥐란 놈이
딱 듣고서 사방으로 통문을 돌려놓은 것이. 짐승들이 쏵 모여가지고
상좌(上座)다툼을 하는디,
그 날짐승들이 먼저 모여들어 상좌다툼을 허것다.
앵무새가 나앉으며,
“오늘은 내가 상좌할란다.”
봉황새가 꾸짖으며,
“워라. 괘씸한 놈 같으니. 어디서 상좌를 한단 말이여. 후리아들놈의 자식
같으니라고.”
“거, 어째 그렇단 말이요.”
“오냐.”
봉황새 허는 말이,
[중모리]
이내 말을 들어보아라. 순임금 남훈전에 오현금 가지시고 소소구성 노래헐
적, 기산 높은 봉 아침 햇빛 내가 앉어서 울음을 울어, 팔백년 눈물이
울울허여 주문무 나겨시고, 만고대성 공부자도 내 앞에서 탄식을 허시고,
천 길이나 높이 날아 기불탁속 허여 있고, 영축산 높은 오동 기염기염
기여올라 소상반죽 좋은 열매 내 양식을 삼아노니,
내가 어른이 그 아니냐?“
[아니리
까마귀 나앉으며,
“그 다음에는 내 차례다. 까옥까옥.”
부엉이 꾸짖으며,
워라. 이 괘씸헌 놈. 어디를 상좌한단 말이냐. 이놈아 응. 전신에
흰 빛 없고 눈구녁 주둥이 대구빡 심지어 발톱까지 시커먼 놈의 자식이
후리아들놈의 자식아, 어디 상좌한단 말이냐, 응?“
까마귀 기가 막혀,
“아니 대그빡 크고, 눈구녁 쑥 들어가고, 발톱 질고,
털이 넓적넓적허면 네 놈이 어른이냐?
네 이 놈 부엉아, 잔소리 말고 내 근본을 들어아.”
426/
[엇중모리]
“내 근본을 들어라, 이 내 근본을 들어라. 이 주둥이 길기는 월광 구천이
방불허고, 이 몸이 검기는 산음땅을 지내다가 왕희지 깊은 곳에 풍 빠져
먹물들어 이 몸이 검어 있고, 은하수 생긴 후에 그 물에 다리를 놓아
견우직녀를 건네주고 오는 길에 적벽강 성희헐 적에 남비(南飛) 둥둥 떠
삼국흥망 의논허고, 천하에 반포음을 나 혼자 간 것이니 비금조소 효자는
천하에 나뿐이라. 아이고 설움이야, 어 설움이야.”
[자진모리]
부엉이 허허 웃고,
“네 암만 그런데도 네 심청 괴이하야 열두 가지 울음을 울어,
과부집 남게 앉어 울음을 울어서 동할 제, 까옥까옥 도드락 도드락
괴이한 울음을 울어 수절과부 유인하고, 네 소리 꽉꽉 나면
세상 인간이 미워라 돌을 들어서 날릴 적에, 너 날자 배 떨어지니,
세상에 미운 놈은 너밖에 도 있느냐? 피동이나 가져가지.
이 좌석은 불길허다. 이 좌석은 불길허다.”
[아니라]
까마귀 나앉으며,
“원, 내 죄상이 그렇다 하더라도 여럿이 모인 디서
남의 파기를 시킨단 말이잉요? 예이 여보시오.”
이렇듯 분주헐 제 또 한편을 바라보니 길짐승들이 나와 놀 제
상좌다툼을 하는디 이런 가관이 없것다.
[중모리]
공부자(孔夫子) 작춘추(作春秋)에 절필허든 기린이며,
삼군삼영(三軍三營) 거동시(擧動時) 코기리며,
옥경선관(玉京仙官)이 승필(乘匹)헐 제 풍채 좋은 사자로구나.
출입풍조(出入風造)에 용맹 있는 표범이며,
서백(西伯)이 위수(渭水) 사냥헐 제 비웅비표(非熊非豹) 곰
427/
이로다.
창해박랑(蒼海博浪)중에 저격시황(狙擊始皇) 저 다람이,
강수동류원야성(江水東流猿夜聲)에 슬피 우는 저 잔나비,
꾀 많은 여시, 날랜 토끼, 털 좋은 너구리, 꼬리 좋은 쪽제비며,
이따위 동물들이 앙금살짝 모여들더니
상좌다툼을 허는구나.
[아니리]
너구리 나앉으며 허는 말이,
“우리가 인연이 기회하여 노는디. 좋은 좌석에 상좌가 없으니까,
첫째 어른이 없으니 문란해서 못 쓰것더라잉. 그러니게 금년부터
상좌를 정해 놓고, 나이 많은 짐승을 어른으로 뽑아가꼬
그 지시를 받어서 노는 것이 어떤고?”
