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박-전등사

파주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 꽃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강을 도강하여 강화도 전등사에 들렀다.

잘 알려진 대로 전등사 대웅보전의 처마 네 귀퉁이에는 특이하게 네 귀퉁이의 들보를 한 손, 또는 두 손으로 떠받치고 쪼그리고 앉은 여인의 나체상을 배치하였다. 전등사를 창건할 당시 창건에 참여했던 도편수가 사하촌의 어느 여인과 사랑에 빠졌는데, 이 여인이 도편수의 돈을 훔쳐 다른 남자와 도망쳤다고 한다. 이에 실의의 빠진 도편수는 그 여인의 조각을 만들어 대웅보전 지붕 아래 네 귀퉁이의 들보를 떠받치게 해놓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절의 큰 법당 지붕에 여인의 나체상을 앉힌 것은 부처님도 웃을 일이다.

“나도 어깨만 벗고 있는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자유와 평등인데 그 옹졸한 도편수 때문에 부처님 스타일 구기게 생겼다. 그렇다고 그 도편수를 잡아 족칠 수도 없고 보니 헛웃음밖에 더 나오겠는가?


아마도 이 도편수는 그 여인의 사랑의 밧줄에 꽁꽁 묵이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떠나간 여인은 잊는 게 상책인데....

도편수의 사랑법은 알지 못하지만 독특한 복수법은 예술가답다. 도망친 여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니 예술의 세계에 가깝다. 그나저나 숭엄한 대웅전 건물에 나신의 여자를 앉혀두고도 평상심으로 염불을 하는 이절의 당시 주지 스님의 이해력도 보통이 넘는다. 아마도 세상 이치에 달통한 분이거나 실연으로 체발하고 불타는 사랑의 정열을 독경에 쏟아부어자신을 추스른 분은 아닐런지?

혈혈단신 (孑孑單身)이 외롭긴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인정하고 극복해야 할 인간 존재의 적나라한 실존의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랴. 남이 나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는 것이 인생길이고 나그네길이니까.


<선사의 설법>

─한용운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하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고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大解脫)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렸습니다.

[주] <선사의 설법>에서의 만해 선생의 취지를 잘 살린 유행가 가사가 있어 꼬리글에

옮겨 봅니다.

[밧줄로 꽁꽁 / 김 용임 ] 동영상 주소창도 소개합니다

http://www.sportsseoul.com/common/html/read.asp?ArticleID=43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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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직장에 네 명의 동료가 8월 말일이면 정년으로 직장을 떠난다. 돌아보면 회한도 많을 테고 가르침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학생들의 가슴에 무엇을 남겨 주었는지 반성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가르치는 일에 제일 소중한 건 열정이라 생각한다. 지식 내용이 좀 정제되지 않은 거친 것이라 하더라도 가르치는 이가 그 지식의 핵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학생들은 대부분 그 열정의 절반 이상에는 도달해 있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전교조 일에 골몰했던 내 친구 하나는 1년반 전에 선택 정년을 했는데, 또 한 친구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선택정년을 신청했다고 한다.

1998년 IMF 때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무너지고 중소도시의 역 구내에까지 노숙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권문제가 결부되면 노숙자 문제는 선진 국가라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에서 충분한 수용시설을 지어 놓았는데도 천막을 치며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일회성의 인생에 정년이란 죽음처럼 또하나의 단절성을 각인하는 게 아닌가 하여 가슴 속이 짠하다.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가 정년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직장의 풍경을 몇 군데 담아보았다. 이 사진들을 보변 자기의 과거를 회억하는 데 다소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몇 꼭지로 나누어 싣는다. 날씨마저 가랑비가 오락가락하여 퇴임분위기에 어울린다.

맨아래 사진의 오른쪽 언덕 아래가 신라 때에는 왕들의 낚시터였고,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무당이 아들 동이로 대표되는 기독교문화에 밀려 굿을 하면서 침몰한 서천 저수지이다. 조동일이 채록한 설화집에도 옛날엔 명주실 한 꾸리가 다 풀려 들어갈 정도로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한다.

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살았던 동리 소년은 징소리를 듣고 굿구경 왔다가 무녀의 몰락을 목격했다고 한다. 신들과 교통하며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무당의 죽음은오랜동안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후에 무속문화와 기독교문화의 갈등을 설정하여 향토색 짙은 <무녀도>라는 소설 한편을결구했고, 다시 이를 늘여 장편 <을화>까지 출간햇다.

나는 1968년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신문학 60년 강연회에서 그의 눌변을 통해 직접 들었다. 이럴 때 신역 불경에서는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글을 시작한다. 서력 300년경 육조시대 구마나습 번역을 구역이라 하고, 600년경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싣고와 번역한 것이 신역인데, 구역에서는 "如是"로 시작한다. 해인사의 고려대장경 목판은 구역을 텍스트로 하여 목각한 것이다.

서천 저수지는 한의학관 바로 코 앞에 위치하고 있는데, 수면 위 암벽에는 신라 때의 암각화도 있다.

[사전]

정년제 [停年制]

[명사]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퇴직하도록 정하여진 제도.

선택정년제 [選擇停年制]

<사회> 근로자가 정년 퇴직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사람을 퇴직금 증액 따위의 형태로 우대하며, 조기 퇴직을 촉진하는 의미가 있다.

약년정년제 [若年停年制]

<법률> 정년 연령을 40세 또는 45세 정도로 낮게 정하는 제도. 그 나이가 되어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하면서 퇴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퇴직금 따위에서 우대하는 정년 제도이다.

