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고뇌 -자아상실

제19장 山木편

[은자주]어떤 난제에도 거침없이 비유로 술술 답하던 장자가 조릉의 밤나무 숲에서 숲지기에게 쫓거난 이후, 장자 전편 중 유일하게 깊은 고뇌에 빠진다. 항시 양생(養生)의 도를 밥먹듯이 떠벌이던 자신이 이익을 쫓다가 자신이 위기에 처한 것조차 망각하고 먹이사슬의 한 부분을 차지한 자아상실감 때문이었다.

[먹이사슬, 약육강식의 도식]

[숲관리인]> 장자> 당랑> 사마귀> 매미


(572)

莊周遊於雕陵之樊하다가1) 1)樊(번):藩(번), 바자울타리.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에서 놀다가

覩一異鵲自南方來者라.

한 마리 이상한 까치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翼廣七尺이요 目大運寸이나2) 2)目大運寸(목대운촌):眼睛의 直徑이 一寸.

날개 넓이가 7자나 되고, 눈동자의 직경도 한 치였는데

感周之顙하고3) 而集於栗林이라. 3)感:(감):觸.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莊周曰

「此何鳥哉오 翼殷不逝하고4) 4)殷(은):大. 逝(서):往, 飛去.

이것은 어떤 새인가? 큰 날개를 가지고도 높이 날지 못하고

目大不覩아?」

한 치나 되는 눈동자로도 보지 못하는가?“

蹇裳躩步하여5) 執彈而留之라. 5)躩(곽):바삐 가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바삐 걸어가 화살을 메우고 머물렀다.

覩一蟬이 方得美蔭하여 而忘其身:

바야흐로 매미 한 마리가 시원한 그늘에서 자신을 잊은 걸 보았다.

螳螂이6) 執翳而搏之하려고7) 6)翳(예):隱蔽(은폐). 7)螳螂(당랑):사마귀.

사마귀가 몸을 숨기고 그것을 잡아먹으려고

見得而忘其形:

자신을 잊은 것을 보았다.

異鵲從而利之 見利하고

이상한 까치는 기회를 타서 당랑을 잡으려고 이익[사마귀]에 눈독을 들이느라

而忘其眞.

자신의 眞性을 잃어버렸다.

莊周怵然曰8) 8)怵(출):슬퍼하다, 가엾게 여기다.

장주는 슬퍼했다.

「噫라! 物固相累하고 二類相召也!」

「아, 만물은 진실로 서로 해를 끼치고 兩者는 서로 탐욕을 부르는구나.」

損彈而反走

장주는 활을 버리고 달리듯 돌아왔다.

虞人逐而誶之라.9)9)虞人(우인):守園囿之吏. 誶(수):욕하다.

숲 관리인이 뒤쫓으며 꾸짖었다.



(573)

莊周反入 三日[또는 三月]不庭.10)

10) 三日(삼일):통행본엔 三月. 不庭(불령):讀不逞(불령), 不愉快, 不快, 逞령:유쾌하다.

장주는 집에 돌아와 삼일간이나 언짢아했다.

藺且從而問之

인차가 가서 물었다.

「夫子何爲頃間甚不庭乎?」11)11)夫子(부자):老聃. 頃間(경간): 요즈음.

「선생님게서는 어찌하여 요즈음 심기가 불편하십니까?」


莊周曰 「吾守形而忘身라.

장주 「나는 외물에 마음을 빼앗겨 내 자신을 잊고

觀於濁水라가 而迷於淸淵.

흐린 물을 보다가 맑은 연못을 잊었다.

且吾聞諸夫子*하니 曰

또한 내 선생님에게 듣기를

󰡔入其俗하고 從其令하라.󰡕12) 12)令(량):禁令.

󰡔어느 지방에 가거든 그곳의 풍속과 습관을 따르라.󰡕고 하셨다.

今吾遊於雕陵하다가 而忘吾身하고

이제 내가 조릉에 노닐다가 내 자신을 잊었고,

異鵲은 感吾顙하고

이상한 까치는 내 이마를 스치고

遊於栗林타가 而忘眞하다.

밤나무숲에 노닐다가 제 자신을 잊었다.

栗林虞人이 以吾爲戮하여13) 13)戮(륙):辱

밤나무 숲 관리인이 나를 욕하여

吾所以不庭也.」

내 기분이 유쾌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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