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婚別> 신혼에 신랑의 출정

-두보

32구 五古. 怨婦의 독백.

兎絲附蓬麻 새삼풀이 뻥대쑥에 붙으면

引蔓故不長 덩굴을 당겨 자라지 못하고

嫁女與征夫 출정하는 군인에게 딸을 시집 보냄은

不如棄路傍 길 가에 버림만 못하다오.

序詞

結髮爲夫妻 머리 얹어 부부 되자

席不暖君床 그대 자리 따뜻할 겨를도 없이

暮婚晨告別 저녁에 혼인하고 새벽에 이별함은

無乃太怱忙 너무 바쁘지 않소.

君行雖不遠 그대 떠난 곳이 멀지 않아도

守邊赴河陽 변방 지키러 하양에 갔으니

妾身未分明 제 신분 분명치 못하여

何以拜姑嫜 어떻게 시부모님 뵈올 수 있나?

[너무나 빠른 이별]

父母養我時 부모님 날 기르실 제

日夜令我臧 밤낮으로 착하라 하셨고

生女有所歸 딸 낳으면 제 갈 곳 따로 있다며

狗亦得將 닭과 개도 가지라 하셨소.

[처녀시절 회고]

君今往死地 그대 지금 전장에 가니

沈痛迫中腸 침통함이 오장에 사무칩니다.

誓欲隨君去 맹세코 그대 따라 가고자 하나

形勢反蒼黃 형편이 도리어 기막히다오.

[좌절절망--어디로 가야 하나?]

婦人在軍中 아내가 병영에 있으면

兵氣恐不揚 병사들의 사기 드날리지 못할까 두렵소.

勿爲新婚念 신혼을 염두에 두지 마시고

努力事戎行 힘써 병무에 애쓰소서.

自嗟貧家女 아, 가난한 집 딸이

久致羅繻裳 오랜만에 비단옷도 입어 보았소.

羅繻不復施 비단옷 입을 데 없으니

對君洗紅粧 서방님 앞에서 화장을 지운다오.

[새로운 삶의 자세]

仰視百鳥飛 온갖 새의 비상(飛翔)을 바라보니

大小必雙翔 크건 작건 반드시 쌍쌍이 나는구려

人事多錯迕 세상 일 이다지 어긋나서

與君永相望 그대와 길이 만난 날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

[신세자탄]




[주] 두보의 사실적 작품의 걸작으로 三吏와 三別을 얘기한다.

三吏:新安吏, 石壕吏, 潼關吏

三別:新婚別, 無家別, 垂老別

<石壕吏> 석호촌 관리

-두보

24구.하남성 섬주에 있음. 낙양이 수복되었으나 전방은 대치 상태.

暮投石壕村 저물어 석호촌에 묵었는데

有吏夜捉人 밤에 아전이 장정을 잡아간다.

老翁踰墻走 할아비는 담장 넘어 달아나고

老婦出門看 할미는 문에 나와 본다.

:자다가 바라본 바깥 풍경

吏呼一何怒 아전의 호통 어찌 저리 노기(怒氣) 띠고

婦啼一何苦 할미의 울부짖음 어찌 저리 고통스러운가?

訴婦前致詞 하소연하는 부인은 앞으로 나아가 말을 한다.

三男鄴城戍 「내 자식 삼형제가 업성에 출정해서 /[話者:할미]

一男附書至 한 자식 편지를 부쳐왔는데

二男新戰死 두 자식은 새로이 전사를 했답니다.

存者且偸生 산 자식은 목숨을 건졌건만

死者長已矣 죽은 눔들은 영원히 그만입니다.

[전선소식]

室中更無人 집안에 잡아갈 만한 사람이라곤 다시 없고

唯有乳下孫 젖먹이 손자 하나 있소이다.

有孫母未去 손자가 있으니 어미야 못가고

出入無完裙 나들이 할 치마조차 온전한 게 없답니다.

