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浮生)

ㅡ 박제천


아침에 돋았다가 저녁에 스러지는 버섯은 한 달이 얼마나 긴지를 모르고 여름에 나타났다가 가을에 사라지는 매미는 일 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합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금방이라도 머리 위의 하늘이 무너져내릴 것 같고 땅을 내려다보면 당장이라도 발밑이 꺼질 것 같아 조바심치던 사람도 있었다 합니다 코는 크게 하고 눈은 작게 만드는 것이 나무인형을 새기는 법이고 사람보다는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손쉽다고도 합니다 곧은 것은 곧은 그대로 뻗어가게 놓아두고 굽은 것은 굽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오직 천명(天命)의 일이라고도 합니다 한 인생을 살기가 제각기 다른 것을 구태여 밝혀본들 무엇 하겠소 다만 옛사람의 조박(糟粕)을 옮기는 것이 요즘의 소일거리요 새겨 읽으시압 부생(浮生) 왈.

―『율(律)』(문학예술사, 1981)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https://ko.wikipedia.org/wiki/%EB%B0%95%EC%A0%9C%EC%B2%9C

 

박제천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박제천(朴堤千, 1945년 3월 23일~2023년 6월 10일)은 대한민국의 문학가 겸 문화예술인이다. 서울특별시 출신이며, 호는 방산재(芳山齋)이다. 1962년: 성동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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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朴堤千, 1945년 3월 23일~2023년 6월 10일)은 대한민국의 문학가 겸 문화예술인이다.

서울특별시 출신이며, 호는 방산재(芳山齋)이다.

 

시집

  • 1975년: 제1시집 ≪장자시≫ (예문관) 출간.
  • 1979년: 제1시집 ≪장자시≫ 재간행(연희).
  • 1988년: 제1시집 ≪장자시≫ 1, 2권으로 분책 재간행(문학사상사).
  • 1979년: 제2시집 ≪心法≫ 출간(연희), 문예진흥원 지원도서, 제2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 부문).
  • 1981년: 제3시집 ≪律≫ 출간(문학예술사), 제14회 한국시협상 수상.
  • 1984년: 제4시집 ≪달은 즈믄 가람에≫ 출간(문학세계사), 문화공보부 추천도서, 제4회 녹원문학상 수상(시 부문).
  • 1987년: 제5시집 ≪어둠보다 멀리≫ 출간(오상), 제22회 월탄문학상 수상.
  • 1988년: 제6시집 ≪노자시편≫ 출간(문학사상사).
  • 1989년: 제7시집 ≪너의 이름 나의 시≫ 출간(문학아카데미), 제4회 윤동주문학상 본상 수상(붉은 울음꽃).
  • 1992년: 제8시집 ≪푸른 별의 열두 가지 지옥에서≫ 출간(청하), 제5회 동국문학상 본상 수상(1991년).
  • 1995년: 제9시집 ≪나무 사리≫ 출간(문학아카데미), 문화체육부 추천도서.
  • 2001년: 제10시집 ≪SF—교감≫ 출간(문학아카데미), 문예진흥원 지원도서. 제5회 공초문학상 수상.
  • 2007년: 제11시집 ≪아,≫ 출간(문학아카데미), 문화관광체육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펜문학상 특별상 수상.
  • 2008년: 펜문학상 특별상 수상.
  • 2010년: 제12시집 ≪달마나무≫ 출간(문학아카데미).

시선집

  • 1983년: 시선집 ≪세번째 별≫ 출간(고려원). 제2회 <이 달의 책> 수상.
  • 1987년: 시선집 ≪꿈꾸는 판화≫ 출간(문학사상사).
  • 1988년: 시선집 ≪스물세 살의 가을≫ 출간(예전사).
  • 1991년: 시선집 ≪하늘꽃≫ 출간(미래사).
  • 2005년: 박제천 시전집(문학아카데미, 전집 5권 및 별책 1권) 출간. 6·27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출판기념회.
    • 1권 초기 시집(장자시, 심법, 율).
    • 2권 중기 시집(달은 즈믄 가람에, 어둠보다 멀리, 노자시편, 너의 마음 나의 시).
    • 3권 근작 시집(푸른 별의 열두 가지 지옥에서, 나무 사리, SF-교감, 근작 심우도 및 시극).
    • 4권 노장시학년:자작시 해설.
    • 5권 방산담론년:박제천 시 읽기(강우식, 홍신선 편).
    • 별책 ≪109인 등단 대표시집≫(방산사숙 출신 시인 등단작 및 대표작).
  • 2011년: 시선집 ≪밀짚모자 영화관≫ 출간(도서출판 시월).

번역시집

  • 1984년: 영역시집 ≪The Mind &Other Poems≫ 출간(영, 불, 스페인, 중, 일 등 번역 합본, 문장사).
  • 1987년: 영역시집 ≪Korean Poetry 1≫ 6인 선집 출간(고창수 영역. 김춘수, 정한모, 김현승, 신동집, 박제천, 고창수 6인 선집, 서울 국제출판사).
  • 1997년: 영역시집 ≪Sending the Ship out to the Stars≫ 출간(고창수 영역. 미국 코넬대 Cornell East Asia Series 88).
  • 2002년: 베트남어 번역 시집 ≪한국현대시인 5인 선집≫ 출간(베트남 시인 응우옌 쾅티우가 번역한 시선집. 박제천, 고은, 김광규, 김지하, 신경림 5인 선집. 베트남작가동맹출판사).
  • 2007년: 스페인어 번역 시집 ≪La Cancion del Dragon y otros poemas≫ 출간(민용태 번역, 스페인 베르붐).
  • 2008년: 중국어 번역 시집 ≪한국현대시 7인선≫ 출간(김금용 시인이 번역한 시선집. 김남조, 정진규, 박제천, 이승훈, 문효치, 문정희, 조정권 7인 선집. 시와 진실).
  • 2009년: 일본어 번역 시집 ≪장자시(莊子詩)≫ 출간(고정애 일역, 일본 유스리카).
    • 프랑스어 번역 시집 ≪Dharma poemes≫ 출간(Antoine Coppola·고창수 공역, Sombres Rets).

번역 시집 편저

  • 2000년: 일역 ≪한국시 35인선≫ 편저, 고정애 번역(문학아카데미).
  • 2006년: 영역 ≪한국현대시 99인선≫ 편저, 고창수 번역(문학아카데미), 국제펜한국본부 번역문학상 수상.
  • 2007년: 일역 ≪105 한국 시인선≫ 편저, 고정애 번역(문학아카데미), 국제펜한국본부 번역문학상 수상.
    • 프랑스어 번역 ≪35인 불역시 선집≫ 편저(Antoine Coppola, 고창수 번역, Sombres Rets 출판)

저서 및 편저

  • 1993년: ≪마음의 샘≫ 출간(문학아카데미), 출협 청소년 추천도서.
  • 1994년: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출간(강우식 공저, 문학아카데미), 문화체육부 추천도서.
  • 1995년: ≪어린이 글짓기 소프트 200≫ 출간(이탄 공편, 문학아카데미),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추천도서.
  • 1997년: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출간(문학아카데미), 2004년 개정 증보판 발간.
  • 1998년: ≪한국의 명시를 찾아서≫ 출간(문학아카데미),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 도서.
  • 1999년: ≪시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 출간(문학아카데미).

절판 저서 및 편저

  • 1983년: ≪영혼의 날개≫ 출간(민족문화사), 증보판 ≪시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에 통합.
  • 1985년: ≪명심보감선≫ 출간(샘터), 도서잡지윤리위원회 청소년 교양도서, 증보판 ≪마음의 샘≫에 통합.
  • 1985년: ≪채근담≫ 출간(샘터), 증보판 ≪마음의 샘≫에 통합.
  • 1988년: ≪시창작강의≫ 출간(강우식 공저, 작가정신), 증보판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통합.
  • 1989년: ≪시창작방법론≫ 출간(강우식 공저, 작가정신).
  • 1989년: ≪꿈꾸는 삶의 불꽃≫ 출간(문학아카데미), 증보판 ≪한국의 명시를 찾아서≫에 통합.

문학상 수상(8회)

  • 1979년: 제2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 부문).
  • 1981년: 제14회 한국시협상 수상.
  • 1983년: 제4회 녹원문학상 수상(시 부문).
  • 1987년: 제22회 월탄문학상 수상.
  • 1989년: 제4회 윤동주문학상 본상 수상.
  • 1991년: 제5회 동국문학상 본상 수상.
  • 1997년: 제5회 공초문학상 수상.
  • 2008년: 펜문학상 특별상 수상.

 

작품 '부생(浮生)'을 의미 단위가 명료하게 행 처리를 해 보았습니다.

박제천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생(浮生)

ㅡ 박제천

아침에 돋았다가 저녁에 스러지는 버섯은 한 달이 얼마나 긴지를 모르고

여름에 나타났다가 가을에 사라지는 매미는 일 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합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금방이라도 머리 위의 하늘이 무너져내릴 것 같고

땅을 내려다보면 당장이라도 발밑이 꺼질 것 같아 조바심치던 사람도 있었다 합니다

코는 크게 하고 눈은 작게 만드는 것이 나무인형을 새기는 법이고

사람보다는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손쉽다고도 합니다

곧은 것은 곧은 그대로 뻗어가게 놓아두고

굽은 것은 굽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오직 천명(天命)의 일이라고도 합니다

한 인생을 살기가 제각기 다른 것을 구태여 밝혀본들 무엇 하겠소

다만 옛사람의 조박(糟粕)*을 옮기는 것이 요즘의 소일거리요

새겨 읽으시압 부생(浮生) 왈.

 

주석)

*조박(糟粕) :

(1) 사람이 먹어서 씹고 위(胃)에서 주물러 죽처럼 변화된 음식물.

(2) 약이나 음식물 등에서 필요한 것을 뽑아 내고 남은 찌꺼기.

     예를 들면 먹은 음식이 위장에서 소화되어 영양분이 흡수되고 뒤에 남은 것을 말한다.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085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219) 덧없어라 우리 인생아―박제천의 「부생」 - 뉴스페이

부생박제천아침에 돋았다가 저녁에 스러지는 버섯은 한 달이 얼마나 긴지를 모르고 여름에 나타났다가 가을에 사라지는 매미는 일 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합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www.news-paper.co.kr

 

https://kydong77.tistory.com/18255

 

박제천, 시계의 추억/ 고창수, 번역 &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Ciluf0JxOFY https://www.youtube.com/watch?v=0ENiDLDQ3Bs 박제천 시, 고창수 사진 오늘밤에도 밤하늘에서 아버지 대장간 신을 만났다 불물이 들끓는 화로에서 집어올린 불점들, 모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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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추억

ㅡ 박제천 

 

오늘밤에도 밤하늘에서 아버지 대장간 신을 만났다

불물이 들끓는 화로에서 집어올린 불점들,

모루에 올려 다듬은 푸른 시침 붉은 분침을

밤하늘의 문자판에 새기는 아버지 별,

밤하늘 여기저기 흩어진 별들의 조각보를 이어

무릎담요를 만드는 어머니 별,

그 아래 누이며 형들의 깜박이 별들도 보인다.

 

사람들은 죽어서 별이 되고,

문자판의 시침이 되거나 초침이 되어 반짝인다.

사람들은 죽어서 시계가 된다.

추억이 되고 기다림이 된다.

 

추억은 끊어져나가도 삶은 계속된다.

 

나무가 되어 허공에 뿌리내리거나

물고기가 되어 시계 속을 떠다닌다.

 

내 안의 우주,

천마가 달리고, 용이 날아다니는 하늘도

한마음의 조화,

별들의 시계가 가르쳐주는

마음의 우주

 

지상에서의 내 삶은 헛되고 헛되니

오늘도 밤하늘, 내가 떠나온 고향을 바라보며

아버지별, 어머니별,

뭇별들의 추억을 마음에 아로새긴다.

 

오후 5시, 오전 2시, 시침이 움직일 적마다

시간은 과거를 불러들이고,

과거 속에 생생한 우리의 미래는

형해만 남은 추억의 탑,

그 시계의 문자판이 보여주는

풍등의 별,

마음하늘에 떠다니다

스스로 폭발하는 풍등의 꿈

 

밤하늘의 문자판이 보여주는

아버지별, 어머니별, 가족의 별,

뭇별들이 혹은 유성이 되어, 혹은 혜성이 되어

우리 삶 속을 떠다니는

꿈의 우주,

추억이 되고 기다림이 된다

 

사람들은 그렇게 죽어서

별이 되고, 시계가 된다.

 

(Photo by ChangSoo Ko)

Poem by JeChun Park

 

This night too I met my father the blacksmith-god in the night sky.

The chunks of flames hauled out of the furnace boiling with watery fire;

The father-star inscribes on the night sky’s clock-face

The blue hour-hand and the red minute-hand

trimmed on the anvil

The mother-star weaves knee-blankets

By patching patchwork wrapping-cloth of stars scattered here and there across the night sky.

Underneath, I see the twinkling stars of sisters and brothers.

 

Man dies to become stars;

Twinkles as hour-hands or second-hands on the clock-face.

Man dies to turn into clocks,

memories and acts of waiting.

 

Memories may break up, yet life goes on.

 

Memories become trees and root down in the vacant sky

Or become fish and float around in the clock.

 

The universe within me—

The sky where

Heavenly horses gallop and dragons fly around

Is but the wonders of the One Mind,

The mind’s universe the stars’ clock inculcates.

 

The vanity of vanities of my life on earth;

Today too I look back at the night sky, the home I left,

And register in my mind the memories of

Father-star, mother-star and other stars.

 

At 5 in the afternoon, at 2 in the morning,

Each time the hour-hand moves

Time calls in the past.

Our future, vivid in the past,

Is but memory’s tower—a mere ruin.

The sky-lantern’s stars which that clock-face shows;

The sky-lantern’s dream that roams the mind’s sky

And then explodes.

 

The father-stars, mother-stars, family-stars

That the night sky’s clock-face shows;

In the dream universe where

The myriad stars become meteors or comets

To drift around within our life—

They become memories and acts of waiting.

 

Man dies like that

To become stars and clocks.

 

http://cafe.daum.net/gounmunhak/K398/891?q=%EC%8B%9C%EA%B3%84%EC%9D%98%20%EC%B6%94%EC%96%B5%3E%20%EB%B0%95%EC%A0%9C%EC%B2%9C

 

박제천 시집 [천기누설] (문학아카데미시선 279 / 문학아카데미. 2016.06.01)

▲시집 [☆천기누설☆]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천기누설] 박제천 시집 / 문학아카데미시선 279 / 문학아카데미(2016.06.01) / 값 10,000원================= =================다반향초茶半香初박제천내 마음문을 지키는 금강야차들아, 하고

cafe.daum.net

박제천 시인∥

∙ 1945년 서울 출생.

∙ 동국대 국어국문과 수학.

∙ 1965~66년『현대문학』 등단.

∙ 시집 『장자시』『달은 즈믄 가람에』『호랑이 장가 가는 날』『천기누설』등 15권.

∙ 저서 『박제천시전집(전5권)』『시업 50년 박제천시전집(전5권) 2차분』

∙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동국문학상 등 수상.

∙ 현재 문학아카데미 대표.

 

박제천 시집

천기누설 [시인의 밀]

 

어느새 제15시집이다. 시단에 발을 들여놓은 지 50년이 지났다. 아직도 시를 대하면 신명이 나니 복받은 인생이다.

새 시집 『천기누설』의 작품들은 그런 내 시의 놀이와 동무들에 관한 일기장이다.

시집 제목의 ‘천기(天機)’는 장자에서 빌려왔다.

장자가 「추수」 「대종사」 「천운」 등의 여러 글에서 밝힌 대자연과 스스로 그러함(自然而然)의 천연이다.

굳이 ‘비밀’과 같은 뜻으로 읽고 싶다면 시의 비밀한 묘용(妙用)으로 새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시는 꿈꾸는 시인의 것이다. 꿈꾸는 시인을 중심으로 시는 진화한다.

바라건대 그 모든 것이 보는 이나 하는 이에게 황홀한 기쁨이었으면 좋겠다.

 

2016년 5월 어느 좋은 날

芳山齋에서 박제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고전古典

19 | 다반향초茶半香初

20 | 도둑놀이, 수형에게

21 | 불이선란不二禪蘭

22 | 달아 달아 나랑 놀던 달아

23 | 은하, 은하수

24 | 유람 천하

25 | 노자 제73장 평창

26 | 장자 코스프레

28 | 무간지옥

29 | 살불살조

30 | 물 속의 블랙홀

31 | 주유천하

 

제2부 자연自然

35 | 무위자연

36 | 나뭇잎 책

38 | 훈데르트바서 풍의 숲속 가족들

39 | 방산서실

40 | 소나무랑 밤나무랑

41 | 상선약수

42 | 산산수수山山水水

43 | 버드나무 요정

44 | 수국꽃 별사

45 | 수국꽃 달빛 시

46 | 무화과 사랑

48 | 순명

 

제3부 천기天機

51 | 눈의 변신술

52 | 독심술

53 | 천기누설

54 | 만신 놀이

55 | 허허실실

56 | 언어도단

57 | 착득거

58 | 내 전생은 무지개귀신

59 | 독야청청

60 | 방안풍수

61 | 메모리얼 레퀴엠

62 | 풍류세상

63 | 밀당

64 | 천방지축

 

제4부 변신變身

67 | 북두칠성 변신술

68 | 램프 변신술

69 | 시인의 변신술

70 | 포도나무 변신술

71 | 시계 변신술

72 | 낙타 변신술

73 | 투명 둔갑술

74 | 여자 변신술 부록

75 | 풍등 변신술

76 | 영혼 변신술

77 | 죽부인 투명 둔갑술

78 | 바다 변신술

80 | 은하 변신술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

83 | 이혜선 해설

사랑과 우주를 넘어선 자유인

 

102| 고명수 해설

지락(至樂)과 지복(至福)의 세계

 

119| 박제천 후기

내 시의 놀이와 동무들

 

https://windshoes.khan.kr/479

 

박재삼 - 천년의 바람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

windshoes.khan.kr

 

천년의 바람
ㅡ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4만 잼버리 대원들의 '떼창'..."K팝으로 우리는 하나" 

https://www.youtube.com/watch?v=fpYBZgNe_KI 

 

https://www.youtube.com/watch?v=5My6-AGnoMs&t=26s 

 

 

https://www.youtube.com/watch?v=Z_QJjvF-ef0 

 

 

 

https://ko.wikipedia.org/wiki/%EC%83%A4%EB%A5%BC_%EB%B3%B4%EB%93%A4%EB%A0%88%EB%A5%B4

 

샤를 보들레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출생 1821년 4월 9일파리 사망 1867년 8월 31일파리 국적 프랑스 언어 프랑스어 직업 시인, 미술 평론가, 수필가, 역자, 작가, 문학 평론가, 역자, 평론가, 저널리스

ko.wikipedia.org

보들레르와 상징주의

상징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부득이하게 기술상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조간의 상호 관계를 일별해 보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상징주의는 이전의 낙관주의에 기초한 사조 혹은 사회사상들에 대한 일종의 반발로 태동하였다. 즉 사회사상으로서의 사회주의(socialisme), 과학만능주의(scientisme),실증주의(positivisme)은 상징주의가 행할 ‘모든 가치 전도’의 대상이었다. 또한 상징주의 이전 시기를 풍미했던 고답파(le Parnasse),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는 후자에 대해서는 상징주의가 적극적인 부정만을 행하였다고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 상징주의는 고답파의 유미주의 선언처럼 보이는 저 전언,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의 개념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들레르는 자신의 《악의 꽃》을 테오필 고티에에게 헌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 문학의 상징주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에 앞선 고답파의 시론을 검토해보는 것이 유용하다. 고답파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사물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보고 그것을 시 속에서 형상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즉 과학과 예술의 행복한 결합을 꿈꿔온 고답파의 고티에에게 있어 예술가는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눈과 손의 확실성을 가지고, 마치 그림이 실현할 수 있음직한 정확하고 고유한 느낌을 말로 형상화시키는 사람이다.

하지만 고답파는 시의 회화적 조형성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시를 통한 형이상학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바로 이 지점이 상징주의의 정신주의(spiritualisme)가 부재하는 지점이며 고답파가 종국에는 현실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요약해보자면, 고답파에게 있어 예술의 이상은 칸트 미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무관심적 쾌’ 혹은 ‘예술의 무목적성’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시인의 주관성을 중시하기보다는 고대의 테크네(τέχνη)적 예술 개념을 고수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낭만주의에 있어 30년 전쟁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듯, 프랑스 문학사에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의 참패가 미치는 영향 또한 그러하다. 보불전쟁에서의 패배는 상징주의를 태동시키는 물적 토대로 작용하였는데, 이는 이전 프랑스에 팽배했던 진보에 대한 일련의 낙관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예술적 기운은 퇴폐주의(décadentisme)을 거쳐 드디어 상징주의로 이행하게 된다.

