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산거추명(山居秋暝)-왕유(王維)

산채에 가을이 어두워지네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 빈 산에 갓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 날씨는 저녁 무렵의 가을이로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추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 맑은 샘물은 바위 위를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 대숲 소란더니 빨래하는 여인들 돌아가고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 연잎이 흔들리니 고깃배 지나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 마음에 맞는 봄꽃이 없다해도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 왕손은 혼자서 산중에 머무를 만 하도다

 

[안병렬 역]

116 왕유(王維)

가을 저녁 산에서 살다

 

쓸쓸한 산에

비 내리니

저녁 무렵

날씨는 가을이 되는구나.

 

밝은 달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

맑은 샘

돌 위로 흐른다.

 

대숲

시끄럽더니

빨래하던 처녀

돌아오고.

 

연꽃

움직이더니

고기잡이 배

내려간다.

 

제멋대로 자란 풀

시들어 가는데

집 나온 귀공자

 머물 만하구나.

115 망천한거증배수재적(輞川閑居贈裴秀才迪)-왕유(王維;699-761)

망천에서 한가하게 살면서 배수재에게 드립니다

 

寒山轉蒼翠,(한산전창취),차가운 가을 산이 검푸르게 변하고

秋水日潺湲.(추수일잔원),가을 물은 날마다 졸졸 흐른다

倚杖柴門外,(의장시문외),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 나아가

臨風聽暮蟬.(림풍청모선).바람 쏘이며 저문 매미소리를 듣는다

渡頭餘落日,(도두여낙일),나룻머리에 지는 햇살은 남아있고

墟里上孤煙.(허리상고연).작은 마을에는 외로운 연기만 피어오른다

復値接輿醉,(복치접여취),다시 접여처럼 술이 취하여

狂歌五柳前.(광가오류전).오류선생 집 앞에서 미친 듯 노래부른다

 

[안병렬 역]

115 왕유(王維;699-761)

망천에서 한가로이 살며 배수재 적에게 드린다

 

쓸쓸한 산

거무스름하게 변하고

가을물

느릿느릿 흐르는데

 

막대 짚고

밖에

저녁바람 쏘이며

저문 매미소리 듣는다.

 

나룻가엔

지는 햇빛 남았고

마을엔

저녁 연기 피어오르고.

 

또다시

접여처럼 취한 너를 만나

오류 같은 내 집 앞에서

미친 듯 노래하네.

 

 

114 등악양루(登岳陽樓)

ㅡ 두보(杜甫;712-770)

 

악양루에 올라

 

昔聞洞庭水,

(석문동정수), 지난 날 동정호에 대해 듣다가

今上岳陽樓.

(금상악양누).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

吳楚東南坼,

(오초동남탁), 오나라와 촉나라가 동남으로 나눠 있고

乾坤日夜浮.

(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동정호수에 떠있구나

親朋無一字,

(친붕무일자), 친한 친구로부터는 한 글자 소식도 없고

老病有孤舟.

(노병유고주). 늙고 병들은 나는 외로운 배에 남아있네

戎馬關山北,

(융마관산북), 관산의 북쪽 중원 땅에는 아직도 전쟁이라

憑軒涕泗流.

(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안병렬 역]

114 두보(杜甫;712-770)

악양루에 오르다

 

옛날에

동정수 들었는데

오늘사

악양루에 올랐다.

 

오나라와 초나라가

동남으로 나뉘엇고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떠 있다.

 

친한 벗에게서는

한 자의 소식조차 없고

늙고 병든 몸

외론 배만 남았다.

 

중원 땅엔

계속해서 전쟁이라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이 자꾸 흐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