老嫗力雖衰 늙은 할미라 힘이야 비록 쇠약하지만

請從吏夜歸 청컨대 나리 따라 이 밤에 떠나가서

急應河陽役 급히 하양 땅 부역에 응하오면

猶得備晨炊 아직 새벽밥은 지을 순 있소.」

[집안형편]

本:할미의 하소연

夜久語聲絶 밤이 이슥하자 넋두리는 끊어지고

如聞泣幽咽 흐느끼며 오열(嗚咽)하는 소리만 들리는 듯했다.

天明登前途 날이 밝아 갈길을 떠나는데

獨與老翁別 홀로 남은 할아비와 이별했다오.

結:아전은 할미를 잡아감.

[섬서성 화산]










이병주,詩聖杜甫,문현각,1982,

14대조 杜預는 京兆 杜陵인으로 左傳 학자, 11대조 때 하남 襄陽으로 이주하여 양양두씨의 시조가 됨. 조부 杜審言은 修文館 학사로 初唐 文章四右의 한 사람이며 父 杜閑은 섬서성 연주의 지방관리. 출생지는 하남 공현동 2리 요만. 어머니 최씨를 일찍 여의고 낙양 건춘문 안의 둘째고모집에서 생장함.

24세,735.낙양에서 진사시험에 낙방. 39세까지 여행하는 외에는 낙양과 장안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40세 이후로는 장안이 주거주지.

33세,744.낙양에서 李白 만남. 〈贈李白〉(34세),〈春日憶李白〉(36세)

40세,751.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 〈三大禮賦〉올려 현종의 눈에 들다.

41세,〈貧交行〉〈兵車行〉

42세,〈麗人行〉

43세,〈醉時歌〉

44세,755,安祿山의 난. 756.현종 장안에서 촉으로 파천. 楊貴妃 교수형.

45세,〈哀王孫〉〈月夜〉

46세,757.두보 적중에서 탈출. 안록산이 아들 安慶緖에게 피살 당함.〈哀江頭〉〈北征〉

47세,758.左拾遺에 임명됨. 史思明 반란, 安慶緖 죽임. 761.史思明은 아들 史朝義에게 피살 당함. 762.현종 승하. 763.史朝義 목매달아 자살. 토번 침입. 郭子儀 장안 수복.〈曲江〉2수

48세,759.華州 司空參軍. 벼슬을 그만두고 秦州로 떠돌이 생활 시작함.

〈新安吏〉〈潼關吏〉〈石壕吏〉〈新婚別〉〈垂老別〉〈無家別〉〈夢李白〉〈月夜憶舍弟〉

49세,760.가족을 이끌고 검각산을 넘어 성도에 도착. 古寺에 머물다가 浣花溪에 草堂을 지음.

〈蜀相〉〈江村〉

50세,761. 이백 사망.〈春夜喜雨〉〈漫興〉9수

51세,〈戱爲六絶〉

53세,764. 成都尹 嚴武의 幕府에서 工部員外郞에 취임.〈歸雁〉〈絶句〉2수

54세,765. 두보의 후원자 嚴武 사망. 회흘 토번 토곡혼 침입,성도 떠나 남하함. 768.곽자의 토번 침략을 막음. 죽는 날까지 약질에다 학질, 폐병, 신경통, 당뇨병 등에 시달림.〈旅夜書懷〉

55세,766. 운안 거쳐 기주로 옮김.〈八陣圖〉〈古栢行〉〈秋興〉8수

56세,〈登高〉

57세,기주에서, 강릉, 공안, 岳州로 이주함.〈登岳陽樓〉

58세,769. 최관,양자림 등의 반란. 악주에서 담주 거쳐 형주로 옮겼다가 다시 담주로 이주함. 舟居하며 약을 팔아 생계를 이음.〈南征〉

59세,770. 최관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켜 담주가 크게 소란함. 뇌양에서 큰 장마를 만나 담주로 내려가다가 담주와 악주 사이에서 임종을 맞음.〈江南逢李龜年〉

 

 

琵琶行 幷序 元和十年, 予左遷九江郡司馬. 明年秋, 送客湓浦口.聞舟中夜彈琵琶者, 聽其音錚錚然有京都聲.問其人, 本長安倡女.嘗學琵琶於穆曹二善才, 年長色衰, 委身爲賈人婦. 遂命酒, 使快彈數曲. 曲罷憫然. 自敍少小時歡樂事, 今漂淪憔悴, 轉徒於江湖間. 予出官二年, 恬然自安, 感斯人言, 是夕始覺有遷謫意. 因爲長句, 歌以贈之, 凡六百一十二言, 命曰 <琵琶行>.

