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다 같이 형체를 타고났지만

운명을 미리 알아 그 앞날을 규정해 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날이 자연의 변화를 따라갈 뿐이다.

- 장자(외편) ; 제21편 전자방[3]-

 

顔淵問於仲尼曰:

안연문어중니왈: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夫子步亦步,

「부자보역보,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夫子趨亦趨,

부자추역추, 선생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저도 빨리 걷고,

夫子馳亦馳.

부자치역치.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夫子奔逸絶塵,

부자분일절진, 그러나 선생님께서 먼지도 내지 않고 달려버리시면

而回瞠若乎後矣!」

이회당약호후의!」 저는 뒤에서 눈만 멀뚱히 뜨고 있습니다.”

仲尼曰:

중니왈: 공자가 물었다.

「回, 何謂邪?」

「回, 하위사?」“ 안회야,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曰:

왈: 안회가 대답했다.

「夫子步, 亦步也.

「부자보, 역보야.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는다는 것은

夫子言, 亦言也.

부자언, 역언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저도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夫子趨, 亦趨也.

부자추, 역추야. 선생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저도 빨리 걷는다는 것은

夫子辯, 亦辯也.

부자변, 역변야. 선생님께서 이론을 펴시면 저도 이론을 편다는 것입니다.

夫子馳, 亦馳也.

부자치, 역치야.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린다는 것은

夫子言道,

부자언도, 선생님께서 도를 말씀하시면

回亦言道也.

회역언도야. 저도 도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及奔逸絶塵而

급분일절진이 그러나 먼지도 내지 않고 달려버리시면

回瞠若乎後者,

회당약호후자, 저는 뒤에서 눈만 멀뚱히 뜨고 있다는 말은

夫子不言而信,

부자불언이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남에게 믿음을 받고,

不比而周,

불비이주, 남과 친하려 하지 않으셔도 남들이 친하게 따르고,

无器而民滔乎前,

무기이민도호전, 벼슬이나 권력이 없어도 백성들이 굴복해 오는데

而不知所以然而已矣.」

이부지소이연이이의.」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는 말입니다.”

仲尼曰:

중니왈: 공자가 말했다.

「惡! 可不察與!

「오! 가불찰여! 아, 이는 잘 살피지 않으면 될 수가 있겠는가?

夫哀莫大於心死,

부애막대어심사, “인간의 비애는 마음[믿음]이 죽는 것 보다 더 큰 슬픔이 없고,

而人死亦次之.

이인사역차지. 육신의 죽음은 그 다음 가는 슬픔이다.

日出東方而入於西極,

일출동방이입어서극, 해는 동쪽에서 나와 서쪽으로 들어가는데

萬物莫不比方,

만물막불비방, 만물은 모두가 이에 따라 방향을 정한다.

有首有趾者,

유수유지자,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사람들은

待是而後成功,

대시이후성공, 해를 기다렸다 일을 하기 시작한다.

是出則存,

시출칙존, 해가 뜨면 세상일이 시작되고,

是入則亡.

시입칙망. 해가 지면 세상일도 그치는 것이다.

萬物亦然,

만물역연, 만물도 역시 그러니,

有待也而死,

유대야이사, 그것에 의해 죽기도 하고

有待也而生.

유대야이생. 그것에 의해 살기도 한다.

吾一受其成形,

오일수기성형, 우리는 한번 형체를 타고난 이상

而不化以待盡,

이불화이대진, 스스로를 멸망시키지 않고 되어 가는 대로 맡겨두어야 하고,

效物而動,

효물이동, 밖의 물건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日夜无隙,

일야무극, 변화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으므로

而不知其所終.

이부지기소종. 그것이 끝나는 곳은 알 수 없는 것이다.

薰然其成形,

훈연기성형, 만물이 다 같이 형체를 타고났지만

知命不能規乎其前,

지명불능규호기전, 운명을 미리 알아 그 앞날을 규정해 놓을 수는 없다

丘以是日徂.

구이시일조. 그래서 나날이 자연의 변화를 따라갈 뿐이다.

「吾終身與汝交一臂

「오종신여여교일비 내가 평생토록 너와 팔을 끼고 지낸다 해도

而失之,

이실지, 결국은 서로를 잃게 될 것이니

可不哀與!

가불애여!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

女殆著乎吾所以著也.

여태저호오소이저야. 너는 드러나 보이는 나의 겉의 것을 그대로 행하려 하고 있다.

彼已盡矣,

피이진의,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而女求之以爲有,

이여구지이위유, 그런데도 너는 그것이 현재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다.

是求馬於唐肆也.

시구마어당사야. 그것은 마치 텅 빈 시장에 가서 말을 사려고 하는 것과 같다.

吾服女也甚忘,

오복여야심망,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빨리 잊게 될 순간적인 것이고,

女服吾也亦甚忘.

여복오야역심망. 네가 나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빨리 잊게 될 순간적인 것이다.

雖然, 女奚患焉!

수연, 여해환언! 그렇지만 너는 무엇을 걱정하느냐?

雖忘乎故吾,

수망호고오, 비록 옛날의 나를 잊어버린다 해도

吾有不忘者存.」

오유불망자존.」 나에게는 언제나 잊혀질 수 없는 참된 나도 그 중에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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