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b29]

「昔者菩薩 身為鹿王,

厥體高大,身毛五色,

蹄角奇雅,眾鹿伏從 數千為群。

예전에 보살의 몸이 사슴의 왕이 되었는데,

그 몸이 키가 크고 컸으며, 몸에 털이 오색이었으며,

굽과 뿔이 기묘하고 아름다워 뭇 사슴이 복종하니

수천의 무리가 되었다.

國王出獵,群鹿分散,

投巖墮坑,盪樹貫棘,

摧破死傷 所殺不少。

국왕이 사냥을 나가니 뭇 사슴이 분산하여

바위에서 떨어지고 구렁에 빠지며,

나무에 부딪치고 가시에 찔리며,

부러지고 깨어지고 죽고 상하고 하며

죽은 것이 적지 않았다.

鹿王覩之,哽噎曰:

사슴의 왕이 보고 목메어 말하였다.

『吾為眾長,宜當明慮 擇地而遊,

苟為美草 而翔於斯,

凋殘群小,罪在我也。』

"내가 무리의 장(長)이 되어 가지고,

의당 밝게 생각하여 땅을 택하여서 놀아야 했거늘

다만 좋은 풀만을 위하여서 여기에 머뭇거려

여러 어린 것들을 죽게 하였으니 죄는 내게 있다."

徑自入國,國人覩之,僉曰:

『吾王有至仁之德,神鹿來翔。』

그리고는 곧바로 스스로 나라에 들어가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고 말하였다.

"우리 임금님이 지극히 어지신 덕이 있으셔서

신록(神鹿)이 조회하러 온 것이다."

以為國瑞,莫敢干之。

乃到殿前,跪而云曰:

곧 나라의 상서로 여겨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드디어 정전 앞에 이르러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小畜貪生,寄命國界。

卒逢獵者,蟲類奔迸,

或生相失,或死狼籍。

"보잘것없는 축생이 삶을 탐하여서

나라의 지경에 목숨을 의탁하였다가

졸지에 사냥꾼을 만나 벌레 같은 것들이 달아나다가

혹 살아도 서로 잃어버리고, 혹은 주검이 낭자(狼藉)합니다.

天仁愛物,實為可哀。

願自相選,日供太官,

乞知其數,不敢欺王。』

하늘 같은 어지심으로 만물을 사랑하시는데

실로 가련한 일이옵니다.

원컨대 스스로 서로 골라서

날마다 태관(太官)에게 바치겠사오니

그 수를 알려 주옵소서.

감히 임금님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王甚奇曰:

『太官所用 日不過一,

不知汝等傷死甚多。

若實如云,吾誓不獵。』

왕이 매우 기특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태관이 쓰는 것은 하루 하나에 불과한 것인데,

너희들의 사상(死傷)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실지로 그렇다면 내가 맹세코 사냥을 아니하리라."

[0012c13]

「鹿王退還,悉命群鹿,

具以斯意 示其禍福。

群鹿伏聽,自相差次。

사슴의 왕이 돌아와서 여러 사슴에게

이 뜻을 말하고 그 화와 복을 설명하니,

뭇 사슴들이 엎드려서 듣고

스스로 서로 차례를 매겨 먼저 갈 자를 정하였다.

應先行者 每當就死,過辭其王,

王為泣涕,誨喻之曰:

매양 죽음에 나아감을 당하여

그 왕에게 하직하러 가면,

왕이 울면서 회유(誨諭)하였다.

『覩世皆死,孰有免之?

尋路念佛,仁教慈心,

向彼人王 慎無怨矣!』

"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다 죽으니,

누가 그것을 면할 수 있으랴.

길을 갈 때에 부처님을 생각하며

어지신 가르침을 지켜서 인자한 마음으로

저 사람의 왕을 향하여서 삼가 원망함이 없이 하라."

日日若茲。中有應行者而身重胎,曰:

날마다 이와 같이 하였는데,

그 가운데 마땅히 가야 할 사슴이 잉태하여

몸이 무거운 것이 있어서 애원하였다.

『死不敢避,乞須娩娠。』

"죽음을 감히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산하도록만 기다려 주십시오"

更取其次,欲以代之。

其次頓首泣涕而曰:

다시 그 다음을 취하여 대신하려 하였다.

그 다음 차례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必當就死。尚有一日一夜之生、

斯須之命,時至不恨。』

"마땅히 죽음에 나아가야 할 일이오나,

아직 하루 낮 하루 밤의 목숨이 있사오니

때가 이르러서 죽는 것이라면 한스럽지 않겠습니다."

[0012c21]

「鹿王不忍枉其生命,

明日遁眾,身詣太官。

사슴 왕이 차마 그 생명을 죽게 할 수 없어서

다음날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태관에게로 갔다.

廚人識之,即以上聞。

王問其故,辭答如上。

王愴然為之流淚曰:

요리사가 사슴 왕을 알아보고 곧 위에 알리니,

왕이 그 까닭을 물으매 위와 같은 사실을 대답하였다.

왕이 창연(愴然)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豈有畜獸懷天地之仁

殺身濟眾,履古人弘慈之行哉!

"어찌 짐승으로서 천지의 어짊을 품어

몸을 죽여서 무리를 건지는

옛 사람의 넓은 자비의 행을 밟는단 말이냐.

吾為人君,日殺眾生之命,肥澤己體。

吾好兇虐,尚犲狼之行乎?

獸為斯仁,有奉天之德矣。』

내가 사람의 임금이 되어 가지고

날마다 중생의 목숨을 죽여서

내 몸을 살찌게 하였으니,

나는 흉학(兇虐)함을 좋아하였고

승냥이와 이리의 짓을 숭상하였구나.

짐승인데도 저러한 어진 일을 하여

하늘을 받드는 높은 덕이 있구나."

王遣鹿去還其本居,勅一國界:

『若有犯鹿者 與人同罰。』

왕이 사슴을 제 처소로 돌려보내고

온 나라에 칙명을 내렸다.

"만약 사슴을 침해하는 자가 있으면

사람을 침해한 것과 같이 벌하리라."

[0012c29]

「自斯之後,

王及群寮率化,黎民遵仁不殺,

潤逮草木,國遂太平。

菩薩世世 危命濟物,

功成德隆,遂為尊雄。」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왕 및 여러 관료들이 교화를 따르고

백성들이 인(仁)을 지켜 죽이지 않으니

윤택이 초목에까지 미치고 나라가 드디어 태평하였다.

보살이 세세(世世)에 목숨을 위태롭게 하여 중생을 건지니

공은 이루어지고 덕이 높아져서

드디어 높은 어른[尊雄]이 되었다.

[0013a02]

佛告諸比丘: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時鹿王者,是吾身也。國王者,舍利弗是。

"그 때 사슴의 왕은 나였고,

국왕은 사리불이었느니라."

菩薩慈惠度無極 行布施如是。」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주]성탄절을 맞아 굶주려 새끼를 잡아먹으려는 범에게 자신을 투신하여 범의 새기를 구한

석가모니불의 전생담 한 편을 소개한다.

[0002b08] 「昔者菩薩,時為逝心,恒處山澤,예전에 보살이 서심(逝心: 바라문)이 되어 항상 산과 늪에 살고 있었다.

 

專精念道 不犯諸惡。

食果飲水 不畜微餘,

慈念眾生愚癡自衰,每覩危厄 沒命濟之。

전일하게 도를 생각하고 악을 범하지 않았으며,

과일을 먹고 물을 마셔 조금도 쌓아 두는 일이 없었고,

중생이 우치하여 스스로 쇠망함을 인자하게 염려하여

매양 위급과 액난을 보면 목숨을 걸고 구제하였다.

 

行索果蓏,道逢乳虎。

虎乳之後,疲困乏食,

飢饉心荒,欲還食子。

과일을 찾아 나섰다가 길에서 젖먹이는 범을 만났다.

범이 젖을 먹인 뒤라 피곤과 굶주림이 덮쳐 왔으나

먹을 것이 없어 마음이 거칠어져서 도리어 새끼를 먹으려 하였다.

 

菩薩覩之 愴然心悲,

哀念眾生處世 憂苦其為無量,

보살이 보다가

마음이 슬퍼져서

중생들이 세상에 처하매

근심과 고통이 한량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母子相吞 其痛難言,

'어미와 자식이 서로 먹는다면

그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고,

 

哽咽流淚。迴身四顧,

索可以食虎,以濟子命。都無所見,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돌려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어미 범에게 먹히려는

새끼의 목숨을 건질 만한 것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內自惟曰:『夫虎肉食之類也。』

가만히 스스로 생각하였다.

'대체로 범은 육식하는 종류이다.

 

 

深重思惟:

『吾建志學道,

但為眾生沒在重苦 欲以濟之,

令得去禍身命永安耳。

깊이 생각해 보면

내가 뜻을 세우고 도를 배우는 것은

오로지 중생이 무거운 고통에 빠져 있어 그들을 구제하여

재앙을 없이 하고 신명(身命)을 길이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다.

 

吾後老死,身會棄捐,不如慈惠濟眾成德。』

내가 뒤에 늙어 죽으면

몸뚱이는 내버리고 마는 것을,

차라리 자비와 은혜로 중생을 구제하여 덕을 이룸만 같지 못하다.'

 

即自以首投虎口中。

以頭與者,欲令疾死不覺其痛耳。

虎母子俱全。

그리고는 곧 머리를 범의 입 속에 던졌는데,

머리를 준 것은 빨리 죽어서 아픔을 모르게 하고자 함이었다.

범의 어미와 새끼가 함께 구제되었다.

 

諸佛歎德,上聖齊功,

天龍善神有道志者,靡不愴然。

모든 부처님들이 덕을 찬탄하여 높은 성인과 공(功)이 같다고 하셨고,

하늘·용·선한 신들로서 도에 뜻이 있는 자들이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進行或得溝港、

頻來、不還、應真、緣一覺、

나아가 구항(溝港: 수다원)이 되고,

빈래(頻來: 사다함)·불환(不還: 아나함)·응진(應眞: 아라한)·연일각(綠一覺: 연각)이 되었으며,

 

有發無上正真道意者。

以斯猛志,跨諸菩薩

九劫之前,誓於五濁為天人師,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니,

이러한 용맹한 뜻이 모든 보살을 넘어서서

9겁 전에 5탁(濁)에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 될 것을 서원하였고,

 

度諸逆惡 令偽順道。

菩薩慈惠度無極 行布施如是。」

 

모든 5역(逆)과 10악(惡)을 제도하며 거짓된 것으로 하여금 도에 따르도록 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출처:

육도집경(六度集經) 제1권

1. 보시도무극장(布施度無極章)

 

http://kr.buddhism.org/%ec%9c%a1%eb%8f%84%ec%a7%91%ea%b2%bd%ef%a7%91%e5%ba%a6%e9%9b%86%e7%b6%93/

 

육도집경(六度集經) – 디지털 불교

 

kr.buddhism.org

 

육도집경(六度集經)

육도집경(六度集經) 제1권

오(吳) 강거국(康居國) 사문(沙門) 강승회(康僧會)한역

1. 보시도무극장(布施度無極章) ① [여기에 10장이 있음]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요산(鷂山)에 계셨는데, 그때 5백 명의 응진(應眞: 아라한)과 천 명의 보살이 자리를 같이하였다. 그 가운데 아니찰(阿泥察)이라는 보살은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면 항상 마음을 차분히 하고 정성껏 들었으며, 적연(寂然)히 딴 생각이 없고 오로지 경에만 뜻이 있었다.
부처님[衆祏]께서 아시고, 미치기 어려운 높은 수행인 보살의 6도무극[度無極]을 말씀하시어 빨리 부처가 되게 하셨다. 무엇이 6도무극인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지계(持戒)요, 셋째는 인욕(忍辱)이요, 넷째는 정진(精進)이요, 다섯째는 선정(禪定)이요, 여섯째는 지혜[明度無極高行]이다.