 

 

琵琶行을 지으며 序文을 쓰다

 

원화 10 년에 나는 구강군사마로 좌천되었다. 다음해 가을 손님을 배웅하러 분포강(湓浦江) 포구에 나갔다가, 배 속에서 비파 타는 소리를 들었다. 쟁쟁(錚錚)하게 울리는 그 소리를 들으니 전에 서울(京都)에서 듣던 소리였다. 그 사람을 찾아보니 원래 장안에서 노래하던 여자였는데, 일찍이 유명한 穆, 曹 두 선생에게서 비파를 배운 비파의 고수였다고 한다.

나이 들어 모습이 쇠퇴하게 되자 장사꾼에게 시집가서 의지하게 된 것이라 한다. 끝내 술상을 차리게 하고 몇 곡 청해 들었는데, 연주를 끝내고 참담해 졌다.젊고 예뻤을 시절엔 웃고 즐기기만 하다가 이제는 시골구석으로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고.

나(백거이)도 이 시골로 쫓겨 온지 2년, 스스로 편안하게 마음먹으려 했지만,오늘 밤 이 여인의 말에 끝내 감격해서 비로소 멀리 귀양살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긴 長句의 노래를 지어 이 여인에게 보낸다. 모두 612 字인데, <琵琶行> 이라 부른다.

 

 

 

琵琶行

 비파에 붙여

白居易

*88句 616言

 

제1단 심양강 나루에 울려퍼진 천하절창 비파소리

 

潯陽江頭夜送客 심양강 나루에서 밤에 손을 보내자니

楓葉荻花秋瑟瑟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바람 쓸쓸하다

主人下馬客在船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손은 배에 타면서

擧酒欲飮無管絃 술을 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구나

醉不成歡慘將別 취해도 즐거움 없이 아픈 이별을 하려하니

別時茫茫江浸月 이별할 적, 아득한 강엔 달이 잠겨 있네

忽聞水上琵琶聲 그 때 물 위로 비파 소리 들려오니主人

忘歸客不發 주인은 돌아갈 줄 모르고 손님은 출발을 잊고.

尋聲暗問彈者誰 소리 찾아 조용히 타는 이 누구인지 물으니

琵琶聲停欲語遲 비파소리 그치고 느릿느릿 말하더라.

