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팔월십오야증장공조(八月十五夜贈張功曹)-한유(韓愈)

팔월 오일 밤에 장공조에게 주다

 

纖雲四捲天無河(섬운사권천무하) : 가는 구름 사방에 걷혀있으나 하늘에 운하수가 안 보여

清風吹空月舒波(청풍취공월서파) : 맑은 바람 빈 하늘에 불어오고 달은 빛을 펴는구나

沙平水息聲影絕(사평수식성영절) : 모래톱 평평하고 물은 잔잔하여 소리와 그림자도 끊어져

一杯相屬君當歌(일배상속군당가) : 한 잔 들어 서로 권하니 그대는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君歌聲酸辭且苦(군가성산사차고) : 그대의 노래가락 쓰리고 노랫말 또한 괴로워

不能聽終淚如雨(불능청종루여우) : 끝까지 듣지 못하고 눈물 비같이 흘러내린다

洞庭連天九疑高(동정련천구의고) : 동정호 물은 하늘에 닿고 구의산은 높기도 하고

蛟龍出沒猩鼯號(교룡출몰성오호) : 교룡은 출몰하고 성성이와 박쥐는 울부짖는다

十生九死到官所(십생구사도관소) : 구사일생 침주 관소에 이르니

幽居默默如藏逃(유거묵묵여장도) : 그윽한 거처는 조용하여 깊숙이 도망쳐 숨은 듯 하구나

下床畏蛇食畏藥(하상외사식외약) : 침상에서 내려가려니 뱀이 겁나며 먹은 것에는 독이 있을까 두려웠고

海氣濕蟄熏腥臊해기습칩훈성조) : 호수 기운 습하고 더운데 비린 냄새 후끈거리는구나

昨者州前槌大鼓(작자주전퇴대고) : 지난 번에 주청사 앞에서 큰 북 쳐서 알렸는데

嗣皇繼聖登夔皋(사황계성등기고) : 새황제 자리 이어시고 기와 고요같은 신하 충시들 등용하셨다네

赦書一日行萬里(사서일일행만리) : 특사하는 글 하루에도 천리나 달렸려서

罪從大辟皆除死(죄종대벽개제사) : 죄로 사형을 받았던 자들 모두 죽음이 면제되었다네

遷者追迴流者還(천자추회류자환) : 좌천되었던 자들 다시 올라가고 유배되었던 자 돌아 왔다네

滌瑕蕩垢清朝班(척하탕구청조반) : 잘못은 벗겨지고 때는 씻겨져 맑은 관리로서 조회에 나갔다네

州家申名使家抑(주가신명사가억) : 고을에서는 나의 이름 올렸으나 관찰사가 억눌렀고

坎軻祇得移荊蠻(감가기득이형만) : 불행하게도 다만 얻은 것은 형주 땅 오랑캐 고을로  전근발령이었다네

判司卑官不堪說(판사비관불감설) : 우리들 맡은 일 모두다 낮은 관직이라 설명하기도 어렵다네

未免捶楚塵埃間(미면추초진애간) : 티끌 속에 매달려서 회초리로 얻어 맞는 신세 면하디 못하고

同時輩流多上道(동시배류다상도) : 동시에 유배되었던 친구들 많아 조정으로 급히 불리어갔다네

天路幽險難追攀(천로유험난추반) : 길은 아득하고 험하여서 따라가 잡기가 힘들었네

君歌且休聽我歌(군가차휴청아가) : 그대 노래 잠시 그치고 내 노래를 들어 보게나

我歌今與君殊科(아가금여군수과) : 내 노래는 지금 그대의 노래와 종류가 다르니

一年明月今宵多(일년명월금소다) : 일년 동안에 밝은 달이 오늘 밤이 가장 밝다네

人生由命非由他(인생유명비유타) : 인생살이 운영에 달렸지 결코 다른 데 달려있지 않으니

有酒不飲奈明何(유주불음내명하) : 술이 있는데도 마시지 않는다면 저 밝은 달 무엇하리오

 

[안병렬 역] 

067 한유(韓愈)

팔월 보름날 밤에 장공조에게 드리다

 

작은 구름 퍼지더니

은하는 없어지고

맑은 바람 불어오니

달빛은 물결에 흐른다.

