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에 등장한 중국 황제의 피서지 '열하'의 산장 전경.

 

 고미숙,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060위풍록사택관조장군화마화인(韋諷錄事宅觀曹將軍畵馬畵引)-두보(杜甫)

위풍록사의 집에서 조장군이 그린 말 그림을 보고

 

國初已來畵鞍馬(국초이래화안마) : 당나라 초기 이후에 안장 놓은 말 그림 중에서

神妙獨數江都王(신묘독수강도왕) : 신묘함에 있어 오직 강도왕을 꼽았는데

將軍得名三十載(장군득명삼십재) : 조장군이 명성을 얻어 삼십년이 되자

人間又見眞乘黃(인간우견진승황) : 인간 세상에 또 명마인 승황을 정말로 보게 되었네

曾貌先帝照夜白(증모선제조야백) : 일찍이 선제 현종의 명마인 조야백을 그렸는데

龍池十日飛霹靂(용지십일비벽력) : 용지에서 열흘 동안 심한 우뢰와 번개 날았다네

內府殷紅馬腦盤(내부은홍마뇌반) : 궁중 창고의 검붉은 마뇌 쟁반 있는데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색) : 천자가 첩여에게 영을 전하여 재인에게 찾아오게 하여

盤賜將軍拜舞歸(반사장군배무귀) : 그 쟁반 조장군에게 건네지자 장군은 재배 추무듯이 돌아갔네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 가벼운 흰 비단 고운 비단도 달아서 나는 듯이 급히 하사되었네

貴戚權門得筆跡(귀척권문득필적) : 귀족들과 권세가들도 그의 필적을 얻고서

始覺屛障生光輝(시각병장생광휘) : 비로소 병풍들도 빛을 발함을 알게 되었다네

昔日太宗拳毛騧(석일태종권모왜) : 옛날 태종의 권모왜와

近時郭家師子花(근시곽가사자화) : 근래 곽자의 장군 집안의 사자화

今之新圖有二馬(금지신도유이마) : 지금의 새로운 그림에 이 두 마리 말 그려져 있어

復令識者久歎嗟(복령식자구탄차) :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다시 오래도록 감탄하게 하였

으니

此皆騎戰一敵萬(차개기전일적만) : 이것들 모두 기병에 일기가 만기 대적한 것이어서

縞素漠漠開風沙(호소막막개풍사) : 흰 비단에 자욱이 모래 바람 일고있는 듯하다네

其餘七匹亦殊絶(기여칠필역수절) : 그 밖의 그려진 일곱 필 말도 역시 매우 뛰어나서

逈若寒空動煙雪(형약한공동연설) : 멀리 찬 하늘에 연기나 눈이 나부끼는 것 같았다네

霜蹄蹴踏長湫間(상제축답장추간) : 서리 위 달리는 발굽은 긴 노나무 사이를 밟고 차고 있

馬官厮養森成列(마관시양삼성열) : 말 관원과 말 먹이는 사람들이 줄서서 보고 있다네

可憐九馬爭神駿(가련구마쟁신준) : 멋진 아홉 필 말이 매우 뛰어남을 다투는데

顧視淸高氣深穩(고시청고기심온) : 돌아보는 눈길 맑고 높고 기운은 침착하고 안정되어 있다네

借問苦心愛者誰(차문고심애자수) : 묻노니, 고심하며 사랑하는 사람 누구인가

後有韋諷前支遁(후유위풍전지둔) : 후세에는 위풍이 있고 전세에는 진나라 지둔이 있었네

億昔巡幸新豊宮(억석순행신풍궁) : 생각건대, 옛날 현종이 신풍궁에 행차하실 때는

翠華拂天來向東(취화불천래향동) : 비취빛 깃으로 장식한 깃발이 하늘에 펄럭이며 동쪽으로 왔었지

騰驤磊落三萬匹(등양뢰락삼만필) : 그때 뛰며 달리던 말이 수없이 많아 삼만 필이나 되었었는데

皆與此圖筋骨同(개여차도근골동) : 모두가 이 그림의 말과 근육이나 골격이 같았다네

自從獻寶朝河宗(자종헌보조하종) : 옛날 주 목왕이 보물을 바치고 하백에게 조공하듯 현종이 피난 간 뒤로

無復射咬江水中(무복사교강수중) : 다시는 한 무제가 장강에서 교룡을 쏘아 잡던 길 없었다

君不見金栗堆前松栢裏(군불견금율퇴전송백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현종의 무덤인 금속퇴 앞 소나무와 측백나무 숲에

龍媒去盡鳥呼風(용매거진조호풍) : 준마는 모두 가버리고 부는 바람 속에 새만 울고 있는 것을

 

[안병렬 역] 

060 두보(杜甫)

위풍록사의 집에서 조장군이 그림 말 그림을 보고

 

나라 세운 이래로

말을 잘 그리는 사람

신묘하여 홀로

강도왕을 꼽았네.