하니께, 여시 여호란 놈이 싹 나앉으며,
“대체 그 말 잘 났소. 아 글쎄 우리가 젊으니 저녁대가 되면 술잔이나
먹고 시조나 부르고 이러는 것이 아니라. 아 이놈들이 술을 먹고
술에 취해 놓으면 싸움을 해 가꼬 피투성이가 되는디.
아 작년에도 맷돼야기 큰아들놈이 안 죽을 만치 뚜들겨 맞어서
업혀가고 생 야단을 했단 말이여.
요것이 모두 어른이 없어서 이렇거든. 그 말이 좋으면 저기 앉은
장도감(獐都監) 노루 당신은 언제 났소?”
노루란 놈이 턱 나앉더니.
[진양]
“내 나이를 생각허면 하날로 올라간 이태백이는 날과 둘이 동갑으로,
광산십년(匡山十年) 글을 짓다가 태백은 사람이라 하날로 올라가고,
나는 미물 둔재가 되었으나 태백의 연갑(年甲)이 되었으니
내가 상좌 못하겠느냐?”
428/
[아니리]
너구리란 놈이 턱 나앉더니만,
“장도감은 저만큼 가시오. 나는 키도 크고 풍채도 괜찮길래 낫살이나
퍼먹은 줄 알었더니만은, 인제 봉께 내 고손자뻘도 안돼. 저만치 가시오.”
노루가 기가 멕혀,
“아, 그라면 달파총(獺把摠) 당신은 언제 났소?”
[중모리]
“내 나이를 가만히 생각허면, 삼국시절이 분분헐 적으 위왕 조조가
사해를 거의 씰다시피 허고 동작대(銅雀臺)를 지을 적으, 좌편은 금봉루요 우
편은 봉활루라.
이교에 뜻을 두고 조자건의 글씨를 빌어 동작대를 부운(賦韻)허던
조맹덕의 연갑이 되었으니 내가 상좌를 허여보자.”
[중중모리]
맷돼야지란 놈 나앉는다. 거적눈을 끔적끔적, 나발 같은 주둥이
이리저리 내두르며,
“자네들 내 나이를 들어보소. 자네들 내 나이를 들어보소.
한광무 시절에 간의대부 마다허고 부운(浮雲)으로 채일 삼고,
동강필리탄 낚시줄을 던져놓고 고기 낚기 힘써하던
엄자릉의 시조하고 날과 한 가지 연갑이니,
내가 상좌 못 하것냐?”
[중모리]
토끼란 놈 나앉으며,
“요놈 조놈 다 듣거라. 내 나이를 생각허면,
나는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국에 사신갔다 십구년 충절 지키어
고국산천 험한 길로 허유허유 올라오던
소중랑(蘇中郞)의 연갑이 되었으니,
내가 상좌 못 하것냐?”
429/
[아니리]
아, 원체 경우가 바르게 토끼가 딱 해놓으니,
“그러면 토생원이 상좌에 앉으시오.”
“아, 체구는 그렇게 조막뎅이만한디
어디서 그렇게 나이를 퍼먹은었는고.
상좌에 앉으시오.”
(중간 생략. 그 내용은 여러 날 굶은 호랑이가 등장하여
맷돼지를 잡아 눕혀 내장꺼정 파먹을 판이디)
430/
퇴끼란 놈이 싹 나앉으면서,
“장군님, 자시더래도 우리 얘기나 좀 헙시다.
대관절 장군님 몇 살이나 되었소?”
호랭이가,
“마, 요것이 내 나이를 물어? 느그들 여기서 뭣허고 놀었냐?”
“예, 년년이 기회하고 연치(年齒) 찾어 상좌 삼고 놀았습니다..
잔치도 하고요.”
“금년 잔치는 느놈들 잔치가 아니라 바로 내 잔치다, 내 잔치여.
오냐, 네가 내 나이를 물웅께 가르쳐주지.”
[진양]
“내 나이를 생각허니 하늘과 땅이 생겨날 적으,
하날이 먼저 나서 지구를 마련 후에, 사해와 산천을 마련허시고,
날짐승도 산천 마리고, 들짐승도 삼천 마린데,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사람이 제일 으뜸이라고 허지만,
그 중에도 나만 보면은 무섭고 겁이 나 감히 가가이 못하는고로,
그러므로 내 이름을 산군(山君)이라 부르노라.
또한 하날을 바라보니 한편쪽이 떨어져서 한없는 허공이 되었는디,
넓은 독작을 다듬어다가 그 하늘을 때우시던 여와씨(女媧氏) 연갑이니,
내가 상좌 못 하것냐?”
[아니리]
호랑이가 탁 버티고 앉았으니, 좌우에 짐승들이 죽을까봐
죽음감 돼가지고, 한편쪽에서 쭈그리고 앉어 고개 팍 쑤그리고 있는디,
그 때여 별주부란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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