 

넓은 모래벌 강물도 조용하고

소리도 그림자도 끊겼는데

한 잔 술 권하노니

그대여 노래 부르라.

 

그대 노래 소리 쓰라리고

가사 도한 괴롭거니

다 듣지 못하고서

눈물이 비오듯.

 

동정호 하늘에 이었고

구의산 높았는데

동정호 교룡은 나고 들고

구의산 원숭이들 구슬피 운다.

 

구사일생 고생하여

임지에 다다르니

깊숙한 거처 적막하여

도망쳐 숨어온 듯.

 

방 밖에 나가려니 뱀이 무섭고

밥을 먹자니 독약이 두려운데

바다 기운 스며들어

냄새는 비릿비릿.

 

어저께 주부에서

큰 북 쳤거니

새 임금 등극하여

어진 신하 모으리라.

 

사면하는 무서는 하루에도

만리를 달리며너

죽을 죄 지은 놈도

모두 다 살리고.

 

좌천자도 유배자도

모두 다 돌아오니

흠 씻고 때 벗겨

조정반열 깨끗하리.

 

주부에서 올린 명단

관찰사가 억제하니

불우한 신세들은

겨우 옮겨 강릉일세.

 

판사의 벼슬 낮다

말도 못하리니

잘못하면 땅에 눕혀

태장 맞고 쫓겨나지.

 

함게 왔던 친구들은

모두 올라 가시는데

서울길 험난하여

따라잡기 어렵구나.

 

그대 노래 쉬어라

내 노래 들을지니

내 노래는 그대와

크게 다르리.

 

일 년 중 밝은 달

오늘밤이 제일이라.

 

인생이란 운명이지

다른 까닭 아니로다.

잇는 술 마시잖고

밝은 달을 어이하리?

066산석(山石)-한유(韓愈;768-824)

산의 돌

 

山石犖確行徑微(산석락확항경미), 산의 돌은 험하고 가는 길은 좁은데

黃昏到寺蝙蝠飛(황혼도사편복비).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만 날아다니네

升堂坐階新雨足(승당좌계신우족),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단비가 듬뿍 내려

芭蕉葉大梔子肥(파초섭대치자비). 파초 잎은 커지고 치자는 두터워졌네

僧言古壁佛畫好(승언고벽불화호), 오래된 벽의 불화가 좋다고 스님이 말하기에

以火來照所見稀(이화내조소견희). 등불 들고 와 비춰보니 드물게 보는 것이네

鋪床拂席置羹飯(포상불석치갱반), 방석 털고 식탁보 깔고 국과 밥을 차리니

疏糲亦足飽我飢(소려역족포아기). 거친 현미밥 넉넉하여 주린 배를 채웠네

夜深靜臥百虫絶(야심정와백충절), 밤 깊어 조용히 자리에 드니 벌레소리 안 들리고

淸月出嶺光入扉(청월출령광입비). 밝은 달 고개 위에 솟아 사립문에 비춰든다

天明獨去無道路(천명독거무도노), 새벽 일찍 혼자 떠나니 길을 찾지 못하여

出入高下窮煙霏(출입고하궁연비). 높고 낮은 언덕길 오르내리다가 안개에 길이 막히네

山紅澗碧紛爛漫(산홍간벽분난만), 햇빛에 만물이 난만히 드러나니 산은 붉고 물은 푸른데

時見松櫪皆十圍(시견송력개십위).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열 아름이나 되네

當流赤足蹋澗石(당류적족답간석), 맨발을 흐르는 물에 담구고 개울돌을 밟으니

水聲激激風吹衣(수성격격풍취의). 물소리는 콸콸, 옷은 바람에 나부낀다

人生如此自可樂(인생여차자가낙),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니

豈必局束爲人鞿(개필국속위인기)! 어찌 반드시 속박되어 남의 굴레에 얽매일까

嗟哉吾黨二三子(차재오당이삼자), 애닲구나! 우리 친구들이여

安得至老不更歸(안득지노부갱귀)! 어찌 다 늙도록 물러나지 못 하는가!