보시도무극(布施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대자(大慈)의 마음으로 사람을 기르고, 삿된 무리를 불쌍히 여기며, 어진 자를 기뻐하여 제도[度]를 이루게 하며, 중생을 보호하여 건져 주며, 천지(天地)의 한계를 받지 않고 혜택이 널리 강과 바다에까지 미친다. 중생에게 보시하되, 굶주린 자를 먹이고, 목마른 자를 마시게 하고, 추위에 옷을 주고 더위에는 시원하게 하여 주며, 앓는 자에게 약을 주어 낫게 하고, 수레 ㆍ말ㆍ배ㆍ 가마ㆍ진귀한 보배ㆍ처자ㆍ국토를 찾는 대로 주되, 마치 태자(太子) 수대나(須大拏)가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기를,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듯 하여 부왕(父王)이 가두고 쫓아냈어도 딱하게만 여기고 원망하지 아니함과 같이 하는 것이니라.

1
예전에 보살이 그 마음이 진리에 통달하였다. 세상이 무상하여 영화와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움을 알아 재물을 다 보시하였다. 천제석(天帝釋)이, 보살이 중생을 자비심으로 기르며 보시로 무리를 구제하는 데 공훈이 높고 높으며, 덕이 시방보다 무거운 것을 보고서 자기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변화로 지옥을 만들어서 그 앞에 나타나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보시하여 중생을 구제하면 죽어서 혼령이 태산(太山)지옥에 들어가 태우고 지지며 여러 가지 독을 주어 해함을 받느니라. 그래도 네가 이것을 하겠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어찌 덕을 베푸는데 태산지옥에 들어간다고 하느냐?”
제석이 말하였다.
“네가 믿지 않는구나. 죄인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으리라.”
보살이 물었다.
“너는 어떠한 인연으로 지옥에 있게 되었느냐?”
죄인이 말하였다.
“저는 예전에 세상에서 집을 비워서 궁한 이를 구제하고 여러 가지 액난을 건져 주었는데, 그랬더니 이제 무거운 죄를 받아서 태산지옥에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이 물었다.
“인자한 은혜를 베푸는 자가 재앙을 얻는다면 보시를 받는 자는 어떠한가?”
제석이 말하였다.
“은혜를 받는 자는 죽어서 천상에 오르느니라.”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구제하고자 는 것은 오직 중생이니 그대의 말과 같다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은혜를 베풀어서 죄를 받는다면 내가 반드시 해야 하리라. 자기를 희생하여 중생을 건짐은 보살의 높은 뜻이 아닌가.”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에 뜻을 두고 원하기에 이러한 높은 행을 숭상하는 것인가?”
“나는 부처를 구하여 중생을 구제해서 니원[泥洹: 열반]을 얻게 하여 생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이로다.”
제석이 거룩한 뜻을 듣고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실로 보시로 중생을 사랑하여 구제했는데 복은 멀어지고 화를 받게 되어 태산지옥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당신의 덕이 하늘과 땅을 움직여 나의 지위를 빼앗을까 두려웠으므로 짐짓 지옥을 만들어 보여서 당신의 뜻을 현혹했던 것입니다. 어리석게 성인을 기만하였으니 그 무거운 허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뉘우쳐서 사과하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慈惠度無極],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2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살바달(薩波達)이었다.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이 구하는 바를 마음껏 주었으며, 액난을 딱하게 여기고 구제하기에 항상 비창(悲愴)함이 있었다. 천제석이 왕의 인자한 은혜과 덕이 시방에 덮인 것을 보았고, 천신(天神)ㆍ귀(鬼)ㆍ용(龍)들이 모두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천제의 높은 지위도 처음에는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계율을 갖추어 고상한 행동을 하며, 자비롭고 은혜로우며 복덕이 융성하면 목숨이 다한 뒤 혼신이 옮겨 와 곧 천제가 되는 것이다.”
곧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가서 시험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천제가 변방의 왕에게 일렀다.
“이제 저 인간의 왕의 인자한 혜택이 만물을 적시고 복과 덕이 매우 높으니, 나의 천제의 지위를 빼앗을 생각을 할까 두렵다. 너는 비둘기로 변화하여 빨리 왕의 처소로 가서 거짓으로 떨면서 저 왕에게 구원하여 달라고 애걸하라. 왕은 인자하므로 반드시 너를 보호하리라. 나는 곧 그 뒤를 따라서 왕에게 너를 내어 놓으라고 할 것이고, 그러면 왕은 끝내 돌려주지 않고 반드시 저자에서 파는 고기로 충당하려고 할 것이다. 그때 나는 억지를 써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왕의 마음이 맑고 참되다면 마침내 자신의 살을 베어서 그 중량만큼을 충당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저울질함을 따라서 비둘기의 무게가 자꾸만 무거워지도록 하면 살이 다하고 몸이 아파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니, 후회하는 생각이 있으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되리라.”

제석은 곧 매로 변화하고 변방의 왕은 비둘기로 변화하였다.
비둘기가 잽싸게 날아서 와서 발 밑으로 들어가서 떨면서 말하였다.
“대왕님 살려 주십시오. 제가 죽게 되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떨지 말아라. 내가 너를 살려 주리라.”
매가 곧 뒤쫓아와서 왕을 향하여 말하였다.
“나의 비둘기가 이리로 왔는데, 비둘기는 나의 밥이니, 원컨대 임금님은 돌려주시오.”
왕이 말하였다.
“비둘기가 와서 목숨을 부탁하기에 이미 그 청을 받았다. 내가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기에 끝내 어길 수가 없노라. 네가 구태여 고기를 구한다면 내가 너를 만족하게 백 배만큼의 무게를 주리라.”
매가 말하였다.
“나는 오직 비둘기가 필요할 뿐, 그 나머지 고기는 소용이 없습니다. 임금님은 은혜를 베푼다고 하면서 어찌하여 나의 밥을 빼앗습니까?”
“이미 저의 생명을 보장하였으니 신의의 중함은 천지와 같은지라, 어떻게 어기는 마음을 내겠느냐? 마땅히 무엇을 주면 네가 비둘기를 놓아 주고 기꺼이 가겠느냐?”
“만약 임금님께서 인자한 혜택으로 반드시 중생을 건지신다면 임금님 몸의 살을 베어서 비둘기와 같은 만큼의 것을 주신다면 내가 흔연히 받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그리고는 곧 스스로 넓적다리의 살을 베어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려 하였다. 비둘기의 무게가 왕의 무게를 넘어 자꾸만 베어서 보태었으나 노상 그러하므로 몸뚱이의 살을 온통 다하였으나 무게가 같아지지 않았다. 살을 베어 낸 자리는 아프기가 한량없었으나 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며 비둘기를 살리기만 원하였으므로 또 측근의 신하에게 명하였다.
“너는 어서 나를 죽여 골수를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라. 나는 모든 부처님을 받들고 바르고 참된 소중한 계(戒)를 받았다. 중생의 위급과 액난을 구제함에 비록 여러 가지 사악(邪惡)한 번뇌가 있다 한들 마치 작은 바람과 같으니, 어찌 태산을 움직일 수 있으랴.”

매가 왕의 마음이 도를 지켜 옮기지 않고 인자한 혜택이 같기 어려움을 알고 각기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제석과 변방의 왕이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대왕이여, 무엇을 지향하시기에 뇌고가 이와 같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천제석이나 비행황제(飛行皇帝)의 지위를 목표로 하지 않노라. 내가 보니 중생들의 눈이 멀고 어둠에 빠져서 3존(尊)을 보지 못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흉한 재앙의 행동을 마음대로 하다가 몸을 무택(無擇)의 지옥에 던지니, 이 어리석음을 보매 측은하고 슬퍼서 부처 되기를 구하여 중생의 곤액을 구제하여 니원을 얻게 하고자 함이로다.”
천제가 놀라 말하였다.
“저는 대왕이 제 지위를 빼앗고자 한다고 여겨 어지럽힌 것입니다. 장차 무엇이든지 시킬 것은 없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 몸의 상처를 전과 같이 낫게 하여 나로 하여금 보시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일을 지금보다 더 높이도록 하여 달라.”
천제가 곧 천의(天醫)를 시켜 신약(神藥)을 몸에 바르게 하니, 상처가 나아 기색과 역량이 전보다도 나아졌고 몸의 상처도 순식간에 말끔히 나았다.
제석이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고 왕의 둘레를 세 번 돌고는 기뻐하면서 갔는데, 이 뒤로 보시를 전보다 더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3
예전에 보살이 몹시 가난하고 곤궁하여,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 갔었다. 그들은 다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있어서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중생을 제도하였다.
그들이 말하였다.
“모두 다 인자하고 은혜롭거늘 그대는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무릇 몸뚱이는 빌린 것이라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바다의 고기들을 보니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잡아먹으니 마음이 슬퍼지노라. 내가 마땅히 이 몸으로 저 작은 놈을 대신하여 잠깐 동안의 목숨이라도 보존하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지니 큰 고기는 배가 불렀고, 작은 놈은 살게 되었다.
혼령은 변화하여 전어(鱣魚)의 왕이 되었는데, 몸의 크기가 수 리(里)나 되었다.

해변에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었다. 고기의 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중생들이 소요(騷擾)하니 그 얼마나 고통스러우랴. 내 몸에 수 리에 뻗치는 살이 있으니, 저 백성들에게 제공하면 열흘이나 달포의 궁핍은 면하게 되리라.”
곧 몸을 솟구쳐서 그 나라 바닷가에 오르니 온 나라 사람들이 뜯어먹었지만 생명은 붙어 있었다. 살을 뜯기기 두어 달이었지만 고기가 오히려 살아 있으므로 천신이 내려와서 말하였다.
“네가 그렇게 고통을 참고 어떻게 견디느냐? 왜 목숨을 끊지 않느냐? 고통을 떠날 수 있을 터인데.”
고기가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혼이 나가고 몸이 썩어 버려서 백성들은 다시 굶주리고 서로 잡아먹고 할 것이니, 내가 차마 볼 수 없을 것이 느껴지노라.”
천신은 탄복하여 말하였다.
“보살이 품은 자비는 짝하기가 어렵도다.”
그리고는 마음 아파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서 우리 중생을 제도하리라.”

어떤 사람이 도끼로 그의 머리를 잘라 가니, 고기는 그때에야 죽었다.
혼령은 곧 감응하여 왕이 되었는데, 태자로 나면서부터 높고 성스러운 지혜가 있었다. 4은(恩)으로 자비를 넓히고 은택이 2의(儀)와 가지런하며, 백성의 곤궁을 불쌍히 여겨 말하는데 목이 메었다. 그러나 나라는 아직도 가물어 마음을 다스리고 재계를 엄숙히 하면서 식사를 물려 헌상[獻]을 끊고, 머리를 조아려 참회하였다.
“백성 착하지 않은 것은 허물이 내게 있습니다. 원컨대 내 목숨을 죽이고 백성에게 비의 혜택을 주옵소서.”
날마다 애통해 하니 마치 지극한 효자가 거룩한 아버지의 상(喪)을 당한 것과 같았다.
이 정성이 먼 데까지 뻗쳐서 부처님들이 아시고 5백 분이 그 나라 지경에 오셨다.