우선 상징주의의 현실 인식은 상징주의에 있어 현실은 하나의 가상으로 존재하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플라톤주의(platonisme)의 영향 아래에 있다. 하지만 상징주의와 플라톤 철학 사이의 변별점은 개개의 현상 속에 하나의 본질로서의 관념(idée)이 상징주의의 세계관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플라톤 철학이 세계의 이원론적 구조를 상정했다면 상징주의는 더 나아가 이원론(dualisme)으로부터 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일원론적 세계로 이행하고자 한다. 상징주의의 초월적 세계 인식은 가상의 현실, 즉 ‘상징의 숲’을 시인이 직관을 통해서 해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내부에 본질로서의 관념을 내포하고 있는 현상으로서의 세계는 완전하게 자족적인 존재(ens a se)가 되지는 못하나 인식주체, 즉 시인이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실상적인 존재자로 도약하게 된다. 따라서 상징주의는 현실 세계를 초월하고자 하지만 현실 세계자체를 폐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실 세계야말로 시인에게 ‘때때로 모호한 말들을 새어 보내며, 친근한 눈길로 그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보들레르의 《조응》에서)이자 시인에게 상징을 통해 자신의 존립성과 진실성의 빛을 발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상징은 하나의 기호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의미이다. 물론 일반 언어와 상징 언어 양자가 공히 기호이면서 의미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의 양태이다. 상징은 단순히 약속되고 정태적인 기호라는 정의에서 탈피하여 배후에 스스로가 지닌 은폐되고 명료하지 않은 형이상학적 본질(또는 관념)이 파악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역동적인 기호인 것이다. 그렇기에 상징이 유추나 암시를 통해 기호로부터 의미에로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초월을 감행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되풀이하자면, 상징이라는 것은 해석자가 부재하고 그와의 관계 속에 존재하지 못한다면 한갓 의미 없는 대상에 불과할 따름이다. 앙리 페르의 정의를 인용하자면, ‘그러므로 상징은 하나의 기호이되, 그 빛을 받고 감동하여 그 뜻을 이해하고자 하거나 그 신비를 캐내고자 하는 사람에 의해 해독되고 설명되기를 요구하는 기호’인 것이다.

대표시

  • 교응(Correspondances)

자연은 살아 있는 기둥들이
때때로 모호한 말들을 새어 보내는 사원.
사람들은 친근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 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곳으로 들어간다.

어둠처럼 빛처럼 드넓으며
컴컴하고도 심원한 통일 속에서
긴 메아리 멀리서 섞이어 들듯
향과 색과 소리가 서로 화답하네.

어린 아이들의 살처럼 싱그럽고
오보에처럼 달콤하고, 초원처럼 푸르른 향내들,
또 그밖에도 썩고 풍만하고 의기양양한 것들.

정신과 향기의 교통을 노래하는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끝없는 사물들의 확산을 가진다.

 

  • 취해라 (Enivrez-vous)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짓부수고 땅으로 그대 몸을 기울게 하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기 위하여,
쉴새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이건 시건 또는 덕이건, 무엇에고 그대 좋도록.
그러나 다만 취하여라.
그리고 때때로, 궁전의 섬돌 위에서, 도랑 가의 푸른 풀 위에서, 그대의 밤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그대가 잠을 깨고, 취기가 벌써 줄어지고 사라져 가거들랑, 물어보라, 바람에, 물결에, 별에, 새에,시계에,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울부짖는 모든 것에, 흘러가는 모든 것에, 노래하는 모든 것에, 말하는 모든 것에, 물어보라, 지금은 몇 시인가 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그대에게 대답하리,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 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취하여라!

술이건, 시건, 또는 덕이건, 무엇에고 그대 좋도록." 

 

http://www.zoglo.net/blog/read/jingli/364908/0/80

 

강려

 

www.zoglo.net

보들레르 『악의 꽃』문학과 지성사, 2003 

 
 
독자에게 
 
어리석음, 과오, 죄악과 인색에 
정신을 얽매이고 몸은 들볶이니, 
우리는 친숙한 뉘우침만 키운다, 
거지들이 몸에 이를 기르듯. 
 
우리의 죄는 끈질긴데 후회는 느슨하다 ; 
우리는 참회의 값을 톡톡히 받고 
가뿐하게 진창길로 되돌아온다, 
비열한 눈물에 때가 말끔히 씻긴다고 믿으며. 
 
악의 베갯머리엔 <사탄 트리스메지스트> 
홀린 우리 넋을 슬슬 흔들어 재우니, 
의지라는 우리의 귀금속도 
이 능숙한 화학자 손엔 모조리 증발한다. 
 
우리를 조종하는 줄을 쥐고 있는 건 저 <악마>! 
우리는 역겨운 것에 마음이 끌려 
날마다 <지옥>을 향해 한 걸음씩 내려간다, 
겁도 없이 악취 풍기는 어둠을 지나. 
 
늙은 갈보의 학대받은 젖퉁이를 
핥고 물어뜯는 가난한 난봉꾼처럼 
남몰래 맛보는 쾌락 어디서나 훔쳐 
말라빠진 귤인 양 죽어라 쥐어짠다. 
 
우리 머릿골 속에선 수백만 기생충처럼 
<마귀>..떼가 빽빽이 우글거리며 흥청대고, 
숨쉬면 <죽음>이 숨죽인 신음 소리 내며 
보이지 않는 강물 되어 허파 속으로 흘러내린다. 
 
강간과 독약이, 비수와 방화가 
비참한 우리 운명의 초라한 캔버스를 
그들의 짓궂은 구상으로 아직 수놓지 않았다면, 
아! 그건 우리의 넋이 그만큼 대담하지 못하기 때문!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 사냥개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 
우리 악의 더러운 가축 우리에서 
짖어대고 악쓰고 으르렁거리고 기어다니는 괴물들 중에서 
 
제일 흉하고 악랄하고 추잡한 놈 있으니! 
놈은 야단스런 몸짓도 큰 소리도 없지만 
지구를 거뜬히 박살내고 
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인들 집어삼키리 ; 
그놈은 바로 <권태>!- 눈에는 무심코 흘린 눈물 고인 채 
담뱃대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그대는 안다,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 -내 형제여! 
 
 
축복 
 
전능하신 하느님의 점지를 받아 
<시인>이 따분한 이 세상에 나타날 때, 
그의 어머니는 질겁하고 신을 모독하는 마음 가득하여 
측은해하는 <하느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쥔다 : 
 
-“아! 이 조롱거리를 기르느
차라리 독사 한 뭉치를 몽땅 낳고 말 것을! 
내 뱃속에 속죄의 씨앗을 배버린 
덧없는 쾌락의 그 밤이 저주스럽다! 
 
내 초라한 남편의 미움거리로 
당신은 수많은 여자 중에 나를 골랐으니, 
그리고 연애 편지 던지듯 불꽃 속에 
이 오그라진 괴물을 내던질 수도 없으니. 
 
당신의 심술로 저주받은 이 연장 위에 
나를 짓누르는 당신의 증오를 퉁겨 보내고, 
독 있는 새싹이 피어내지 못하게 
이 역겨운 나무를 마구 비틀어놓으리!” 
 
그녀는 이렇게 원한의 거품을 삼키며, 
영원한 섭리도 알지 못하고, 
저 스스로 <게헤나> 계곡 밑에 
어미의 죗값에 바쳐질 화형의 장작을 쌓는다. 
 
허나 <;천사>의 보이지 않는 보살핌 아래 
이 불우한 <아이>는 햇볕에 취하고, 
마시고 먹는 모든 것에서 
신들의 양식과 주홍빛 신주를 찾아낸다. 
 
그는 바람과 놀고 구름과 이야기하고 
십자가의 길에 노래하며 취하니, 
그의 순례의 길을 따르는 <정령>은 
숲속의 새처럼 즐거운 그를 보고 눈물짓는다. 
 
그가 사랑하려는 이들은 모두 두려워 그를 지켜보고, 
아니면 그의 평온함에 대담해져, 
그에게서 탄식을 끌어내려 하고, 
자신들의 잔인함을 그에게 시험해본다. 
 
그의 입에 들어갈 빵과 술에 
더러운 가래와 재를 섞어놓고, 
그가 만지는 것은 착한 척 내동댕이치고, 
그의 발자국을 밟았다고 자신을 나무란다. 
 
그의 아내는 광장에 나와 외쳐댄다 : 
“남편이 나를 미인으로 여겨 우러러보니, 
나는 고대의 우상 역을 해야겠다, 
그녀들처럼 나도 몸에 금칠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향과 향유, 미르, 
아첨과 고기와 술에 취하리라, 
나를 찬미하는 마음에서 신에 대한 신의 경의를 
웃으며 가로챌 수 있는지 보기 위하여! 
 
그리고 이 불경한 익살극에 싫증이 나면, 
그에게 내 가냘프고 질긴 손을 얹고 
하르푸이아 손톱 같은 내 손톱으로 
그의 심장까지 길을 뚫으리라. 
 
떨며 딸딱거리는 새 새끼 같은 
새빨간 심장을 그의 가슴에서 도려내어, 
내 귀여운 짐승 물리도록 먹으라고 
땅바닥에 픽 던져주리라!” 
 
그의 눈에 빛나는 옥좌 보이는 저 <하늘>을 향해 
고요한 <시인>은 경건한 두 팔을 들고, 
그의 맑은 정신은 번개처럼 멀리 번득여 
미쳐 날뛰는 무리들을 그에게 가려준다 : 
 
-축복받으시라, 하느님이시여, 당신이 준 괴로움은 
우리의 부정을 씻어주는 신성한 약, 
강한 자들을 거룩한 쾌락에 준비시켜주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순수한 정수! 
 
나는 압니다, 거룩한 <성군>의 축복받은 서열 속에 
당신께서 <시인>을 위해 한 자리 남겨두시고, 
옥좌 천사, 힘의 천사, 주 천사들의 
영원한 향연에 <시인>도 불러주신 것을. 
 
나는 압니다, 고뇌야말로 유일하게 고귀한 것임을, 
이승도 지옥도 이것만은 물어뜯지 못할 것임을, 
또 내 신비로운 왕관을 엮기 위해선 
모든 시대와 전 우주의 동원이 절대로 필요한 것임을. 
 
허나 옛날 팔미르가 잃어버린 보석도 
알려지지 않은 금속도, 바다의 진주도 
설령 당신의 손으로 꾸민다 해도, 
이 눈부시고 빛나는 아름아운 왕관엔 미치지 못하리 : 
 
왜냐면, 그것은 창세기의 거룩한 광원에서 퍼낸 
오로지 순수한 빛으로만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리고 인간의 눈은 제아무리 찬란하게 빛난들 
흐려지고 애처로운 그 빛의 거울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에! 
 
 
 
알바트로스 
 
흔히 뱃사람들이 재미 삼아 
거대한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잡는다, 
이 한가한 항해의 길동무는 
깊은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따라간다. 
 
갑판 위에 일단 잡아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서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흰 날개를 
노처럼 옆구리에 질질 끄는구나. 
 
날개 달린 이 나그네, 얼마나 서툴고 기가 죽었는가! 
좀전만 해도 그렇게 멋있었던 것이, 어이 저리 우습고 흉한 꼴인가! 
어떤 사람은 파이프로 부리를 건드려 약올리고, 
어떤 사람은 절름절름 전에 하늘을 날던 병신을 흉내낸다! 
 
<시인>도 이 구름의 왕자를 닮아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건만, 
땅 위, 야유 속에 내몰리니, 
그 거창한 날개도 걷는 데 방해가 될 뿐. 
 
 
상승 
 
숱한 못을 넘고, 골짜기 넘고 
산을, 숲을, 구름을, 바다를 넘어 
태양도 지나고, 창공도 지나, 
또다시 별 나라 끝도 지나, 
 
내 정신, 그대 민첩하게 움직여, 
파도 속에서 황홀한 능숙한 헤엄꾼처럼, 
말로 다할 수 없이 힘찬 쾌락을 맛보며 
깊고깊은 무한을 즐겁게 누비누나 
 
이 역한 독기로부터 멀리 달아나 
높은 대기 속에 그대 몸 씻어라, 
그리고 마셔라, 순수하고 신성한 술 마시듯, 
맑은 공간을 채우는 저 밝은 불을. 
 
안개 낀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권태와 끝없는 슬픔에 등을 돌리고, 
고요한 빛의 들판을 향해 힘찬 날개로 
날아갈 수 있는 자 행복하여라 ; 
 
그의 생각은 종달새처럼 이른 아침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날아올라, 
-삶 위를 떠돌며 꽃들과 말없는 사물들의 언어를 
힘들이지 않고 알아낸다! 
 
 
교감 
 
<자연>은 하나의 신전, 거기 살아 있는 기둥들에서 
이따금씩 어렴풋한 말소리 새어나오고 ; 
인간이 그곳 상징의 숲을 지나가면, 
숲은 정다운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끝없이 넓고 
어둡고 깊은 통합 속에 
긴 메아리 멀리서 어우러지듯, 
향기와 색채와 소리 서로 화답한다. 
 
어린애 살결처럼 싱싱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초원처럼 푸른 향기들이 있고, 
-또 다른, 썩었지만 기세등등한 풍요한 향기들이 있어.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으로 확산되어, 
정신과 관능의 환희를 노래한다. 
 
 
 

저 벌거숭이 시대의 추억을 나는 좋아한다 

 
페뷔스 신이 상像들에 금칠하기를 좋아하던 
벌거숭이 시대의 추억을 나는 좋아한다. 
그때엔 사내도 계집도 몸이 민첩하고, 
거짓도 근심도 없이 삶을 누렸고, 
다정한 하늘은 그들의 등을 어루만져 
그들 몸의 귀중한 기관의 건강을 단련시켜주었다. 
시벨 여신은 그때 풍성한 산물이 넘쳐 
많은 아들들이 조금도 버거운 짐이 되지 않았고 
어미 이리 골고루 애정 쏟듯, 
검붉은 젖꼭지로 만물을 적셨다. 
사내는 멋있고 건장하고 억세니, 
자신을 왕이라 부르는 미녀들에 우쭐할 수 있었고 ; 
티없이 깨끗하고 흠 없이 자란 과일들의 
그 매끈하고 단단한 살점은 물어뜯고 싶었다! 
 
오늘날 남녀의 벌거벗은 몸을 볼 수 있는 잘이ㅔ서 
옛날 저 자연스런 위대한 모습을 
<시인>이 마음속에 그려볼 때면, 
공포만을 자아내는 그 끔찍한 그림 앞에 
그의 넋은 음산한 오한에 휩싸이는 것을 느낀다. 
오, 옷을 아쉬워하는 괴물들! 
오, 꼴좋은 몸뚱이들! 오 탈을 씌워야 할 몸통들! 
오, 비틀어지고, 말라빠지고, 튀어나온 배와 혹은 축 처진 가엾는 몸뚱어리들, 
<실용의 신>이 매정하고 태연하게 
어렸을 때, 그의 청동 배내옷 속에 둘둘 감아둔 몸뚱어리들! 
그리고 아! 그대 여인들이여, 양초처럼 창백하고, 
방탕이 좀먹고, 방탕이 길러주는 그대들, 
그리고 그대 어미로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악덕과 
다산의 온갖 추악함 끌고 다니는 처녀들이여! 
 
정녕 우리 타락한 민족들은 
옛 민족들이 모르는 미美를 가지고 있다 : 
가슴의 궤양에 좀먹힌 얼굴들과 
우울의 미美라고나 할 그런 것을, 
그러나 늦게 온 우리 뮤즈의 발명품도 
우리 병든 인종이 젊음에 바치는 
깊은 흠모를 막지 못하리, 
-성스러운 젊음, 순박한 모습, 다정한 이마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 
그 향기, 그 노래, 그 부드러운 열기를 
하늘의 푸름처럼, 새처럼, 꽃처럼 무심코 
모든 것 위에 널리 퍼트려주는 젊음에! 
 
 
 

등대들 

 
루벤스, 망각의 강, 나태의 정원, 
그곳에서 사랑하기엔 너무 싱싱한 살 베개, 
그러나 거기선 생명이 끊임없이 넘치고 용솟음친다, 
하늘에 바람처럼, 바다에 밀물처럼 ; 
 
레오나르도 다 빈치, 깊숙하고 어두운 거울, 
거기서 사랑스런 천사들, 신비 가득한 
다정한 미소지으며 그들의 나라 에워싼 
빙하와 소나무 그늘에 나타난다. 
 
렘브란트, 신음 소리 가득한 음산한 병원, 
장식이라고는 커다란 십자가 하나, 
눈물 섞인 기도가 오물에서 풍기고 
겨울 햇살 한 줄기 불쑥 스친다 ; 
 
미켈란젤로, 어렴풋한 곳,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헤라클레스 무리들과 그리스도 무리들이 어울리는 곳 
억센 유령들이 꼿꼿이 일어나 땅거미 어스름 속에서 
손가락 뻗쳐 저희들 수의를 찢는 모습 ; 
 
권투 선수의 분노도 목신의 뻔뻔함도 
천민들의 미美는 잘도 긁어모을 수 있었던 그대, 
자존심에 부푼 마음은 넉넉하나, 허약하고 누렇게 뜬 사나이, 
퓌제, 고역수들의 우울한 재앙 
 
와토, 수많은 병사들이 나비처럼 
번쩍이며 이리저리 거니는 사육제, 
샹들리에가 비춰주는 산뜻하고 경쾌한 배경은 
소용돌이치는 무도장에 광란을 퍼붓는다. 
 
고야, 낯선 것들로 가득한 악몽, 
마녀들 잔치 판에서 삶는 태아들이며 
거울 보는 늙은 여인들과 마귀 꾀려고 
양말을 바로잡는 발가숭이 아가씨들 ; 
 
들라크루아, 악천사들 드나드는 피의 호수, 
거긴 늘 푸른 전나무 숲으로 그늘지고, 
우울한 하늘 아래 기이한 군악대 소리 
베버의 가쁜 한숨인 양 지나간다. 
 
이 모든 저주, 이 모독, 이 탄식들, 
이 황홀, 이 외침, 이 눈물, 이 <찬가>들, 
그것은 수천의 미로에서 되울려오는 메아리 소리 ; 
결국 죽게 될 인간의 마음에는 성스러운 아편! 
 
그것은 수천의 보초들이 되풀이하는 부르짖음, 
수천의 메가폰이 보내는 하나의 망령, 
그것은 수천의 성 위에 밝혀진 하나의 등대, 
깊은 숲속에서 방황하는 사냥꾼들이 부르는 소리! 
 
왜냐면 주여, 이것은 진정 
우리의 존엄을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증거, 
이 뜨거운 흐느낌은 대대로 흘러흘러 
당신의 영원의 강가에서 스러져갈 것이니! 
 
 
 

병든 뮤즈 

 
아 내 가엾은 뮤즈! 오늘 아침 무슨 일이오? 
그대의 파인 두 눈은 밤의 환영들로 가득하고 
그대 얼굴에 차갑고 말없는 광란과 공포가 
번갈아 비치는 것이 보이오. 
 
푸르스름한 음몽마녀와 분홍 꼬마 요정이 
그들 항아리 속에 담긴 두려움과 사랑을 그대에게 쏟았는가? 
악몽이 사납고 억센 주먹질로 
전실의 늪 깊은 곳에 그대를 빠뜨렸는가? 
 
바라나니, 건강의 향기풍기는 
그대 가슴에 굳센 사상이 언제나 찾아들고, 
그대 기독교의 피가 고동쳐 흐르기를, 
 
노래의 아버지, 페뷔스와 추수의 영주인 
위대한 <팡> 牧神이 번갈아 다스리던 
옛날 음절의 수많은 선율처럼. 
 
 
 

돈에 팔리는 뮤즈 

 
오, 내 마음의 뮤즈, 그대는 궁궐을 바라는데, 
<정월>달이 그의 <북풍>을 풀어놓을 때, 
눈 오는 밤의 울적한 권태의 시간 동안 
그대의 시퍼래진 두 발을 녹여줄 깜부기불이라도 마련해두었는가? 
 
그래, 대리석 같은 그대 어깨를 
덧문 스며드는 밤 빛으로 되살리려나? 
그대 지갑 그대 궁궐처럼 텅 비었으면, 
창공의 금별이라도 따올 작정인가? 
 
그대는 날마다 저녁의 빵을 벌기 위해 
성가대 아이처럼 향로 떠받들고, 
믿음 가지 않는 <찬가>도 불러야 하고, 
 
아니면 속물들 마냥 웃기기 위해, 
굶주린 어릿광대처럼 아양 떨고, 
남모를 눈물에 젖은 웃음도 팔아야 하리. 
 
 

무능한 수도사 

 
옛날의 수도원은 그 널따란 벽을 
성스러운 <진리>의 그림으로 꾸몄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신심信心을 부추기고 
엄숙한 찬바람도 진정시켰다. 
 
그리스도가 뿌린 씨가 꽃피던 그 시절엔 
지금은 그 이름도 잊혀진 한둘 아닌 명수도사가 
장례마당을 아틀리에 삼아 
자연스럽게 <죽음>을 찬미했다. 
 
-내 넋은 하나의 무덤, 이 무능한 수도사 
나는 허구헌 세월 거기서 돌아다니며 살고 있으되, 
아무것도 이 흉측한 수도원의 벽을 치장하지 않는다. 
 
오 게으름뱅이 수도사여! 언제 나는 
내 서글픈 빈곤함의 생생한 광경을 그리기 위해 
내 손에 일감 주고 내 눈에 즐거움 줄 수 있으랴? 
 
 

원수 

 
내 젊은 날은, 여기저기 찬란한 햇살 비추었어도, 
캄캄한 뇌우雷雨에 지나지 않았고 ; 
천둥과 비바람에 그토록 휩쓸리어 
내 정원에 남은 건 몇 개 안 되는 새빨간 열매. 
 