 

[안병렬 역] 

066 한유(韓愈;768-824)

山石

 

산의 돌은 울퉁불퉁

가는 길은 좁은데

황혼에 절에 오니

박쥐들이 날아다닌다.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때마침 단비 흡족하여

파초잎은 커지고

치자는 살이 쪘다.

 

스님 말씀으로

옛벽에 불화가 좋다기에

불켜서 비춰보니

드물게 본 바라.

 

지 털고 자리 깔아

국과 밥을 차렸는데

소박한 반찬에 담백한 밥으로

넉넉히 주린 배를 채웠다.

 

밤 깊어 조용히 누우니

벌레 소리 끊긴 속에

맑은 달빛 산 위에서

사립문에 들어온다.

 

새벽 일직 혼자 나가니

길 찾지 못하고

들고 나고 오르고 내리고

끝내 안개 속에 막히었구나.

 

이윽고 햇빛에 만물이 드러나니

산은 붉고 개울은 푸르고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모두 다 열 아름도 넘을 듯.

 

맨발을 물에 담가

개울돌 밟으니

물소리 콸콸

바람에 옷깃이 나부낀다.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거니

뭣땜시 움츠리고

남의 굴레 매일거냐?

 

애닲다 우리 동료

친구들이여,

어찌하여 늙기까지

은퇴할 줄 모르는고?

065석어호상취가병서(石魚湖上醉歌幷序)-원결(元結;723-772)

석어 호수가에서 취하여 노래하다

 

石魚湖(석어호) : 성어호는

似洞庭(사동정) : 동정호와 같아라

夏水欲滿君山靑(하수욕만군산청) : 여름에는 호수에 물이 가득 차려하고 군산은 푸르다

山爲樽(산위준) : 산을 술단지로 삼고

水爲沼(수위소) : 물을 술못으로 삼아

酒徒歷歷坐洲島(주도력력좌주도) : 술꾼들은 분명히 섬에 앉아있으리

長風連日作大浪(장풍련일작대낭) : 긴 바람 몇 날을 계속하여 큰 물결 일으켜도

不能廢人運酒舫(부능폐인운주방) : 폐인이 술 실은 배를 옮기는 것 막지 못하였네

我持長瓢坐巴丘(아지장표좌파구) : 나는 큰 바가지 들고 파구에 앉아

酌飮四座以散愁(작음사좌이산수) : 사방에서 술 따라 마시며 근심을 날려버렸네

 

[안병렬 역] 

065 원결(元結;723-772)

석상 호수가에서 취하여 노래하다(를 아우르다)

 

[생략]

 

석어호는

동정호와 흡사하다.

여름물은 불어나고

군산은 푸르럿다.

 

산으로 술잔 삼고

물로 술을 삼아

술꾼들은 분명

호수 섬에 앉았구나.

 

거센 바람 여러 날에

풍랑 일으켜도

술실은 작은 배

막지는 못하였네.

 

큰 바가지 들고

파구에 앉아

사방에 술을 주어

근심을 날려버렸네.

064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항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두보(杜甫;712-770)

공손대낭의 제자가 검기무 추는 것을 보고

 