移船相近邀相見 배를 옮겨 가까이가 자리를 청하며

添酒回燈重開宴 술 따르고 등 밝혀 술자리를 다시 폈네

千呼萬喚始出來 부르고 또 청해 겨우 나타났는데

猶抱琵琶半遮面 비파 안고 얼굴을 반쯤 가리더라

轉軸撥絃三兩聲 축 돌려 현을 골라 두어 번 소리 내니

未成曲調先有情 곡조도 이루기 전 정 먼저 품었구나

絃絃掩抑聲聲思 줄줄이 가라앉아 가락마다 마음 실어

似訴平生不得志 평생에 못다한 마음속 恨 호소하듯

低眉信手續續彈 눈섶을 내리깔고 손에 맏겨 비파 타니

說盡心中無限事 마음속 숱한 사연 모두 털어 놓는 듯

輕弄慢撚撥復挑 가벼이 누르고 비벼 뜯고 다시 퉁기니

初爲霓裳後六么 처음은 예상곡 뒤에는 육요구나

大絃嘈嘈如急雨 큰 줄은 소란스런 소나기 같이

小絃切切如私語 작은 줄은 가냘픈 속삭임 같이

嘈嘈切切錯雜彈 소란함과 가냘픔 섞어서 타니

大珠小珠落玉盤 큰 구슬 작은 구슬 옥 쟁반에 떨어지듯

間關鶯語花底滑 때로는 꾀꼬리 소리가 꽃가지 사이로 미끄러지듯

幽咽泉流氷下灘 샘물이 어름 밑을 흐느끼며 흐르는 듯

氷泉冷澁絃凝絶 찬물이 얼어 붙듯 줄을 잠시 멈추니

凝絶不通聲漸歇 멈추는 그대로 소리 또한 멎었네

別有幽愁暗恨生 그러자 깊은 근심 남모르는 원한 일어

此時無聲勝有聲 소리 없음이 소리보다 애절하네

銀甁乍破水漿迸 갑자기 은병 깨져 술이 쏟아져 나오듯

鐵騎突出刀鎗鳴 무장한 騎馬가 돌진하여 칼과 창이 부딪쳐 울듯

曲終收撥當心畫 곡이 끝나 비파 중심을 한번 그으니

四絃一聲如裂帛 네 줄이 한 소리로 비단을 찢는 소리

東船西舫悄無言 강 위의 모든 배들 고요히 말을 잊고

唯見江心秋月白 오직 강 가운데 가을 달만 밝았더라.
 

 

제2단 늙은 창부의 회상과 하소연


沈吟放撥揷絃中 시름에 잠겨 있다 비파를 거두고

整頓衣裳起斂容 의상을 정돈하고 앉음새를 고친 후에

自言本是京城女 스스로 말하기를 본시 서울 여자로

家在蝦蟆陵下住 집은 하마릉 아래 있었답니다.

十三學得琵琶成 열 셋에 비파 타기 모두 배우고

名屬敎坊第一部 이름이 교방 제일부에 속해 있었는데

曲罷曾敎善才服 곡을 끝내면 늘 스승이 감복하였고

粧成每被秋娘妬 화장하면 미인들이 질투하였답니다

五陵年少爭纏頭 오릉의 젊은이들 다투어 선물을 주어

一曲紅綃不知數 한 곡에 붉은 비단 수없이 받았었고

鈿頭銀篦擊節碎 자개박은 은빗을 박자 맞추다 깨뜨리고

血色羅裙飜酒汚 붉은 비단치마 술로 얼룩지기도 했다오1)


今年歡笑復明年 금년도 기뻐 웃고 명년도 그러하고'

秋月春風等閑度 가을 달 봄바람을 한가로이 보냈다오.

弟走從軍阿姨死 동생은 군대 가고 양어머니마저 죽고

暮去朝來顔色故 어느덧 나이들어 얼굴빛이 변하더이다

門前冷落車馬稀 문 앞은 쓸쓸하고 찾는 손도 드물어

老大嫁作商人婦 늙어서 어쩔 수 없이 상인의 아내 되니

商人重利輕別離 상인은 이익보다 이별을 가벼이 여겨

前月浮梁買茶去 지난달 부량으로 차를 사러 갔답니다

去來江口守空船 강 어귀에 왔다 갔다 빈 배만 지키자니

繞船月明江水寒 배 비추는 밝은 달에 강물만 차가와

夜深忽夢少年事 밤이 깊어 문득 어린시절 꿈을 꾸면

夢啼妝淚紅欄干 꿈에서도 울어 화장을 적신 눈물 온 얼굴에 퍼진다오.

 

제3단 백낙천의 좌천 생활 하소연

我聞琵琶已嘆息 비파 소리 듣고 이미 탄식 했는데

又聞此語重喞喞 여인의 말 듣고 나니 다시 한숨이 나네

同是天涯淪落人 우리는 같은 천애의 불행한 신세

相逢何必曾相識 상봉이 어찌 아는 사이만의 일이랴

「我從去年辭帝京 나는 지난 해에 서울을 떠나

謫居臥病潯陽城 심양성에 귀양와 병들어 누웠다네

潯陽地僻無音樂 심양 땅은 외지고 음악도 없어

終歲不聞絲竹聲 한해가 다가도록 음악소리 못 들었소

住近湓江地低濕 분강 가까이 살아 지대는 낮고도 습해

黃蘆苦竹繞宅生 갈대와 대숲만 집을 둘러 자란다오

其間旦暮聞何物 그 간 아침 저녁 들은 소리라고는

杜鵑啼血猿哀鳴 피맺힌 두견새와 원숭이의 슬픈 소리

春江花朝秋月夜 봄 강의 아침 꽃과 가을 밤 달빛 아래

往往取酒還獨傾 가끔 술을 얻어 홀로 잔을 기울이고

豈無山歌與村笛 어찌 산 노래와 초동의 피리 없으랴만

嘔啞嘲哳難爲聽 조잡하고 시끄러워 들어주기 어려워라2)


