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추위가 지나고
해동되기 시작하는 때였다.
한 사람이 나귀를 몰고
큰 냇가에 이르러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했다.
보통 때라면 물이 좀 많아도
바지를 걷고
나귀와 함께 건너갈 만했으나,
지금은 냇물이
꽁꽁 얼었다 녹는 때라서
얼음 위를 걸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녹으려는 얼음 위를
나귀와 함께 걸어가는데,
이 사람은 나귀의 고삐를
단단히 거머쥐고
전전긍긍(戰戰兢兢)하면서
얼음만 내려다본 채
조심조심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계속,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을 외우며,
겸손하게 부처님의
자비와 은총을 빌었다.
이리하여 내를 다 건너서
반대편 언덕에 닿자,
더 이상 부처님은
무슨 부처님이냐는
거만한 마음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뭐! 부처님?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아미타불이냐?"
하고는 훌쩍 언덕으로 건너뛰었다.
그리고는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뒤를 돌아보자,
어찌된 영문인지
나귀는 건너편 냇가에
그대로 서 있고,
손에 쥔 나귀 고삐만
졸졸 따라온 것이었다.
이에 그 사람은
다시 얼음 위로 올라서서
조심스럽게 건너가며,
입으로는 역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는 것이었다.
흔히 속담에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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