 

조장군 이름 얻은 지

삼십 년만에

인간세상 또다시 진짜로

명마 승황을 보겠구나.

 

조장군 일찍이 황제의 준마

조야백을 그렸더니

룡지에 날마다

벽력이 울렸더라.

 

내고의 빨간 마뇌주발

상으로 내리시니

건호는 조서를 전하고

재인은 찾기에 바쁘구나.

 

주발 받은 장군은

절하고 춤추며 돌아가는데

가벼운 명주옷

가느다란 비단옷

모두 다 나는 듯이 따라가네.

 

귀족 권문들도

그의 그림 얻고 나서

병풍에 광채남을

이제 처음 깨달았네.

 

옛날의 태종황제

사랑하던 권모왜의 말

근래 곽자의의

하사받은 사자화 말.

 

그 말 두 마리를

이제 여기 그렸으니

아는 자들 다시금

오래 감탄하느니.

 

이 모두 기마전에

일당만이라

아득한 흰 비단에

모래바람 일으키네.

 

나머지 일곱 필도

그들 도한 뛰어나서

저 멀리 찬 하늘에

안개 눈을 날리고.

 

서릿발에 발굽은

추자나무 길을 달리니

말 관원과 말 먹이는 사람들이

삼엄하게 늘어섰네.

 

귀여운 아홉 마리

재주를 겨루어도

돌아보아 눈빛은 청고하고

기운은 깊고 안온하다.

 

물어보자 고심하여

애마자가 누구던가?

옛날엔 지둔이요

오늘날엔 위풍이라.

 

생각하면 그 옛날의 태상황제

신풍궁에 순행할 제

깃발은 하늘을 흔들고

동쪽으로 오셨나니.

 

뛰고 달리고 날고 뛰고

말들은 삼만 마리

그 모두가 이 그림과

근골이 닮았구나.

 

태상황제

가신 뒤로

강물에서 교룡을

쏘는 사람 없었나니.

 

그대는 못 보았나?

태상황 무덤 앞에 송백나무 숲 속에

준마는 간 곳 없고

새들만 지저귐을.

059백설가송무판관귀경(白雪歌送武判官歸京)-잠삼(岑參;715-770)

흰 눈이 내리는 날 무판관의 귀경을 환송하며 노래하다

 

北風卷地白草折(배풍권지백초절), 북풍이 흙 몰아 부니 백초가 꺾이고

胡天八月卽飛雪(호천팔월즉비설). 오랑캐 땅의 팔월에 눈이 날린다

忽如一夜春風來(홀여일야춘풍내), 갑자기 밤에 봄바람 불어

千樹萬樹梨花開(천수만수리화개). 온갖 나무들 사이에 눈꽃이 피었네

散入珠帘濕羅幕(산입주렴습나막), 주점에 불어들어 비단 휘장 적시니

狐裘不暖錦衾薄(호구부난금금박). 갓 옷도 따뜻하지 않고 비단 옷도 얇구나

將軍角弓不得控(장군각궁부득공), 장군의 각궁도 당길 수 없고

都護鐵衣冷猶著(도호철의냉유저). 도호의 철갑 옷 차가워도 입었네

瀚海闌干百丈冰(한해란간백장빙), 넓은 바다 백 길 얼음에 막히고

愁雲黲淡萬里凝(수운참담만리응). 근심스런 구름은 어둑어둑 만 리 길에 끼었네

中軍置酒飮歸客(중군치주음귀객), 중군은 술을 차려 돌아가는 나그네 대접하고

胡琴琵琶與羌笛(호금비파여강적). 호금과 비파와 오랑캐 피리 울리네

紛紛暮雪下轅門(분분모설하원문), 훨훨 날리는 저문 녘, 눈발이 원문에 내리고

風掣紅旗凍不翻(풍체홍기동부번). 바람이 붉은 깃발 날려도 얼어서 펄럭이지 못하고

輪臺東門送君去(륜태동문송군거), 윤대 동문에서 그대를 보내니

去時雪滿天山路(거시설만천산노). 떠날 때 오던 눈이 천산 길에 가득하네

山回路轉不見君(산회노전부견군), 산 돌고 길 굽어 그대는 보이지 않고

雪上空留馬行處(설상공류마항처). 눈 위에 헛되니 말 다닌 자취만 남아있네

 

[안병렬 역] 

059 잠삼(岑參;715-770)

백설 위에서 무판관의 귀경함을 보내며 노래하다

 

북풍이 당을 휘몰아오니

추위 참던 흰 풀들 다 얼어 꺾이고

오랑캐땅 팔월의 하늘에는

벌써 눈이 내리네.

 

갑자기 하룻밤

봄바람 불어와

천마 그루 나무에

눈꽃이 피었구나.

