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彗星歌 -융천사
융천사 혜성가 진평왕대
融天師 彗星歌 眞平王代
[은자주]세 화랑의 인격은 해와 같아서 달 아래 떠가는 혜성 따위야 문제될 게 없다는 화랑 찬양의 노래다. <찬기파랑가> <모죽지랑가>와 동궤의 작품이다. 신라 천 년의 역사는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이런 화랑과 충담사 같은 영향력 있는 인격자들이 신라 뒤안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第五居烈郞 第六實處郞(一作突處郞) 第七寶同郞等 三花之徒
제5 거열랑 제6 실처랑 제7 보동랑 등 화랑의 무리 세 사람이
欲遊楓岳 有彗星犯心大星.
풍악에 놀러가려는데 혜성이 심대성(心大星)을 범했다.
郎徒疑之 欲罷其行.
낭도들은 이것을 이상스럽게 생각하여 그 여행을 중지하려 했다.
時天師作歌 歌之. 星怪卽滅
이 때 융천사가 노래를 지어서 부르니 별의 변괴는 사라졌다.
日本兵還國 反成福慶.
일본 군대가 저희 나라로 돌아가니 도리어 경사가 되었다.
大王歡喜 遣郎遊岳焉.
임금이 기뻐하여 낭도들을 풍악에 놀게 했다.
歌曰,
舊-理-東-尸-汀-叱-乾達婆-矣
游-烏-隱-城-叱-肹-良-望-良-古
倭-理-叱-軍-置-來-叱-多
烽-燒-邪-隱-邊-也-藪耶
三花-矣-岳 -音-見-賜-烏-尸-聞-古
月-置-八-切-爾-數-於-將來-尸-波-衣
道-尸-掃-尸-星-利-望 -良-古
彗星-也-白-反-也-人-是-有-叱-多
後句, 達-阿-羅-浮去-伊-叱-等邪
此-也-友-物-北*-所-音-叱-彗-叱-只-有-叱-故
녜 새ㅅ믌갓 乾達婆 옛날 동해 물가/
노론 잣흘란 바라고 건달바가 놀던 성을 바라보고
예ㅅ 軍두 옷다 “왜군도 왔다!”고
燧살얀 갓 이슈라 봉화를 든 변방이 있구나.
三花애 오름보샤올 듣고 세 화랑의 산구경 오심을 듣고
달두 바즈리 혀렬바애 달도 부지런히 등불을 켜는데
길쓸 별 바라고 길 쓸 별을 바라보고
彗星여 살반여 사라미 잇다 “혜성이여!” 사뢴 사람이 있구나!
아으,달 아래 떠갯더라 아, 달은 저 아래로 떠나가 버렸더라
이어우 므슴ㅅ 彗ㅅ기 이실고 이 보아 무슨 혜성이 있을꼬.
12.彗星歌 해설
26대 진평왕 16년(594)으로 추정.
융천사는 승려이고 천문관이고 변괴를 물리치는 주술사.
백제 威德왕 41년(594) 겨울 11월에 혜성이 동쪽 하늘에 나타남(삼국사기 백제본기)
心大星은 신라인들의 국가 또는 국왕을 상징하는 별.
건달바는 불교에서 말하는 음악과 놀이의 신이고, “건달바가 논 성”은 바로 신기루.
(4구)烽-燒-邪-隱-邊 -也-藪 -耶:(김완진)횃불 올린 어여 수풀이여.
홰-태-야-은-어여-여-수플-야>홰 얀 어여 수프리야
[김완진,p.131]‘邊也’는 ‘어여’로서 ‘스플’에 붙는 고유명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後世의 文證이 시기적으로 뒤지지만(漢淸文鑑), ‘귀어엿’, ‘그릇부리 어엿’으로 나타나는 古代語形이 ‘어여’였는지, 아니면 固有名詞 ‘어여’를 나타내기 위하여 ‘邊’의 訓 ‘어엿’을 이용하면서 그 末音이 ‘엿’이 아닌 ‘여’임을 ‘야’字로 표시하였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8구)彗星여 살반여 사라미 잇다: 사실이 아님. 혜성이 없다고 하면 나타난 혜성이 사라지는 언어의 주술성.
(10구)此-也-友-物-北*-所-音-叱: ‘北*’의 표기 문제. ‘友-物’의 語釋.
[양주동,p.872] ‘叱’의 誤字.
[김완진,p.135] ‘므슴’을 나타내는 것은 ‘物-北*-所-音’이 아니라 ‘北*-所-音’으로 본다. 문제의 ‘北’자는 ‘甚’자의 草體로부터의 轉訛라고 보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甚’(=怎즘:어찌)은 ‘무슨’의 뜻으로 ‘甚所音’은 전형적인 訓主音從의 표기요, ‘므슴’을 나타내는 데에 아무런 손색이 없다.
◊‘友-物’의 語釋
[소창진평] 이에 밧갓듸 밤ㅅ 비질악(이) 잇고
[양주동] 이어우 므슴ㅅ 彗ㅅ기 이실고
[지헌영] 이예 벋달ㅅ 살(헤)ㅅ아 잇고 ‘벋들’
[김선기] 이야 벋믈 다뵈숌ㄷ 쒿끼 읻고 ‘받몬’
[서재극] 이야 벋믈 배삼ㅅ 뷧즈락 잇고 ‘벋믈’(의미는 ‘벗들’)
[김준영] 이여우 믓솜 쉿ㄱ* 잇고. *쉬+(종성이 ㅅ+ㄱ)
[김완진] 이예 버믈 므슴ㅅ 彗ㅅ 닛고
‘繞’를 뜻하는 ‘버믈’을 想定함. 이-여-버믈-믈>이예 버믈>이에 어울릴 (무슨 彗星을 함께 하였습니까.)
세 화랑은 달과 별을 무색하게 하는 해와 같이 우뚝한 존재. 주술적 사고방식에다 화랑의 기백을 찬양하는 말을 첨가하여 격조 높은 암시를 창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