昔有佳人公孫氏(석유가인공손씨),옛날 가인이 있었는데 공손씨라네

一舞劍器動四方(일무검기동사방).검기 춤 한번 추면 사방이 동요하네

觀者如山色沮喪(관자여산색저상),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을 잃고

天地爲之久低昂(천지위지구저앙).천지는 이 때문에 오랫동안 오르내리네

㸌如羿射九日落(곽여예사구일낙),번쩍이기는 예가 한번 쏘아 아홉 해를 떨어뜨리듯

矯如群帝驂龍翔(교여군제참룡상).되돌려 바로잡기는 뭇 신선이 말을 타고 날아가듯 하네

來如雷霆收震怒(내여뇌정수진노),돌아옴은 우뢰와 천등이 진노를 거두는 듯

罷如江海凝淸光(파여강해응청광).마침은 강과 바다에 밝은 빛이 모이듯 하네

絳唇珠袖兩寂寞(강진주수량적막),붉은 입술 구슬 소매 모두가 적막하고

晩有弟子傳芬芳(만유제자전분방).늦게 둔 제자가 춤의 향기를 전하네

臨潁美人在白帝(임영미인재백제),임영 미인은 백재에 있어

妙舞此曲神揚揚(묘무차곡신양양).묘한 춤, 이 곡조에 신명이 절로난다

與余問答旣有以(여여문답기유이),나와 함께 문답함은 까닭이 있어

感時撫事增惋傷(감시무사증완상).시와 일에 느껴 일찍이 아픔만 더하네

先帝侍女八千人(선제시녀팔천인),현종 시녀 팔천 인 중

公孫劍器初第一(공손검기초제일).공손 검기 춤이 제일이네

五十年間似反掌(오십년간사반장),십오 년 세월이 여반장이라

風塵澒洞昏王室(풍진홍동혼왕실).전쟁은 심해져 왕실이 혼미하네

梨園子弟散如煙(리원자제산여연),이원의 자제들 연기처럼 흩어지고

女樂餘姿映寒日(녀낙여자영한일).여자 약사들의 남은 자태 차가운 햇살에 비치네

金粟堆前木已拱(금속퇴전목이공),금속산 무덤 앞엔 나무가 이미 크게 자라고

瞿塘石城草蕭瑟(구당석성초소슬).구당 돌 성엔 풀들만 쓸쓸하네

玳筵急管曲復終(대연급관곡복종),좋은 잔치 빠른 피리 악곡은 다시 끝나고

樂極哀來月東出(낙극애내월동출).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오고 동쪽에서 달 떠오네

老夫不知其所往(노부부지기소왕),늙은 사내 갈 바를 모르는데

足繭荒山轉愁疾(족견황산전수질).거친 산, 발에는 굳은 살 생기고 수심과 질병만 생긴다

 

[안병렬 역] 

064 두보(杜甫;712-770)

공손대랑의 제자가 검기무를 추는 것을 보고 노래하다

(를 아우르다)

 

[병서 생략]

 

옛날에 가인

공손시 있엇나니

검기 춤 한 마당에

사방이 움직인다.

 

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 잃고

천지도 이 때문에

한참이나 숙엿다 들엇다.

 

번쩍 에가 활 쏘아

해 아홉을 떨어뜨리듯

굳세기는 뭇 신선

용을 타고 날아가듯

 

올 대는 우레 같이

진노를 거두고

마칠 땐 강과 바다 같이

맑은 빛이 엉기는 듯.

 

붉은 닙술 구슬 소매

두 볼이 적막터니

늦게 둔 제자가

향기를 전하누나.

 

임영 미인은

백제에 있어

묘한 춤 이 곡조에

정신이 양양하다.

 

나와 함께 얘기함이

까닭이 있었거니

시절과 일에 대한 느낌

슬픔만 더한다.

 

현종 시녀

팔천 명에

공손 검기

제일이라.

 

오십 년 세월이

손뒤집듯 빠른데

전쟁 참화 이어져

왕실은 혼미하네.

 

이원의 자제들

안개 같이 흩어지고

여자 악사들 남은 모습

쓸쓸히 비친다.

 

현종황제 묻힌 금률산

나무들만 자랐고

구당 골짜기 돌성엔

풀들만 쓸쓸하다.

 

좋은 잔치 빠른 피리

곡은 다시 끝이 나고

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밀려오는데

동산에 달이 뜬다.

 

늙은 몸

갈 바를 모르는데

거친 산길에 발에는 군살만 박히니

수심과 질병만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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