이제 나는 사상의 가을에 다가섰으니, 
삽과 쇠스랑을 들어야겠다, 
홍수로 무덤처럼 커다란 구멍이 파인 
물에 잠긴 대지를 새로이 갈기 위해. 
 
그러나 누가 알랴, 내가 꿈꾸는 새로운 꽃들이 
갯벌처럼 씻겨진 이 흙 속에서 
신비한 생명의 양식 찾아낼 수 있을지? 
 
오 이 괴로움이여! <시간>은 생명을 좀먹고, 
이 보이지 않는 <원수>는 우리 심장을 갉아먹어 
우리가 잃은 피로 자라고 튼튼해진다! 
 
 

불운 

 
이토록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려면, 
시지푸스여, 그대의 용기가 필요하리! 
아무리 일에만 전념한다 해도 
<예술>은 길고 <시간>은 짧은 것. 
 
유명한 무덤들에서 멀리 떨어져 
외딴 묘지를 향해 
내 마음은 목이 쉰 북처럼 
장송곡 치며 간다. 
 
-수많은 보석들이 잠자고 있다, 
어둠과 망각 속에 파묻혀, 
곡괭이도 측심기도 닫지 않는 곳에서 ; 
 
수많은 꽃들이 아쉬움 가득, 
깊은 적막 속에서, 
비밀처럼 달콤한 향기 풍긴다. 
 
 

전생 

 
나는 오랫동안 널따란 회랑 아래 살았다. 
바다의 태양은 수천의 불빛으로 그곳을 물들였고, 
곧고 장엄한 큰 기둥들로 
저녁이면 그곳이 마치 현무암 동굴 같았다. 
 
물결은 하늘의 그림자를 바다 위에 떠돌게 하고, 
그 풍부한 음악의 전능한 화음을 
내 눈에 비치는 석양빛 속에 
엄숙하고 신비롭게 섞어놓았다 
 
그곳이 바로 내가 살던 곳, 고요한 쾌락 속에서, 
창공과 물결과 찬란한 빛 가운데서 
온통 향기 배어 있는 발가벗은 노예들에 둘러싸여, 
 
그들은 종려 잎으로 내 이마를 식혀주었고, 
그들의 유일한 일은 내 마음 괴롭히는 
고통스런 비밀을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었다. 
 
 

길 떠난 보헤미안들 

 
눈동자 뜨거운 점쟁이 종족들이 
어제 길을 떠났다, 새끼들 
등에 들처업고, 또는 새끼들 걸신 든 아가리에 
늘 마련된 보물, 축 처진 젖꼭지 내맡긴 채. 
 
사내들은 번쩍이는 무기를 지고 걸어서 간다, 
제 식구들 웅크리고 있는 마차를 따라, 
사라진 환영 좇는 서글픈 미련 때문에 
무거워진 눈을 하늘 쪽으로 보내며. 
 
모래 성 안쪽에서 귀뚜라미는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목청 돋우고, 
그들을 사랑하는 시벨 여신은 그들 앞에 녹음을 펼쳐, 
 
바위에 물 솟게 하고 사막에 꽃을 피운다, 
이 나그네들 앞에 열린 것은 
어두운 미래의 낯익은 세계. 
 
 

인간과 바다 

 
자유로운 인간이여, 그대는 언제나 바다를 사랑하리! 
바다는 그대의 거울, 그대는 그대의 넋을 
끝없이 펼쳐지는 물결에 비추어본다, 
그리고 그대의 정신 역시 바다 못지않게 씁쓸한 심연. 
 
그대는 그대 모습의 한가운데 잠기기 좋아한다 ; 
그대는 그것을 눈과 팔로 껴안는다, 그리고 때로 
사납고 격한 이 탄식의 소리에 
그대 가슴의 동요도 잊는다. 
 
그대들은 둘 다 컴컴하고 조심스럽다 ; 
인간이여, 아무도 그대 심연의 밑바닥 헤아릴 길 없고, 
오 바다여, 아무도 네 은밀한 보물 알 길 없다, 
그토록 악착같이 그대들은 비밀을 지킨다! 
 
그러나 그대들은 아득한 세월을 두고 
연민도 후회도 없이 서로 싸워왔다, 
그렇게도 그대들은 살육과 죽음을 좋아한다, 
오 영원한 투사들, 오 가차없는 형제들이여! 
 
 

지옥의 동 쥐앙 

 
동 쥐앙이 삼도내로 내려가 
샤롱에게 배 삯을 치르니, 
한 음울한 거지, 앙트스텐처럼 오만한 눈초리를 하고 
억센 복수의 팔로 노를 잡았다. 
 
늘어진 젖퉁이 드러내고, 옷자락은 흐트러진 채, 여자들은 어두운 하늘 아래서 몸을 비틀고, 
제물로 바쳐진 한떼의 짐승들처럼, 
그의 뒤에서 긴 울부짖음 소리 내고 있었다. 
 
스가나렐은 낄낄대며 판돈을 내라 조르고, 
판편 동 뤼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강가를 떠도는 모든 망령들에게 
백발 덮인 제 머리를 비웃던 뻔뻔한 아들을 가리킨다. 
 
정결하고 야윈 엘비르는 상복 속에 떨면서, 
지난날 애인이던 배신한 남편 곁에서 
최초의 맹세의 다정스러움이 다시 빛날 
마지막 미소를 그에게 구하려 하는 듯. 
 
갑옷 입고 똑바로 몸을 세우고 있는 큰 석상의 사나이 
키를 꽉 쥐로 검은 물결 헤쳐 나간다, 
그러나 이 침착한 영웅은 장검을 짚고 서서 
지나간 배의 자취만 굽어보며 아무것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교만의 벌 

 
<신학>이 활기와 힘에 넘쳐 꽃피던 
저 희한한 시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어느 날 세상에서도 이름난 어느 박사가 
-믿음 없는 사람을 억지로 믿게 하고 ; 
캄캄한 마음 깊숙이에서 그들을 뒤흔들고 : 
아마도 순수한 <성령>만이 다닐 수 있는 
박사 자신은 가본 적 없는 기이한 길을 
하늘의 영광을 향해 넘어갔는데, - 
너무 높이 올라간 사람처럼 겁에 질려, 
악마 같은 교만심으로 우쭐해 외쳤다 : 
“예수여, 아기 예수여! 나는 매우 높이 그대를 치켜올렸다! 
그러나 갑옷으로 막지 않고 그대를 치려는 마음 내게 있었다면 
그대의 치욕은 그대의 영광 못지 않았으리, 
그리고 그대는 일개 보잘것없는 태아에 지나지 않았으리!” 
 
그 순간 그의 이성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 태양의 반짝임은 베일에 가려지고 : 
온갖 혼돈이 그의 지성 속을 뒤흔들었다, 
옛날에는 질서와 풍요 가득한 살아 있는 신전, 
그 천장 아래서 그토록 화려함이 빛났건만. 
흡사 열쇠 잃은 지하실처럼 
침묵과 어둠이 그의 내부에 자리잡았다. 
그때부터 그는 거리를 헤매는 짐승처럼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여름과 겨울도 
분간 못하고 들판을 쏘다니고, 
폐품처럼 더럽고 쓸모없고 흉측해져, 
어린애들의 놀림감과 웃음거리가 되었다. 

 

 

아름다움 

 
나는 아름답다, 오 인간이여! 돌의 꿈처럼, 
그리고 누구나 차례차례 상처받은 내 젖가슴은 
물질처럼 말없는 영원한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기 위해 빚어진 것. 
 
나는 불가사의의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고 ; 
눈 같은 마음을 백조의 흰 빛에 잇는다 ; 
나는 선(線)을 흐트러뜨리는 움직임을 미워한다, 
그리고 나는 아예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는다. 
 
가장 위풍당당한 기념비에서 빌려온 듯한 
내 고상한 몸가짐 앞에서 시인들은 
엄격한 추구로 일생을 탕진하리라. 
 
왜냐면 이 온순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한결 아름답게 하는 순수 거울을 가졌기에. 
그것은 나의 눈, 영원한 빛을 발하는 커다란 눈! 
 
 

이상 

 
나 같은 사람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천박한 시대가 낳은 썩어빠진 산물인 
가두리 장식된 미인도도 아니고, 
긴 구두 신은 발도, 캐스터네츠 낀 손가락도 아니다 
 
병원의 수다 떠는 그 미인들의 무리는 
위황병 걸린 시인 가바르니에게나 맡기련다, 
그 창백한 장미들 속에선 
내 붉은 이상을 닮은 꽃을 찾아낼 수 없을 터이니. 
 
심연처럼 깊은 이 마음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대, 맥베스 부인이여, 죄악에 강한 꿋꿋한 넋, 
폭풍우 속에서 꽃핀 에쉴르의 꿈이어라, 
 
아니면 너 거대한 <밤>, 미켈란젤로의 딸, 
<거인>들의 입에 길들여진 젖가슴을 
야릇한 자세로 한가로이 바트는 너. 
 
 

거녀(巨女)

 
<자연>이 힘찬 기운에 넘쳐 
날마다 괴물 같은 아이를 배던 그 시절 
나는 젊은 거녀 곁에 살았으면 좋았으리, 
여왕 발 밑에서 사는 음탕한 고양이처럼. 
 
그녀의 몸이 그 넋과 더불어 피어나 
끔찍한 희롱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고 ; 
그녀의 가슴 검은 열정 품고 있는지 
그녀의 눈에 서린 젖은 안개로 짐작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으리. 
 
그녀의 웅대한 형체 위로 한가로이 노닐며 ; 
그녀의 거대한 무릎을 비탈인 양 기어오르고, 
또 때로는 여름날 몸에 해로운 뙤약볕에 지쳐 
 
그녀가 들판을 가로질러 드러누울 때, 
나는 그 젖가슴 그늘에서 한가로이 잘 수 있었더라면 좋았으리, 
평화로운 마을이 산기슭에 잠들 듯이. 

 

 
 

가면 

ㅡ르네상스식 우의寓意적 조상彫像 
조각가 에르네스트 크리스토프에게 
 
저 플로렌스식 멋 풍기는 보물을 들여다보자 ; 
근육 발달한 저 몸뚱이의 요동 속에 
멋진 자매, <우아함>과 <힘>이 넘친다. 
진정 기적 같은 작품인 이 여인, 
기막히게 튼튼하고 사랑스럽게 가냘파 
호사스런 잠자리에 군림하고 
대주교 아니면 군주의 여가를 즐겁게 해주기에 제격이네. 
 

 

-그리고 또 보라, 저 미묘하고 육감적인 미소를, 
거기엔 <자만>이 절정을 이룬다 ; 
저 앙큼하고 번민하는 조롱하는 듯한 눈길 ; 
망사에 둘러싸인 저 교태 넘치는 얼굴, 
그 모습 하나하나 우리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 
<쾌락>이 나를 부르고, <사랑>이 내게 왕관을 씌운다!” 
보라, 그토록 위엄 타고난 저 인물에 
상냥함이 얼마나 자극적인 매력을 주고 있는가를! 
자, 우리 다가가 저 미녀의 주위를 돌아보자. 
 
오 예술의 모독이여! 오 불길한 기만이여! 
신성한 육체의 여인, 행복을 약속하더니, 
위쪽이 머리 두 개 달린 괴물로 끝나 있다니! 
 
천만의 말씀! 그것은 한 개의 가면, 유혹적인 겉 장식일 뿐, 
찌푸린 묘한 매력으로 빛나는 이 얼굴은. 
그러나 보라, 여기 끔찍하게 오그라든 
진짜 얼굴을, 거짓 얼굴 뒤로 
뒤로 젖힌 진정한 얼굴을. 
가련한 절세의 미인이여! 그대 눈물의 
찬란한 강물이 근심 많은 내 가슴속에 흘러든다 ; 
그대의 거짓이 나를 취하게 하고, 내 넋은 
<고뇌>로 솟아나는 그대 눈의 물결에 목을 축인다! 
 
-헌데 어찌하여 그녀는 울고 있는가? 정복된 인류를 
제 발 아래 무릎 꿇게 할 만한 완벽한 미인, 
무슨 수수께끼 같은 병이 튼튼한 그녀 옆구리를 갉아 먹는단 말인가? 
 
-그녀는 하염없이 울고 있다,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리고 지금도 살고 있기에! 하지만 그녀가 특히 한탄하는 건, 
그녀의 무릎까지 떨게 하는 건, 
아, 슬프다! 내일도 살아야 하기에!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언제까지나! -우리들처럼!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그대 무한한 하늘에서 왔는가, 구렁에서 솟았는가,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으면서도 숭고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뒤섞어 쏟아부으니, 
그대를 가히 술에 비길 만하다. 
 
그대는 눈 속에 석양과 여명을 담고 ; 
폭풍우 내리는 저녁처럼 향기를 뿌린다 ; 
그대 입맞춤은 미약, 그대 입은 술 단지, 
영웅은 무력하게 하고, 어린애는 대담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구렁에서 솟았는가, 별에서 내려왔는가? 
홀린 <운명의 여신>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에 따라 붙는다 ; 
그대는 닥치는 대로 기쁨과 재난을 흩뿌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죽은 자들을 비웃으며 그 위로 걸어간다 ; 
그대의 보석 중 <공포>도 매력이 못하지 않고, 
그대의 가장 비싼 패물 중 <살인>이 
그대의 거만한 배 위에서 요염하게 춤춘다. 
 
현혹된 하루살이가 그대 촛불에 날아가 
탁탁 타면서 말한다, “이 횃불에 축복을!” 하고 
정부의 몸에 기대고 헐떡이는 사나이는 
흡사 제 무덤 어루만지는 빈사의 병자. 
 
그대 하늘에서 왔건, 지옥에서 왔건 무슨 상관이랴? 
오 「아름다움」이여! 끔찍하되 숫된 거대한 괴물이여! 
그대의 눈, 미소, 그리고 그대의 발이 
내가 갈망하나 만나보지 못한 <무한>을 열어줄 수만 있다면 
 
<악마>로부터 왔건 <하느님>에게서 왔건 무슨 상관이랴? <천사>이건 <시레네스> 이건, 무슨 상관이랴? -빌로드 같은 눈을 가진 요정이여, 
운율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내 유일한 여왕이여! - 
세계를 덜 추악하게 하고, 시간의 무게를 덜어만 준다면! 
 
 
 

이국 향기 

 
어느 다사로운 가을 저녁 두 눈을 감고 
훈훈한 그대 젖가슴 내음 맡으면, 
단조로운 태양 볕 눈부신 
행복한 해안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그것은 게으르게 하는 섬나라, 
거기서 자연은 키운다, 
진귀한 나무들과 맛있는 과일들, 
날씬한 체구에 활기 찬 사나이들은, 
순진한 눈빛에 놀라운 여인들을. 
 
그대 내음을 따라 매혹적인 고장으로 안내되어, 
나는 본다, 바다의 파도에 흔들려 아직도 몹시 지쳐 있는 
돛과 돛대 가득한 어느 항구를, 
 
그 동안 타마린의 초록색 향기는 
대기 속을 감돌매 내 콧구멍을 부풀게 하고, 
내 마음속에서 수부들의 노래와 뒤섞이누나. 
 
 
 

머리타래 

 
오 목덜미까지 곱슬곱슬한 머리털! 
오 곱슬한 머릿결! 오 게으름 가득한 향내여! 
황홀함이여! 오늘 밤 이 어두운 규방을 
그대 머리 속에 잠자는 추억으로 채우기 위해 
손수건처럼 공중에 그대 머리칼을 흔들고 싶어라! 
 
나른한 아시아, 타오르는 아프리카, 
거의 사라져버린 이곳에 없는 아득한 전 세계가 고스란히 
그대 깊은 곳에 살아 있구나, 향기로운 숲이여! 
다른 사람들이 음악에 따라 노를 젓듯, 
내 마음은, 오 사랑하는 님이여! 그대 내음 따라 헤엄친다. 
 
나는 가련다, 저 곳으로, 생기 찬 나무와 남자가 
작열하는 풍토 아래 오래도록 몽롱해 있는 곳, 
거센 머리채여, 나를 데려갈 물결이 되어다오! 
칠흑의 바다여, 그대는 눈부신 꿈을 품고 있다, 
돛과 사공과 불꽃과 돛대의 꿈을 : 
 
거기 우렁찬 항구에서 내 넋은 가득 
들이마신다, 향기와 소리와 색깔을 ; 
거기서 황금빛 물결 위로 미끄러지는 배들은 
거대한 두 팔 벌려 껴안는다, 
영원한 열기 흔들리는 순수 하늘의 영광을. 
 
나는 담그련다, 도취를 갈망하는 내 머리를 
다른 바다 숨기고 있는 이 검은머리 바다 속에 ; 
그러면 애무 같은 배의 흔들림이 어루만지는 
내 예민한 정신은 되찾으리, 
향기로운 여가의 끝없는 자장가를, 오 풍요한 게으름이여! 
 
펼쳐진 어둠의 정자 같은 푸른 머리여, 
그대 내게 무한한 둥근 하늘의 푸름을 돌려주고, 
비틀어 꼬여 내린 그대 머리타래의 솜털로 뒤덮인 기슭에서 
나는 타는 듯이 취한다, 야자수 기름, 사향, 
그리고 역청 뒤섞인 향기에. 
 
오랫동안! 영원히! 내 손은 그대 묵직한 갈기 속에 
루비와 진주와 사파이어를 뿌리리라, 
내 욕망에 그대 귀를 절대 막지 않도록! 
그대는 내가 꿈꾸는 오아시스, 또 추억의 술을 
오래오래 들이마시는 표주박이 아니던가? 
 
 
 

나 그대를 밤의 궁륭처럼 열렬히 사랑하오 

 
나 그대를 밤의 궁륭처럼 열렬히 사랑하오, 
오 슬픔의 꽃병이여, 오 말없는 키 큰 여인이여, 
내 사랑은, 아름다운 여인이여, 그대가 내게서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그리고 내 밤을 장식하는 그대가 
비웃듯이, 푸른 무한으로부터 내 팔을 가르는 공간을 
더욱 멀게 하면 멀게 할수록 그만큼 더 깊어만 가오 
 
나는 공격을 위해 전진하고 돌격을 위해 기어오르오, 
시체를 향해 달라붙는 구더기처럼, 
그리고 무자비하고 매정한 짐승이여! 
그대의 냉담함조차 귀여워하오, 그럴수록 내게는 더 아름답기에! 
 
 
 

넌 전 우주를 네 규방에 끌어넣겠구나 

 
넌 전 우주를 네 규방에 끌어넣겠구나, 
더러운 계집이여! 권태로 네 넋은 잔인해지는구나. 
그런 괴상한 놀이에 네 이빨을 단련시키자면, 
날마다 염통 하나씩 네 이빨에 넣어주어야 하겠구나. 
네 두 눈은 진열장처럼, 축제에 타오르는 등화대처럼 
번뜩이며 빌려온 위력을 함부로 행사한다, 
제 아름다움의 법칙 알지도 못하고.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눈멀고 귀먹은 기계여! 
사람들 피를 빠는 유익한 연장이여, 
어찌 너는 부끄럼을 모르는가, 그리고 어찌 
네 매력이 퇴색하고 있음을 거울에 비춰보지 못하는가? 
깊은 뜻을 감추고 있는 위대한 자연이 
너를 가지고, 오 계집이여, 오 죄악의 여왕이여, 
-천한 짐승 너를 가지고-하나의 전체를 빚어낼 때, 
아무리 죄악에 능숙하다 자부하는 너라 해도, 
그 엄청난 죄악에 질겁하여 뒷걸음질친 적은 없었던가? 
 
오 더러운 위대함이여! 숭고한 치욕이여! 
 
 
 

그러나 흡족하지 않았다 

 
밤처럼 컴컴한 괴상한 여신이여, 
사향과 하바나 향기 섞인 내음 풍기는 
아프리카 마술사의 작품, 대초원의 파우스트, 
흑단의 옆구리 가진 마녀, 캄캄한 한밤의 아이여,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콩스탕스 술, 아편, 그리고 밤의 술보다 
사랑이 으스대는 네 입의 선약, 
내 욕망이 너를 향해 떼지어 갈 때, 
네 눈은 내 권태가 목을 축이는 물웅덩이. 
 
네 넋의 창 같은 그 검은 커다란 두 눈으로, 
오 잔인한 악마여! 내게 그토록 불꽃을 쏟지 말아라 ; 
삼도내를 따라 흘러흘러 가도 너를 아홉 번이나 껴안을 수 없으니, 
 
아 슬프구나! 방자한 메제르 여신이여, 
네 용기를 꺾고 너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네 잠자리의 지옥에서 내가 프로세르핀이 될 수는 없구나! 
 
 
 

물결치는 진줏빛 옷을 입고 

 
물결치는 진줏빛 옷을 입고, 
걸을 때도 그녀는 춤을 추는 듯, 
신성한 요술쟁이의 막대기 끝에서 
박자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기다란 뱀처럼. 
 
인간의 고뇌에는 아랑곳 않는 
사막의 우중충한 모래와 창공처럼, 
바다 물결이 파도치며 얽히듯, 
그녀는 무심코 몸을 펼친다. 
 
반들반들한 두 눈은 매혹적인 광석, 
그리고 야릇한 상징적인 그 천성 속에 
순결한 천사를 고대 스핑크스에 섞어놓은 듯, 
 
모든 것이 금과 강철, 빛과 금광석뿐,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의 차가운 위엄이 
쓸모없는 별처럼 영원히 빛을 발한다. 
 