왕은 듣고서 기쁜 마음뿐이어서 몸이 없는 것과 같았다. 받들어 맞아들여서 예배하고 정전(正殿)으로 모셨다. 황후도 태자도 엄숙히 하여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었다. 가장 맛난 음식과 법복(法服)을 바쳐서 모자람이 없이 하고,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하고, 머리를 조아려 울면서 말하였다.
“제가 마음이 더럽고 행실이 흐려서 3존(尊)과 4은(恩)의 가르침에 맞지 않아 백성들로 하여금 고난을 받게 하였습니다. 죄가 마땅히 이 몸을 쳐서 백성에게 덕을 입혀야 하오리다. 가뭄이 여러 해 계속되어 백성들이 굶주리니 원통하고 마음이 아프옵니다. 원컨대 백성들의 재앙을 없애고 그 재앙으로 내 죄를 벌하소서.”
모든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진 임금이오. 사랑하고 측은해 하며 어질고 은혜로워 덕이 제석과 같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널리 아시오. 이제 그대에게 복을 주노니 슬퍼하지 마시오. 곧 백성에게 신칙하여 모두 곡식을 심게 하라.”
왕이 곧 명령과 같이 하였다. 남녀가 생업에 나아가니 집마다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벼는 변화하여 박[蓏]이 되었는데, 농신(農臣)이 물으니, 왕은 “익기를 기다리라” 하였다. 박 열매가 나라를 덮었는데, 속에는 모두 벼나 보리[稻穬]가 두어 휘[斛]씩 들어 있었다. 그 맛은 향기로워 온 나라에 향기가 가득하니 나라가 온통 기뻐서 왕의 덕을 찬탄하였고, 네 이웃에 원수였던 나라들이 모두 신하라 일컬었으며,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나라의 지경이 날로 늘어났다. 온 나라가 계를 지키고 3존에 귀의하였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 천상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가난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느니라. 여러 겁을 인자한 혜택으로 중생을 구제했기에 그 공이 헛되지 않아서 이제 그 과보로 부처가 되었으며, 호(號)는 천중천(天中天)으로서 3계(界)의 영웅이 된 것이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 주]지귀설화의 원형은 불경의 술파가설화이다.

술파가설화

如說: 國王有女,

名曰拘牟頭。有捕魚師,名述婆伽,

隨道而行,遙見王女在高樓上。窗中見面,

想像染著,心不暫捨,

 

전하는 말에

어떤 국왕에게 구모두(拘牟頭)라는 딸이 있었는데, 때마침 술바가(述姿伽)라는

어부가 길을 따라가다가 멀리서 왕녀가 높은 누각에 있는 것을 창틈으로 보고는

애착심을 일으켜 잠시도 버리지 못했다.

 

彌歷日月,不能飲食。

母問其故,以情答母:「我見王女,心不能忘!」

 

날과 달이 갈수록 더욱 잊지 못해 음식을 먹지 못하니,

그 어미가 그 사유를 물은즉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왕녀를 보고나니 잊을 수 없습니다.”

 

母諭兒言:「汝是小人,王女尊貴,不可得也!」

 

어미가 “너는 소인이요 왕녀는 존귀한 몸이니, 아니 될 말이다”라며 타이

르니,

 

兒言:「我心願樂,不能暫忘,若不如意,不能活也!」

 

아들이 말했다.

“내 마음이 간절히 원하여 잠시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내 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살지 못할 것입니다.”

 

 母為子故,入王宮中,常送肥魚美肉,

以遺王女而不取價。 王女怪而問之:

「欲求何願?」 

 

어미는 아들을 위하는 까닭에 왕궁에 들어가서 항상 살찐 물고기와 맛난

고기를 왕녀에게 바치면서도 그 값을 받지 않았다.

왕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었다.

“무슨 원하는 게 있느냐?”

 

母白王女:「願卻左右,當以情告;

我唯有一子,敬慕王女,情結成病,命不云遠;

願垂愍念,賜其生命!」 

 

그러자 어미는 왕녀에게 말했다.

“바라옵건대 잠시 좌우를 물러나게 해 주십시오. 사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외아들이 있는데 왕녀를 사모하는 나머지 한이 맺혀서 병이 되어

목숨마저 멀지않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가엾이 여기시어 그의 생명을 건져 주십시오.”

 

王女言:「汝去!月十五日,

於某甲天祠中,住天像後。」

 

이에 왕녀가 말했다.

“그대는 돌아가서 아무 달 보름날 아무 데 있는 천사(天祠) 안의 천상(天像)

뒤에 있으라.”

 

母還語子,

「汝願已得」,

 

어미는 돌아와서 아들에게 말했다.

“네 소원이 이루어졌다”

 

告之如上。沐浴新衣,在天像後住。

 

위의 사실을 다 이야기해 주었다.

목욕을 하고 새 옷을 갈아입고, 천상 뒤에 기다려라.

 

王女至時,白其父王:

「我有不吉,須至天祠以求吉福。」 

 

왕녀는 때가 되자 부왕에게 말했다.

“저에게 불길한 조짐이 있으니, 모름지기 천상 앞에 나아가서 복을 빌어야

되겠습니다.”

 

王言:「大善!」 即嚴車五百乘,

 

왕은 “좋다”라며 곧 수레 5백 대를 장엄시켜 천사까지 데려다 주게 했다.

 

出至天祠;既到,敕諸從者齊門而止,獨入天祠。

 

천사에 이르자 모든 시종들에게 명해 문을 경계로 멈춰 서게 하고는 혼자서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天神思惟:

「此不應爾!王為世主,不可令此小人毀辱王女!」

 

이때 천신(天神)은 생각했다.

‘이 일은 옳지 못하다. 왕은 인간세상의 주인인데

이 미천한 백성이 왕녀를 욕되게 하게 할 수는 없다.’

 

即厭此人,令睡不覺。

 

곧 그 아들을 홀려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게 했다.

 

王女既入,見其睡重,推之不悟,

即以瓔珞直十萬兩金,遺之而去。

 

왕녀가 들어와서 보니 그가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흔들었으나 깨지 않기에

10만 냥금 영락(瓔珞)을 그에게 남겨두고 떠나갔다.

 

去後,此人得覺,見有瓔珞,

又問眾人,知王女來;

 

그녀가 떠난 뒤에 깨어나서 보니, 영락이 목에 걸려 있었다.

곁의 사람들에게 물어보고서야 왕녀가 왔었음을 알게 되었다.

 

情願不遂,憂恨懊惱,婬火內發,自燒而死。

 

그는 정을 통하려던 원[情願]을 이루지 못한 채 근심하고 괴로워하더니

음욕의 불길이 몸 안에서 일어나 스스로를 불살라 죽었다.

 

以是證故,知女人之心不擇貴賤,唯欲是從。

 

이런 예로 보아도 여자의 마음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오직 음욕만을 쫓는다는 것을 알겠다.

 

https://kydong77.tistory.com/8135

 

지귀설화(志鬼說話)/ 출전: 태평통재& 釋道世, 法苑珠林

지귀설화(志鬼說話) ◇志鬼, 券七十三 志鬼條 亦引新羅殊異傳曰 志鬼新羅活里馹人. *馹일:驛馬.*馹일:驛馬. 지귀는 신라 활리역 사람이다. 慕善德王之端嚴美麗 憂愁涕泣 形容憔悴. 선덕여왕의

kydong77.tistory.com

 

 

<대지도론> 권14

<법원주림> 士女篇第十二 에서도 원문대로 인용하였다.

http://dongguk.vacusoft.co.kr/content/view?itemId=ABC_IT&cate=bookName&depth=3&upPath=Z&dataId=ABC_IT_K1406_T_021 

 

단락/경판 - 불교학술원 아카이브

ABC_IT_K1406_T_021 URL복사 통합뷰어 039_0464_c_01L법원주림 제21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10. 복전편(福田篇)[여기에 3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우열부(優劣部) 평등부(平等部) (1) 술의부(述意部)대

dongguk.vacusoft.co.kr

법원주림(法苑珠林) 제21권 

속남부(俗男部) 속녀부(俗女部)
『법원주림』 21권(ABC, K1406 v39, p.464c01)

12. 사녀편(士女篇) 2) 속녀부(俗女部)

12. 사녀편(士女篇)[여기에 2부가 있다.]

속남부(俗男部) 속녀부(俗女部)

1) 속남부(俗男部)[여기에 3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계속부(誡俗部) 권도부(勸導部)

(1) 술의부(述意部)
재가(在家) 남자[丈夫]의 존비(尊卑)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첫째는 귀(貴)요 둘째는 천(賤)이며, 또 하나는, 첫째는 부(富)요 둘째는 빈(貧)이다. 부귀한 사람은 대부분 방일(放逸)하며, 오만하고 뽐내며 깔보고 욕보이며 하천한 사람을 업신여긴다. 혹은 위엄과 세력을 빙자해 자기를 높이고, 남을 업신여기며, 혹은 박식하고 총명하여 재주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혹은 말재주가 좋고 문장이 예리하며 유창한 언설로 남을 업신여기고, 혹은 호사와 사치를 자랑하고 거만함으로써 남을 업신여기며, 혹은 아름다운 얼굴과 예쁜 자태로 미색을 믿고 업신여기고, 혹은 뛰어난 말을 탐으로써 타는 것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혹은 재물과 노비를 가짐으로써 부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나니, 이 같이 많은 것은 다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중생들은, 어리석고 참으로 가여워서 무상(無常)함이 닥쳐오는 줄은 알지 못하고 허망하게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다가 장차 올 과보에 삶기고 볶이기를 기다리며, 옥졸(獄卒)들은 창[叉]을 들고 오래도록 망보고 있는데도, 이런 일은 걱정하지 않고 부질없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데, 이것이 저 돼지나 양같이 죽음이 닥칠 줄을 모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으며, 파리가 죽은 시체를 탐하고 즐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고금을 생각해 보면, 부귀는 한결같지 않고, 생멸은 번갈아 들며, 귀천은 티끌과도 같다. 부귀한 자도 오직 황량한 무덤만을 남기게 되고, 빈천한 자도 이미 재와 흙과 같구나. 이미 귀천이 다 재와 같음을 알았으면 부디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친소(親疎)는 일정함이 없고 귀천은 항상하지 않으며, 고락은 자리를 바꾸고 승침(昇沈)은 서로 번갈아 드는 것이다.

