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의 판단은 미혹되어 있다

- 장자(외편) ; 제12편 천지[14]-

 

孝子不諛其親,

효자불유기친, 효자는 그의 부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忠臣不諂其君,

충신불첨기군, 충신은 그의 임금에게 아첨을 하지 않는데,

臣子之盛也.

신자지성야. 그것이 신하와 자식의 훌륭한 태도이다.

親之所言而然,

친지소언이연, 부모가 말씀하신 것이면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所行而善,

소행이선, 부모가 행한 일이면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則世俗謂之不肖子.

즉세속위지불초자. 세상에서는 못난 자식이라고 말한다.

君之所言而然,

군지소언이연, 임금이 말한 것이면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所行而善,

소행이선, 임금이 행한 것이면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則世俗謂之不肖臣.

즉세속위지불초신. 세상에서는 그를 못난 신하라고 말한다.

而未知此其必然邪?

이미지차기필연사?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는 일이다.

世俗之所謂然而然之.

세속지소위연이연지. 세상에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그렇다고 하고,

所謂善而善之,

소위선이선지,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을 훌륭하다고 하면

則不謂之道諛之人也.

즉불위지도유지인야. 곧 아첨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

然則俗故嚴於親而尊於君邪?

연즉속고엄어친이존어군사? 그렇다면 세상의 습속이 본시 부모보다 엄하고 임금보다도 존귀하단 말인가?

 

謂己道人,

위기도인, 자기를 아첨꾼이라고 말하면

則勃然作色,

즉발연작색, 곧 성난 듯이 얼굴빛을 바꾸고,

謂己諛人,

위기유인, 자기에게 눈치꾼이라고 말하면

則怫然作色.

즉불연작색. 화난 듯이 얼굴빛을 바꾼다.

而終身道人也,

이종신도인야, 그러면서도 평생토록 아첨꾼 노릇을 하고

終身諛人也,

종신유인야, 평생토록 눈치꾼 노릇을 한다.

合譬飾辭聚衆也,

합비식사취중야, 이유를 들면서 말을 꾸미는 것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是終始本末不相罪坐.

시종시본말불상죄좌. 그러나 시작과 끝, 근원과 결과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垂衣裳, 수의상, 옷자락을 늘어뜨리고,設采色, 설채색, 아름다운 채색으로 꾸미고,動容貌, 동용모, 갖은 용모를 움직여가며以媚一世, 이미일세, 온 세상에 아양을 떨면서도而不自謂道諛. 이부자위도유. 자신은 아첨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與夫人之爲徒, 여부인지위도, 사람들과 더불어 무리를 이루고,通是非, 통시비, 같이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면서도而不自謂衆人,이부자위중인, 자신은 보통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愚之至也.

우지지야. 이들은 지극히 어리석은 자들이다.

知其愚者,

지기우자, 그의 어리석음을 아는 사람은

非大愚也.

비대우야. 크게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知其惑者,지기혹자, 그의 미혹됨을 아는 사람은非大惑也. 비대혹야.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니다.大惑者, 대혹자, 크게 미혹된 자는終身不解. 종신불해. 평생토록 이해하지 못하고,大愚者, 대우자, 크게 어리석은 자는終身不靈. 종신불령. 평생토록 깨닫지 못한다.

 

三人行而一人惑,

삼인행이일인혹, 세 사람이 길을 가는데

所適者猶可致也,

소적자유가치야, 한 사람이 미혹되어 있다면 목적지로 갈 수 있다.

惑者少也.

혹자소야. 그것은 미혹된 자가 적기 때문이다.

二人惑則勞而不至,

인혹칙로이부지,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미혹되어 있다면 고생만 하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다.

惑者勝也.

혹자승야. 그것은 미혹된 자가 많기 때문이다.

 

而今也以天下惑,

이금야이천하혹, 그런데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으니,

予雖有祈嚮,

여수유기향, 내가 비록 가려는 방향이 있다 해도

不可得也.

불가득야. 갈 수가 없다.

不亦悲乎!

불역비호! 그러니 슬프지 않은가.

 

大聲不入於里耳,

대성불입어리이, 위대한 음악은 천한 귀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折楊皇荂,

절양황과, 절양이나 황과 같은 속된 음악을 들으면

則嗑然而笑.

즉합연이소. 좋아서 웃고 법석을 떤다.

是故高言不止於衆人之心,

시고고언부지어중인지심, 그러므로 고상한 말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는 멈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至言不出,

지언불출, 지극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俗言勝也.

속언승야. 속된 말들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以二缶鐘惑,

이이부종혹, 두 갈래로 모두가 미혹되어 있어서

而所適不得矣.

이소적부득의. 목적지로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而今也以天下惑,

이금야이천하혹, 그처럼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어 있다.

 

予雖有祈嚮,

여수유기향, 내가 비록 갈 곳이 있다 해도

其庸可得邪!

기용가득사! 어떻게 그 곳에 도달할 수가 있겠는가?

知其不可得而强之,

지기불가득이강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억지를 쓰고 있는 것

又一惑也,

우일혹야, 또한 한 가지의 미혹이다.

 

故莫若釋之而不推.

고막약석지이불추. 그러므로 그대로 버려두고 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不推,

불추, 밀지만 않는다면

誰其比憂?

수기비우? 그 누가 근심을 할 것인가?

厲之人夜半生其子,

려지인야반생기자, 문둥이는 밤중에 자기 자식을 낳고서

遽取火而視之,

거취화이시지, 바로 불을 가져다 비추어보면서

汲汲然唯恐其似己也.

급급연유공기사기야. 초조히 그 애가 자기를 닮지 않았을까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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