 
 

춤추는 뱀 

 
나는 보고 싶다, 태평한 님이여, 
그토록 아름다운 그대 몸에서 
하늘거리는 천처럼 
살갗이 빛나는 것을! 
 
짙은 그대 머리칼에서 
풍기는 짭짤한 내음 
푸른색과 갈색의 물결 위에서 
넘실대는 냄새나는 바다, 
 
거기 아침 바람에 잠깬 
한 척의 배처럼, 
내 꿈꾸는 넋은 떠날 준비를 한다, 
어느 먼 하늘을 향해. 
 
달콤함도 쓰라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대의 두 눈은 
금과 쇳가루 섞인 
차가운 두 알의 보석. 
 
박자 맞추어 걸어가는 그대를 보면, 
초연한 미인이여, 
막대기 끝에서 춤추는 
한 마리 뱀 같아. 
 
게으름의 무게에 짓눌린 
앳된 그대 머리는 
흐물흐물 좌우로 흔들거린다, 
코끼리 새끼처럼, 
 
또 몸을 구부리고 드러누우면, 
가느다란 배처럼 
좌우로 흔들리다 물 속에 
활대를 잠근다. 
 
와르르 녹아내린 빙하로 
불어난 물결처럼, 
그대 이빨 가장자리에 
침이 솟아오르면, 
 
나는 씁쓸하고 기분 북돋우는 
보헤미아의 술을 마시는 듯, 
내 마음에 별들을 뿌려주는 
흐르는 하늘을 마시는 듯! 
 
 
 

시체 

 
기억해보라, 님이여, 우리가 보았던 것을, 
그토록 화창하고 아름답던 여름 아침 : 
오솔길 모퉁이 조약돌 깔린 자리 위에 
드러누워 있던 끔찍한 시체, 
 
음탕한 계집처럼 두 다리를 쳐들고, 
독기를 뿜어내며 불타오르고, 
태평하고 파렴치하게, 썩은 
냄새 가득 풍기는 배때기를 벌리고 있었다. 
 
태양은 이 썩은 시체 위로 내리쬐고 있었다, 
알맞게 굽기라도 하려는 듯, 
위대한 「자연」이 한데 합쳐놓은 것을 
백 갑절로 모두 되돌려주려는 듯, 
 
하늘은 이 눈부신 해골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어나는 꽃이라도 바라보듯, 
고양한 냄새 어찌나 지독하던지 당신은 
풀 위에서 기절할 뻔했었지. 
그 썩은 배때기 위로 파리떼는 윙윙거리고, 
거기서 검은 구더기떼 기어나와, 
걸쭉한 액체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살아 있는 누더기를 타고. 
 
그 모든 것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밀려나갔다 하고, 
그 모든 것이 반짝반짝 솟아나오고 있었다 ; 
시체는 희미한 바람에 부풀어올라, 
아직도 살아서 불어나는 듯했다. 
 
그리고 세상은 기이한 음악 소리를 내고 있었다,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또는 장단 맞춰 까불리는 키 속에서 
흔들리고 나뒹구는 곡식알처럼. 
 
형상은 지워지고, 이제 한갓 사라진 꿈, 
잊혀진 화포 위에 
화가가 기억을 더듬어 완성하는 
서서히 그려지는 하나의 소묘. 
 
바위 뒤에서 초조한 암캐 한 마리 
성난 눈으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놓쳐버림 살점을 해골로부터 
다시 뜯어낼 순간을 노리며. 
 
-허나 언제인가는 당신도 닮게 되겠지, 
이 오물, 이 지독한 부패물을, 
내 눈의 별이여, 내 마음의 태양이여, 
내 천사, 내 정열인 당신도! 
 
그렇다! 당신도 그렇게 되겠지, 오 매력의 여왕이여, 
종부성사 끝나고 
당신도 만발한 꽃들과 풀 아래 
해골 사이에서 곰팡이 슬 즈음이면. 
 
그때엔, 오 나의 미녀여, 말하오, 
당신을 핥으며 파먹을 구더기에게, 
썩어문드러져도 내 사랑의 형태와 거룩한 본질을 
내가 간직하고 있었다고! 
 
 
 

심연에서 외친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그대>여, 
나는 그대의 연민을 비오, 
내가 빠져 있는 어두운 구렁의 밑바닥에서. 
그곳은 납빛 지평선이 둘러싸고 있는 어두운 세상, 
공포와 모독이 어둠 속에서 헤엄을 친다 ; 
 
열기 없는 태양이 여섯 달 그 위에 뜨고, 
나머지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어 ; 
이곳은 극지보다 더한 불모의 세계, 
-짐승도 없고, 냇물도, 풀밭도, 숲도 없는!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냉혹함, 
옛날 <혼돈>의 세계 같은 끝없는 이 어둠, 
아, 이보다 더한 공포는 세상에도 없소. 
 
미련한 잠에 빠질 수 있는 
천한 짐승의 팔자가 나는 부럽소. 
시간을 감는 실꾸리가 그토록 더디구려! 
 
 
 

흡혈귀 

 
슬픈 내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든 너 ; 
악마의 무리처럼 억세고 
화사하고 광기 서린 넌 
 
창피 당한 내 정신으로 
잠자리 삼고, 집을 삼는다 ; 
-끔찍한 너에게 나는 얽매어 있다, 
사슬에 매인 도형수처럼, 
 
노름판을 못 떠나는 노름꾼처럼, 
술병을 못 떼는 술꾼처럼, 
구더기에 먹히는 시체처럼, 
-저주받은, 저주받은 계집이여!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날쌘 칼에 빌기도 했고, 
내 비겁함 도와달라고 
더러운 독약에 하소연도 해보았다. 
 
그런데, 아! 독약과 칼날은 
나를 깔보며 이렇게 말했다 : 
“넌 저주받은 노예 처지에서 
구해줄 가치도 없다, 
 
바보야! -설령 우리의 노력이 
그녀의 지배에서 너를 구해준다 해도, 
네 입맞춤은 네 흡혈귀의 시체를 
되살려낼걸!” 
 
 
 

끔찍한 유대 계집 곁에 있었던 어느 날 밤 

 
어느 날 밤, 끔찍하게 생긴 유대 계집 곁에, 
시체 곁에 또 하나의 시체 있듯이 나란히 누워, 
그 돈에 팔린 몸뚱이 곁에서 나는 생각했다, 
내 욕망이 포기한 저 서글픈 미녀를. 
 
나는 눈앞에 그려보았다, 그녀의 타고난 위엄을, 
힘과 우아함을 갖춘 그녀 시선을, 
그녀 머리카락은 향내 나는 투구, 
생각만 해도 사랑이 내게 되살아난다. 
 
고상한 그대 몸에 열렬히 입맞추고, 
싱싱한 그대 발끝에서부터 검은 머리칼까지 
깊은 애무의 보물을 펼쳤으리, 
 
만일 어느 날 저녁, 나도 모르게 흘린 눈물로 인해, 
오 잔인한 계집들의 여왕이여! 그대 
차가운 눈동자의 광채를 흐리게 할 수만 있다면. 
 
 
 

사후의 회한 

 
검은 미녀여, 새까만 대리석으로 만든 
무덤 속 깊은 곳에 그대가 잠들어, 
잠자리와 집이라곤 비에 젖은 
땅속과 움푹 파인 구덩이뿐일 때 ; 
 
무덤 돌이 그대 겁먹은 가슴 짓누르고 
달콤한 나태에 젖은 그대 옆구리 짓눌러, 
그대 심장 뛰지도 바라지도 못하게 하고, 
두 발로 쾌락 찾아 뛰어다니지 못하게 할 때, 
 
내 끝없는 몽상을 들어줄 무덤은 
(무덤은 언제나 시인을 이해할 것이니) 
잠 달아난 그 긴긴 밤 동안 
 
그대에게 말하리 : “어설픈 유녀遊女여, 망령들이 한탄하는 까닭을 
넌 알지 못했거니, 그게 이제 무슨 소용이랴?” 
-그리고 구더기는 회한처럼 그대 살갗을 파먹으리. 
 
 
 

고양이 

 
오너라, 내 예쁜 나비야, 사랑에 빠진 내 가슴 위로 ; 
발톱일랑 감추고, 
금속과 마노 섞인 아름다운 네 눈 속에 
나를 푹 잠기게 하렴. 
 
내 손가락이 네 머리와 유연한 등을 
한가로이 어루만지며 
내 손이 전기 일으키는 네 몸을 
만져보며 즐거움에 취해들 때, 
 
나는 마음속에서 내 아내를 본다, 그녀 눈매는 
사랑스런 짐승, 네 눈처럼 
그윽하고 차가와 투창처럼 꿰뚫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미묘한 기운, 위험한 향기 
그녀 갈색 몸 주위에 감돈다. 
 

 

 

결투 

 
두 전사가 마주 달려들었다 ; 그들의 무기는 
불꽃과 피를 공중에 튀겼다. 
이 놀이, 이 요란한 칼부림 소리는 
신음하는 사랑의 포로가 된 젊음의 소동. 
 
칼은 부러졌다! 우리의 젊음처럼, 
님이여! 그러나 이빨과 날카로운 손톱이 
이내 배신한 장검과 단검에 복수한다. 
-오 사랑의 상처로 곪은 가슴의 분노여! 
 
살쾡이와 표범이 넘나드는 골짜기에 
우리 병사들은 짓궂게 맞붙어 뒹굴고, 
그들의 살가죽은 메마른 가시덤불을 꽃피게 하리. 
 
-이 심연, 그건 지옥, 우리 친구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 거기서 뒹굴자, 미련도 없이, 매정한 여장부여, 
우리 증오의 뜨거운 불꽃 영원히 타오르게! 
 
 
 

발코니 

 
추억의 샘이여, 애인 중의 애인이여, 
오 그대, 내 모든 기쁨! 오 그대, 내 모든 의무! 
그대 회상해보오, 애무의 아름다움을, 
난로의 다사로움, 저녁의 매혹을, 
추억의 샘이여, 애인 중의 애인이여! 
 
이글대는 숯불로 밝혀진 저녁, 
발코니에 깃든 장밋빛 너울 자욱한 저녁. 
아 다사로왔던 그대 가슴! 고왔던 그대 마음! 
우린 자주 불멸의 것들을 얘기했었지, 
이글대는 숯불로 밝혀진 저녁. 
 
다사로운 저녁 태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공간은 얼마나 그윽한가! 마음은 굳건하고! 
연인 중의 여황, 그대에게 몸 기대면, 
그대의 피 냄새를 맡는 듯했지, 
다사로운 저녁 태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밤은 칸막이 벽처럼 깊어만 갔고, 
내 눈은 어둠 속에서 그대 눈동자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 숨결을 마셨지, 오 그 달콤함! 오 그 독기여! 
그대 발은 내 다정한 손 안에서 잠이 들었다. 
밤은 칸막이 벽처럼 깊어만 갔고. 
 
나는 알고 있다, 행복한 순간들 되살리는 법을, 
그리고 나는 본다, 그대 무릎 속에 숨겨진 내 과거를, 
따스한 그대 몸과 그토록 포근한 그대 마음 아닌 다른 곳에서 
그대 번민하는 아름다움 찾아본들 무슨 소용이랴? 
나는 알고 있다, 행복한 순간들 되살리는 법을! 
 
그 맹세, 그 향기, 그 끝없는 입맞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서 다시 살아날 것인가, 
깊은 바다 속에서 멱감고 
다시 젊어진 태양이 하늘에 떠오르듯? 
-오 맹세! 오 향기! 오 끝없는 입맞춤이여! 
 
 
 

홀린 사내 

 
태양은 검은 베일에 가려졌다. 그처럼, 
오 내 생명의 달이여! 그대도 어둠으로 푹 둘러싸이렴 ; 
네 멋대로 자고, 담배 피우고, 입 다물고, 우울한 채 있으려므나, 
그리고 끝 모를 <권태>에 온통 잠기렴 ; 
 
나 그처럼 그대를 사랑한다! 허나 오늘 그대가 원한다면, 
어둠에서 벗어나는 가리어 있던 별처럼 
<광란>이 법석대는 곳에서 으스대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 매혹적인 단도여, 그대 칼집에서 나오렴! 
 
샹들리에 불빛으로 그대 눈동자에 불을 밝혀라! 
촌뜨기들 눈 속에 욕망의 불을 지피렴! 
그대의 모든 것이 내게는 즐거움, 병적인 것도 발랄한 것도 ; 
 
그대 원하는 대로 되렴, 검은 밤이든, 붉은 여명이든 ; 
떨리는 내 온몸에서 이렇게 외치지 않는 세포 하나도 없으니, 
오 내 사랑 마왕이여, 나 그대를 끝없이 사랑하오! 
 
 
 

환영 

 

1. 어둠 

<운명>이 이미 나를 유배 보낸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의 굴 속 ; 
장밋빛 즐거운 햇살 한 줄기 들지 않고 ; 
침울한 여주인 <밤>과 홀로 사는 
 
나는, 아! 조롱하는 <신>의 강요로 
어둠의 화포 위에 그림 그리는 화가라고나 할까 ; 
거기서 나는 음산한 식욕 가진 요리사, 
내가 내 심장을 끓여 먹는다. 
 
거기 때로 아름답고 찬란한 유령 나타나 
번쩍이며 몸을 뻗치고 펼쳐 보인다. 
꿈꾸는 듯한 동양적인 자태로. 
 
그녀 온전히 몸 드러내면, 
나는 알아본다, 날 찾아온 미녀를 : 
그것은 <그녀>! 어둡고 동시에 빛을 발하는 여인. 
 

2. 향기 

독자여, 그대는 취해 서서히 음미해가며 
맡아보았는가, 
성당 가득한 훈향을, 
또는 주머니에 깊이 밴 사향 냄새를? 
 
현재 속에 되살아난 과거가 우리를 
취하게 한다, 깊고 마술 같은 매혹으로! 
그처럼 애인도 사랑하는 육체에서 
추억의 절묘한 꽃을 꺾는다. 
 
살아 있는 향주머니, 규방의 향로, 
그녀의 탄력 있고 묵직한 머리칼에서 
야생의 사향 냄새 피어오르고, 
 
순수한 젊음 흠뻑 밴 
모슬린, 혹은 빌로드 옷에서 
모피 냄새 풍겨나왔다. 
 

3. 그림들 

아무리 칭송받는 화가의 작품이라도, 
무한한 자연에서 떼내어 
아름다운 그림틀을 붙여야만, 뭔지 모를 
신기하고 매혹적인 운치가 살아나듯이, 
 
그처럼 보석과 가구, 금속과 금박은 
보기 드문 그녀의 아름다움에 꼭 어울리었다 ; 
아무것도 그녀의 완벽한 광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이 그녀에게 장식틀이 되어 보였다. 
 
때로 그녀는 모든 것이 자신을 
사랑하려 한다고 생각했을까, 
관능에 젖어 제 알몸을 
 
명주와 린네르 속옷의 입맞춤 속에 잠그고, 
느리게 또는 갑자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원숭이 같은 앳된 교태를 보였다. 
 

4. 초상화 

<병>과 <죽음>은 모조리 재로 만든다. 
우리를 위해 타오른 불길을 
그처럼 뜨겁고 다정하던 그 커다란 눈, 
내 가슴 적신 그 입술, 
 
향유처럼 힘찬 그 입맞춤, 
햇빛보다 더 뜨거운 그 격정, 
그중 무엇이 남아 있는가? 오 두렵다, 내 넋이여! 
남은 건 오직 퇴색한 삼색의 소묘 하나뿐, 
 
그것도 나처럼 고독 속에 스러져가고, 
몹쓸 늙은이 <시간>은 
날마다 그 거친 말개로 문지른다…… 
 
<삶>과 <예술>의 검은 말살자여, 
너는 내 기억 속에서 절대로 죽이지 못하리라, 
내 기쁨, 내 영광이던 그 여인을! 
 
 
 

그대에게 이 시구를 바치노라 

 
그대에게 이 시구를 바치노라, 내 이름 
다행히 먼 후세에 전해져 
저녁 사람들을 꿈에 잠기게 한다면, 
거친 북풍에 실려가는 배여, 
 
그대 기억이 희미한 전설처럼, 
팀파논처럼, 독자들 귀를 지치게 울리고, 
우정 어린 신비한 사슬고리로 
내 고고한 시편에 매달리듯 길이 남아 있도록 ; 
 
저주받은 그대, 저 깊은 나락에서 
높은 하늘까지 나말고 누가 대답해줄까! 
-오 그대, 흔적 곧 지워지는 망령처럼, 
 
그대를 가혹하다 여길 어리석은 인간들을 
가벼운 발걸음과 싸늘한 시선으로 밟고 간다, 
흑옥 같은 눈동자의 상像, 의연한 대천사여! 
 
 
 

언제나 이대로 

 
그대는 말했었지, “저 벌거벗은 검은 바위 위로 바닷물 치솟듯 
그 야릇한 슬픔 어디서 당신에게 밀려오는가?” 라고. 
-우리 마음이 일단 수확을 끝내고 나면, 
산다는 것은 고통, 그건 누구나 다 아는 비밀. 
 
그것은 극히 명백한 고통, 신비할 것도 없고, 
그대 기쁨처럼 누구에게나 드러나는 것, 
그러니 그만 묻지 마오, 오 캐기 좋아하는 미인이여! 
그대 목소리 달콤해도 입을 다물어주오! 
 
입을 다물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언제나 기쁨에 찬 여인이여! 
천진한 웃음 짓는 입이여! <삶>보다 <죽음>이 더 
그 정교한 줄로 우리를 자주 옭아맨다. 
 
제발 내 마음 미망에 취해 
아름다운 꿈에 파묻히듯 그대 눈 속에 파묻혀, 
그대 눈썹 그늘 속에 오래 잠들게 해주오! 
 
 
 

그녀는 고스란히 

 
<악마>가 높은 내 방으로 
오늘 아침 날 찾아와, 

 

내 흠집 잡아내려 애쓰며, 
하는 말이, “정말 알고 싶구나, 
 
그녀의 매력 만들어주는 
갖가지 아름다운 것 중에, 
매혹적인 그녀의 몸을 이루는 
검거나 붉은 것 중에, 
 
무엇이 제일 좋은가?” -오 내 넋이여! 
너는 이 <가증스런 놈>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 
“그녀 속에는 모든 것이 향기, 
어느 것도 고를 수 없다. 
 
모든 것이 나를 황홀케 하니, 나는 모른다, 
무엇에 내가 끌리는지, 
그녀는 <새벽>처럼 눈부시고 
<밤>처럼 위안을 준다 ; 
 
또 그녀 아름다운 몸에 온통 감도는 
조화 너무도 오묘하여, 
그 숱한 화으믈 적어내기에는 
서툰 분석으로 불가능하다. 
 
오 신비한 변모여, 
내 모든 감각이 하나로 녹아든다! 
그녀 숨결은 음악이 되고 
그녀 목소리는 향기를 풍긴다!”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려는가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려는가, 외로운 가엾은 넋이여, 
무엇을 말하려나, 내 마음, 일찍 시든 마음이여, 
더없이 아름답고 착하고 사랑스런 여인에게? 
그 거룩한 눈길에 너는 갑자기 피어났었지. 
 
-우리 자랑스레 그녀를 찬미하여 노래부르자 : 
아무것도 그녀 위엄 속에 숨겨진 다정함만 못하다 ; 
맑은 그녀 살결은 천사의 향기 지녀 
그녀 눈동자는 우리에게 광명의 옷을 입힌다. 
 
밤중이든 고독 속에서이든 
거리에 있든 군중 속에 있든 
그녀 환영은 공중에서 횃불처럼 춤춘다. 
 
때로 그 환영 내게 말하기를 : “나는 아름답다, 나는 명하노니, 
나에 대한 사랑을 위해 그대 오직 <미>만을 사랑하라, 
나의 <수호천사> <시의 여신> 그리고 <마돈나> 
 
 

살아 있는 횃불 

 
빛 가득한 그 두 <눈>, 그들이 내 앞을 걸어간다, 
박식한 <천사>에게서 아마 자력을 받았으리라 ; 
그들은 걸어간다, 거룩한 형제들은, 내 형제들은,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그들 불꽃을 내 눈 속에 흔들면서. 
 
온갖 함정, 온갖 중죄에서 날 구해, 
그들은 <미>의 길로 내 발걸음 이끌어준다 ; 
그들은 내 하인, 나는 그들의 노예 ; 
내 존재는 온통 이 살아 있는 횃불을 따른다. 
 
매혹적인 두 <눈>이여, 너희는 한낮에 타오르는 
촛불의 신비한 빛으로 빛난다 ; 햇빛이 
붉게 비추어도 그 엄청난 불꽃은 끄지 못한다 ; 
 
촛불은 <죽음>을 기리고, 너희는 <소생>을 노래한다 ; 
내 넋의 소생을 노래하며 걸어간다, 
어떤 햇빛도 그 불꽃 사그라뜨리지 못할 별이여! 
 
 

공덕 

 
기쁨이 넘치는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고뇌를, 
수치심을, 회한을, 흐느낌을, 권태를, 
그리고 종이 구기듯 가슴을 짓누르는 
저 무서운 밤들의 막연한 공포를? 
기쁨이 넘치는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고뇌를 
 
그지없이 착한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증오를, 
<복수>의 악마가 지옥의 나팔 불고 
우리의 능력을 멋대로 지배할 때, 
어둠 속에서 불끈 쥐는 주먹을, 원한의 눈물을? 
그지없이 착한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증오를? 
 