 

슬 주렴에 흰꽃이 날아들어

비단 휘장 적시니

여우갖옷도 다습지 않고

비단이불도 얇기만 하다.

 

장군의 각궁도

당길 수 없고

도호의 철갑옷

차가와도 입는다.

 

넓은 사막 이리저리

백 길 얼음에 덮이고

근심 띤 구름은 어둑어둑

만리에 엉키었다.

 

중군은 술을 내어

돌아가는 그데에게 대접하며

호금과 비파에

오랑캐의 피리까지.

 

부슬부슬 저녁 눈이

영문에 내리는데

바람은 깃발을 당기어도

눈 속에 펄럭이지 못하누나.

 

륜대의 동문에서

그대를 보내나니

갈 대에 오던 눈이

천산 길에 가득하리.

 

산길 돌고 돌아

그대는 뵈지 않는데

눈 위엔 발자취만

부질없이 남았구나.

058輪臺歌奉送封大夫出師西征(윤대가봉송봉대부출사서정)-岑參(잠삼)

봉대부가 군사를 내어 서정하는 것을 봉대에서 노래하며 전송함

 

輪臺城頭夜吹角(윤대성두야취각) : 윤대성에서 밤중에 호각을 부니

輪臺城北旄頭落(윤대성북모두락) : 윤대성 북쪽에서 별이 떨어진다

羽書昨夜過渠黎(우서작야과거려) : 위급한 공문 어젯밤 거려 땅을 지나고

單于已在金山西(단우이재금산서) : 오랑캐 장군 선우는 이미 금산 서쪽에 있다네.

戍樓西望煙塵黑(수루서망연진흑) : 수루에 올라 서쪽 바라보니 연기와 먼지로 컴컴하고

漢兵屯在輪臺北(한병둔재윤대북) : 한나라 군대는 윤대의 북쪽에 두둔하고 있다.

上將擁旄西出征(상장옹모서출정) : 상장군 깃발 앞세우고 서쪽으로 출정하니

平明吹笛大軍行(평명취적대군행) : 날은 밝아 피리 불며 대군이 지나간다

四邊伐鼓雪海湧(사변벌고설해용) : 사방 변방에서 북을 치니 눈 바다가 용솟음치고

三軍大呼陰山動(삼군대호음산동) : 삼군이 크게 소리치니 음산이 진동한다

虜塞兵氣連雲屯(로새병기연운둔) : 변방 오랑캐 땅에서 병사들 사기는 구름까지 이어있고

戰場白骨纏草根(전장백골전초근) : 전장에는 백골은 걷는 이 없어 풀뿌리와 얽혀있다

劍河風急雲片闊(검하풍급운편활) : 검하의 바람은 차고 눈 조각은 광활하게 흩어진다

沙口石凍馬蹄脫(사구석동마제탈) : 모랫벌의 돌이 얼어 말발굽이 떨어지고

亞相勤王甘辛苦(아상근왕감신고) : 아상 봉대부는 왕을 위하여 고생도 감수하며

誓將報主靜邊塵(서장보주정변진) : 장차 왕에게 보답하려 변방의 난을 평정하리라 맹세하네.

古來靑史誰不見(고래청사수불견) : 옛부터 청사에 남은 인물 그 누가 보지 않았을까만

今見功名勝古人(금견공명승고인) : 지금 보면 그대의 공명 옛사람보다 낫도다

 

[안병렬 역] 

058 岑參(잠삼)

륜대에서 봉대부가 출사하여 서정함을 노래하다

 

륜대성 위에서

이 밤에 호각소리 들리고

륜대성 북족에

깃발이 내리네.

 

어제밤 우서

거려를 자나왔는데

단우가 이미

금산 서쪽에 있다네.

 

수루에서 서족을 바라보니

연기와 먼지 까맣게 덮였는데

한날 군대는

륜대 북쪽에 진을 쳤구나.

 

상장군은 깃발을 안고

서족으로 출정하니

새벽에 나팔 불어

대군이 출발하네.

 

사방 변방에서 북을 치니

눈 쌓인 바다가 용솟음 치고

삼군이 고함치니

음산이 움직인다.

 

오랑캐 당 변방 병사들의 기세는

구름이 이어져 모여든 듯.

전쟁터의 백골들

풀뿌리에 얽혀 있다.

 

검하에는 바람도 바람도 급해

눈조각도 멀리 날고

사구에는 돌도 얼어

말발굽도 벗어난다.

 

아상 봉대부 왕실 위해

난리를 평정코자 고생도 달게 여겨

나라 은혜 갚고자 맹세하노니

변방의 전쟁을 평정하리라.

 

고래로 청사에 이름 남긴 분들

그 누가 모른다더냐?

이제보니봉대부의 공명

옛사람보다 훨씬 낫구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