(2) 계속부(誡俗部)
『화엄경』에서 한 말과 같다.
“열 종류의 만업(慢業)이 있으니, 마땅히 이런 것을 피해야만 한다. 첫째는 존중해야 할 복전(福田)인 화상(和上)ㆍ아사리(阿闍梨)ㆍ부모ㆍ사문ㆍ바라문 등에게 존중하고 공경하며 공양하지 않는다면, 이를 만업이라 한다. 둘째는 모든 법사로부터 아주 오묘한 법을 얻고, 대승의 깊은 법에서 생사의 길을 벗어날 줄 알며, 다라니를 얻어 다문(多聞)을 성취하고, 지혜의 곳간을 갖추어 잘 설법하는 것이니, 그런데도 그것을 믿고 받아 공경하고 공양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셋째는 법을 듣고 받을 때에 만약 깊은 법을 들으면 마땅히 욕심을 떠날 마음을 일으키고 마음에 기쁨이 한량없어야 할 것인데도 법사를 찬탄하지 않고 대중을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넷째 교만한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를 높이고 남을 업신여기며 자기의 실정을 살피지 않고 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다섯째는 나라고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 공덕과 지혜가 있는 이를 보고도 그 아름다움을 찬탄하지 않고, 덕이 없는 자를 보면 도리어 그 선을 말하며, 만약 남을 찬탄하는 말을 듣고는 그 사람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여섯째는 만약 어떤 법사가 ‘이것은 법이다, 이것은 율(律)이다, 이것은 진실이다, 이것은 부처님 말씀이다’고 하는 것을 알고는 질투심 때문에 ‘그것은 법이 아니다, 그것은 율이 아니다’고 한다면, 남의 신심을 깨뜨리기 때문에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일곱째는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아 ‘나는 법사이니 나는 집사(執事)할 수 없다. 다른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을 공경하고 공양할 수 없다. 존장과 덕이 있는 이는 모두 나를 공경하고 공양해야 한다’고 하면,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여덟째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사나운 눈으로 남을 보는 것을 멀리 떠나면서 항상 유화한 얼굴로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며, 말은 항상 부드럽고 거친 말이 없고 성내거나 한을 품는 마음이 없는 이런 법사에 대해 그의 허물과 악을 찾는다면,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아홉째는 아만스러운 마음으로써 많이 아는 이를 찾아가 공경하여 일어나 그 법을 듣지 않고 어려운 것을 남겨 두고도 묻지 않는다. ‘어떤 것들이 선이고 어떤 것들이 불선이며, 어떤 것들을 해야 하고 어떤 것들을 해서는 안 되는가. 어떤 업은 긴 밤 동안에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고, 어떤 행은 중생을 이롭게 하지 않는가. 어떤 행은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고, 어떤 행은 어두움에서 어두움으로 들어가는가’ 같은 무리들은, 나라는 마음에 빠져들어서 거기서 벗어나 바른 길을 발견하지 못하니, 이것을 만업이라 한다.
열째는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의 얻기 어려운 법을 만나지 못하고, 전생에 심은 선근을 다 녹여 없애 버리며, 하지 않아야 될 말을 하고 나무라는 마음을 일으켜 곧 서로 비방한다. 다 이 같은 법에 머무르면 사도(邪道)에 들어갈 것이지만, 다만 보리심의 힘 때문에 보살행을 영원히 버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록 보살도를 버리지는 않더라도 무량 백천만겁 동안에도 오히려 부처를 만나지 못하는데, 하물며 그 법을 들음이겠는가. 이것을 만업이라 하느니라.”
또 『출요경』에서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들은 교만에 휩싸이고
또 교만에 물들어서
그 소견에 미혹되어
생사를 없애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알아야만 한다. 즉, 범부들이 행하는 악은 비록 적지만 후세에는 깊은 고통의 끝없는 과보를 받는다. 마치 독이 마음에 있으면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는 것처럼, 재가자[白衣]가 삶을 영위하느라고 죽음을 돌아볼 줄을 모른다. 그러나 목숨은 영원히 보전할 수 없어 죽음은 반드시 갑자기 닥쳐오니, 이 위급한 목숨을 생각하면 아침이다가 곧 저녁이 된다. 잠깐 사이에 흉변(凶變)은 무상한데도 헛되이 전택(田宅)을 수리하고 처자에 애착하는구나.
『법구비유경[法句喩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에 그 성안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나이 80을 바라보면서 재산은 무수하였으나 그 사람됨이 교화시키기 어려웠다. 도덕을 알지 못하고 무상(無常)을 생각하지 않고, 거듭 집짓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앞의 아(庌)와 뒤의 당(堂)을 지으면서 양대(凉臺)와 온실(溫室)을 짓고, 동서로 양 행랑채 수십 채를 짓는데 뒤채[後堂]에 아직 해막이를 마치지 못했다.
그 때 그는 항상 스스로 경영하면서 온갖 일을 지휘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도안(道眼)으로 이 늙은이의 목숨이 그 날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 것을 보셨다. 그러나 그는 그런 줄은 모르고 한창 바쁘게 일을 했다. 그 정신에 복이 없음을 매우 가엾이 여기신 부처님께서는 아난을 데리고 그 집으로 가서 늙은이를 위문하셨다.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오. 지금 이런 집을 지어 누가 살려는가?’
그는 말하였다.
‘전아(前庌)에서는 손님을 대접하고, 뒤채에서는 내가 거처하며, 동서의 두 행랑채에는 아이들과 재물과 종들을 두며, 여름에는 시원한 대에 오르고,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 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오래전에 들으니, 그대는 생각이 말보다 느리다고 하더구나. 내게 요긴한 게송이 있어 살고 죽기에 유익할 것인데, 그 게송을 주고자 하는데 어떻겠소? 원컨대 잠깐 일을 그만두고 같이 앉아 이야기나 하지 않겠는가’.
그는 답하였다.
‘지금 매우 바빠서 앉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뒷날 다시 오시면 서로 잘 이야기하지요. 그 요긴한 게송이나 곧 말해 주시지요’.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자식 있고 재물 있으나
어리석어 허덕일 뿐이구나.
나도 또한 나가 아닌데
자식과 재물 어디 있겠는가.

더우면 여기 머물고
추우면 여기 머무르리.
어리석어 미리 염려함은 많건만
다가올 변(變)을 알지 못하네.

어리석고도 미련하면서
나는 지혜롭다 스스로 말하지만
어리석으면서 지혜롭다 자칭하니
이를 지극한 어리석음이라 하네.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 게송은 잘 들었습니다. 지금은 참으로 바쁩니다. 뒤에 다시 와서 이야기하시지요.’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그를 불쌍히 여기면서 거기를 떠나셨다. 그 뒤에 바라문은 스스로 서까래를 집어 올려 주다가 서까래가 떨어져 그의 머리가 깨져서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온 집안 사람들이 슬프게 울고 이웃이 다 놀랐다. 부처님께서 떠나셔서 멀리 가기 전에 이런 변이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범지(梵志) 수십 인을 만났다. 그들은 부처님께 물었다.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마침 저 죽은 노인의 집에 갔다가 그를 위해 설법했지만 그는 부처의 말을 믿지 않고 무상(無常)도 알지 못했다. 지금 그 노인은 갑자기 죽어 저승에 갔다.’
그리고 모든 범지들을 위해서 앞의 게송의 뜻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들은 기뻐하면서 곧 도의 자취를 얻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로운 이 가까이함은
마치 바가지가 맛을 보는 것 같아
아무리 오래도록 친하여도
그래도 법을 알지 못하네.

깨친 이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함은
마치 혀가 맛을 보는 것과 같아
비록 잠깐 동안 친하여도
도의 요체를 곧 안다네.

어리석은 사람이 행을 짓는 것
그 몸의 화를 부르네.
즐기는 마음으로 악을 짓다가
저절로 무거운 재앙이 닥쳐오네.

불선을 행하였기 때문에
물러서서 후회하면서
그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게 되니
과보는 지은 업 때문이라네.

그 때에 범지들은 이 게송을 듣고 더욱 독실한 믿음을 품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기쁘게 받들어 행하였다.”