건강이 넘치는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열병>을, 
우중충한 양로원 높은 담을 따라 
가느다란 햇볕 찾아 입술을 떨며, 
유형자처럼 발을 질질 끌고 가는 사람들을? 
건강이 넘치는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열병>을? 
 
아름다움 넘치는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주름살을,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우리의 탐욕스런 눈이 
오래 세월 빠져 있던 두 눈 속에서 헌신을 꺼리는 
숨은 낌새 읽어내는 그 무서운 고통을? 
아름다움 넘치는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주름살을? 
 
행복과 기쁨과 빛이 넘치는 <천사>여, 
죽어가는 <다비드> 왕이라면 매혹적인 
그대 몸에서 발산되는 건강을 구했으리, 
그러나 천사여, 그대에게 내가 구하는 것은 오직 그대 기도뿐, 
행복과 기쁨과 빛이 넘치는 <천사>여! 
 
 

고백 

 
한 번, 단 한 번, 사랑스럽고 다정한 사람, 
당신의 미끈한 팔이 
내 팔에 기대었다 (내 넋의 어두운 밑바닥에서 
이 추억은 바래지 않는다) ; 
 
늦은 밤이었다 ; 새 메달처럼 보름달은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엄숙한 밤은 잠든 파리 위로 강물처럼 
흥건히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집들을 따라 대문 아래로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빠져나와, 
귀를 쫑긋 세우고, 또는 정다운 그림자처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문득 창백한 달빛 아래 피어난 
거리낌없는 친밀감 속에서 
쾌활한 소리만 울리는 소리나는 
풍요한 악기, 당신의 입에서 
 
빛나는 아침 화려한 군악 소리 울리듯, 
밝고 즐거운 당신 입에서 
흐느끼는 가락, 기이한 가락이 
비틀거리며 새어나왔다. 
 
가족들조차 부끄러워 사람들 눈을 피해 
남몰래 오랫동안 굴 속에 
숨겨두었던 허약하고, 흉측하고, 어둡고, 
불결한 계집애처럼. 
 
가엾은 천사여, 당신은 목청껏 노래불렀다 : 
“이승에는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고 
아무리 애써 꾸며본들 언제나 
사람의 이기심은 드러나는 법 ; 
 
미인 역을 하기도 고된 일, 
그것은 억지 웃음 지으며 
흥겨워하는 경박하고 쌀쌀한 무희가 부리는 
진부한 재주 같은 것 ; 
 
사람들 마음 위에 집을 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 ;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두 부서져버린다, 
마침내 <망각>이 <영원>에게 되돌려주려고 채롱 속에 
그것을 던져줄 때까지는!” 
 
나는 때로 회상했다, 그 황홀한 달을, 
그 적막, 그 번민을, 
그리고 가슴속 고해실에서 속삭인 
그 무서운 고백을. 
 
 
 

영혼의 새벽 

 

방탕아의 방에 희뿌연 새벽이 
마음을 괴롭히는 <이상>과 함께 비쳐들면, 
신비한 응징자에 휘둘려 
졸던 짐승 속에서 천사가 깨어난다. 
 
다가갈 수 없는 <영혼의 푸른 하늘>은 
아직 꿈속에서 고통받는 기진한 사나이 앞에 
심연의 매혹으로 열리며 파고든다. 
이처럼, 다정한 <여신>이여, 맑고 순수한 <사람>이여, 
 
어리석은 향연의 연기 나는 잔해 위로 
한결 또렷한 당신의 매혹적인 장밋빛 추억은 
크게 뜬 내 두 눈 앞에 쉴새없이 나풀거린다. 
 
햇빛은 이제 촛불을 흐려놓았다 ; 
이처럼 언제나 승리에 찬 그대 모습은, 
찬란한 넋이여, 불멸의 태양을 닮았구려! 
 
 
 

저녁의 조화 

 
이제 바야흐로 줄기 위에 떨며 
꽃송이 하나하나 향로처럼 향기를 뿜고 ; 
소리와 향기 저녁 하늘 속에 감돈다 ; 
우울한 왈츠, 나른한 어지러움! 
 
꽃송이 하나하나 향로처럼 향기를 뿜고 ; 
바이올린은 상처받은 마음인 양 떤다 ; 
우울한 왈츠, 나른한 어지러움! 
하늘은 큰 제단처럼 슬프고 아름답다 
 
바이올린은 상처받은 마음인 양 떨고, 
어둡고 끝없는 허무를 미워하는 애틋한 이 마음! 
하늘은 큰 제단처럼 슬프고 아름답고 ; 
태양은 얼어붙은 제 피 속에 빠진다. 
 
어둡고 끝없는 허무를 미워하는 애틋한 이 마음, 
빛나는 과거의 온갖 흔적을 긁어모은다! 
태양은 얼어붙은 제 피 속에 빠지고…… 
당신의 추억은 내 맘속에 성체합처럼 빛난다! 
 
 
 

향수병 

 
어떤 물질이라도 뚫고 스며나오는 강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라도 뚫으리라. 
<동양>에서 건너온 작은 함, 오만상 찌푸리고 
삐걱거리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세월의 지독한 냄새 가득 밴 
먼지 수북한 더러운 옷장 열면, 
더러 옛 추억 간직한 오래된 향수병 눈에 띄는데, 
되돌아온 넋 거기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온갖 생각들 거기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 펴고 힘껏 날아오른다, 
창공의 빛으로 물들고 장밋빛으로 칠해지고 금박으로 장식되어. 
 
이제 취한 추억이 흐린 대기 속에서 
나폴거린다, 눈을 감는다 ; <현기증>이 
쓰러진 넋을 쥐어 잡고 두 손으로 밀어낸다, 
인간의 악취로 어두어진 구렁 쪽으로 ; 
 
그리고 천 년 된 깊은 구렁 가로 넘어뜨린다, 
거기서 제 수의 찢는 냄새나는 나사로처럼, 
썩고 매혹적이고 음산한 옛사랑의 
유령 같은 송장이 잠깨어 꿈틀거린다. 
 
그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해묵은 향수병처럼 늙고, 먼지가 끼고, 더럽고, 
천하고, 끈적거리고, 금이 가 
음산한 옷장 구속에 내던져졌을 때, 
 
나는 네 관이 되리, 사랑스런 악취여! 
네 힘과 독기의 증인이 되리, 
천사가 마련해준 사랑하는 독약이여! 나를 
좀먹는 액체, 오 내 마음의 <생명>이자 <죽음>이여! 
 
 
 

독 

 
술은 아무리 누추한 오두막이라 해도 
기적같이 호화롭게 옷 입히고, 
붉은 안개의 금빛 속에 한둘 아닌 
동화 같은 회랑을 솟아나게 한다, 
흐린 하늘에 노을지는 태양처럼. 
 
아편을 끝없는 것을 더욱 넓히고, 
무한을 더욱 늘이며, 
시간을 키우고 쾌락을 더욱 파고들어, 
우울하고 서글픈 쾌락으로 
내 넋을 채운다, 넘치도록 가득. 
 
그러나 그 모든 것도 그대 눈에서 흘러내리는 
독만 못하다, 그대 초록색 눈, 
내 넋이 떨며 거꾸로 비춰보는 호수…… 
내 꿈 떼지어 가 
그 호수의 쓰디쓴 심연에서 갈증을 푼다. 
 
그 모든 것도 나를 깨무는 그대 침의 
무서운 위력만 못하다, 그대 침은 
내 넋을 후회 없이 망각 속에 잠그고, 
현기증을 실어, 
죽음을 강가로 내 쇠잔한 넋을 굴리어 간다! 
 
 
 

흐린 하늘 

 
당신의 시선은 안개로 덮인 듯 ; 
신비한 당신 눈은(푸른빛일까, 잿빛일까, 아니면 초록빛일까?) 
다정하다가는 꿈꾸는 듯하고, 그러다가 매정해지며, 
무심하고 파리한 하늘을 비추고 있다. 
 
당신은 생각나게 한다. 저 따스하고 안개 낀 하얀 날들을, 
홀린 마음을 눈물로 녹이는 날들을, 
가슴을 쥐어짜는 알 수 없는 아픔에 흔들려 
너무 곤두선 신경이 잠자는 정신을 비웃을 때에. 
 
때로 당신은 안개 자욱한 계절, 
태양이 비춰주는 저 아름다운 지평선 같다…… 
안개 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이 불태우는 
젖은 풍경처럼 당신은 얼마나 찬란한가! 
 
오 위험한 여인이여, 오 매혹적인 기후여! 
나는 또한 당신의 눈雪과 서리마저 사랑하여, 
얼음보다 칼보다 더 날카로운 쾌락을 
혹독한 겨울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고양이 

 
내 머리 속을 걸어다닌다, 예쁜 고양이 
제 방안 거닐 듯, 
힘세고 온순하고 매혹적인 잘 생긴 고양이, 
야웅 하고 우는 소리 들릴까말까, 
 
그토록 그 울림 부드럽고 은근하지만 ; 
차분할 때나 으르릉거릴 때나 
그 목소리 언제나 풍요하고 그윽하다. 
바로 그게 그의 매력, 그의 비밀. 
 
내 마음 가장 어두운 맡바닥까지 
구슬처럼 스미는 그 목소리, 
조화로운 시구처럼 나를 채우고, 
미약처럼 나를 즐겁게 한다. 
 
그 목소리는 지독한 고통도 가라앉히고 
갖가지 황홀을 간직하고 있어 ; 
긴긴 사연을 말할 때도 
한마디의 말도 필요가 없다. 
 
그렇다, 이 완벽한 악기, 내 마음 파고들어, 
이보다 더 완전하게 
내 마음으 가장 잘 울리는 줄을 
노래하게 할 활이 이밖에 없다, 
 
네 목소리밖엔, 신비한 고양이여, 
천사 같은 고양이, 신기한 고양이여, 
네 속에선, 천사처럼, 
모든 것이 미묘하고 조화롭구나! 
 
금빛과 갈색이 섞인 그의 털에서 
풍기는 냄새 그토록 달콤해, 
어느 날 저녁 한 번, 꼭 한 번 
어루만졌는데, 그 냄새 내 몸에 배어들었다. 
 
이거야말로 이곳을 지켜주는 수호신 ; 
제 왕국에 있는 모든 것을 
판결하고 다스리고 영감을 준다 ; 
그것은 요정일까, 신일까? 
 
사랑하는 내 고양이 쪽으로 
자석에 끌리듯 끌린 내 눈이, 
순순히 내 몸으로 돌아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나는 그만 깜짝 놀란다, 
창백한 눈동자의 빛나는 불, 
밝은 신호등, 살아 있는 오팔, 
지그시 나를 응시하고 있는 눈. 
 
 
 

아름다운 배 

 
네게 들려주고 싶다, 오 나른한 매혹의 여인아! 
네 젊음을 꾸며주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 
어린 티와 성숙함이 한데 어우러진 
네 아름다움 네게 그려보이고 싶다 
 
네 폭넓은 치맛자락 펄럭이며 갈 때, 
넌 흡사 난바다로 떠나는 아름다운 배, 
돛 달고 떠간다, 
감미롭고 나른하고 느린 리듬을 타고. 
 
포동포동 굵은 목, 통통한 어깨 위에서 
네 머리는 야릇한 매혹 풍기며 건들거린다 ;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양양하게, 
위풍당당한 아이, 너는 네 길을 간다. 
 
네게 들려주고 싶다, 오 나른한 매혹이여! 
네 젊음을 꾸며주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 
어린 티와 성숙함이 한데 어우러진 
네 아름다움 네게 그려보이고 싶다. 
 
물결무늬 옷을 밀고 불쑥 내민 네 젖가슴, 
당당한 네 젖가슴은 아름다운 찬장, 
볼록하고 환한 그 널판은 
방패처럼 번갯불을 맞부딪는다. 
 
장밋빛 젖꼭지로 무장한 도전적인 방패여! 
달콤한 비밀을 감춘 찬장, 술, 향료, 음료, 
갖가지 맛좋은 것 가득 차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 열광시킬 찬장이여! 
 
네 폭넓은 치맛바람에 펄럭이며 갈 때, 
넌 흡사 난바다로 떠나는 아름다운 배, 
돛 달고 떠간다, 
감미롭고 나른하고 느린 리듬을 타고 
 
당당한 네 다리는 밀어내는 치맛자락 밑에서 
컴컴한 욕정 돋우고 부추긴다, 
깊숙한 단지 속에 검은 미약을 
휘젓는 두 마녀처럼. 
 
어린 장사는 우습게 알 만도 한 네 팔은 
번득이는 왕뱀의 강한 적수, 
가슴에 애인의 모습을 새기려는 듯, 
단단하게 껴안도록 만들어진 것. 
 
포동포동 굵은 목, 통통한 어깨 위에서 
네 머리는 야릇한 매혹 풍기며 건들거린다 ; 
조용조용, 그러나 의기양양하게, 
위풍당당한 아이, 너는 네 길을 간다. 
 
 
 

여행에의 초대 

 
아이야, 누이야, 
꿈꾸어보렴 
거기 가서 함께 살 감미로움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으리, 
그대 닮은 그 고장에서! 
그곳 흐린 하늘에 
젖은 태양이 
내 마음엔 그토록 신비로운 
매력을 지녀, 
눈을 통해 반짝이는 
변덕스런 그대 눈 같아.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세월에 닦여 
반들거리는 가구가 
우리 방을 장식하리 : 
진귀한 꽃들 
향긋한 냄새, 
용연향의 어렴풋한 냄새와 어울리고, 
호화로운 천장, 
깊은 거울, 
동양의 찬란함, 
모든 것이 거기선 
넋에 은밀히 
정다운 제 고장 말 들려주리.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보라, 저 운하 위에 
잠자는 배들을, 
떠도는 것이 그들의 기질 : 
그대의 아무리 사소한 욕망도 
가득 채우기 위해 
그들은 세상 끝으로부터 온다. 
-저무는 태양은 
옷 입힌다, 들과 
운하와 도시를 온통 
보랏빛과 금빛으로 ; 
세상은 잠든다, 
뜨거운 빛 속에서.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돌이킬 수 없는 일 

 
저 오래된 지겨운 <회한>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까? 
그것은 살아 움직이고 꿈틀대며 
우리를 먹으며 살아간다, 송장 파먹는 구더기처럼, 
떡갈나무의 송충이처럼. 
저 끈덕진 <회한>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까? 
 
무슨 미약, 무슨 술, 무슨 탕약으로 
이 오래된 원수 달랠 수 있을까? 
창녀처럼 욕심 많고 우리 몸 파괴하고 
개미처럼 끈덕진 이 원수를 
무슨 미약, 무슨 술, 무슨 탕약으로? 
 
말하오, 아름다운 마녀여, 오! 그대 알거든 말하오, 
부상병이 짓밟고 
말발굽이 짓이긴 죽어가는 병사처럼 
고통에 허덕이는 이 마음에게 
말하오, 아름다운 마녀여, 오! 그대 알거든 말하오. 
 
늑대가 이미 냄새를 맡고 
까마귀가 감시하는 이 빈사자에게 
말하오, 기진한 이 병사에게! 십자가도 무덤도 없이 
이대로 절망해야 하는지를 ; 
늑대가 이미 냄새를 맡은 이 가엾은 빈사자에게! 
 
진흙처럼 컴컴한 하늘을 가치 밝힐 수 있을까? 
아침도 없고 저녁도 없고, 
별도, 음산한 번개도 없이 송진보다 더 짙은 
저 어둠을 찢어버릴 수 있을까? 
진흙처럼 컴컴한 하늘을 가히 밝힐 수 있을까? 
 
<주막집> 유리창에 반짝이는 <희망>의 불은 
숨이 끊겨 영원히 꺼져버렸다! 
달도 불빛도 없이 험한 길 찾는 순교자는 
어디서 묵을 곳을 찾아내랴! 
<주막집> 유리창 불을 <악마>가 모두 꺼버렸으니! 
 
귀여운 마녀여, 그대는 천벌받은 자를 사랑하는가? 
말하라, 용서받지 못할 것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우리 심장을 독살로 겨누고 있는 
저 <회한>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귀여운 마녀여, 그대는 천벌받은 자를 사랑하는가?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은 고약한 이빨로 쏠아먹는다, 
가여운 기념비 우리의 넋을 
그리고 자주, 흰개미처럼, 먹어 들어간다, 
건물의 기반에서부터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은 고약한 이빨로 쏠아먹는다! 
 
-나는 언젠가 보았다, 어느 신통치 않은 극장 안에서 
오케스트라 우렁차게 울려퍼질 때, 
선녀 하나 나타나 지옥처럼 캄캄한 하늘에 
신기한 새벽의 불을 켜는 것을 ; 
나는 언젠가 보았다, 어느 신통치 않은 극장에서 
 
빛과 금과 망사로만 싸인 사람 하나 
거대한 <마귀>를 때렵눕히는 것을 ; 
그러나 한번도 황홀이라곤 찾아온 적 없는 내 가슴은 
헛되이 기다리는 극장,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망사 날개 돋친 그 <사람>을! 
 
 

정담 

 
그대는 맑은 장밋빛 아름다운 가을 하늘! 
그러나 슬픔은 바닷물처럼 내게 밀려와, 
썰물 때는 실쭉한 내 입술에 
씁쓸한 진흙 같은 쓰라린 추억을 남긴다 
 
-허탈한 내 가슴 그대의 손이 쓸어주어도 헛일 ;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 손이 찾는 건 이미 
여자의 잔혹한 이빨과 손톱으로 헐린 곳, 
내 가슴 찾지 마오, 짐승들이 이미 먹어치웠으니. 
 
내 가슴은 군중들에게 짓밟혀 망가진 궁전 ; 
사람들 거기서 술 취하고 서로 죽이고 머리채 낚아챈다! 
-어떤 향기 감돈다, 당신의 벌거벗은 앞가슴 주위에서! …… 
 
오 <아름다움>이요, 넋에 가하는 가혹한 벌이여, 그대는 그것을 원하겠지! 
축제처럼 환히 빛나는 불 같은 그대 눈으로 
모조리 태워버려라, 짐승들이 먹다 남긴 이 찌꺼기 조각들! 
 
 
 

가을의 노래 

 
머지않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 
안녕,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의 찬란한 빛이여! 
내겐 벌써 들린다, 음산한 소리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 위에 떨어지는 장작 소리. 
 
분노, 미움, 떨림과 두려움, 그리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에 들어오면, 
내 가슴은 지옥 같은 극지의 태양처럼 
얼어붙은 붉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 
 
나는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 하나하나 ; 
교수대 세우는 소리도 이보다 더 음산하지 않으리.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고 쳐대는 육중한 망치질에 
허물어지고 마는 탑과도 같아. 
 
이 단조로운 울림 소리에 흔들려 
나는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박히는 소리 듣는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어제만 해도 여름, 그러나 이제 가을! 
저 신비한 소리는 출발을 알리는 신호처럼 울린다. 
 
사랑하오, 그대 갸름한 눈에 감도는 푸르스름한 빛을, 
다정한 미녀여,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씁쓸하오, 
그 무엇도, 당신의 사랑도, 규방도, 난롯불도 
내겐 바다 위에 빛나는 태양만 못하오. 
 
그러나 사랑해주오, 다정한 님이여! 어머니가 되어주오, 
은혜 모르는 사람, 심술궂은 사람일지라도 ; 
애인이여, 또는 누이인 님이여, 찬란한 가을의, 
아니면 지는 태양의 짧은 감미로움이나마 되어주오. 
 
그것은 잠시 동안의 노고! 무덤은 기다린다, 굶주린 무덤음! 
아! 제발 내 이마 그대 무릎에 파묻고, 
작열하던 하얀 여름을 아쉬워하며, 
만추의 노란 다사로운 빛을 맛보게 해주오! 
 
 

어느 마돈나에게 

스페인 취향의 봉헌물 

 
내 사랑 <마돈나>여, 나 그대 위해 세우리, 
내 슬픔 깊은 곳에 지하의 제단을, 
그리고 내 마음 가장 어두운 구석에, 
속세의 욕망과 조롱하는 시선에서 멀리 
하늘빛과 금빛으로 온통 칠해진 둥지를 파고 
그곳에 눈부신 그대의 <상>을 세우리. 
수정의 운韻으로 정성 들여 뒤덮은 
순금의 그물, 다듬은 내 <시구>로 
그대 머리 위에 커다란 왕관을 만들어주리 ; 
그리고 죽음을 면할 수 없는 <마돈나>여, 내 <질투>로 
그대에게 외투를 재단해주리라, 의심으로 안감을 넣고 
딱딱하고 묵직하고 야만스럽게, 
초소처럼 그대 매력을 거기에 가두리라 ; 
<진주> 아닌 내 <눈물> 모두 모아 수를 놓아서! 
그대의 <옷>은 떨며 물결치는 나의 <욕망>, 
봉우리에서 흔들거리고 계곡에서 휴식하며 
장밋빛 하얀 그대 온몸을 입맞춤으로 덮으리, 
내 <경건한 마음>으로 신성한 그대 발밑에 밟힐 
고운 비단 <구두> 그대에게 만들어주리, 
그것은 푹신하게 그대 발 조여주고, 
정확한 거푸집처럼 그대의 발 모양을 간직하리라, 
만일 내 정성 어린 온갖 기술에도 
그대의 <발판> 위해 은빛 <달>을 새기지 못한다면, 
내 창자 물어뜯을 <뱀>을 그대 짓밟고 비웃도록 
그대 발꿈치 아래 갖다놓으리, 
속죄로 넘치는 승리의 여왕이여, 
증오와 침으로 뒤덮인 이 괴물을. 
그대는 보리라, 나의 모든 <상념들>이 꽃으로 뒤덮인 
<동정여왕>의 제단 앞에 늘어선 <촛불>처럼, 
파랗게 칠한 천장을 별 모양으로 비추면서 
불타는 눈으로 언제나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 
그리고 내 모든 것 다해 그대를 사랑하고 숭배하기에, 
모든 것이 <안식향>과 <훈향>, 그리고 <유향>과 <몰약>이되니, 
백설이 덮인 봉우리, 그대를 향해 
끊임없이 폭풍우 실은 <정신>은 <증기> 되어 올라가리. 
 