직무정년제 [職務停年制]

<경제>기업에서, 관리직 사원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 직무에서 물러나게 하는 제도. 인재의 효과적인 활용 및 조직의 활성화를 위하여 그 사원이 정년(停年)이 되기 전에 적용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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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에서 조망한 세느강과 시가지 사진을 싣는다.

'07년 10월 하순 12일간에 걸친 여정이다.

기냥 심심풀이 땅콩 껍질 벗겨 먹듯 눈요기감으로 보면 된다.

산발적으로 사진을 실었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싣는다.

시가지는 눈길 끝 닿는 데까지 따라 가도 산이 없다. 군데군데 숲이 보인다.

패키지 이름은 서유럽6국관광이다.

아래 창에 실은 글의 일부를 옮깁니다

http://blog.paran.com/kydong/24874947

1889년 파리의 만국박람회장에 세워진 높은 철탑인 에펠탑 [Eiffel Tower] 은 파리에 세계인에게 자랑할 만한 구경거리가 없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약 300m의 이 탑은 프랑스의 교량기술자 A.G.에펠( 1832.12.15. - 1923,12.28.)이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보바리 부인>을 쓴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1850.8.5-1893.7.6)

얘기인데, 그는 건물들 자체가 예술인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 그런 흉물스런 철탑을 세우는데 극단적인 반대파였다고 한다.

그런데 박람회가 끝나고 나서 그의 태도는 표변했다. 그는 점심시간이면 그 탑의 식당만

이용했다고 한다.

런던 시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 2000년에 템즈강변에 런던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놀이동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수레바퀴에다 의자를 매달아 관광객을 받고 있다. London Eye라고 케이블카처럼 조망이 가능한, 30개가 넘는 차가 매달렸는데, 한차 안에 25명이 들어간다고 한다.---

파리 시내는 전체가 바다 같은 대평원이어서 이전에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몽마르뜨 언덕이래야 동네 동산 높이도 되지 않으니, 그가 에펠탑에 오른 건 세느강을 길이대로 볼 수 있는 등 순전히 조망권 확보 차원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한 친구가 그의 이중성을 비아냥거리자 모파상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저 놈의 탑이 너무 높아 시내 어느 식당에서도 보인단 말이야. 이 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이곳밖에 없거던,”

---만해 선생이 생각나는군요. 북한산 기슭의 ‘심우장’ 말인데요. 산정을 향해 집을 앉혔잖아요.

별꼴이라고 꼬집자 만해 선생은 한 마디 명언을 남겼잖아요.

“총독부 건물이 보기 싫어서.”

김영삼 전대통령이 그 건물 부수고 지붕 꼭대기만 잘라다 독립기념관 마당에 갖다 놓은 걸

아시면 아마 좋아서 지하에서도 벌떡 일어나실 것 같군요.---

그래서 에펠탑 가까운 곳에 있는 모파상 동상은 에펠탑을 등지고 앉았다 한다.
아, 파리장(parisian)들의 유머여, 재치여!

---개성이 살아야 문화가 빛난다 카이---

맨 아래 사진은 에펠탑 꼭대기층에 마련된 방에서 에펠과 담소하는 에디슨의 밀랍인형이다.

그가 방문했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 한다. 응접실에서 두 사람이 담소하는 모습이나 에디슨만 찍혔다.

두 천재가 동시대에 산다는 건 어쨌든 유쾌, 상쾌, 통쾌한 일입니다요.

살아 숨쉬는 지식은 "日日新 又日新"할 때 가능함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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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은 <푸른 오월>에서 계절의 여왕 오월의 꽃으로 라일락꽃을 노래했지만 진한 향기를 풍기는 등꽃과 오동나무꽃의 보랏빛 향기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이팝나무꽃을 첫째로 꼽는다. 신록의 녹색잎을 헤치고 잎을 덮어버리는 순백의 백의(白衣)는 화사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소박한, 내부로부터 베어나는 귀족의 품위도 풍긴다.

2주전 청계천을 지나다가 키작은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걸 목도했다. 지난 주에 학교 캠퍼스의 이팝나무를 살폈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경주 시가지 대릉원 앞 가로수들도 꽃을 피웠으나 하교 것은 거름이 부족해서 금년에는 꽃을 피우지 않으려나 하고 몹시 섭섭하면서도 한 주 내내 행여나 하는 조바심이 일었다.

그러나 이번 주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이팝나무꽃의 향연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팝이란 입쌀로 만든 밥이고, 입쌀은 찹살이 아니 멥살을 지창하니 그냥 흔히 말하는 쌀집이라고 할 때의 쌀이 입쌀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팝이란 사발 소복히 퍼올린 쌀밥을 말하는 셈이다. 꽃을 보고 그릇에 봉곳이 담긴 쌀밥을 생각한 사람들. 지금 시기가 춘궁기로 보리는 이삭을 패기는 했으나 아직 여물지는 않았다. 한 달이나 지나면 겉보리방아라도 찧어서 먹을 수 있을라나?

신록이 퍼진 가운데 피는 순백의 이팝나무꽃 꽃이름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다음회에 싣는 그림은 연꽃과 어울려 또다른 색감을 자아낸다.

3년전에 찍은 캠퍼스의 이팝나무꽃 사진이 아래 창에 실려 있습니다.

http://blog.paran.com/kydong/2519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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