今夜聞君琵琶聲 오늘 밤 그대의 비파 소리 들고 나니

如聽仙樂耳暫明 신선 음악 들은 듯 귀 잠시 맑아지네

莫辭更坐彈一曲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들려주면

爲君飜作琵琶行」내 그대 위해 비파행을 지으리라

 

제4단 동병상련의 눈물 -화려한 날들은 가고

感我此言良久立 나의 말에 감격하여 한 동안 서 있더니

卻坐促絃絃轉急 물러앉아 줄 당기니 곡조는 점점 급해져

凄凄不似向前聲 슬프기 그지 없어 앞의 곡과 다르니

滿座重聞皆掩泣 듣는 모든 사람 소리 죽여 흐느끼네

座中泣下誰最多 그 중 흘린 눈물을 누가 가장 많았는고?

江州司馬靑衫濕 강주사마의 푸른 적삼 흥건히 젖었구나

❙ 注 疏

1)*篦(비):참빗. 2)哳(찰):새소리.

 

[해설]

44세 때인 원화(元和) 10년(815년), 백낙천(白樂天)은 어처구니 없는 죄명으로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었다.강주(江州)는 지금의 구강시(九江市). 천하 명산 여산(廬山) 아래인 관계로 그리 싫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사마(司馬)란 관직은 요즘으로 이야기해서 군대의 문관(文官) 자리여서 역시 한적한 자리였다. 관청에 나가봐야 뚜렷하게 할 일이 없었던 그는 그냥 빈둥거렸다. 백낙천(白樂天)이 뒤집어쓴 죄명은 일종의 월권죄였는데 시말은 이러했다.

 

장안(長安)에서 역시 낮은 자리에 있었을 당시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자객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속히 서둘러 범인을 체포하지 않는 조정의 처사에 의분을 느낀 백낙천은 황제에게 상소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상소(上疏)도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司諫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가능했다. 백낙천은 의분에 못이겨 나섰던 것인데 평소 백낙천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반대파들은 간직(諫職)을 통하지 않고 직접 상소한 것을 빌미로 이역만리 객지로 폄적(貶謫)시켜 버린 것이다.

 

졸지에 장안(長安)에서 내쫒긴 백낙천은 혈혈단신 이역만리 객지로 추방당한 까닭에 울분을 삭이지 못한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듬해 가을 어느날 저녁, 마침 손님을 배웅하러 강주(江州) 나룻터인 분포구(湓浦口)에 나섰다가 마침 애절하게 들리는 비파(琵琶) 가락을 듣게 된다. 그 주인공을 찾아 자리를 함께 해보니 이미 나이가 들어 장안에서 물러난 퇴기(退妓)였다. 지금은 늙고 시들어 장사꾼의 아낙으로 전락했지만 한창 때는 장안(長安)에서 비파와 노래로 이름을 날렸던 여인이었다. 어쩐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며 좌중의 가슴을 파고 들었던 것이다. 다시 술자리를 마련하고 정중하게 한곡을 청하자 그녀는 비파 소리에 젖어 영고성쇠가 무상했던 자신의 신세를 떨어 놓았다. 유랑하는 그녀의 신세는 마침 2년째 객지에서 쓸쓸하게 지내는 백낙천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가슴에 저미는 동료의식을 못견딘 백낙천은 마침내 616자 장편 서사시 <비파행(琵琶行)>을 지어 그녀에게 바치게 된다. 백낙천은 작품에서 그녀와의 만남을 이렇게 서술했다:

 

同是天涯淪落人 우리는 똑같이 하늘가에 떠도는 신세

相逢何必曾相識 설령 초면인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바로 그날 밤 양자강 강나루엔 빨갛게 단풍이 불타고 하얗게 갈대가 흔들릴 때, 강물에 풍덩 명월(明月)이 잠겼고 더구나 소쩍새 피를 토하고 원숭이 슬프게 울었을 때임에랴. 자리를 함께 했던 나그네와 동료 관리들은 비파 소리에 얼굴 묻고 흐느꼈는 바 그중에서도 소매자락이 가장 흥건했던 자는 누구였을까? 작품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다.