마침내 그대 <마리아>의 역할을 완수하고, 
또 사랑을 잔인함으로 뒤섞기 위해, 
오 어두운 쾌락이여! 한 많은 사형집행관 나는 
일곱 가지 <중죄>로 
일곱 자루 날이 잘 선 <칼>을 만들어 
가차없는 요술쟁이처럼 그대 사랑 깊은 곳을 과녁 삼아 
팔딱이는 그대 <심장>에 모두 꽂으리라, 
흐느끼는 그대 <심장>에, 피 흐르는 그대 <심장>에! 
 
 
 

오후의 노래 

 
짓궂은 네 눈썹이 
기이하게 보이지만 
천사 같지는 않다, 
매혹적인 눈을 가진 마녀여, 
 
오 변덕스런 여인이여, 
내 끔찍한 정열이여! 
우상 섬기는 제관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난 너를 열렬히 사랑한다. 
 
사막과 숲의 향기가 
뻣뻣한 네 머리채에 풍기고, 
네 머리는 비밀과 
수수께끼 같은 모습. 
 
향로 주위처럼 
네 살결엔 향기 감돌고 ; 
저녁처럼 사람을 홀리누나, 
어둡고 뜨거운 요정이여. 
 
아! 제아무리 강한 미약도 
네 나태함과 견줄 수 없으리, 
넌 죽은 자 되살려내는 
애무를 알고 있다! 
 
네 날씬한 허리는 
등과 젖가슴을 원하는 듯하고, 
나른한 네 자태는 
방석마저 반하게 하누나. 
 
때때로 알 수 없는 네 광란을 
잠재우기 위해 
넌 진지하게 아낌없이 
깨물음과 입맞춤을 퍼붓는다. 
 
갈색머리 여인이여, 
넌 쌀쌀한 비웃음으로 내 마음 찢어놓고, 
달빛 같은 다정한 시선을 
내 가슴에 던지는구나. 
 
네 비단 구두 밑에 
네 귀여운 명주 발 아래, 
나는 놓으리라, 내 큰 기쁨을, 
내 재능과 내 운명을. 
 
빛이며 색채인 너, 
너로 인해 치유된 내 넋을! 
어두운 내 마음의 시베리아 벌판에 
폭발하는 정열이여! 
 
 
 

시지나 

 
상상해보라, 근사한 차림을 한 <다이아나>가 
숲을 가로지르고 가시덤불 헤치고 가는 모습을, 
머리칼과 가슴은 바람에 맡기고 몰이꾼의 환성에 취한 
그 늠름함, 최상의 기사들도 무색하리! 
 
당신은 보았는가, 살육을 즐기는 테루아뉴를, 
맨발의 민중을 선동해 돌격하게 하고, 
뺨과 눈은 불타오르고, 제 맡은 역도 충실하게, 
주먹에 검을 쥐고 궁궐의 계단을 오르는 그녀를? 
 
시지나 또한 그런 모습이다! 허나 다정한 이 여장부는 
살육을 즐기는 만큼 따뜻한 마음도 지녀 ; 
그녀의 용맹은 화약과 북소리에 끓어올라도 
 
애원하는 자 앞에서는 무기를 내려놓을 줄 알고, 
정열의 불꽃이 휩쓴 그녀 가슴은 
그럴만한 사람에겐 언제나 눈물의 저수지 같다. 
 
 
 

나의 프란시스카를 찬양하도다 

 
새 현악기로 그대를 노래하리, 
오 고독한 내 마음속에 
즐겁게 하늘대는 어린 나무여. 
 
그대 꽃다발을 몸에 감으렴, 
온갖 죄악 씻어주는 
사랑스런 여인이여! 
 
축복받은 <망각의 강>처럼 
자력 감도는 
그대의 입맞춤으로 목마름을 끄리라. 
 
궂은 정열의 폭풍이 
모든 길 위로 휘몰아칠 때, 
그대는 나타났다, 여신이여, 
 
고통스런 파선을 당했을 때 
발견한 구원의 별처럼…… 
이 마음 그대 제단에 바치리! 
 
덕으로 넘치는 연못이여, 
영원한 청춘의 샘이여, 
다문 입술 열어주렴! 
 
그대는 추한 것을 불사르고 
거친 것은 고르고 
약한 것은 굳히었다! 
 
굶주릴 땐 나의 안식처, 
어둠 속에선 나의 등불,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다오. 
 
내게 힘을 북돋워다오 
향긋한 향기 풍기는 
다사로운 목욕이여! 
 
내 허리 둘레에서 빛나라, 
오 성수에 적신 
순수한 갑옷이여. 
 
보석 박힌 잔, 
짭짤한 빵, 맛좋은 음식, 
오 신의 술, 프란시스카여! 
 
 
 

식민지 태생의 한 백인 부인에게 

 
태양이 애무하는 향기로운 나라에서 
나는 만났다, 게으름이 비오듯이 사람들 눈 위로 내리는 
종려나무와 새빨갛게 물든 나무 그늘 아래서 
알려지지 않은 매력 지닌 식민지 태생의 한 백인 부인을. 
 
얼굴 빛은 연하고 따뜻한 이 매혹적인 갈색의 여인, 
목은 고상하게 교태부린 모습이고 ; 
걸을 땐 사냥꾼처럼 훤칠하게 날씬하다, 
미소 짓는 모습 잔잔하고 눈빛은 자신만만하다. 
 
부인, 당신이 만일 진정한 영광의 나라, 
센 강변이나 루아르 강변에 간다면, 
고풍스런 저택에 알맞은 <미인>이여, 
 
당신은 그늘진 은신처에 깊숙이 들어앉아 
그 커다란 두 눈으로 시인을 검둥이들보다 더 온순하게 만들고, 
시인의 가슴속에 수많은 소네트를 싹트게 하리. 
 
슬프고 방황하여 
말해봐요, 아가트여, 그대 마음 때때로 날아가는지, 
이 더러운 도시의 검은 대양에서 멀리 떠나, 
처녀성처럼 푸르고 맑고 또 깊은 
찬란하게 빛나는 또 하나의 대양을 향해! 
말해봐요, 아가트여, 그대 마음 때때로 날아가는지? 
 
바다, 망막한 바다는 우리네 노고를 달랜다! 
요란한 바람의 거대한 풍금에 맞추어 
노래하는 쉰 목소리의 여가수 바다에게 어떤 악마가 
자장가라는 숭고한 재주를 부여했는가? 
바다, 망막한 바다는 우리네 노고를 달랜다! 
 
날 실어가렴, 수레여! 날 데려가렴, 돛단배여! 
멀리! 멀리! 여긴 우리 눈물로 만들어진 진창! 
-진정 아가트의 슬픈 마음이 때때로 외치는가? 
“뉘우침과 죄악과 고통에서 멀리 
날 실어가렴, 수레여! 날 데려가렴 돛단배여!“ 라고 
 
향기로운 낙원이여, 넌 멀기도 하다. 
맑은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사랑과 기쁨뿐인 그곳, 
거기선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순수한 쾌락 속에 마음이 잠기는 곳! 
향기로운 낙원이여, 넌 멀기도 하다! 
 
그러나 앳된 사랑의 푸른 낙원은, 
달음박질과 노래와 입맞춤과 꽃다발은, 
저녁이면 숲속에서 술잔과 함께 
언덕 저쪽에서 떨며 울리는 바이올린은, 
-그러나 앳된 사랑의 푸른 낙원은, 
 
은밀한 기쁨 가득한 순결한 낙원은, 
이미 인도나 중국보다 더 멀어졌는가? 
흐느끼는 부르짖음으로 그걸 되불러와 
은방울 같은 목소리로 되살릴 수는 없는가, 
은밀한 기쁨 가득한 순결한 낙원을? 
 
 
 

유령 

 
야수의 눈을 가진 천사들처럼 
나는 그대 규방으로 되돌아와 
밤의 어둠을 타고 
소리 없이 그대를 향해 스며들어가리, 
 
그리고 갈색머리의 여인이여, 그대에게 주리, 
달빛처럼 차가운 입맞춤을, 
웅덩이 주변을 기어다니는 
뱀의 애무를. 
 
희뿌연 아침이 오면, 
그대는 보게 되리, 내 자리 빈 것을, 
그곳은 저녀까지 싸늘하리. 
 
남들이 애정으로 그러하듯, 
나는 공포로 군림하고 싶어라, 
그대의 생명과 그대 젊음 위에. 
 
 
 

가을의 소네트 

 
수정처럼 맑은 그대의 눈이 내게 묻기를 : 
“야릇한 님이여, 당신에게 내가 무슨 매력 있나요?” 
-그저 귀엽게 입 다물고 있어다오! 내 마음은, 
태곳적 짐승의 순박함 빼놓고는 모든 것이 성나게 하는 내 마음은, 
 
그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의 끔찍한 비밀을, 
또 불꽃으로 씌어진 그 슬픈 전설도, 
부드러운 손으로 날 흔들어 오래오래 잠들게 하는 요람이여, 
나는 정열을 증오하고, 정신은 날 아프게 한다! 
 
우린 그저 조용히 사랑하자구나, <사랑의 신>이 
제 집에 몰래 숨어 운며의 활을 당긴다, 
그 낡은 무기고 속의 무기를 난 알고 있다 : 
 
죄악, 공포, 광기를! -오 파리한 데이지꽃이여! 
그대 또한 나처럼 가을의 태양이 아니던가? 
오 그토록 새하얀, 그토록 차가운 나의 데이지꽃이여! 
 

 

달의 슬픔 

 
오늘 밤 달은 더욱 느긋하게 꿈에 잠긴다 ; 
겹겹이 쌓아놓은 보료 위에서 잠들기 전에 
가벼운 손길로 무심히 제 젖가슴 주변을 
어루만지는 미인처럼, 
 
부드러운 눈사태 같은 비단결에 등을 기대고, 
죽어가듯 오랫동안 멍하게 몸을 맡긴 채 
창공을 향해 피어오르는 
하얀 허깨비들을 둘러본다. 
 
때때로 한가로운 나태함에 지쳐, 
남 몰래 이 지구 위로 눈물 흘려보내면, 
잠과는 원수인 경건한 시인은 
 
이 파리한 달의 눈물 손바닥에 옴폭 받아, 
오팔 조각처럼 무지갯빛 아롱진 이 눈물을 
태양의 눈이 못 미치는 먼 곳 가슴속에 간직한다. 
 
 
 

고양이들 

 
열렬한 애인들도 근엄한 학자들도 
중년이 되면 하나같이 좋아한다, 
집안의 자랑거리, 힘세고 다정한 고양이들을, 
그들처럼 추위타며 움직이기 싫어하는 고양이들을. 
 
학문과 쾌락의 친구 고양이들은 
어둠의 정적과 공포를 찾아다닌다 ; 
<에레보스>는 그것들을 상여말로 부렸겠지, 
그것들이 자존심 굽히고 시중을 들 수만 있다면. 
 
생각에 잠겨 의젓한 자태를 취할 때는 
깊은 고독 속에 누워 있는 거대한 스핑크스를 닮아, 
끝없는 꿈속에 잠들어 있는 듯 ; 
 
풍만한 허리에는 마법의 불꽃 가득해, 
고운 모래알 같은 금 조각들이 
그 신비한 눈동자에 어렴풋이 별을 뿌린다. 
 
 
 

올빼미들 

 
검은 주목나무 아래 몸을 숨기고, 
올빼미들이 줄지어 앉아서, 
이방의 신들처럼 붉은 눈으로 
쏘아보며, 명상에 잠겨 있다. 
 
비낀 태양 밀어내고 
어둠이 깔릴 
저 우수의 시간까지 
꼼짝 않고 저렇게들 있으리라. 
 
저들의 몸가짐이 현자를 가르치리, 
이 세상에서 두려운 것은 
법석과 움직임이라고, 
 
지나가는 그림자에 취한 사람은 
자리를 옮기고 싶어한 것에 대해 
언제고 벌을 받는다고. 
 
 
 

파이프 

 
나는 어느 작가의 파이프지요 ; 
아비시니아나 카프라리아 여자 같이 
새까만 내 얼굴 유심히 들여다보면 알게 되죠, 
우리 주인님이 굉장한 골초란 걸. 
 
주인님이 괴로움에 잔뜩 휩싸일 때면, 
나는 마구 연기를 뿜어대죠, 
일터에서 돌아오는 농부 위해 
저녁 준비하는 초가집처럼. 
 
불붙은 내 입에서 솟아오르는 
움직이는 파란 그물 속에다 
그의 넋을 얼싸안고 달래주지요. 
 
그리고 강한 향기 마구 감돌게 하여 
그의 마음 홀리고 
지친 그의 머리 식혀주죠. 
 
 
 

음악 

 
음악은 흔히 나를 바다처럼 사로잡는다! 
창백한 내 별을 향해, 
안개의 지붕 아래, 또는 망막한 창공 아래 
나는 돛을 올린다 ; 
 
돛처럼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허파는 부풀어, 
나는 기어오른다, 밤이 내게 가려준 
겹겹 물결의 등을 ; 
 
나는 느낀다, 요동치는 배의 온갖 격정이 
내 안에서 진동함을 ; 
순풍과 태풍, 그리고 그 진동이 
 
끝없는 심연 위에서 
나를 어른다, 때로는 평온하고 잔잔한 바다, 
그것은 내 절망의 커다란 거울! 
 
 
 

무덤 

 
어느 어둡고 갑갑한 밤에 
한 착한 기독교인이 자비심으로 
어느 오래된 폐허 뒤에 
으스대던 그대 몸 묻어준다면, 
 
청초한 별들이 
무거워진 눈꺼풀 감고, 
거미가 그곳에 줄을 치고, 
독사가 새끼 칠 시각 
 
일년 내내 그대는 듣게 되리, 
벌받은 그대 머리 위에서 
늑대들 구슬픈 울음 소리, 
 
그리고 굶주린 마녀들 울부짖음을, 
음탕한 늙은이들 희롱도, 
음흉한 야바위꾼들의 음모도. 
 
 
 

환상적인 판화 

 
이 별난 유령, 걸친 것이라곤 
해골 이마 위에 괴기하게 올려놓은 
사육제 냄새 나는 끔찍한 왕관 하나. 
그는 박차도 채찍도 없이 말을 숨가쁘게 휘몰아간다, 
이 황량한 늙다리 말도 그처럼 하나의 귀신, 
간질병 걸린 듯이 콧구멍에서 거품을 내뿜는다. 
그것들은 둘 다 허공을 가로질러 질주하며, 
무모한 발굽으로 무한한 공간을 짓밟는다. 
기사는 그의 말이 짓뭉개는 이름 없는 궁중 위로 
번득이는 칼을 휘두르며 두루 돌아다닌다, 
제 궁궐 검열하는 왕자처럼, 
지평도 없이 아득한 차가운 묘지, 
거기 희뿌연 햇빛 받으며 
고금의 역사 속의 온갖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쾌활한 사자死者 
달팽이 우글대는 기름진 땅에 
내 손수 깊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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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보들레르 - 악의 꽃

소수의 행복한 독자를 위한 시집! 서구 현대시의 시조라 평가되는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이다. 낭만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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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파괴

순교자

천벌 받은 여자들

상냥한 두 자매

피의 샘물

알레고리

베아트리체

키테라 섬으로 가는 여행

큐피드와 두개골

성 베드로의 부인(否認)

 

 

악(惡)의 꽃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 정신을 악의 배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묵이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마귀> 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죽음>이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니,

그 놈이 바로 <권태>! - 뜻없이 눈물 고인

눈으로, 놈은 담뱃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 위선의 독자여, - 내 동류여, - 내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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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추함과 아름다움은 어쩌면 같은 것일지도?

<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 프랑스의 상징주의는 나를 매혹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상징주의와 낭만주의의 차이점부터 집고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둘의 공통점이라고 본다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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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소설)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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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줄거리

프랑스 치하의 북아프리카 알제[1]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프랑스인 뫼르소(Meursault)라는 남자는 양로원에 보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장례식장을 가게 된다. 남자는 슬픔 같은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다.[2] 장례 때 어머니의 시신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장례를 치른다. 다음 날 마리와 이야기하며 희극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고 뫼르소의 집에 가서 같이 잔다.

다음 날에는 이웃인 살라마노 영감을 만난다. 그 영감은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이고, 그의 옆에는 그가 늘 구박하는 개가 항상 함께 있다. 그리고 다른 이웃집 사람 레이몽이 저녁에 초대해서는 자기와 친구가 되자고 한다. 이 레이몽은 평판이 나쁘다. 그리곤 레이몽은 뫼르소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도와달라는 일인즉슨 레이몽에게서 돈만 뜯어가고 자기를 성의 없이 대하는 여친을 좀 두들겨 패려고 하니 자기 여친을 꼬드겨서 유인할 수 있는 편지를 써 달라는 것. 뫼르소는 '그를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해 그를 돕게 된다.

사건이 있고 며칠 후인 일요일에 레이몽은 뫼르소와 마리를 해변가로 초대한다. 며칠 후 뫼르소는 레몽과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그들을 미행하던 아랍인들과 마주친다. 그 아랍인들 중에는 레이몽 옛 애인의 오빠가 있었다. 싸움이 벌어져 레이몽이 다치고 소동이 마무리되지만 뫼르소는 답답함을 느끼며 시원한 샘 가로 간다. 레이몽과 함께 간 그곳에서 우연히 레이몽을 찔렀던 아랍인을 만난다. 그리고 뫼르소는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자신도 모르게 품에 있던 권총을 그에게 다섯 발 쏜다(한 발을 쏘고 뒤이어 시신에 네 발을 연달아 쏜다).
 
그는 처음에는 법정 등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로 끝날 것이라는 결과를 들었고, 국선변호사[3]나 예심판사[4]도 '당신의 사건은 별 볼 일 없는 정도로 취급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5]

하지만 어이없게도 법정의 주요 화제는 아랍인 살해 건이 아니라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보였고 놀러 다니기까지 했다는 것이 된다. 심지어 검사가 마리를 심문하여 사람들 다 있는 법정에서 뫼르소와 성관계한 이야기까지 공개적으로 하게 만들어 파헤친다. 게다가 판사는 이를 돕거나 방치한다. 이 이야기는 마리가 법정에서 무심코 증언한 것이었는데, 증언하는 도중에 이 증언 때문에 뫼르소가 불리해지는 것을 깨닫고 운다.

또한 뫼르소가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를 설명해야 했을 때 햇빛이 눈부셔서 그랬다는 말만 하는 바람에 배심원들이 뫼르소를 별 것 아닌 일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로 오해한 것도 재판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무난하게 풀려나거나 가벼운 형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그는 어머니의 장례 건과 불충분한 자기변호로 인해 계획 살해범과 무자비한 인간으로 부풀려지며 사형 선고를 받았다.

종국에는 교도소의 부속 신부가 찾아와 그에게 죄를 털어놓을 것을 권하지만, 그는 신부의 위선적인 면을 꾸짖고 자신의 죽음이야말로 진실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증명한다며 거부한다. 이에 신부는 그의 비정상적인 면모를 보고 불쌍한 인간이라 말하며 떠나고, 혼자 남은 그는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처형되는 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퍼붓는 것이라는 걸 이야기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4. 해설과 이해

 
삶의 부조리란 개인의 욕구와 사회의 현실의 불일치에서 오는 것이며, 이 부조리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인간의 기본조건이라고 카뮈는 역설하고 있다. 뫼르소는 여러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어머니의 죽음이나 애인과의 사랑에서도 별다른 의식을 못하고, 죽기 직전에서야 의식이 깨어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이 작품의 아이러니이자, 백미, 그리고 비극적인 면모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뫼르소는 인간의 기본적 깨달음을 성취한다.

민음사 판본 뒤 표지에는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순교자 뫼르소'라고 명시했다. 진실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뫼르소의 성격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예컨대 뫼르소는 아랍인을 쏜 게 뜨거운 태양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뫼르소의 변호사는 뫼르소의 감형을 위해 최대한 말이 되게끔 맞출 것을 제안했으나 뫼르소는 "아뇨,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라며 거짓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뫼르소는 작중의 어떤 사건이나 서술에서도 거짓을 거부하는 정의를 따르고, 작중 모든 일반인의 시점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 특유의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리기에 결국 사형을 언도받게 된다.