(3) 권도부(勸導部)
생각하면 이 교만한 마음은 재가와 출가에 다 통하여 지혜롭거나 어리석거나 면하지 못하고 귀천(貴賤)에 다 같이 있다. 다만 가벼움을 버리고 무거움을 따지는 것은 재가자들이 더 심하다. 또한 어떤 이는 부질없이 제가 잘났다 하면서 현량(賢良)을 꾸짖고, 성덕(聖德)을 헐뜯는다. 일체 재가자[白衣]들은 종일토록 이런 짓을 행하면서도 일찍이 단 하루도 부끄러워하거나 드러내는 일이 없다. 마음으로 훌륭한 도를 구하고 물러나 자기 몸소 행한 일을 반성하라. 그러므로 외서(外書)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힘써 선도(善道)를 사모하면 그로써 몸을 편하게 할 수 있고, 힘써 효제(孝悌)를 사모하면 그로써 친족을 영화롭게 할 수 있다.”
또한 어떤 군자(君子)는 불교[釋敎]를 높이 사모하여 받들어 행을 닦아 곧고 어질며, 물러서고 사양하며 청렴하고 삼가며 믿고 순종한다. 이것은 모두 전생에 심은 품성(稟性)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니, 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 어떤 출가한 사람은 성인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계율을 어기고 범하며 배우지 않고 앎이 없어 비열한 속인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승속[道俗]은 그 외모가 다르고 계를 범함에는 드물고 잦음이 있지만, 마음에는 밝고 어두움이 있고 허물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다. 그러므로 출가한 사람은 아직 범하기 전에 찰나찰나에 도에 들어가면 선한 업이 익혀지고 복의 터전이 두터워질 것인데, 비록 조그만 악이 있더라도 조금이나마 부끄러워하여 고치면 아무도 그를 넘어뜨리지 못할 것이며, 만약 조그마한 부끄러움이 있으면 곧 다시 청백(淸白)해질 것이다.
만약 속가에 있는 사람을 논한다면 몸은 부끄러워함이 없는 자리에 살고 마음은 부끄러워함이 없는 정에 있으며, 아내와 자식을 기르면서 재색(財色)의 5욕(欲)은 집안에 가득하고, 오신채[葷辛]와 술과 고기는 구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 애욕에 물든 마음이 깊어 잠깐도 버릴 때가 없고, 악한 인연과 함께 사는데, 어찌 그것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곧 밝고 어두운 길이 나뉘고 승속[黑白]이 현격히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알 수 있다. 즉, 밝음은 어둠을 없애 버릴 수 있지만 어둠은 밝음을 없애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조그만 등불의 밝음도 방안을 환히 밝히는 것이니, 출가한 사람은 비록 조그만 허물을 범하더라도 과거의 밝음을 이미 이루어 놓았으므로, 바로 그 광명이 빛을 더하지는 않더라도 본래의 밝음은 항상 비출 수 있는 것이니, 마치 그릇에 심지를 두고 밭에서 농사를 지어 그 업을 영원히 편히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또 출가하여 악을 짓기 지극히 어려운 것은 마치 육지로 배가 다니는 것과 같고, 재가로 있으면서 허물을 일으키기가 쉬운 것은 마치 바다 가운데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또 출가하여 도를 닦기 쉬운 것은 마치 바다 가운데 배를 띄우는 것과 같고, 재가로 있으면서 복을 닦기 매우 어려운 것은 마치 육지로 배가 다니는 것과 같다. 배는 비록 같으나 그 말미암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더디고 빠르기가 같지 않고, 닦고 범하기가 어렵고 쉬운 것이다. 이로써 생사는 물들기가 쉽고 선한 법은 이루기 어려운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니, 일찍이 스스로 제도하기를 구하고 힘써 세속을 벗어나기를 생각하라.
또 『현우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출가의 공덕은 그 복이 매우 많다. 만약 남녀의 종들을 놓아주었거나, 인민들의 고충을 들어주었거나, 만약 스스로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면 그 공덕은 한량없어 어떤 비유로도 비할 수가 없다. 출가한 공덕은 수미산보다 높고 큰 바다보다 깊고 허공보다 드넓다. 왜냐 하면 출가하였기 때문에 필경에는 불도를 이루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왕사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을 복증(福增)5)이라고 하였다. 그는 나이 1백 세가 넘어 온 집안의 노소들이 모두 다 그를 싫어하고 천대했다. 그는 출가의 공덕이 한량없다는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가서 출가하기를 청하고자 했다. 때마침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아 바로 사리불의 처소로 갔다. 그러나 사리불은 그가 늙은 것을 보고 득도[度]시키려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5백의 대아라한들도 모두 그를 득도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절 문을 나오다가 문지방에 서서 큰 소리를 내어 울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돌아오셔서 갖가지로 그를 달래신 뒤에 곧 목건련에게 그를 출가시키라고 하시자, 목건련은 곧 출가시키고 그에게 계를 주었다.
그러나 그는 또 항상 젊은 비구들의 핍박을 받아서 강물에 몸을 던져 빠져 죽으려 했다. 목건련이 그것을 보고 신통력으로 그를 건져 강둑에 올려놓고 그 까닭을 물어 알자, 목건련은 가만히 생각했다.
‘이 사람은 생사를 두려워해서가 아니고, 도를 얻을 길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곧 그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자기의 옷자락을 꼭 잡으라고 하고, 허공으로 날아올라 큰 바닷가로 갔다. 거기서 어떤 갓 죽은 단정한 여자를 보았다. 벌레 한 마리가 그 입에서 나와 코로 들어갔다가 다시 눈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목건련은 그것을 보고도 그대로 두고 거기서 떠나려 했다. 제자 복증이 물었다.
‘저것은 어떤 여자입니까?’
목건련이 대답했다.
‘저 여자는 이 사위성 안의 대살박(大薩薄)의 아내이다. 그녀는 용모가 단정하여 세상에 짝할 이가 드물었다. 그녀는 늘 3기목(奇木) 위에 거울을 올려놓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제 얼굴의 단정한 것을 보고 곧 교만한 마음을 일으켜 깊게 애착했다.
그 남편은 그녀를 매우 사랑하여 그녀를 데리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풍랑에 배가 부서져 물에 빠져 죽어서 물에 떠밀려 해안에 나와 있는 것이다. 이 대살박의 아내는 자신의 몸을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죽은 뒤에 그 영혼이 다시 옛 몸 속에 태어나서 이 벌레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벌레의 몸을 버리고는 큰 지옥에 떨어져 무량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다시 조금 더 앞으로 가다가 또 어떤 여자를 보았는데, 그녀는 구리쇠 가마솥을 짊어지고 와서 거기에 물을 부어 불로 끓이고는 옷을 벗고 가마솥으로 들어갔다. 살은 익어 뼈에서 떨어지고 끓는 물에 뼈가 밀려 밖으로 나오면 바람이 불어 다시 사람의 제 모습이 되는데, 제 살을 먹고 있었다. 복증이 물었다.
‘이것은 어떤 여자입니까?’
그 스승인 목건련이 대답했다.
‘사위국에 어떤 우바이가 있었는데 3보를 공경하고 믿으면서 어떤 비구를 청해 한 여름철 동안 공양하였다. 어떤 언덕 위에 방을 만들어 거기 있게 하고는, 스스로 갖가지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여종을 시켜 보내었다. 여종은 거기 가서는 그윽한 곳에서 좋은 것은 먼저 가려 먹고 나머지를 비구에게 주었다. 우바이는 그것을 알고 물었다.
≺네가 훔쳐먹지 않았느냐?≻
여종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비구 스님이 다 드시고 나머지를 제게 주셔서 제가 그것을 먹은 것입니다. 만일 제가 먼저 먹었다면 저는 세세생생에 제 살을 제가 먹을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먼저 화보(華報)를 받고,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조금 더 가다가 어떤 살나무[肉樹]를 보았다. 많은 벌레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그 살을 뜯어먹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 나무의 울부짖는 소리는 마치 지옥에 있는 자의 소리와 같았다.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나무입니까?’
목건련은 대답했다.
‘이것은 뢰리타(瀨利吒)라는 영사(營事) 비구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님네 물건을 마구 쓰면서 꽃ㆍ과일ㆍ음식 등을 속인들에게 보내었다. 이 인연으로 이 화보(華報)를 받는 것이고,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나무를 뜯어먹는 모든 벌레들은 그 때에 그 물건을 얻은 사람들이다.’
또 조금 더 가다가 어떤 남자를 보았다. 그 주위에는 짐승의 머리에 사람 몸을 한 여러 사나운 귀신들이 손에 큰 활을 들었는데, 세 짝의 독화살은 다 불이 붙어 있었다. 그들이 그것을 다투어 쏘자 이 남자의 온몸은 불에 탔다. 복증이 스승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떤 사람입니까?’
목건련은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전생에 사냥꾼으로서 금수들을 많이 죽였기 때문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고, 이 뒤에 목숨을 마치면 큰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조금 더 가다가 어떤 큰 산을 보았다. 그 밑에는 칼이 있고, 어떤 사람이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그 칼은 그의 온몸을 찔러댔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 예전처럼 하기를 쉬지 않았다. 복증이 스승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떤 사람입니까?’
스승 목건련이 또 대답하였다.
‘이것은 왕사성왕의 대장군으로서 그 용맹 때문에 몸소 선봉장이 되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상하였으므로 먼저 이 고통을 받는 것이고,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조금 더 가다가 어떤 뼈로 된 산을 보았다. 그 산의 높이는 7백 유순으로서 능히 해를 가리고 바다를 어둡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때 목건련은 이 뼈산의 어떤 큰 갈비뼈 위를 왔다갔다하며 거닐었다. 제자 복증이 물었다.
‘이것은 어떤 뼈산입니까?’
스승 목건련이 복증에게 답하였다.
‘그대는 알고 싶은가? 이것은 곧 그대의 옛 몸의 뼈이다.’
복증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몸의 털이 곤두서며 두려움에 식은 땀이 흘렀다. 그리고 목건련 화상(和尙)에게 아뢰었다.
‘이 말을 들은 제가 지금 심장이 찢어지기 전에 원컨대 빨리 그 본말의 인연을 말씀해 주십시오.’
목건련이 말하였다.
‘생사의 수레바퀴는 끝없이 돌아가고 있다. 선업이나 악업을 지으면 그것은 끝내 없어지지 않고 반드시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옛날 이 염부제에 한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을 법증(法增)이라고 하였다. 그는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계율을 잘 지키며, 법을 듣고 자비심으로 중생을 대하여 그 목숨을 해치지 않고 올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에 한가하면 사람들과 쌍륙놀이를 했다. 어느 때 어떤 사람이 법을 어겨 사람을 죽였으므로 신하가 그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놀이에 열중하여 예사로 답하였다.
≺나라의 법에 따라 다스리라.≻
그래서 율법에 의해 사람을 죽인 자는 마땅이 죽어야 한다 하고 죄를 물어 곧 죽여 버렸다. 왕은 놀이를 마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 죄인은 어디 있는가?≻
신하가 대답했다.
≺이미 죽여 버렸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땅에 쓰러져 까무러쳤다가 물을 뿌려서야 깨어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궁녀들과 기녀(伎女)들과 코끼리ㆍ말ㆍ7보 등은 다 여기 있는데, 오직 나만 혼자서 지옥에 들어가겠구나. 나는 지금 사람을 죽였다. 마땅히 알아라. 내가 바로 전타라(栴陀羅) 왕이니라. 나는 세세생생토록 어디로 갈지를 알지 못하겠구나. 나는 지금부터 왕 노릇을 하지 않으리라.>
곧 왕위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지켰다. 그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큰 바다 가운데 마갈어(摩竭魚)로 태어나 몸이 장대하여 7백 유순이었다.
모든 왕과 대신들은 그 세력을 믿고 억울하게 백성들을 끝없이 죽이고 목숨을 마치고는 대개는 큰 마갈어가 되어 온갖 벌레에게 그 몸을 뜯어 먹히고, 몸이 가려워 산에 문지르면 벌레를 죽여 바다를 더럽히며 피가 1백 리까지 흘러갔다. 그 고기는 한 번 자면 1백 년이 흐르고, 굶주리고 목말라 물을 빨아들이면 물이 흘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큰 강물이 쏟아져 흘러드는 것과 같았다.
그 때 마침 5백 상인(商人)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다가 입을 벌린 이 고기를 만나 배가 어느새 그 입으로 빨려 들어가자 상인들은 놀라고 두려워하여 큰 소리로 울었다. 고기 입으로 들어가려 할 때 그들은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나무불(南無佛)하고 외쳤다. 고기가 부처라는 말을 듣고 곧 입을 다물자 물이 멎어 상인들은 살아나게 되었다. 그 고기가 죽은 뒤에는 야차와 나찰들이 그것을 끌어내어 바닷가에 두었다. 살은 녹고 뼈만 남아서 이 뼈산이 되었다. 그리고 그 법증왕이란 바로 그대였는데,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바다에 떨어져 고기가 된 것이다.’
복증은 이 말을 듣고 생사를 매우 두려워하면서 그 옛 몸을 보고는 법의 무상을 알아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2) 속녀부(俗女部)[여기에 2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간위부(姦僞部)

(1) 술의부(述意部)
대개 재가(在家)의 속녀(俗女)는 환란과 독이 너무 많다. 부처님께서는 간사하고 아첨함이 남자보다 더하다고 말씀하셨다. 혹은 갖가지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고 머리를 온갖 장식으로 꾸미며, 혹은 꽃같이 아름다운 비단옷을 두르고, 어리석은 남자를 유혹하며, 혹은 예쁜 입과 입술을 놀리며 삿된 눈길로 노래하고 웃으며, 혹은 한숨 짓고 읊조리면서 사람을 쳐다보며, 혹은 가슴을 드러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머리를 싸매며, 혹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몸을 흔들어 그림자로 희롱하며, 혹은 눈을 떴다 감았다 하고 금새 슬퍼했다가 금새 기뻐하며 어리석은 사내를 유혹하고, 그 마음을 허망하게 집착하게 한다. 이 같은 요망스런 거짓은 끝내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범부들의 미혹하고 취함은 모두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간사한 도적이 갖가지 속임수가 많은 것과 같고, 또한 마치 그림 그린 아름다운 병에 똥을 넣어 사람을 속이는 것과도 같으며, 또한 마치 높이 친 그물로 모든 새를 떨어뜨리는 것과도 같고, 또한 마치 촘촘한 그물로 온갖 물고기를 잡는 것과도 같으며, 또한 마치 어두운 구덩이가 장님을 빠뜨리는 것과도 같고, 또한 마치 불나방이 불을 보고 뛰어드는 것과도 같으며, 또한 쇠파리가 송장을 탐해 즐기는 것과도 같다. 가까이하면 나라를 잃고 집안을 망치며, 몸에 닿는 것은 독사를 잡는 것과 같다. 겉말은 꿀과 같지만 속마음은 짐새[鴆]6)와도 같다.
집이 가난해 괴로워하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고, 밖에 나가 몸을 망치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며, 집안이 화목하지 않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고, 자녀가 반역하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며, 형제가 헤어져 흩어지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고, 친족끼리 소원해 멀어지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며, 악도에 떨어지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고, 인간과 천상에 나지 못하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며, 선업의 길을 막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고, 성과(聖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다 여자 때문이니, 이 같은 허물과 환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중생은 이 같은 것이라 참으로 가여운 것이다. 항상 애욕의 불에 타면서도 그것을 떠나 버리지 못하고, 재앙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계속 이어져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2) 간위부(姦僞部)
『출요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옛날 사위성에 어떤 여인이 아기를 안고 물병을 가지고 우물에 나가 물을 길었다. 어떤 남자가 얼굴이 단정한데 우물의 오른편 가에 앉아서[어떤 경전에는 아난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사랑을 구해 부부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 일은 다른 경전에 실려 있다.] 거문고를 타면서 즐기고 있었다. 그 때에 여인은 애욕이 특히 많아 그 남자에게 빠졌고, 그 남자도 또한 애욕의 불길이 치솟아 그 여인에게 빠져 탐착했다. 그 여인은 애욕에 정신을 잃고는 새끼줄로 어린 아기의 목을 매어 우물에 매달아 두었다. 아이를 찾아 그 새끼줄을 잡아당기자 아이는 곧 죽어 버렸다. 그녀는 애통해 하면서 하늘을 보며 울부짖고 눈물을 떨어뜨렸다.[이 밖에는 생략한다.]
또 부처님께서 구섬미국(拘★彌國)에 계셨는데, 국왕의 이름을 우전(優塡)이라 했다. 구류국(拘留國)에 바라문[逝心]이 있었는데, 마인제(摩因提)라고 했다. 그녀가 낳은 딸은 단정하고 아름다워 세상에 짝할 이가 드물었다. 아버지는, 그 딸의 얼굴이 한 나라에 희유한 것을 보고, 그 이름을 무비(無比)라고 했다. 이웃 나라의 모든 왕과 대신들과 호족(豪族)들은 모두 다 그 딸을 며느리로 삼고자 했으나 바라문은 답하여 말하였다.
‘만일 당신의 아들 얼굴이 내 딸과 똑같이 아름답다면 나는 혼사에 응하리라.’
그 때 부처님께서 그 나라로 가셨다. 바라문은 부처님의 32상(相)과 80종호(種好)의 자금(紫金) 빛 몸이 우뚝하고 당당하고 그 광의(光儀)가 위없음을 보고 마음속으로 못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 딸의 짝을 얻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우리 무비를 위해 사윗감을 얻었소. 빨리 몸단장을 시키시오. 곧 데리고 가리라.’
그 부부는 함께 딸에게 몸단장을 시켰다. 딸이 걸어갈 때 그 걸음걸이는 빛나는 구슬을 흔들었으며, 보배 영락의 장엄은 온 나라를 빛내었다. 부부는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아내는 길에서 부처님 발자국의 상호(相好)의 무늬와 광채의 빛깔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가 아님을 보고서 그가 천존(天尊)임을 알아차리고는 그 남편에게 말했다.
‘이 사람 발자국의 무늬는 세상에서 들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는 범인이 아닙니다. 그는 반드시 청정하여 음욕이 없을 것이니, 우리를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질없이 욕되게 하지는 마십시다.’
남편이 말했다.
‘어찌 그런 줄 아는가?’
아내는 곧 게송으로 말했다.