 

座中泣下誰最多 座中에 어느 누가 가장 서럽게 울었느뇨?

江州司馬靑衫濕 江州司馬의 푸른 소매자락이 제일 흠뻑 젖었어라.

 

<비파행>의 배경이자 현장이던 심양 강가에 당나라 때 강주(江州) 사람들은 비파정(琵琶亭)을 지어 백거이 명작의 산실을 기념했다. 이 비파정은 1천여년 강물을 굽어보며 백거이 문학을 증언하다가 청나라 말기 병란(兵亂)에 소실되었다. 그후 새로 건립한 비파정(琵琶亭)이 양자강 장강대교(長江大橋) 옆에 서있다.

 

 

중창한 비파정

http://blog.naver.com/rise43/9002141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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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단:전란 후 양귀비를 잊지 못하는 현종의 슬픔과 아픔.

 

天旋地轉廻龍馭

천지가 돌고돌아 천자는 서울 장안으로 돌아오는데38)

到此躊躇不能去

마외역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차마 가지 못하누나.39)

馬嵬坡下泥土中

마외역 언덕길 아래 흙탕 속에不見玉顔空死處 옥안은 뵈지 않고 죽은 곳은 공허하네.40)


❙ 注 疏1)天旋地轉(천선지전):세상 정세가 바뀜. 廻龍馭(회룡어):현종이 서울로 돌아온 것. 龍馭는 천자의 수레.

2)此:마외역. 3)空死處(공사처):양귀비가 죽은 곳만 헛되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뜻.


君臣相顧眞霑衣

군신들 서로 돌아보며 눈물로 옷을 적셨고41)

東望都門信馬歸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맡겨 돌아간다.42)

歸來池苑皆依舊

돌아오니 연못도 동산도 옛날 그대로이고43)

太液芙蓉未央柳

태액 연못의 연꽃도 미앙궁의 버들도 그대로였다.44)


❙ 注 疏1)霑衣(점의):눈물로 옷을 적시는 것. 2)信馬歸(신마귀):말에게 맡겨 돌아가는 것. 3)依舊(의구):옛날과 다름이 없음. 4)太液(태액):연못이름. 未央(미앙):한나라 궁전 이름.

 

芙茸如面柳如眉

연꽃은 그녀의 얼굴, 버들가지는 그녀의 눈썹.

對此如何不淚垂

그것들을 대하니 어이 눈물을 아니 흘리리오?45)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사꽃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나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에.

 

西宮南苑多秋草

서쪽 궁전이나 남쪽 동산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46)

落葉滿階紅不掃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단풍을 아무도 쓸지 않네.47)

梨園弟子白髮新

이원의 학생들도 이제는 백발이 성성하고48)

椒房阿監靑娥老

황후 거실의 太監과 궁녀도 늙었구나.49)


❙ 注 疏1)此(차):부용과 버들가지. 2)西宮:장안성의 북쪽 끝에 있는 태극궁. 3)階(계):계단. 紅(홍):단풍. 4)梨園(이원):음악에 정통했던 현종이 직접 양성한 가무단. 梨園의 弟子는 음악 양성소의 교습생을 말함. 5)椒房(초방):황후의 어전. 약초와 진흙을 이겨 벽을 발라서 온기를 보존하고 邪氣를 막았다. 阿監(아감):시녀의 우두머리. 靑娥(청아):청춘의 미모. 宮女.