뫼르소는 세상 일에 별 관심도 없다. 어머니의 죽음마저도 대수롭잖게 여긴다. 이러한 뫼르소의 무감수성은 현대인의 모습을 잘 반영한 실존주의 문학의 면모라고 볼 수 있다.[6]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작품이 안 그렇겠냐마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카뮈의 작품이나 철학을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백한다.[7] 작품 내에 수많은 상징적 장치가 있고, 부조리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통찰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윤리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그대로 읽으면 주인공은 그저 '부모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낄 줄 모르는 소시오패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작품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작품의 철학적 사고관을 독자가 이해한다 한들 작중 인물이 누구나 공감하기는 어려운,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건 맞다. 그러나 삶의 살과 열기 속에서 뿌리 박힌 실존의식을 감각의 가능성 및 그것에 대한 소화, 반응에 대응하는 작중의 자아의 부유하는 정체성에 감정이입을 해보면 작품의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카뮈의 철학을 더 쉽게 이해하려면 여러 전문가의 서평을 참고하여 책을 해석하는 것도 좋다. 이방인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은 저자의 철학 에세이인 「시지프 신화」이며 이 두 권을 같이 읽는 것이 「이방인」을 이해하기에도, 카뮈 철학을 알기에도 좋다.[8] 물론 이 에세이 역시 만만하지는 않다. 심도 있게 읽으려면 균형 잡힌 서평 혹은 해설서와 함께 며칠 붙잡고 읽거나 아예 문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설명을 부탁하자. 원한다면 「시지프 신화」와 「이방인」을 엮어서 설명해 줄 것이다.

5. 영향

이 장편 하나로 카뮈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으며, 20대라는 나이에서부터 노벨 문학상 후보에 거론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1957년, 44살이라는 몹시 젊은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9]

또한 이 작품은 고전 명작이자 스테디셀러로서 판매량도 엄청나다. 현재까지 한국어를 포함한 100가지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 판매량이 수천만 부에 달한다. 프랑스 내에서 700만 부, 일본에서 400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airline36&logNo=220920524112 

 

#124. 이방인 : 억압적인 관습과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소설. 알베르 카

   이방인 작가 알베르 카뮈 출판 민음사 발매 2011.03.25. 평점     이방인 (L'Etr...

blog.naver.com

 

 

https://www.youtube.com/watch?v=tsPl9s38iuc 

 

 

https://ko.wikipedia.org/wiki/W._B._%EC%98%88%EC%9D%B4%EC%B8%A0

 

W. B. 예이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출생 1865년 6월 13일Sandymount 사망 1939년 1월 28일망통, Roquebrune-Cap-Martin 국적 아일랜드 자유국 언어 영어 직업 시인, 극작가, 작가, 정치인,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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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영어: William Butler Yeats, 1865년 6월 13일 ~ 1939년 1월 28일)는 아일랜드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20세기 영문학 아일랜드 문학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아일랜드의 영국계 프로테스탄트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비롯하여 오컬트 아일랜드 신화 등 초월적 주제에 관심을 품었고 이는 그의 문학적 성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889년 서완하고 탐미적인 첫 시집을 발간한 이후로 그의 시는 특유의 사실주의적 묘사를 발전시켜 나갔다.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예술가인 잭 버틀러 예이츠의 형이며 존 버틀러 예이츠의 아들이다.

http://www.zoglo.net/blog/read/jingli/403235/0/0

 

강려

 

www.zoglo.net

 

에이츠 시 모음
 
이니스프리 호수 섬
흰새들
죽음
오랜 침묵 후에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대 늙었을때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술노래
하늘의 융단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레다와 백조
쿠울호의 백조
둘째 트로이는 없다
유리 구슬
학생들 사이에서
내 딸을 위한 기도
1916년 부활절
육신과 영혼의 대화
비잔티움
벌벤산 아래
긴다리 소금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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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호수 섬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이니스프리로 갈거야,
조그마한 오두막을 거기에 지을거야, 진흙과 나뭇가지로.
콩을 아홉 이랑 심고, 꿀벌도 한 통 칠거야,
그리고 벌소리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거야.


나는 거기서 평화로울 거야, 왜냐면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장막을 뚫고 귀뚜리 우는 곳으로 천천히 오니까.
거기는 한 밤은 항상 빛나고, 정오는 자주빛을 불타고,
저녁은 홍방울새 소리 가득하니까.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왜냐면 항상 밤낮으로
호수물이 나지막이 찰싹이는 소리가 들리니까.
나는 차도 위나 회색 보도 위에 서 있는 동안에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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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의 호수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거기서 진흙과 가지로 작은 오두막집을 지으리라 아홉 이랑 콩밭을 일구고 꿀벌 집을 지으리라 그리고 벌이 웅웅대는 숲에서 홀로 살리라 그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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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ke Isle of Innisfree

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거기서 진흙과 가지로 작은 오두막집을 지으리라
아홉 이랑 콩밭을 일구고 꿀벌 집을 지으리라
그리고 벌이 웅웅대는 숲에서 홀로 살리라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그리하여 거기서 평화롭게 살리라, 평화는 천천히 방울지듯 오므로.
귀뚜라미 노래하는 곳에 아침의 베일로부터 떨어지는 평화
한밤엔 만물이 희미하게 빛나고 정오에는 보랏빛으로 빛나는 곳,
그리고 저녁엔 방울새의 날개소리로 가득한 곳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나 이제 일어나 가리라, 밤이나 낮이나
호수의 물이 호숫가에 나지막이 찰랑대는 소리를 듣나니
길에서나, 회색 도로 위에서
내 가슴 속 가장 깊은 곳에서 그 소리를 듣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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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새들



애인이여, 나는 바다 물거품 위를 나는 흰 새가 되고 싶구려!

사라져 없어지는 유성의 불길엔 싫증이 나고,

하늘까에 나직이 걸린 황혼의 푸른 별의 불길은,

애인이여, 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우리의 마음에 일깨워 주었소.



이슬 맺힌 장미와 백합, 저 꿈과 같은 것들에게선 피로가 오오.

아 애인이여, 그것들, 사라지는 유성의 불길은 생각지 맙시다.

그리고 이슬질 무렵 나직이 걸려 머뭇거리는 푸른 별의 불길도,

왜냐하면, 나는 떠도는 물거품 위의 흰 새가 되었으면 하니, 그대와 나는!



나는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많은 요정의 나라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오.

그곳에선 분명 시간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슬픔도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곧 장미와 백합, 그리고 불길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것이오.

애인이여, 우리 다만 저 바다의 물거품 위를 떠도는 흰 새나 된다면 오죽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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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두려움도 바램도
죽어가는 동물에 임종하지 않지만,
인간은 모든 걸 두려워하고 바라며
최후를 기다린다.
그는 여러 차례 죽었고
여러 차례 다시 일어났다.
큰 인간은 긍지를 가지고
살의(殺意) 품은 자들을 대하고
호흡 정치 따위엔
조소(嘲笑)를 던진다.
그는 죽음을 뼈 속까지 알고 있다 -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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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침묵 후에


오랜 침묵 후에 하는 말 -
다른 연인들 모두 멀어지거나 죽었고
무심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을 가렸으니
우리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이 마땅하리.
육체의 노쇠는 지혜, 젊었을 땐
우리 서로 사랑했으나 무지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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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정원에서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녀와 나 만났었네.
눈처럼 흰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나뭇가지에 잎이 자라듯 사랑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난 젊고 어리석어 그녀의 말 들으려 하지 않았네.


강가 들판에서 그녀와 나 서 있었네.
기대인 내 어깨 위에 눈처럼 흰 손을 얹으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젊고 어리석었던 나에겐
지금 눈물만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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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늙었을 때


그대 늙어 백발이 되어 졸음이 자꾸 오고
벽로 가에서 고개를 끄떡끄떡할 때, 이 책을 꺼내어,
천천히 읽으며 그대 눈이 옛날 지녔던
부드러운 눈동자와 그 깊은 그림자를 꿈꾸어라 ;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의 즐거운 우아의 순간을 사랑했으며,
또 그대의 미를 참사랑 혹은 거짓사랑으로 사랑했던가를,
그러나 오직 한 사람 그대의 편력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달아오르는 쇠살대 곁에 몸을 구부리고서,
좀 슬프게 중얼대어라, 어떻게 사랑이
산 위로 하늘 높이 도망치듯 달아나
그의 얼굴을 무수한 별들 사이에 감추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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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내 머리 속에 불이 붙어
개암나무 숲으로 갔었지.
개암나무 한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딸기 하나를 낚싯줄에 매달았지.
흰 나방들이 날고 (아마 이 구절인 듯)
나방 같은 별들이 깜빡일 때
나는 시냇물에 딸기를 담그고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를 낚았지.


나는 그것을 마루 위에 놓아 두고
불을 피우러 갔었지.
그런데 마루 위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락거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지.
그것은 머리에 사과꽃을 단
어렴풋이 빛나는 소녀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며 달아나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


나 비록 골짜기와 언덕을
방황하며 이제 늙어 버렸지만
그녀가 간 곳을 찾아 내어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고 손을 잡고서
얼룩진 긴 풀밭 속을 걸어 보리라.
그리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따보리라.
저 달의 은빛 사과를
저 해의 금빛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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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노래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뿐.

술잔을 입에 대면서

내 그대를 쳐다보고 한숨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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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융단


만일 나에게 하늘의 융단이 있다면

금빛과 은빛으로 짠,

낮과 밤과 어스름의

푸르고 희미하고 어두운 천으로 짠.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가난한 나는 꿈밖에 없어

그대 발 밑에 꿈을 깔았습니다.

사뿐히 걸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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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잎이 많아도 뿌리는 하나입니다.
내 청춘의 거짓 많던 시절에는
태양 아래서 잎과 꽃을 흔들었건만
이제는 나도 진실 속에 시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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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다와 백조



별안간의 강한 휘몰아침. 커다란 날개들이 아직
비틀거리는 소녀 위에서 퍼덕이고, 그녀의 허벅지는


검은 물갈퀴로 애무되고, 목은 그의 부리에 잡혀 있을 때,
그는 그녀의 무력한 가슴을 자기 가슴에 껴안는다.


어떻게 놀라고 모호한 그 손가락들이 밀어내겠는가
그녀의 느슨해지는 허벅지에서 깃털달린 영광을?
어떻게 그 하얀 물풀 속에 눕혀진 육체가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낯선 심장의 고동을?


허리의 떨림이 거기에 낳는다
파괴된 담, 불타는 지붕 그리고 탑과
아가멤논의 죽음을.
그렇게 잡혀서,
하늘의 그 야만적인 피에 지배되었을 때,
그녀는 그의 힘과 더불어 그의 지혜도 받았는가
그 무관심한 부리가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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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울호의 백조



나무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에 싸여 있고,


숲 속의 오솔길은 메말랐다,


시월의 황혼 아래 호수물은
잔잔한 하늘을 비춘다,


솔 사이로 넘치는 물 위에는
쉰아홉 마리의 백조가 있다.


열아홉 째 가을이 나에게 왔다
내가 처음 세기 시작한 이래.
나는 내가 잘 끝내기도 전에,
모두 갑자기 올라가
부서진 커다란 고리 모양으로 선회하며
요란한 날개소리로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빛나는 생물들을 보아왔고,
이제 내 마음을 쓰리다.
모든 것이 변했다, 내가, 황혼녘에,
이 호숫가에서 처음,
내 머리 위로 그들의 날개짓 소리 들으며
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던 이후로.


여전히 지치지 않고, 연인끼리,
그들은 사귈만한 찬물에서
노닥거리거나 하늘로 올라간다.
그들의 마음은 늙지 않았다.
정열과 정복심이, 그들이 어딜 가든,
여전히 그들에겐 있다.


지금 그들은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다,
시비롭고, 아름답게.
어떤 물풀 속에 그들은 세울까,
어떤 호숫가나 연못가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까 내가 어느날 잠깨어
그들이 날아가버린 것을 발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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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트로이는 없다


왜 내가 그녀를 책망해야 하나 그녀가 내 생애를
고통으로 채운 것을, 또는 그녀가 최근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방법을 가르친 것을,
또는 작은 거리들을 큰 거리로 내던진 것을,
만일 그들이 욕망에 상응하는 용기를 가졌다면?
무엇이 그녀를 평화롭게 할 수 있었을까,
고상함이 불처럼 단순케 한 마음과,
이런 시대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종류인,
팽팽히 당겨진 활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만일 그녀가 높고 외롭고 매우 엄격했다면?
아니, 무엇을 그녀가 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오늘날의 그녀였다면?
또 하나의 트로이가 있었단 말인가 그녀가 불태워 버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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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구슬



나는 들었다 병적으로 흥분한 여인들이 말하는 것을
자기들은 팔레트와 바이올린 활과,


항상 명랑한 시인들에 넌더리가 난다고,
왜냐면 모든 이들은 알거나 알아야 하기에
만일 근본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비행기와 비행선이 나와서,
빌리 왕처럼 폭탄을 떨어뜨려
도시가 납작하게 두드려 맞을 것이기에.


모두가 자신의 비극을 연출한다,
저기 햄릿이 활보하고, 리어가 있고,
저건 오필리아, 저건 코델리아,
그러나 그들은, 만일 마지막 장면이 되어,
커다란 무대 장막이 내려지려 하더라도,
극 중의 그들의 뚜렷한 역할이 가치가 있다면,
울느라고 대사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알고 있다 햄릿과 리어가 명랑하고,
명랑함이 두렵게 하는 모든 것을 변형시킨다는 것을.
모든이들이 목표했고, 발견했고 그리고 잃었다.
무대 소등. 머리 속으로 빛내며 들어오는 천국,
최대한도로 진행된 비극.
비록 햄릿이 천천히 거닐고 리어가 분노해도,
수십만 개의 무대 위에서
모든 무대 장막이 동시에 내려진다 해도,
그것은 한 인치도, 한 온스도 자랄 수 없다.


그들은 왔다, 그들 자신의 발로 걸어서, 배를 타고,
낙타를 타고, 말을 타고, 당나귀를 타고, 노새를 타고,
옛 문명들이 칼로 죽임을 당할 때.
그 후 그들과 그들의 지혜는 파괴되었다.
대리석을 청동처럼 다루었던,
바다 바람이 그 구석을 쓸어갈 때
올라가는 듯이 보이는 휘장을 만들었던,
칼리마커스의 수공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가냘픈 종려나무 줄기 같은 모양의
그의 긴 등갓은 단 하루만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세우는 자들은 명랑하다.


두 중국인이, 그들 뒤엔 또 한 사람이,
유리 구슬에 새겨져 있다,
그들 위로는 장수의 상징인,
다리 긴 새가 날아간다.
세번째 사람은, 분명히 하인인데,
악기를 가지고 간다.


돌의 모든 얼룩이,
우연히 생긴 틈이나 움푹한 곳이,
물줄기나 사태처럼 보인다,
아니면 아직도 눈내리는 높은 비탈처럼 보인다,
비록 분명히 오얏이나 벗나무인 가지가
그 중국인들이 올라가고 있는 곳의 중간 쯤에 있는 작은 집을 기분좋게 하지만,


그리고 나는 즐거이 상상한다, 그들이 거기에 앉아있는 것을,
거기에, 산과 하늘 위에,


그들이 바라보는 모든 비극적인 경치 위에.


한 사람이 구슬픈 곡조를 요청하자,
능숙한 손가락들이 연주하기 시작한다.
많은 주름 속의 그들의 눈, 그들의 눈,
그들의 오랜, 빛나는 눈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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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질문하며 긴 교실을 걸어간다.
흰 두건을 쓴 친절한 노 수녀가 대답한다.
아이들은 배웁니다 셈하기와 노래하기,
독본과 역사를 공부하기,
재단하기와 재봉하기를, 모든 면에서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잘하기를--아이들의 눈이
순간적으로 놀라서 응시한다
육십세의 미소짓는 공직자를.

II

나는 꿈꾼다 꺼져가는 불 위에 웅크린
레다의 육체를, 그녀가 말한
어떤 어린 시절을 비극으로 변하게 한
거친 책망이나, 사소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었지, 그러자 우리의 두 본성은 섞이는 듯했다
젊은이 특유의 공감 때문에 한 구체로,
아니, 플라톤의 비유를 바꾸어 말하자면,
한 껍질 속의 노른자와 흰자로.

III

그리고 슬픔이나 분노의 그 발작을 생각하며
나는 거기 있는 이 아이 저 아이를 바라보고
궁금해한다 그녀도 그 나이에 저랬을까 하고--
왜냐면 백조의 딸들이라도 모든 물새들의 유산을
조금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뺨이나 머리에 저 색깔을 지녔었을까 하고,
그러자 내 마음은 미칠 듯했다.
그녀가 내 앞에 서 있다 실물과 같은 아이로.

IV

그녀의 현재의 영상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
십오세기의 손가락들이 그것을 만들었나
마치 바람을 마시고 고기 대신
한 접시의 그림자를 먹은 듯 뺨이 훌쭉하게?
그리고 나는 결코 레다의 종류는 아니지만
한 때 예쁜 깃털을 가졌었다--그것이면 충분하다,
미소짓는 모든 이에게 미소짓고, 보여주는 게 나으리라
편안한 종류의 늙은 허수아비가 있음을.

V

어떤 젊은 어머니가, 생식의 꿀이 드러내어,
회상이나 그 약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잠자고, 고함치고 고망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형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자신의 아들을, 만일 그녀가 그 머리 위에
육십이나 그 이상의 겨울을 얹은 그 형체를 보기만 한다면,
그의 출산의 고통이나 그를 세상에 내보낼 때의
불확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까?

VI

플라톤은 자연이 사물들의 희미한 모형 위에
떠도는 거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보다 견실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매질을 했다
왕 중 왕의 궁둥이 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금-허벅지의 피타고라스는
바이올린 활대나 줄을 손가락으로 연주했다
별이 노래하고 무심한 시신들이 들은 것을.
새를 쫒아버리는 낡은 막대기 위의 낡은 옷들일 뿐이다.

VII

수녀들가 어머니들은 상들을 숭배한다,
촛불들이 밝히는 것들은
어머니의 환상을 활기차게 하는 것들과 같지 않다,
그러나 대리석이나 청동의 평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것들도 가슴을 찢는다--오
정열, 경건, 아니면 애정이 알고
천상의 모든 영광을 상징하는 존재들이여--
오 인간의 일을 조롱하는 스스로 태어난 자여.

VIII

노동은 육체가 영혼을 즐겁게 하려고
상처입지 않는 곳에서 꽃피거나 춤춘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의 절망에서 생기지 않고,
흐린 눈의 지혜는 한밤의 기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 밤나무여, 크게-뿌리박은 꽃피우는 자여,
그대는 잎인가, 꽃인가, 아니면 줄기인가?
오 음악에 맞춰 흔들린 육체여, 오 반짝이는 시선이여,
어떻게 우리는 무용수와 춤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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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을 위한 기도



폭풍우가 한 번 더 불고 있으나 이

요람 덮개와 이불 아래 반 쯤 덮혀

내 아이는 잠잔다. 그레고리의 숲과

헐벗은 동산 하나 외에는 장애물이 없다

거기에 대서양에서 생긴 바람이 머물 수 있다.

건초더미와 지붕을 납작하게 만드는 바람이,

한 시간 동안 나는 걸으며 기도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큰 어둠 때문에.



나느 한 시간을 걸으며 기도했다 이 어린 아이를 위해

그리고 바다바람이 탑 위에서, 다리의 아치 아래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물이 불은 냇물 위의 느름나무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흥분된 환상 속에서

미래의 세월이 도래했다고 상상했고,

바다의 살인적인 순진에서 나온 격노한 북소리에 맞추어 춤추었다.



선택받은 헬렌은 삶이 단조롭고 무료함을 발견했고

후에 한 멍청이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

물보라에서 태어난 그 위대한 여왕은,

아버지가 없었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안짱다리 대장장이를 남편으로 골랐다.

멋진 여인이 그들의 고기와 함께

미치게 하는 샐러드를 먹는 것은 확실하다

그로 인하여 풍요의 뿔은 망쳐진다.



예절에 있어서는 그녀가 주로 배웠으면 한다,

마음은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아름답지 만은 않은 사람들이 수고해 얻는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아름다움 자체를 위해 바보짓을 한

많은 사람들을 매력이 현명하게 했다,

헤매고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생각한 많은 불쌍한 사람들은

즐거운 친절에서 자신의 눈길을 돌릴 수 없다.



그녀의 모든 생각이 홀방울새처럼 되도록

그녀가 꽃피는 숨은 나무가 되기를,

그 소리의 관대함을 나누어 주는 것 이외의

다른 일은 하지 않기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면 추격을 시작하지 않기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면 싸움을 시작하지 않기를.

오 그녀가 한 사랑스런 영속적인 장소에 뿌리박은

어떤 푸른 월계수처럼 살기를.



내 마음은, 내가 사랑했던 마음들 때문에,

내가 인정했던 종류의 아름다움 때문에,

조금밖에 번창하지 않고, 최근엔 메말라버렸다,

그러나 증오로 목 메이는 것이

모든 악운 중에서 최고라는 것을 안다.

마음에 증오가 없다면

바람의 습격과 공격이

홍방울새를 잎사귀로부터 떼어낼 수 없다.



지적인 증오가 가장 나쁘다,

그러니 그녀로 하여금 의견은 저주받은 것이라고 생각케하라.

풍요의 뿔의 입에서 태어난

가장 사랑스런 여인이,

그녀의 완고한 정신 때문에

그 뿔과 조용한 본성의 사람들이 이해하는

모든 선을 분노한 바람이 가득한 풀무와

맞바꾸는 것을 나는 보지 않았던가?