음탕한 사람은 발꿈치를 끌면서 걷고
성내는 사람은 발가락을 오므리고 걸으며
어리석은 사람은 발로 땅을 밟는데
이 발자국은 천상과 인간 가운데 존귀한 분[天人尊]이시네.

바라문은 말하였다.
‘여인의 알 바가 아니다. 그대가 좋아하지 않거든 곧 돌아가라.’
그리고 그는 딸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대인(大仁)이시여, 수고로이 가르치시면서 공양이 없으십니다. 제게 못난 딸이 있습니다. 키질이나 비질을 시키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딸을 좋다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얼굴이 좋아서 실로 세간에 그 짝이 없습니다. 모든 국왕과 호족들이 많이들 구혼을 하지만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당신께서는 광색(光色)이 아주 훌륭해 이 세간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양을 얻으려 하시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딸의 어디가 좋은가?’
바라문은 말하였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두루 보아도 모두 다 좋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혹하구나, 그 육안(肉眼)이여. 내가 지금 보건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도 좋은 것이 없다. 그대는 보아라. 그 머리에는 머리털이 있는데, 그대가 보는 머리의 머리털은 다만 털[毛]일 뿐인데, 코끼리나 말꼬리도 다 이것이다. 머리털 밑에는 해골이 있는데, 해골은 바로 뼈로 백정 집의 돼지 머리뼈도 다 그것이다. 해골 속에는 뇌가 있는데, 뇌는 진흙과 같은 것으로 비린 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것을 땅에 두면 밟는 사람이 없다. 눈은 연못[池]인데 그것은 쪼개면 순전한 즙(汁)이다. 코 속에는 콧물이 있고, 입에는 단지 침이 있을 뿐이다. 배는 창자와 간과 폐를 간직해 모두 비린내가 나고, 창자와 위와 방광은 단지 오줌과 똥을 담고 있을 뿐이어서 그 썩는 냄새는 말하기도 어렵다. 배는 가죽 주머니로서 온갖 더러운 것을 담고 있다. 사지의 손발은 뼈와 뼈가 서로 버티고 있고, 힘줄이 걸리고 가죽이 오그라지면서 단지 기식(氣息)을 의지함으로써 움직인다.
비유하자면 나무로 사람을 만들 때는 기계 장치를 해서 만든다. 다 만든 뒤에 그 몸을 풀어 헤쳐 버리면 마디와 마디가 서로 떨어져 손발이 다 흩어지고 마는 것처럼, 사람도 이와 같은데 거기 무슨 좋은 것이 있기에 그 짝이 거의 없다고 하는가.
나는 옛날 패다(貝多)나무 밑에 있었는데, 제6 마천왕(魔天王)은 세 딸을 장엄하고 얼굴을 예쁘게 꾸며서 천상에서 비할 데가 없었다. 이 무리들은 부질없이 나의 도의(道意)를 깨뜨리려 하였다. 나는 곧 그들에게 몸의 더러움을 설명하기 위해 그들을 모두 늙은 할머니로 변화시켰는데, 그들은 무너진 몸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떠났었다. 그런데 지금 이 오줌 주머니는 무슨 변을 지으려 하는가. 빨리 데리고 돌아가라. 나는 취하지 않으리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부끄러워 말이 없다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당신이 취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제 딸을 우전왕의 아내로 주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답하지 않으셨다. 바라문은 곧 그 딸을 우전왕에게로 보냈다. 왕은 딸을 얻고 매우 기뻐하고 그 아버지에게 절하고서 태부(太傅)로 삼고 딸을 위해서는 궁전을 짓고 악사[伎樂] 천 명을 시켜 모시게 했다.
그런데 왕의 정후(正后)는 부처님을 스승으로 섬겨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이 딸은 왕에게 정후를 모함했는데, 왕은 이 말에 미혹해 1백 개의 화살로 정후를 쏘려 했다. 정후는 그 화살을 보았으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조금도 성내지도 않고 일심으로 부처님의 자비심을 생각하면서 왕을 향해 꿇어앉아 있었다. 화살은 모두 정후를 세 번 돌고 다시 왕의 앞으로 돌아갔는데, 1백 개의 화살이 모두 그러했다. 왕은 이에 스스로 깨닫고 한탄하면서 두려워하여 곧 흰 코끼리가 끄는 금수레를 타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달려갔다. 도착하기 전에 수레에서 내려 합장하고,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저는 무거운 죄가 있어서 삼존(三尊)님 앞에 있기도 부끄럽습니다. 태부의 딸이 음탕하여 애욕을 도모하고 삿된 마음을 일으켜 부처님 성중(聖衆)에 대해 악독한 생각을 품었고, 또 1백 개의 화살로 부처님 제자를 쏘게 하였습니다. 사실대로 다 말하자면 보기에도 마음이 두렵습니다. 생각하건대 지극히 높으신 부처님께서는 자비가 한량없으십니다. 백의(白衣) 제자의 자비의 힘도 그러하옵거늘 하물며 위없는 정진(正眞)이신 부처님이시겠습니까. 저는 지금 허물을 자백하고 삼존께 귀명하나이다. 오직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 허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장하십니다. 대왕은 악을 깨닫고 허물을 뉘우쳤으니, 이것은 밝은 사람의 행실입니다. 나는 왕의 선의를 받아들입니다.’
왕은 세 번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도 세 번 그것을 받아들였다. 왕은 또 머리를 땅에 대고 물러났다가 다시 자리로 나와 아뢰었다.
‘타고난 기운이 흉악하고 완고하여 마음대로 성을 내면서 인욕하는 마음이 없으며, 3독(毒)을 버리지 못하고 즐겨 악을 행했습니다. 여자란 요망스럽고 홀리면서도 그 악을 알지 못합니다. 저도 죽은 뒤에는 반드시 지옥에 들어가리라 생각됩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 더욱 가엾이 여기시고 여자의 악과 도깨비 같은 태도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그 그물 속에 빠져들더라도 조금이나마 스스로 구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 화를 들으면 반드시 스스로 경계할 것이며, 온 나라 사람들도 노소가 다 그 행실을 고칠 수 있을 겁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문에 묻는 것인가? 다만 다른 뜻만 설명하리라.’
왕이 말하였다.
‘다른 뜻은 이 다음에 들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여자의 재난으로서 마음을 미혹시키는 그 흉악한 화는 큰 것이오니, 그 화를 듣지 않으면 어찌 그것을 멀리할 수 있겠습니까?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해 지옥의 변과 여자의 더러움을 설명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들으라. 남자들은 미치고 어리석은 악이 있으면서 도리어 여자의 화를 보느니라.’
왕이 말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환히 가르쳐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남자에게 4악(惡)이 있으니 우선 중요한 것부터 알아야 한다. 세상의 음탕한 사내들은 항상 여자 보기를 생각하고, 요사스런 소리 듣기를 생각하면서 바른 법을 멀리 버려 둔다. 진실을 의심하고 삿됨을 믿고, 애욕의 그물에 휩싸여 어두움 속에 빠져 있으면서 애욕의 부림을 받는 것이 종이 상전을 겁내는 것과 같다. 여색(女色)을 탐하고 즐거워하여 아홉 구멍에서 나오는 오로(惡露)의 더러움을 생각하지 않고, 애욕 속에 뒹구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돼지와 같아서, 그 냄새는 깨닫지 못하고 유쾌함으로써 편하다 하면서 나중에 반드시 무택(無擇)지옥에서 무한한 고통 받을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음욕에 마음을 두어 그 콧물과 침을 빨며, 고름과 피를 사랑하여 마치 옥처럼 보배롭게 여기고 꿀처럼 달게 여긴다. 그러므로 애욕의 종이라 하나니, 이것이 그 첫째 악의 모습이다.
또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먼저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기르는데 크게 성장하도록 힘들이는 고통은 이루 말하기가 어렵다.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집을 이리저리 옮기고 재물을 없앤다. 무릎으로 다니고 팔꿈치로 걷다가 장성하면 중매쟁이에 의해 정을 표하고 여자를 데려와 아내를 삼는다. 만약에 그녀가 다른 지역에 있으면 찾아갈 때는 멀고 가까움을 묻지 않고 고생을 피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자식은 마음을 쏟아 음욕에 두고는 부모의 늙음도 잊어버리고, 이미 아내를 얻고는 보배같이 소중히 여기며 사욕으로 서로 즐기면서 부모 보기를 싫어하고, 그 요사스런 말을 믿어 혹은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제 몸이 어디서 생긴지는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무량한 은혜를 저버리니, 이것이 그 둘째 악의 모습이니라.
또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부지런히 일하여 재물을 모은다. 본래는 정성스런 믿음이 있어서 도를 공경하는 뜻으로 사문과 범지(梵志)의 마음을 높이 받들면서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보시로 복을 짓는다. 그러나 장가간 뒤에는 그 마음이 음욕에 홀리고 어리석음으로 마음이 가려서 진실을 등지고 삿됨으로 향하는데, 이것은 오로지 여자의 계책 때문이다. 혹 보시할 뜻이 있어 말을 하려고 하면, 아름답게 꾸민 여색(女色)은 청정한 행을 끊고 그를 결박해 소인(小人)으로 만든다. 그리하여 그는 불경의 무거운 화와 복의 돌아가는 곳에 대한 경계를 알지 못하고, 구차이 음욕의 종이 되어 그물에 몸을 던져서 반드시 악도에 떨어지게 되지만 끝내 회개하지 않으니, 이것이 그 셋째 악의 모습이다.
또 선으로 사람의 자식이 되었으면서도 기른 은혜는 생각하지 않고, 살림을 잘 살아 재물을 모았으면서도 그것으로 부모를 봉양하지도 않으며, 다만 동서로 널리 음탕한 길만 찾고, 보물을 품고 가서 남의 부인을 부른다. 혹은 6축(畜)7)을 죽여 난잡하게 귀신에 제사 지내고, 술을 마시며 노래와 춤으로 남녀가 어울려 환락에 빠져 해 가는 줄 모른다. 겉으로 복을 빈다고 빙자하지만, 속으로는 정부를 불러 취한 뒤에는 방편을 마련했다가 다시 서로 불러서는 드디어 정을 통하며, 그 짝을 만날 때에는 그 즐거움이 비할 데 없다. 그리하여 음욕에 결박되고 집착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 때를 당해서는 오직 이것만을 즐겁다 하여 오로(惡露)의 더러움과 지옥의 고통을 깨닫지 못하나니, 첫째는 가소롭고 둘째는 가엾은 일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미쳐 날뛰면서도 그 잘못을 모르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그 넷째 악의 모습이다.
남자는 이 네 가지 악으로 지옥ㆍ아귀ㆍ축생의 3도(塗)에 떨어진다. 반드시 반성하고, 이것을 멀리하면 곧 고통을 면할 것이다.
또 여자의 악을 이야기할 것이니 잘 들으라.
방편으로 게송을 말하였다.

