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킨 점으로 보면

도척이나 백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 중 군자와 소인을 가려야 하는가?

- 장자(외편) ; 제8편 변무[3]-

 

自三代以下者,

자삼대이하자, 하나라·은나라·주나라 이 삼대 이후로

天下何其囂囂也?

천하하기효효야? 세상이 얼마나 시끄러워졌는가.

且夫待鉤繩規矩而正者,

차부대구승규구이정자, 갈고리와 먹줄과 그림쇠와 굽은 자를 써서 나무를 바로잡는 것은

是削其性者也.

시삭기성자야. 나무의 본성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待繩約膠漆而固者,

대승약교칠이고자, 새끼와 끈과 아교와 옻칠로 단단히 만드는 것은

是侵其德者也.

시침기덕자야. 본래의 형태를 손상하는 것이다.

屈折禮樂,

굴절예악, 예의와 음악을 번거롭게 찾고,

呴兪仁義,

구유인의, 인의로 달래어

以慰天下之心者,

이위천하지심자,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들도

此失其常然也.

차실기상연야. 역시 그의 일정한 본연을 잃은 것이다.

天下有常然.

천하유상연. 천하에는 일정한 본연이 있다.

常然者,

상연자, 일정한 본연이란 것은

曲者不以鉤,

곡자불이구, 굽어 있어도 갈고리로 굽힌 것이 아니고,

直者不以繩,

직자불이승, 곧아도 먹줄로 곧게 한 것이 아니고,

圓者不以規,

원자불이규, 둥글어도 그림쇠로 둥굴게 한 것이 아니고,

方者不以矩,

방자불이구, 모가 났어도 굽은 자로 모나게 한 것이 아니다.

附離不以膠漆,

부리불이교칠, 붙어 있으나 아교나 옻칠로 붙인 것이 아니고,

約束不以묵索.

約束不以묵색. 묶여 있으나 줄이나 새끼로 묶은 것이 아니다.

故天下誘然皆生

고천하유연개생 천하에 이끌리듯이 모두가 살고 있지만

而不知其所以生,

이부지기소이생, 살게 된 까닭은 알지 못한다.

同焉皆得

동언개득, 다 같이 모두가 자기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而不知其所以得.

이부지기소이득. 자기 모습을 지니게 된 까닭은 알지 못한다.

故古今不二,

고고금불이, 그런 것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한 것이 아니니

不可虧也.

불가휴야.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則仁義又

칙인의우 그런데 인의로 또한

奚連連如膠漆纆索

해연연여교칠묵색 어째서 아교나 옻칠로 붙이고 줄과 새끼로 묶듯이 하여

而遊乎道德之間爲哉,

이유호도덕지간위재, 도와 덕의 세계에 노닐려 하는가?

使天下惑也!

사천하혹야! 그것은 세상 사람들을 미혹시킬 뿐이다.

夫小惑易方,

부소혹역방, 작게 미혹된 것이라면 방향이 틀린 것이다.

大惑易性.

대혹역성. 크게 미혹된 것이라면 본성을 잃은 것이다.

何以知其然邪?

하이지기연사? 무엇으로 그것을 알 수 있는가?

有虞氏招仁義

유우씨초인의 순임금이 인의를 내걸고서

以撓天下也,

이요천하야, 천하의 인심을 어지럽힌 후로

天下莫不奔命於仁義,

천하막불분명어인의,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목숨을 걸고 인의의 편으로 달려가고 있다.

是非以仁義易其性與?

시비이인의역기성여? 이것이야말로 인의로써 그들의 본성을 잃게 만든 것이 아닌가.

故嘗試論之,

고상시론지, 그러면 시험삼아 짐짓 말해 보리라.

自三代以下者,

자삼대이하자, 하·은·주 삼대 이후부터

天下莫不以物易其性矣.

천하막불이물역기성의. 천하는 모두 외물 때문에 본성을 잃었다.

小人則以身殉利,

소인칙이신순리, 소인은 이익을 위해 죽고

士則以身殉名,

사칙이신순명, 선비들은 명예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大夫則以身殉家,

대부칙이신순가, 대부들은 국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시켰다.

聖人則以身殉天下.

성인칙이신순천하. 성인은 천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시켰다.

故此數子者,

고차수자자, 이런 사람들의 행위는

事業不同,

사업부동, 사업 내용도 다르고

名聲異號,

명성이호, 그것에 의해 얻은 명성도 다르지만,

其於傷性

기어상성 그들이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

以身爲殉,

이신위순, 자기 본성을 손상시켰다는 점에서는

一也.

일야. 한결같다.

臧與穀二人

장여곡이인 하인과 하녀가

相與牧羊

상여목양, 함께 양을 치러 갔다가

而俱亡其羊.

이구망기양. 둘이 모두 자기의 양을 잃어버렸다.

問臧奚事,

문장해사, 하인에게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則挾筴讀書.

즉협협독서. 책을 읽고 있었다고 말했다.

問穀奚事,

문곡해사, 하녀에게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則博塞以遊.

칙박색이유. 놀이를 하며 놀았다고 말했다.

二人者,

이인자, 두 사람이

事業不同,

사업부동, 한 일은 다르지만

其於亡羊均也.

기어망양균야. 자기가 지키던 양을 잃어버린 것은 같다.

伯夷死名於首陽之下,

백이사명어수양지하, 백이는 수양산 아래에서 명예를 위해 굶어죽었다.

盜跖死利於東陵之上,

도척사리어동릉지상, 도척은 동릉 위에서 이익을 위해 죽었다.

二人者,

이인자, 두 사람이

所死不同,

소사부동, 죽은 상황은 다르지만

其於殘生傷性均也.

기어잔생상성균야. 그들이 자기 삶을 해치고 자기 본성을 손상시킨 점에 있어서는 같다.

奚必伯夷之是

해필백이지시 어째서 반드시 백이는 옳고

而盜跖之非乎!

이도척지비호! 도척만 잘못되었다 할 수 있겠는가?

天下盡殉也,

천하진순야,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희생시키고 있다.

彼其所殉仁義也,

피기소순인의야, 인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면

則俗謂之君子.

즉속위지군자. 사람들은 그를 군자라 부른다.

其所殉貨財也,

기소순화재야, 그가 재물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면

則俗謂之小人.

칙속위지소인. 세상 사람들은 그를 소인이라고 부른다.

其殉一也,

기순일야, 그들이 자기 몸을 희생한 것은 같은데

則有君子焉,

칙유군자언, 어떤 이는 군자가 되고

有小人焉.

유소인언. 어떤 이는 소인이 된다.

若其殘生損性,

약기잔생손성, 삶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킨 점으로 보면

則盜跖亦伯夷已,

즉도척역백이이, 도척이나 백이나 다를 것이 없다.

又惡取君子小人於其間哉!

우오취군자소인어기간재! 그런데 어째서 그들 중 군자와 소인을 가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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