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曰, 도둑치고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다

- 장자(잡편) ; 제29편 도척[4]-

 

[주]간접적으로나마 성리학의 공리공담과 유학의 허례허식을 비판할 수 있어

연암 박지원은 장자 중에서도 이 <도척편>을 특히 좋아했다.

 

盜跖大怒曰

:도척대노왈: 도척은 더욱 크게 화가 나서 말했다.

「丘來前!

「구래전! 구야, 앞으로 오라.

夫可規以利

부가규이리 “이익으로 권할 수 있고

而可諫以言者,

이가간이언자, 말로 간구할 수 있는 것은

皆愚陋恒民之謂耳.

개우루항민지위이. 모두 세상의 어리석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今長大美好,

금장대미호, 지금 내 체격이 훌륭하며 용모가 아름답고

人見而悅之者,

인견이열지자, 사람들이 나를 보면 좋아하는 것은

此吾父母之遺德也.

차오부모지유덕야. 내 부모의 덕이다.

丘雖不吾譽,

구수불오예, 네가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吾獨不自知邪?

오독불자지사?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

「且吾聞之,

「차오문지, 또 내가 듣기로.

好面譽人者,

호면예인자,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亦好背而毁之.

역호배이훼지. 등 뒤에서 욕하기도 잘한다고 했다.

今丘告我以大城衆民,

금구고아이대성중민, 지금 네가 큰 성을 쌓게 한다느니, 백성들을 모아 준다고 했는데,

是欲規我以利

시욕규아이리 그것은 이익으로 나를 권면하는 것이니

而恒民畜我也,

이항민축아야, 나를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루려는 것이다.

安可久長也!

안가구장야! 그런 것들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

城之大者,

성지대자, 성이 크다 한들

莫大乎天下矣.

막대호천하의. 천하보다 크지는 않다.

堯舜有天下,

요순유천하, 요와 순임금은 천하를 다스렸으나

子孫无置錐之地.

자손무치추지지. 그 자손들은 송곳하나 꽂을 땅도 갖지 못 했다.

湯武立爲天子,

탕무립위천자, 탕임금과 무왕도 스스로 천자가 되었으나

而後世絶滅.

이후세절멸. 그 자손은 모두 끊기고 말았다.

非以其利大故邪?

비이기리대고사? 그것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且吾聞之,

「차오문지, 또 내가 듣기에,

古者禽獸多而人少,

고자금수다이인소, 옛날에는 새나 짐승이 많고 사람의 수는 적어,

於是民皆巢居以避之,

어시민개소거이피지,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며 짐승의 해를 피했고,

晝拾橡栗,

주습상률,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고

暮栖木上,

모서목상,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故命之曰

고명지왈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여

有巢氏之民.

유소씨지민. 유소씨의 백성이라고 했다.

古者民不知衣服,

고자민부지의복, 또 옛적에는 백성들이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

夏多積薪,

하다적신, 여름이면 장작을 쌓아놓았다가

冬則煬之,

동즉양지, 겨울에는 이것을 땠다.

故命之曰知生之民.

고명지왈지생지민. 그래서 이들은 인생을 아는 백성이라고 한다.

神農之世,

신농지세, 신농씨 시대에는

臥則居居,

와칙거거, 안락하게 누워 자고

起則于于,

기칙우우, 일어나서는 유유자적했다.

民知其母,

민지기모, 백성들은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不知其父,

부지기부, 아버지는 몰랐고,

與麋鹿共處,

여미록공처, 고라니나 사슴들과 함께 살았다.

耕而食,

경이식, 농사를 지어서 먹고

織而衣,

직이의, 길쌈을 해서 옷을 입었으며

无有相害之心,

무유상해지심, 서로를 해치려는 마음 따위는 지니지 않고 있었다.

此至德之隆也.

차지덕지융야. 이것이 바로 지극한 덕이 한창 성했던 시대였다.

然而黃帝不能致德,

연이황제불능치덕, 그런데 황제는 덕을 완전히 실현시킬 수가 없어,

與蚩尤戰於涿鹿之野,

여치우전어탁록지야, 치우와 탁록의 들에서 싸워,

流血百里.

류혈백리. 사람들의 피가 백리 사방을 물들였다.

堯舜作,

요순작, 이어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立群臣,

립군신, 많은 신하들을 내세웠고,

湯放其主,

탕방기주, 탕왕은 그의 주군을 내쳤으며,

武王殺紂.

무왕살주. 무왕은 주왕을 죽였다.

自是以後,

자시이후, 이 뒤로

以强陵弱,

이강릉약,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以衆暴寡.

이중폭과.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게 된 것이다.

湯武以來,

탕무이래, 탕왕과 무왕 이후는

皆亂人之徒也.

개란인지도야. 모두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이다.

「今子修文武之道,

「금자수문무지도,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서

掌天下之辯,

장천하지변,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以敎後世,

이교후세, 후세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縫衣淺帶,

봉의천대,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矯言僞行,

교언위행,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以迷惑天下之主,

이미혹천하지주,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而欲求富貴焉,

이욕구부귀언, 부귀를 얻으려는 것이다.

盜莫大於子.

도막대어자. 도둑치고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天下何故不謂子爲盜丘,

천하하고불위자위도구,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而乃謂我爲盜跖?

이내위아위도척? 반대로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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