욕망의 노예가 됨으로써
제멋대로 해서 편하지 못하고
법 아님을 가까이하니
장차 어떻게 어진 이가 되리오.

애욕으로 짐승이 할 짓을 하고
애욕으로 제 몸을 해치며
냄새나는 우리의 벌레 속에 있으면서도
그 극심한 재난 모르네.

벌레가 우리 속에 있는 것처럼
동서남북을 알지 못하고
음욕에 얽매여 집착하거니
대개 이 또한 벌레 무리네.

음욕으로 이미 도를 보지 못하여
밤낮으로 죄의 뿌리를 심으며
현재에 임금과 신하가 어지럽고
위아래가 그 때문에 혼미하다네.

왕의 법이 그 때문에 어지럽고
정치 또한 그 때문에 번잡하며
농부의 떳떳한 업을 버리니
상인들은 그 때문에 보배가 잇따르네.

현세에서는 곧 옥에 갇히고
죽어서는 또 태산(太山)에 들어서
온갖 종류의 고초를 받을 것이니
그 고통을 말하기도 어렵네.

구리쇠 녹인 물을 그 입에 쏟고
산거(山車)8)는 그 몸에 닥쳐오리니
그 무리는 수백이라,
한두 가지로 다 말하기 어렵네.

언제나 저 3악도(惡道)에 있으면서
수레바퀴처럼 굴러다니니
혹 어떤 세상에선 부처님께서 계시지만
그저 그럴 뿐, 법은 듣지 못하네.

여자란 가장 악한 것이라
그것과는 인연을 맺기 어려워
은애(恩愛)에 한 번 결박당하면
사람을 끌고 죄의 문에 들어간다네.

여자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다만 그것 온갖 더러움뿐인 것을
왜 이 말을 굳게 믿지 않고서
그것 때문에 미쳐서 날뛰는가.

그 속은 매우 더러운 냄새가 나면서
겉은 화장하여 얼굴 꾸미고
더구나 또 독을 쏘나니
그 심하기는 뱀이나 용과 같다네.

마치 비단에 창을 감추고
또 명주 속에 칼날을 싼 것 같아
어리석은 이는 그 겉만 보고서
사랑하여 가지려고 한다네.

지혜로운 이는 그것을 알고 버리며
어리석은 이는 몸을 상하고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음욕도 또한 이와 같아서
그 칼을 안고 스스로 죽네.

새 것을 보면 헌 것을 싫어하여
즐거워하는 것도 덧없거늘
그 말은 칼이나 도끼가 되고
그 웃음은 가시나 창이 되네.

그 속에 더러움과 독을 품고서
꽃과 향으로 그 겉을 꾸밀 때
어리석은 이는 그것 보고 기뻐하면서
뒤에 받을 재앙을 생각도 않네.

비유하자면 저 짐새의 독을
감로(甘露)의 물에 탄 것 같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 맛을 탐하여
그것 마시고 다 죽는 것 같네.

또한 저 섶나무가 불을 만나고
초목이 매서운 서리 맞는 것처럼
가는 곳마다 모두 망가지나니
이것은 가장 좋지 못한 것이네.

여자의 독은 이보다 더 심하여
아무도 그 형체 보지 못하여
겉만 보고 속은 보지 못하나니
그 때문에 음욕이 일어나는 것이네.

그 정체는 매우 보기 쉬운데
애석하게도 미련한 이 끊이지 않아
음욕을 끊고 도를 구하여
도로 향하는 길이 실이나 털과 같다네.

사람은 본래 청정한 종자로
깊은 못에 사는 고기 같은데
사방에 그물을 쳐 놓을 때
걸리는 자는 돌아가지 못하네.

음욕의 그물은 이보다 극심해
묶고 붙잡음이 매우 견고하나니
지혜로운 이 이를 잘 깨달으면
그 인연을 벗어날 수 있으리.

비유하자면 굶주린 저 원숭이
잘 익어 맛난 과일 바라보고서
가시덤불 무릅쓰고 몸을 던져서
이들이 사방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네.

또한 물고기가 낚시를 물고
불나방이 등불에 날아들 때에
불을 찾아 위태한 욕심에 내맡기면서
뒤에 받을 재앙을 생각하지 않음과 같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우전왕은 못내 기뻐하면서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실로 이 세상에 태어난 뒤로 지금까지 여자의 그런 악한 모습을 듣지 못했습니다. 남자들이 난잡하게 그것을 따르다가 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다만 그런 줄을 알지 못하고 제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목숨이 마치도록 참회하고 삼존(三尊)께 목숨 바쳐 귀의하여 감히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기쁨에 넘쳐서 물러갔다.”
옛 글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중니(仲尼)는 ‘소인(小人)과 여자는 기르기 어려우니, 가까이하면 공손하지 않고 멀리하면 원망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요염하여 홀리는 여자에게는 여든네 가지 모습이 있고, 크게는 여덟 가지 모습이 있어서 지혜로운 사람이 미워하는 것이다. 첫째는 질투함이고, 둘째는 거짓과 성냄이며, 셋째는 헐뜯고 욕함이고, 넷째는 저주함이며, 다섯째는 억누름[鎭壓]이고, 여섯째는 아끼고 탐함이며, 일곱째는 꾸미기를 좋아함이며, 여덟째는 독을 품음이니, 이런 것을 여덟 가지 큰 모습[大態]이라 한다. 그러므로 여자는 온갖 아리따움이 많은 것이니, 바라건대 아첨과 삿됨을 버리고 바른 법을 구하기 위해 일찍이 출가할 수 있으면 스스로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할 것이다.”
또 『지도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자의 상(相)이란, 만약 공손한 대우를 받으면 그 남편에게 뻐기는 마음을 내고, 공손히 대우하고 정을 버리면 그 남편의 마음을 두렵게 한다. 여자는 이같이 항상 사람에게 번뇌와 근심과 두려움을 주는데, 어떻게 친하고 좋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와 같다. 즉, 어떤 국왕에게 구모두(拘牟頭)라는 딸이 있었다. 술파가(術波伽)라는 고기잡이가 길을 가다가 그 왕녀가 높은 누각 위에 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창 안에 있는 그 얼굴을 보고 상상하고 집착하여 마음에서 잠시도 버리지 못하여 여러 날과 여러 달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였다. 그 어머니가 까닭을 물었더니, 그는 사실대로 말하였다.
‘저는 왕녀를 보고 마음에 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타일렀다.
‘너는 소인이고 왕녀는 존귀하니, 너는 왕녀를 얻을 수 없다.’
아들은 말하였다.
‘저는 마음으로 원하고 좋아하여 잠깐이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만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그 아들을 위하여서 왕궁에 들어가 살찐 생선과 새고기를 항상 왕녀에게 보냈지만 값을 받지 않았다. 왕녀가 괴상히 여겨서 물었다.
‘무슨 소원이 있는가?’
그 어머니가 왕녀에게 아뢰었다.
‘좌우를 물리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사실대로 아뢰겠습니다. 제게는 외아들이 있사온데, 그가 왕녀님을 공경하고 사모하여 마음에 맺혀 병이 되어 목숨이 멀지 않다 합니다. 원하옵건대 왕녀님은 가엾이 여기시어 그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왕녀가 말하였다.
‘너는 우선 돌아가거라. 다음 달 15일에 아무 천사(天祠)의 그 천상(天像) 뒤에 서서 기다리라 하라.’
어머니가 돌아와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네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아들은 목욕한 뒤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그 천상 뒤에 서 있었다. 왕녀는 때가 되어 그 부왕(父王)에게 아뢰었다.
‘제게 불길(不吉)한 일이 있어 저 천사(天祠)에 가서 길복(吉福)을 구해야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아주 잘하는 일이다.’
그리고 곧 수레 5백 대를 장엄하여 천사로 나가게 했다. 왕녀가 천사에 이르러 모든 종자(從者)들은 문 밖에 서 있게 하고, 혼자 천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천신(天神)은 생각했다.
‘이것은 안 될 일이다. 왕은 내 시주(施主)로, 이 소인으로 하여금 왕녀를 더럽히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사람을 가위눌리게 해서 잠이 들어 깨지 못하게 했다. 왕녀는 들어가 그가 잠이 깊이 든 것을 보고 아무리 흔들었으나 깨지 않았다. 곧 금 10만 냥의 값어치 있는 영락을 끌러 거기에 두고 떠났다.
뒤에 이 사람이 깨어 영락을 보고 또 사람들에게 물어 왕녀가 온 것을 알았다. 그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한하고 괴로워하다가 음욕의 불이 속에서 일어나 스스로 타서 죽었다. 이를 증거로 해서 알 수 있다. 여자의 마음이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오직 그 욕심대로만 따른다는 것을.”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차라리 몸의 한 부분을 독사 아가리 속에 넣을지언정 여자를 범하지 말라. 독사는 세 가지로 사람을 해친다. 봄으로써 사람을 해치고, 닿음으로써 사람을 해치며, 깨물음으로써 사람을 해친다. 여자에게도 세 가지 해침이 있다. 만약 여자를 보고 욕정을 내면 사람의 선법을 멸하고, 여자의 몸에 닿아 중죄(重罪)를 범하면 사람의 선법을 멸하며, 여자와 교접하여 중죄(重罪)를 범하면 사람의 선법을 멸한다.
첫째는 만일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이 한 몸을 해칠 뿐이지만, 만약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무수한 몸을 해치게 된다. 둘째는 만약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해의 갚음으로 무기(無記)의 몸을 얻지만, 만약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선법(善法)의 몸을 해치게 된다. 셋째는 만약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5식(識)의 몸을 해치지만, 만약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6식(識)의 몸을 해치게 된다. 넷째는 만약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청정한 대중 속에 들어갈 수 있지만, 만약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승(僧)과 같이 있을 수 없다. 다섯째는 만약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천상에 날 수 있고 인간에서는 성현을 만날 수 없지만, 만일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3악도(惡道)에 들어간다.
여섯째는 만약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그 때문에 네 종류의 사문과(沙門果)를 얻지만, 만약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8정도(正道)에서 이룰 이익이 없다. 일곱째는 만약 독사의 해침을 받으면 사람들이 가엾이 여겨 구호해 주지만, 만약 여자의 해침을 받으면 대중이 그를 버리고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차라리 몸의 한 부분을 독사 아가리 속에 넣을지언정 끝내 그것으로 여자를 접촉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또 『증일아함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자에게 다섯 가지 힘이 있어서 남편을 업신여긴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색(色)의 힘이고, 둘째는 친족의 힘이며, 셋째는 살림[田業]의 힘이고, 넷째는 아이의 힘이며, 다섯째는 스스로 지키는 힘이다. 이것을 여자가 다섯 가지 힘으로 그 남편을 업신여김이라 한다. 남편에게는 한 가지 힘이 있어서 그 여자를 보호하나니, 이른바 부귀의 힘이다.
지금 악마 파순에게도 다섯 가지 힘이 있으니, 이른바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촉감[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 5법(法)에 집착하여 제도되지 못한다. 만일 성인의 제자로서 한 가지의 방일하지 않는 힘을 성취하면 그것에 구속되지 않는다. 즉, 생로병사의 법을 잘 분별하여 악마의 다섯 가지 힘을 이겨 악마의 경계에 떨어지지 않고, 무위(無爲)의 경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곧 이 게송을 외우셨다.

