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쓸 곳이 없기를 원해 온 지가 오래되었다.
거의 죽을 뻔하다가
이제야 뜻대로 되어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 장자(내편) ; 제4편 인간세[12]-
匠石之齊,
장석지제, 장석이 제나라로 가다가
至於曲轅,
지어곡원, 곡원에 이르러
見櫟社樹.
견력사수. 토신묘 앞의 참나무를 보았는데,
其大蔽數千牛,
기대폐수천우, 그 크기가 수천 마리의 소를 뒤덮을 만하였고,
絜之百圍,
혈지백위, 그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으며,
其高臨山,
기고림산, 그 높이는 산을 내려다 볼 정도이고
十仞而後有枝
십인이후유지 열 길 위에서부터 가지가 나 있었다.
其可以爲舟者旁十數.
기가이위주자방십수. 배를 만들 만한 가지들도 몇 십 개나 되었다.
觀者如市,
관자여시, 구경꾼들이 장이 선 것처럼 모여 있었다.
匠伯不顧,
장백불고, 장석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遂行不輟.
수행불철. 멈추는 일도 없이 걸어갔다.
弟子厭觀之,
제자염관지, 그의 제자는 그 나무를 실컷 구경하고 나서
走及匠石,曰..
주급장석,왈.. 장석에게 달려가 말했다.
「自吾執斧斤以隨夫子,
「자오집부근이수부자, “제가 도끼를 들고 스승님을 따라 다닌 후로
未嘗見材如此其美也.
미상견재여차기미야. 이처럼 훌륭한 재목은 본적이 없습니다.
先生不肯視,
선생불긍시,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시고,
行不輟,何邪?」
행불철,하사?」 발길을 멈추지도 않으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曰..장석이 말했다.
「已矣,勿言之矣!
「이의,물언지의! “그만, 그런 말 말아라.
散木也,
산목야, 쓸모없는 나무다.
以爲舟則沈,
이위주칙침,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以爲棺槨則速腐,
이위관곽칙속부,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
以爲器則速毁,
이위기칙속훼, 그릇을 만들면 쉽게 깨지고,
以爲門戶則液樠,
이위문호칙액만 문짝을 만들면 나무진이 흘러내리고,
以爲柱則蠹.
이위주즉두. 기둥을 만들면 곧 좀이 먹는다.
是不材之木也,
시부재지목야, 그것은 재목이 되지 못할 나무이다.
無所可用,
무소가용, 쓸 만한 것이 없어서
故能若是之壽.」
고능약시지수.」 그렇게 오래 살고 있는 것이다.”
匠石歸,
장석귀, 장석이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櫟社見夢曰..
력사견몽曰.. 그 큰 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女將惡乎比予哉?
「여장오호비여재? “당신은 나를 어디에 비교하는가?
若將比予於文木邪?
약장비여어문목사? 나를 좋은 재목에 견주려는 것인가?
夫楂梨橘柚,
부사리귤유, 돌배, 배, 귤, 유자 등
果蓏之屬,
과라지속, 과일이 열리는 나무는
實熟則剝,
실숙칙박, 과일이 열리면 따게 되고,
剝則辱.,
박칙욕., 따는 과정에서 욕을 당하게 된다.
大枝折,
대지절, 큰 가지는 꺾여지고
小枝泄.
소지설. 작은 가지는 휘어진다.
此以其能苦其生者也,
차이기능고기생자야, 이들은 자기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의 삶을 괴롭히는 것들이다.
故不終其天年而中道夭,
고부종기천년이중도요, 그러므로 타고난 목숨대로 끝까지 살지 못하고 중간에 일찍 죽어 버리는 것이다.
自掊擊於世俗者也.
자부격어세속자야. 스스로 세속에서 얻어맞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物莫不若是。
물막불약시。 어떤 물건이든 이 같지 않은 것이 없다.
且予求無所可用久矣,
차여구무소가용구의, 나는 쓸 곳이 없기를 원해 온 지가 오래되었다.
幾死,
기사, 거의 죽을 뻔하다가
乃今得之。
내금득지, 이제야 뜻대로 되어
為予大用,
위여대용。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使予也而有用,
사여야이유용,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且得有此大也邪?
차득유차대야사? 어찌 이렇게 커질 수가 있었겠는가?
且也若與予也皆物也,
차야약여여야개물야, 또한 그대와 나는 모두가 같은 물건이다.
奈何哉其相物也?
내하재기상물야? 어째서 그대는 나를 다른 물건으로 보는가?
而幾死之散人,
이기사지산인, 거의 죽어가는 쓸모없는 사람이
又烏知散木!」
우오지산목!」 어찌 쓸 데 없는 나무를 알 수가 있겠는가?”
匠石覺而診其夢。
장석각이진기몽。장석은 깨어나서 그의 꿈을 얘기했다.
弟子曰:
제자왈: 그의 제자가 말했다.
「趣取無用,
「취취무용,“쓸모없음에 뜻을 두었다면,
則為社何邪?」
즉위사하사?」그 나무가 신목이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曰:장석이 말했다.
「密!若無言!
「밀!약무언!“아무 말도 하지 마라.
彼亦直寄焉!
피역직기언!그는 사당에 몸을 기탁하고 있을 뿐인데도
以為不知己者詬厲也。
이위불지기자후려야。 자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욕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不為社者,
불위사자, 신목이 되지 않았다면
且幾有翦乎!
차기유전호! 땔나무로 베어졌겠지.
且也彼其所保與眾異,
차야피기소보여중이, 또한 그의 몸을 지키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而以義喻之,
이이의유지, 그런데도 겉만 보고 그를 칭찬한다면
不亦遠乎!」
불역원호!」 그 또한 사실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겠느냐?”
'중국고전 > 莊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곳의 나무들은 쓸모에 따라 중도에 도끼에 찍혀 일찍 죽었다 (0) | 2011.03.20 |
---|---|
이것은 재목으로 쓸 수 없는 나무여서 이처럼 크게 자랄 수 있었구나 (0) | 2011.03.20 |
자기가 바퀴에 깔려 죽을 것도 모르고 물러서지 않는다 (0) | 2011.03.17 |
온순함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0) | 2011.03.17 |
짐승은 죽을 때 소리를 가리지 않고 악을 쓴다 (0) | 2011.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