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 장자(잡편) ; 제23편 경상초[1]-

 

老聃之役, 有庚桑楚者,

노담지역, 유경상초자, 노자의 제자 중에 경상초라는 사람이 있었다.

偏得老聃之道,

편득노담지도, 노자의 도를 어느 정도 터득하고

以北居畏壘之山,

이북거외루지산, 북쪽 외루산에 살고 있었다.

其臣之畵然知者去之,

기신지화연지자거지, 그의 하인 중에서 똑똑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를 떠났고,

其妾之挈然仁者遠之.

기첩지설연인자원지. 그의 첩들 중에서 온후하고 어진 사람들은 그를 멀리 했다.

擁腫之與居,

옹종지여거, 못난 자들만 그와 함께 살고

鞅掌之爲使.

앙장지위사. 멍청한 자들만 그의 부림을 받았다.

居三年, 畏壘大壤.

거삼년, 외루대양. 삼 년이 지나자 외루산 일대에 크게 풍년이 들었다.

畏壘之民相與言曰:

외루지민상여언왈: 외루산 일대의 사람들은 서로 얘기했다.

「庚桑子之始來, 吾洒然異之. 今吾日計之而不足,

「경상자지시래, “경상초가 처음 왔을 때

오쇄연이지. 우리는 놀라며 그를 이상하게 여겼었다.

금오일계지이부족, 하루하루 그가 한 일을 따져보면 별 것이 아닌데,

歲計之而有餘.

세계지이유여. 일 년을 두고 따져보니 큰일을 해 놓았다.

庶幾其聖人乎!

서기기성인호! 아마도 그는 성인일 것이다.

子胡不相與尸而祝之,

자호불상여시이축지, 우리가 어찌 그 분을 임금으로 모시어

社而稷之乎?」

사이직지호?」 종묘사직을 세우고 제례(祭禮)를 행하지 않겠는가?”

庚桑子聞之,

경상자문지, 경상초는 그 얘기를 듣고

南面而不釋然.

남면이불석연. 남쪽으로 앉은 채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弟子異之.

제자이지. 제자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庚桑子曰:

경상자왈: 경상초가 말했다.

「弟子何異乎予?

「제자하이호여? “너희들은 내가 이상하게 보이느냐?

夫春氣發而百草生,

부춘기발이백초생, 봄기운이 퍼지면 온갖 초목이 싹트고,

正得秋而萬寶成.

정득추이만보성. 가을이 되면 모든 열매가 익는다.

夫春與秋,

부춘여추, 봄이나 가을에

豈无得而然哉?

기무득이연재?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

天道已行矣!

천도이행의! 그것은 자연의 대도가 이미 운행되기 때문이다.

吾聞至人,

오문지인, 내가 듣기로 지극한 사람은

尸居環堵之室,

시거환도지실, 사방 한 길밖에 안 되는 작은 방안에 조용히 살지만,

而百姓猖狂

이백성창광 그에게 감화된 백성들은 멋대로 날뛰면서

不知所如往.

부지소여왕. 지인이란 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今以畏壘之細民

금이외루지세민 그런데 지금 이곳 외루사람들은

而竊竊焉欲俎豆予于賢人之間,

이절절언욕조두여우현인지간, 마음속으로 나를 어진 사람으로 높이어 임금으로 떠받들려 하고 있다.

我其杓之人邪!

아기표지인사! 그러니 나는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이 된다.

吾是以不釋於老聃之言.」

오시이불석어노담지언.」 나는 이렇게 되면 노자의 말을 해석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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