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15- 인중이 길어 오래 산다 (鷺壽猫夭)

한 사람이 친구의 부친이

사망했다는 부고를 받고는,

'내 평소 그 친구

부친을 여러 번 뵈어

건강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연세도 많지 않은 분이

어찌 돌아가셨단 말인가?'

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행장을 수습하여 문상을 갔다.

 

그리고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상주인 친구에게 절을 하며

애도를 표하느라

이렇게 말했다.

 

"자네 선친께서는 평소에

기력이 좋으셨고 강건하셨으며,

또한 관상으로 봐도

인중(人中)1)이 매우 길어

오래 장수하실 줄 알았는데,

1)인중(人中 :코와 입술 사이.

무슨 나쁜 병을 얻어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는지 모르겠네그려.“

 

이에 상주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 말대로라면

백로는 부리가 길게 뻗어 나왔으니,

인중이 긴 것으로 치자면

백로야말로

천 년을 살 수 있을 것이고,

인중이 짧은 것으로 치면

고양이나 토끼는

태어나자마자

곧 죽어야 할 것이로세.

 

가친께서는 병을 앓은 것이 아니라

처마 밑 외진 곳에서

대변을 보고 계셨는데,

그 때 지붕에서

낡은 기왓장이 머리 위로 떨어져

즉사를 하신 것이라네.“

 

뒤에 친구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폭소를 터뜨렸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