계율은 감로(甘露)로 가는 길이요
방일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니
탐하지 않으면 죽지 않을 것이지만
도를 잃으면 스스로 죽을 것이네.

그 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에게는 다섯 가지 욕심내는 생각[欲想]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부귀한 집에 태어나는 것이고, 둘째는 부귀한 집에 시집가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으로 하여금 자기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이고, 넷째는 아이가 많은 것이며, 다섯째는 집에서 자유로운 것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 욕심내는 생각이다.”
또 『대위덕다라니경(大威德陀羅尼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큰 모래 무더기를 물방울 하나로 모두 적셔 스며서 뚫고 지나가게 하는 것은 마치 여자가 수천 명의 남자로부터 음행의 과보를 받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것과 같다.
그 여자에게는 세 가지 법이 있어서 만족할 줄 모른다. 첫째는 스스로 장엄하는 것이고, 둘째는 남자 편에게서 받는 쾌락이며, 셋째는 슬프고 아름다운 말씨이니라.
아난이여, 그 여자에게는 다섯 가지 벌레집이 있지만, 남자에게는 이것이 없다. 그 다섯 가지 벌레집은 음도(陰道) 속에 있으며, 그 한 벌레집에 8천 마리 벌레가 있고, 그 벌레는 두 개의 머리에 입이 있는데, 모두 바늘과 같다. 그 벌레는 항상 그녀를 파먹어 괴롭혀 그녀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여 행동하게 한다. 그녀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그것을 번뇌라 한다. 이것이 음탕한 여자로서 남과는 함께하지 않는 법[不共法]이다. 업의 과보로 욕행(欲行)을 일으킴으로써 남자를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른다.
그 여자는 남자를 보면, 곧 아름다운 말을 걸며 바라보고 자세히 보며, 보고 또 보며 우러러보고 관찰하면서 욕사(欲事)를 생각한다. 마주 보고 삿되게 보며, 남의 얼굴을 취하려 한다. 이빨로 아래 입술을 물며 얼굴은 푸르죽죽해지며 그 욕정 때문에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만약 앉아 있을 때는 일어나려 하지 않고, 만약 서 있을 때는 다시 앉으려 하지 않는다.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며 두 손을 흔들며 놀린다. 혹은 세 걸음을 걷다가 네 걸음에 이르러 좌우를 바라보기도 하고, 혹은 문 곁에서 하품을 하고 찡그리면서 숨을 내쉬기도 한다. 빙빙 돌면서 몸을 이리저리 구부리고, 왼손으로 옷자락을 들고 오른손으로 넓적다리를 두드린다.
또 손톱으로 이빨을 긁고, 풀 가지로 이빨을 쑤시며, 손으로 뒤통수를 긁으며, 다리를 드러내고 남의 아이의 입을 울리고, 편편한 땅에서 넘어지고는 얼른 사방을 둘러본다. 이런 모양은 여자의 정욕으로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들을 싫어하고 버려 생사의 큰 어두움 속에 태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늘새가 모든 천인들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자는 떳떳한 벗이 아니어서
등불의 불꽃이 가만히 있지 않는 것과 같고
그들은 바로 항상된 원수로서
마치 돌에 그린 무늬와 같네.

비록 부자와 친하다가도
재물 없으면 그 사람을 싫어하고
재물 있으면 여자가 친하다가
재물 없으면 여자가 버린다네.

재물을 주고 공양을 일으키어
갖가지의 공덕을 짓지만
그 마음은 불꽃과도 같아서
가까이 붙잡을 수 없다네.

남자는 이와 같이 잘 순종해
그 마음이 원하는 대로 다해 주지만
저 여자들은 이와 같아서
언제나 남자들 속여 먹나니.

뱀이 꽃에 덮인 것과 같고
재가 불씨를 덮은 것처럼
이와 같이 색(色)은 독을 덮었고
여자도 또한 그러하니라.

마치 독을 품은 나무를 볼 때
눈을 기쁘게 하나 좋지 않은 것처럼
여자는 독의 꽃과 같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버려야 한다네.”

또 『아함구해십이인연경(阿含口解十二因緣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떤 아라한이 천안(天眼)으로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들 가운데 여자들이 매우 많은 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니, 첫째는 보물과 의복을 탐하는 욕심이 많기 때문이고, 둘째는 서로 질투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말씨가 많기 때문이고, 넷째는 아리따운 자태를 꾸미고 음탕한 뜻이 많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지옥에 많이들 떨어지는 것이다.’


게송으로 읊노라.

5욕(欲)은 정신을 혼돈시키는 원인이요
6적(賊)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색(色)이다.
환(幻)의 불꽃은 정(情)을 따라 나부끼고
애욕의 그물은 마음을 따라 짜여진다네.

녹여서 만든 쇠가 비록 해가 바뀌어도
쪼개 만드는 산대는 아직 끝나지 않으니
비둘기를 보니 이제 말이 없는데
나무를 붙잡는 원숭이는 여기서 그치네.”

『법원주림』 21권(ABC, K1406 v39, p.464c01)

 

◇志鬼,태평통재/56

 

券七十三 志鬼條 亦引新羅殊異傳曰

권73 지귀조 또한 <신라수이전>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志鬼新羅活里馹人. *馹일:驛馬.

지귀는 신라 활리역 인물이다.

 

慕善德王之端嚴美麗 憂愁涕泣 形容憔悴. 王聞之 召見曰

선덕여왕의 단엄미려함을 사모하여 우수에 차서 눈믈을 흘려 얼굴이 초췌해졌다.

여왕은 그 말을 듣고 불러서 만났다.

 

「朕明日行靈廟寺行香 汝於其寺待朕.」

“짐이 내일 영묘사에 분향하러 가니 너는 그 절에서 짐을 기다려라.

 

志鬼翌日歸靈廟寺塔下 待駕行. 忽然睡酣

王到寺 行香. 見志鬼方睡著.

지귀는 이튿날 영묘사 탑 아래 가서 여왕의 행차를 기다리다 홀연 잡이 들었다.

왕은 절에 도착하여 분향하고 나서 지귀가 방금 깊은 잠에 빠진 것을 보았다.

 

王脫臂環 置諸胸 卽還宮. 然後乃[睡覺] 御環在胸 恨不得待御.

여왕은 팔찌를 벗어 지귀의 가슴 위에 얹어두고 곧 환궁했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 지귀가 잠에서 깨어나니 왕의 팔찌가 가슴에 있어

여왕을 기다리지 못했던 것을 한탄했다.

 

悶絶良久 心火出燒其[身]. 志鬼則變爲火鬼.

번민에 빠져 고민하다 한참만에 마음의 불길이 솟구쳐 나와 자신을 불살랐다.

지귀는 변화하여 불귀신이 되었다.

 

於是王命術士 作呪詞曰

이에 영왕은 주술사를 명하여 주술적이 가사를 짓게 했다.

 

志鬼心中火 지귀의 마음 속 불길이

燒身變火神 자신의 몸울 불사르고 불귀신이 변했네.

流移滄海外 창해 밖으로 흘러가

不見不相親 만나지도 친하지도 말지어다.

 

時俗 帖此詞於門壁 以鎭火災.

당시 풍속에 이 가사를 문위 바람벽에 붙이면 화재를 진압했다고 한다.

 

 

 

<대동운부군옥>의 내용은 동일하므로 그대로 원문만 옮긴다.

 

◇心火繞塔,대동운부군옥 권20

 

志鬼新羅活里驛人.

지귀는 신라 활리역 사람이다.

慕善德王之美麗 憂愁涕泣 形容憔悴. 王行寺行香 聞而召之.

선덕여왕의 단정하고 엄격하며 미려함을 사모하여 근심스레 눈물 흘리니

안색이 초췌했다.

王聞之, 召見曰: “朕明日行靈廟寺行香1,

왕이 듣고 불러 보고서 말했다. “짐이 내일 영묘사에 행향의식을 하러 가는데

汝於其寺待朕.”

너는 그 절에서 짐을 기다리라.”

志鬼翌日歸靈廟寺塔下, 待駕行,

지귀는 다음날 영묘사 탑 아래에 가서 어가의 행차를 기다리다

忽然睡酣.

갑자기 잠이 들었다.

 

王到寺, 行香, 見志鬼方睡著.

왕이 절에 도착해 행화하고 지귀가 곧 잠들었다는 걸 보았다.

王脫臂環, 置諸胸, 卽還宮.

왕은 팔찌를 벗어 가슴에 두고는 곧 환궁했다.

然後乃覺, 御環在胸,

후에 곧 깨어나 왕의 팔찌가 가슴에 있었고,

恨不得待御, 悶絶2良久.

왕을 모시지 못함을 한스러워하다가 정신을 잃고 까무러친 지 오래였다.

心火出燒其身, 志鬼則變爲火鬼..

마음의 불이 나와 몸을 에워쌌고 지귀는 곧 변하여 화귀가 되었다.

 

於是王命術士, 作呪詞曰: 

그러자 왕이 술사에게 명하여 주술의 노래를 짓게 했으니 다음과 같다.

 

志鬼心中火 

지귀심중화, 지귀의 마음 속 불이

燒身變火神

소신변화신,  몸을 불살라 불귀신으로 변했네.

流移滄海外 

류이창해외, 창해의 밖으로 흘러가서

不見不相親

불견불상친, 보지도 말고 서로 친해지지도 말지어다.

 

時俗, 帖此詞於門壁, 以鎭火災.

당시 풍속에는 이 주문을 문의 벽에 붙여 화재를 진압했다.

『三國遺事』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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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설화(志鬼說話)

지귀설화(志鬼說話) ◇志鬼, <太平通載> 券七十三 志鬼條 亦引新羅殊異傳曰 志鬼新羅活里馹人. *馹일:驛馬.*馹일:驛馬. 지귀는 신라 활리역 사람이다. 慕善德王之端嚴美麗 憂愁涕泣 形容憔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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