모든 증오가 여기에서 쫒겨나고,

영혼이 근본적인 순결을 회복하고

드디어 그것은 스스로 기쁘게 하고,

스스로 달래고, 스스로 위협한다는 것과,

그 자체의 감미로운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알게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녀는, 비록 모든 얼굴들이 지푸리고

모든 바람부는 지역이 고함치거나

모든 풀무가 터져도, 여전히 행복하리라.



그녀의 신랑이 그녀에게 집을 가져오기를

그곳에선 모든 것이 익숙해져 있고, 의식적인 그런 집을,

왜냐면 거만과 증오는 대로에서

사고파는 물건들이니.

어떻게 단지 관습과 의식에서만

순진과 아름다움이 태어나는가?

의식은 풍요의 뿔의 이름이고,

관습은 널리 퍼지는 월계수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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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부활절



나는 잿빛 십팔세기의 집들 가운데서
계산대나 책상으로부터
활기찬 얼굴로 다가오는
그들을 낮이 끝날 때 만났다
나는 지나갔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예의바른 별 뜻없는 말을 하거나
잠시 머물러
별 뜻없는 말을 하거나 하곤,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과 내가 광대옷을 입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클럽의 난로에 둘러 앉아 있는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농담이나 조롱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고,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고.


그 여인의 낮들은 보내졌다
무지한 선의 가운데,
그녀의 밤들은 토론 가운데 보내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와질 때까지.
그녀가 젊고 아름다울 때,
말타고 사냥개를 쫓을 때,
어떤 목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보다 감미로왔는가?
이 남자는 학교를 경영했고
우리의 날개달린 말을 탔다,
이 사람은 그의 조력자이자 친구로
한창 본령을 발휘하고 있었다,
결국 명성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
그의 본성은 지극히 민감해 보였고,
그의 생각은 지극히 대담하고 감미로워 보였으므로.
이 사람은 내 생각에
술주정뱅이고, 허영심 강한 촌놈이었다.
그는 매우 심한 나쁜 짓을 했다
내 마음에 가까운 누군가에게,
그러나 나는 그를 노래 속에 넣어준다,
그도, 또한, 이 우연한 희극에서
자기 역할을 그만두었다,
그도, 또한, 자기 차례가 되어 변했다,
완전히 변형되었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 가지 목적만 가진 사람들은
매혹되어 돌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 있는 강물을 괴롭히기 위하여.
길에서 오는 말,
말탄 자, 구름에서 휘모는 구름으로
날아가는 새들,
순간순간 그들은 변한다,
냇물에 비친 구름 그림자는
순간순간 변한다,
말발굽이 물가에서 미끄러지고,
말은 그 속에서 텀벙거린다,
다리가 긴 붉은 뇌조들이 잠수하고,
암컷들은 수컷들을 부른다,
순간순간 그들은 살아가고.
그 돌은 이 모든 것 가운데 있다.


너무 오랜 희생은
마음을 돌로 만들 수 있다.
오 언제면 충분할까?
그건 하늘의 몫이다, 우리 몫은
마음대로 뛰놀던 사지에
마침내 잠이 닥쳐왔을 때,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부르듯이,
이름들이나 중얼거리는 것,
그것이 황혼이 아니고 무엇이오?
아니, 아니, 밤이 아니라 죽음이오.
그건 결국 필요없는 죽음이었나?
왜냐면 행해지고 말해진 모든 것에 대해
영국은 신의를 지킬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그들의 꿈을 안다, 충분하다
그들이 꿈꾸었고 죽었다는 것만 알면,
긜고 과도한 사랑이 그들이 죽을 때가지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면 어떻소?
나는 그것을 시로 쓴다--
맥도너와 맥브라이드
그리고 코놀리와 퍼스는
지금과 장래에
녹색 옷이 입어지는 곳 어디서나,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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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과 영혼의 대화



영혼: 나는 굽이도는 옛 계단으로 부른다,

너의 마음을 모두 가파른 오르막에,

부서지고 무너지는 성벽에,

호흡없는 별빛 비친 공기에,

숨은 극을 표시하는 별에 집중하라고.

헤매는 모든 생각을

모든 생각이 다해버린 그 지역에 고정하라고.

누가 어둠과 영혼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육신: 내 무릎 위의 그 신성한 칼은

사토의 옛 칼로 여전히 예전과 같다,

여전히 날리 예리하고, 여전히 거울같고

긴 세월에 의해 얼룩지지 않았다.

그 꽃무니, 비단의 옛 장식은, 어떤

궁정여인의 옷에서 찢어내어져

그 나무칼집을 묶어 싸고 있는데,

해어졌으나 여전히 보호할 수 있고, 빛바랬으나 장식할 수 있다.



영혼: 왜 인간의 상상은

전성기를 한창 지나서

사랑과 전쟁을 상징하는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밤을 생각하라,

다만 상상이 대지를 경멸하고

지성이 그것이 이것 저것으로

또 다른 것으로 헤맴을 경멸하기만 한다면,

죽음과 탄생의 죄에서 구원할 수 있는 그 밤을.



육신: 몬타시기, 그의 가족의 셋째가, 그것을 만들었다

오백년 적에, 그 주변에는

어떤 자수인지 나는 모르는--진홍빛의--

꽃들이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밤을 상징하는 탑에 대한

낮의 상징으로 놓는다,

그리고 군인의 권리에 의한 것처럼

그 죄를 한 번 더 범할 특권을 요구한다.



영혼: 그 지역의 그러한 충만함은 넘쳐흘러

정신의 웅덩이에 떨어져

사람은 귀멀고 말못하고 눈이 먼다,

왜냐면 지성은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하기에

존재와 당위를, 주체와 대상을--

다시 말하여, 하늘로 올라가기에,

단지 죽은 자들만이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걸 생각할 때 내 혀는 돌이 된다.



II

육신: 산 사람은 눈멀어 자신의 배설물을 마신다.

도랑이 불결하면 어때?

내가 그 모든 것을 한 번 더 살면 어때?

자라는 노고를,

소년시절의 치욕을, 어른으로 바뀌는

소년시절의 슬픔을,

자신의 어색함을 직면하게 된

끝나지 않은 사람과 그의 고통을 참아내면 어때?



적들에게 둘러싸인 끝난 사람을 참아내면 어때?--

도대체 어떻게 그가

마침내 저 형상이 자신의 형상이라고 생각하도록

악의에 찬 눈들의 거울이

자신의 눈들 위에 던져준

저 더럽고 일그러진 형상을 피할 수 있는가?

명예가 그를 겨울의 강풍 속에서 발견할 때

도망이 무슨 소용있는가?



나는 이 모든 것을 다시 하는데 만족한다

그리고,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때리는

눈먼 사람의 시궁창의 개구리 알 속으로,

가장 비옥한 시궁창 속으로,

만일 사람이 자신의 영혼의 혈족이 아닌 오만한 여인에게

구애하면 그가 행하거나 겪어야만 하는 그 어리석음 속으로

던져지는 것이 삶이라 해도,

나는 또 다시 사는데 만족한다.



나는 행동이나 생각에 있어서의 모든 사건을

그 원천까지 추구하는 데, 운명을 헤아리는 데,

내 자신에게 그 운명을 허용하는 데 만족한다,

내가 이렇게 후회를 내버려서

매우 큰 감미로움이 가슴 속으로 흘러들 때

우리는 웃고 노래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의해 축복받았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축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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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낮의 정화되지 않은 상들이 물러난다.

황제의 술취한 병사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밤의 메아리도, 밤-보행자의 노래도

대 성당의 큰 종이 울린 후에는 물러난다.

별빛이나 달빛 비친 둥근 지붕은 경멸한다

인간인 모든 것을,

다만 복잡하기만 한 모든 것을,

인간 혈관의 격노와 오욕을.



내 앞에 상이 떠다닌다, 인간인지 허깨비인지,

인간이라기 보다는 허깨비이고, 허깨비라기 보다는 상인.

왜냐면 미이라의 옷에 감긴 하계의 실꾸리가

구불구불한 길을 풀어 놓을 지도 모르니,

습기도 없고 호흡도 없는 입을

호흡없는 입들이 소환할지도 모르니,

나는 환영한다 그 초인을,

나는 그것을 삶-속의-죽음과 죽음-속의-삶이라 부른다.



기적이, 새나 황금 세공품이,

새나 수공품이라기 보다는 기적이,

별빛 비친 황금 가지에 얹혀서,

하계의 수탉처럼 울 수 있거나,

달빛에 격분하여 큰 소리로 경멸할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금속을 찬양하여

보통의 새나 꽃잎을

그리고 오욕과 피의 모든 복잡한 것들을.



한밤에 황제의 포도 위에는 날아다닌다

나무도 공급하지 않고, 부싯돌도 부치지 않고,

폭풍우도 방해하지 않는 불꽃들이, 불꽃에서 나온 불꽃들이,

거기로 피에서 나온 영혼들이 오고

격노의 모든 복잡한 것들이 떠난다,

춤 속으로

황홀한 고뇌 속으로

소매도 그을릴 수 없는 불꽃의 고통 속으로 죽어간다.



돌고래의 오욕과 피에 걸터앉아 영혼이

줄지어 온다. 용광로들이 홍수를 부순다,

황제의 황금 용광로들이!

무도장 바닥의 대리석들이

복잡한 것의 격렬한 격분을 부순다,

여전히 새로운 상들을 낳는

그 상들을,

그 돌고래에 찢긴, 그 큰 종의 괴롭힘을 받은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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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벤산 아래



아틀라스의 마녀가 알고 있었고,

말했고, 닭들을 울게 했던

마레오틱 호수 주변에서

성자들이 말한 것을 걸고 맹세하라.

안색과 모습이 초인임을 증명하는

그 말탄 자들, 그 여인들을 걸고 맹세하라,

그 창백하고 얼굴 긴 동료

불멸의 그 태도를

그들의 완전한 정열이 성취했음을.

이제 그들은 겨울 새벽을 타고 간다

벌벤 산이 경치를 보여주는 곳에서.



여기 그들이 뜻하는 바의 요점이 있다.



II

여러 번 사람은 살고 죽는다

종족의 그것과 영혼의 그것인,

그의 두 영원 사이에서,

옛 아일랜드는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사람이 자기 침대에서 죽든

아니면 장총이 그를 죽게 하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이별은

사람이 두려워해야 하는 최악이다.

비록 무덤-파는 자들의 노고는 오래고,

그들의 삽이 날카롭고, 그들의 근육이 강하더라도,

그들은 다만 그들이 매장한 사람을

인간의 마음 속으로 다시 되밀어 넣을 뿐이다.




III

"우리 시대에 전쟁을 보내주소서, 오 주여!"라는

미첼의 기도를 들은 당신은

모든 말들이 말해지고,

한 사람이 미쳐서 싸울 때,

무언가가 오랫동안 멀었던 눈에서 떨어지는 것을 안다,

그는 자신의 편파적인 마음을 응시하고,

잠시 편안히 서서,

큰 소리로 웃는다, 그의 마음은 평온하다.

가장 현명한 사람조차도 긴장한다

어떤 종류의 격렬함으로

그가 운명을 완수하거나

자신의 일을 알거나, 짝을 고를 수 있기 전에는.



IV

시인과 조각가는, 일을 한다,

시류를 따르는 화가로 하여금

그의 위대한 선조들이 한 것을 피하도록 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영혼을 신에게로 가져가고,

그로 하여금 요람을 옳게 채우도록 한다.



도량법이 우리 이론을 일으켰다,

힘찬 이집트인이 생각한 형체들을,

보다 점잖은 피디어스가 만든 형체들을,

미켈란제로는 시스틴 성당 지붕에

증거를 남겼다,

거기선 단지 반쯤 잠깬 아담이

지구에 거니는 마담을 혼란케할 수 있다

그녀의 내장이 열받을 때까지,

은밀히 작용하는 마음 앞에 놓인

목적이 있다는 증거이다.

인류의 세속적 완성이다.



십오세기는 신이나 성자의 배경으로

영혼이 편안히 쉬고 있는 정원을

그림으로 그렸다,

거기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꽃과 풀과 구름없는 하늘이,

잠꾸러기들이 깨었으나 여전히 꿈꿀 때,

그리고 단지 침대와 침대틀만 거기 남아 있고,

그것이 사라졌으나

천국이 열렸다고 여전히 선언할 때,

존재하거나 보이는 형체들을 닮았다.

가이어들은 계속 회전한다,

보다 위대한 그 꿈이 사라졌을 때

칼버트와 윌슨, 블레이크와 클로드는,

신의 국민들을 위한 휴식을 준비했다,

팔머의 말로, 그러나 그 후

우리 생각에 혼돈이 일어났다.



V

아일랜드 시인들이여, 당신네의 일을 배우시오,

잔 만들어진 것은 무엇이든 노래하시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형체에서 나온 모든 것

지금 자라고 있는 종류의 것을 경멸하시오,

그들의 기억않는 가슴과 머리는

미천한 침대에서 미천하게 난 산물이오.

농부를 노래하시오, 그리고 그 다음엔

어렵게 말타는 시골 신사를,

수도승들의 성스러움을, 그리고 그 후엔

흑맥주 술꾼들의 요란한 웃음을 노래하시오,

일곱 영웅적인 세기 동안에

땅 속에 매장된

명랑한 귀족과 귀부인들을 노래하시오,

당신의 마음을 지난날에 던지시오

우리가 다가오는 시대에도 여전히

불굴의 아일랜드 인이 되도록.



VI

헐벗은 벌벤 산 정상 아래

드럼클리프 묘지에 예이츠가 누워 있다.

조상 한 분은 그곳의 목사였다

오래 전에, 교회가 가까이에 서 있다,

길 옆에 한 오래된 십자가.

대리석도, 전통적인 구절도 없다,

가까운 곳에서 채석된 석회암에

그의 명에 따라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삶에, 죽음에.

말탄 자여, 지나가거라!

~~~~~~~~~~~~~~~~~~~~~~~~~~~~~~~~~~~~~~~~~~~~~~~~~~~~~~~~~

긴다리 소금쟁이


문명이 멸하지 않도록

큰 전투에 패하지 않도록

개를 조용하게 하고 나귀를

먼 기둥에 매어라.

우리 장군 시저는

지도가 펼쳐진 텐트 속에 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그의 눈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 움직인다.

 

드높은 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그 얼굴을 기억하도록

이 외로운 곳에서 움직여야 한다면

아주 상냥하게 움직여라.

사분의 일 여자에 사분의 삼 아이인 그네

아무도 자길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네의 발은 거리에서 익힌

땜장이의 걸음을 흉내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네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사춘기 소녀들이 마음속에

최초의 아담을 발견할 수 있도록

법황청 성당의 문을 닫고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마라.

성당 안에서 미켈란젤로는

비게 위에다 몸을 기댄다.

새앙쥐 움직이는 소리 정도로

그의 손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The Falling of the Leaves 

 ㅡ William Butler Yeats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
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
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
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s beset us,
And weary and worn are our sad souls now;
Let us part, ere the season of passion forget us,
With a kiss and a tear on thy drooping brow.


낙엽
ㅡ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우리를 사랑하는 긴 나뭇잎 위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리고 보릿단 속 생쥐에게도.
머리 위 마가목은 누렇게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사랑이 이우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들의 슬픈 영혼은 이제 지치고 피곤합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수그린 당신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 William Butler Yeats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태풍 ‘카눈’ 오늘 밤 9시 서울 근접 ‘초비상’

https://www.youtube.com/watch?v=XC_AHSZygaA 

 

 

https://www.youtube.com/watch?v=DkzJKOysDX0 

 

 

한반도 남북으로 관통하는 '카눈'

https://www.youtube.com/watch?v=DeRrqs_HCuU 

 

 

 

https://www.youtube.com/watch?v=GXPu9YmFQUo 

 

가시나무

천양희

 

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생(生)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노역(勞役)*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주석)노역(勞役) : 괴롭고 힘든 노동

 

https://imnews.imbc.com/news/2011/culture/article/2894497_31016.html

 

제26회 만해문학상에 천양희 시인

창비가 주관하는 제26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천양희 시인이 2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은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

imnews.imbc.com

제26회 만해문학상에 천양희 시인

 
입력 2011-07-25 16:02 | 수정 2011-07-25 16:020
 
창비가 주관하는 제26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천양희 시인이 2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은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송경동 시인과 장편소설'여덟 번째 방'의 소설가 김미월이 공동 수상한다.

만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천씨의 시집에 대해 "삶과 시에 대한 경건한 성찰을 담담하면서도 재치있는 언어에 담아내어, 시인의 오랜 시력(詩歷)이 이제 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동엽창작상의 경우 "두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문학적 응전의 정신과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상금은 만해문학상 2천만 원, 신동엽창작상은 각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 말 있을 예정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7%8C%ED%95%B4%EB%AC%B8%ED%95%99%EC%83%81

 

만해문학상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만해문학상(萬海文學賞)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의 업적을 기념하고 문학 정신을 계승해 민족문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1973년 제정된 대한민

ko.wikipedia.org

역대 수상 작품

   회   /수상년도 /작가 (이름을 클릭하면 해설 나옴)              /작품

제1회 1974년 시인 신경림 시집 《농무》
제2회 1975 소설가 천승세 단편 "황구의 비명", "폭염"
제3회 1988 시인 고은 시집 《만인보》 1, 2, 3
제4회 1989 소설가 황석영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
제5회 1890 소설가 현기영 장편소설 《바람 타는 섬》
제6회 1991년 시인 민영 시집 《바람 부는 날》
제7회 1992년 시인 김명수 시집 《침엽수 지대》
제8회 1993년 소설가 이문구 소설집 《유자소전》
제9회 1994년 소설가 송기숙 장편소설 《녹두장군》 전12권
제10회 1995년 시인 조태일 시집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제11회 1996년 소설가 신경숙 장편소설 《외딴 방》
제12회 1997년 시인 백무산 시집 《인간의 시간》
제13회 1998년 수상작 없음  
제14회 1999년 소설가 박완서 소설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
제15회 2000 국문학자 임형택 《실사구시의 한국학》
제16회 2001 시인 정희성 시집 《詩를 찾아서》
제17회 2002 시인 김지하 시집 《花開》
제18회 2003 소설가 박범신 / 평론가 유홍준 장편소설 《더러운 책상》 / 평론집 《완당평전》
제19회 2004 소설가 홍석중 장편소설 《황진이》
제20회 2005 소설가 김원일 연작소설 《푸른 혼》
제21회 2006 시인 김규동 시집 《느릅나무에게》
제22회 2007 소설가 김영하 장편소설 《빛의 제국》
제23회 2008 소설가 윤영수 소설집 《소설 쓰는 밤》
제24회 2009 소설가 공선옥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 《명랑한 밤길》
제25회 2010 역사학자 강만길 /
목사 박형규 / 신홍범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 / 회고록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
제26회 2011 시인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제27회 2012 시인 이시영[2]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제28회 2013 소설가 조갑상[3] 장편소설 《밤의 눈》
제29회 2014 소설가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제30회 2015 수상자 없음  
제31회 2016 이인휘 소설집 《폐허를 보다》
특별상 2017 김형수 《소태산 평전》
특별상 2017 416세월호참사 작가 기록단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제32회 2017년 김정환[4] 시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
특별상 2017년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제33회 2018 김해자 시집 《해자네 점집》
제34회 2019 황정은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특별상 2019 김두식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3/08/03/MPUMQEYNXVD3BDNOARX3HOQQ5U/

 

위로받을 곳 하나 없는 세상… 詩라는 등불을 켠다

위로받을 곳 하나 없는 세상 詩라는 등불을 켠다 만해문예대상 천양희 시인

www.chosun.com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을.

폭포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 박수 소리 같은
바위들이 몰래 흔들 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제5회_금오_전국_시낭송대회_2020년_출전시 낭송대회 지정 시 2020. 11. 22. 09:45

 

마음의 수수밭

ㅡ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리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 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서쪽으로 이동... 한반도 관통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35856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서쪽으로 이동... 한반도 관통 - 이로운넷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의 예상경로가 서쪽으로 조정되면서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기상청이 6일 오후 4시 발표한 태풍 정보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이날 오후 3시 일본 오키나

www.eroun.net

카눈은 오는 9일 오후 3시 일본 가고시마 서북서쪽 140㎞ 해상을 지나겠고, 10일 오후 3시에는 대구 북쪽 50㎞ 육상에 도달하겠다.

이날 오전 9시에는 동해안 지역만 태풍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예상경로가 서쪽으로 조정되면서 한반도 전역이 영향권에 들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태풍의 진로는 변동성이 크나 오는 9~10일 사이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해안, 울릉도·독도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카눈은 오는 9일 오후 3시 일본 가고시마 서북서쪽 140㎞ 해상을 지나겠고, 10일 오후 3시에는 대구 북쪽 50㎞ 육상에 도달하겠다.

이날 오전 9시에는 동해안 지역만 태풍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예상경로가 서쪽으로 조정되면서 한반도 전역이 영향권에 들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태풍의 진로는 변동성이 크나 오는 9~10일 사이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해안, 울릉도·독도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6호 태풍 카눈, 예상경로 서쪽으로 이동... 한반도 관통

https://www.youtube.com/watch?v=lTs7K1-llzw

 

https://www.youtube.com/watch?v=fe2OJS88-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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