夕展螢飛思悄然

밤 궁전에 반디가 날아드니 그리움에 서럽고50)

孤燈挑盡未成眠

마지막 심지를 다 태워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51)

遲遲鐘鼓初長夜

더디구나 종고 소리, 길고 긴 밤에 처음 듣고52)

耿耿星河欲曙天

은하수는 반짝반짝, 날이 새려고 하는구나.53)


❙ 注 疏1)夕展(석전):밤의 궁전. 悄然(초연):외롭고 쓸쓸함. 2)孤燈(고등):단 한 개의 등불. 3)遲遲鐘鼓(지지종고):鐘鼓는 시각을 알리는 종과 북. 遲遲는 밤을 새우는 현종에게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지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표현한 것임. 4)耿耿(경경):반짝이는 상태. 星河(성하):은하수.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새모양 기와는 차가워 서리꽃은 두텁게쌓이고54)

翡翠衾寒誰與共

비취 이불 싸늘해라, 뉘와 함께 잘고?55)

悠悠生死別經年

머나먼 삶과 죽음의 세계여,사별한 지 해를 넘겨도56)

魂魄不曾來入夢

너의 혼백은 꿈길에도 찾지 않는구나.57)


❙ 注 疏1)鴛鴦瓦(원앙와):원앙새 모양의 기와. 霜華(상화):서리. 2)翡翠衾(비취금):물총새 깃털을 수놓은 이부자리. 翡는 물총새 수컷이고 翠는 암컷. 부부의 의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3)悠悠(유유):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 4)曾(증):일찌기 ~한 일이 있다고 하는 경험을 나타내는 말. 때문에 不曾은 일찍이 ~한 일조차 없다는 뜻. 현종은 꿈에서 양귀비의 혼백이라도 만나고자 하였으나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4단

사천의 한 도사가 서울로 와 그 법술로 양귀비의 꽃다운 혼을 찾을 수 있다며 선산에 들어가 그녀와 만난 이야기.


臨邛道士鴻都客

공 출신의 도사로 서울 장안에 초대되어 온 손님1)

能以精誠致魂魄

정성을 모아 죽은 자의 혼백을 부른다고 하네.2)

爲感君王輾轉思

그는 천자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그리움에 감동하여3)

遂敎方士殷勤覓

드디어 방사를 시켜 정성껏 찾게 했네.4)


❙ 注 疏1)臨邛(임공):蜀의 지명. 道士(도사):신선의 일을 수도한 사람. <양태진 외전>에 의하면 촉에서 도사 楊通幽가 왔다고 기록되어 있음. 鴻都客(홍도객):한나라 때부터 있던 홍도문 안에 나그네로 거하던 손님. 2)精誠:진심을 다한 정신력. 致魂魄(치혼백):죽은자의 혼백을 불러 내는 일. 3)輾轉(전전):잠자리에서 뒤척거림. 思(사):사모의 정. 4)方士(방사):道士와 같음. 殷勤(은근):정성을 다해. 覓(멱):찾다.
시는 이제 다시금 전개되어 새로운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간다. 이 새로운 전개는 현종의 슬픔을 없애주려는 한 인물에 의하여 시작된다. 그 사람은 신비로운 초자연 세계에 능통한 道士, 곧 도교의 수도자였다.

排雲馭氣奔如電

방사는 구름을 열어 대기를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5)

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 

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다하였으나6)

兩處茫茫皆不見 두 곳 다 아득하여 혼백은 뵈지 않네.7)


❙ 注 疏1)排雲(배운):구름을 헤치다. 馭氣(어기):바람을 타다. 2))碧落(벽락):푸른 하늘. 도교에서 말하는 동방의 제1천은 푸른하늘로 碧霞(푸른안개)가 차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말함. 黃泉(황천):대지 깊숙한 곳으로 황색물이 솟는 곳. 저승. 3))茫茫(망망):끝없이 넓은 상태.
이리하여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아 보았으나 ‘兩處’ 모두 망망하기만 할 뿐 양귀비는 보이지 않았다.

忽聞海上有仙山 문득 듣자니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8)

山在虛無縹緲間 

산은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곳에 자리잡았다네.9)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은 영롱하여 오색 구름 일어나고10)

其中綽約多仙子 그 안에는 아리따운 선녀도 많다네.11)


❙ 注 疏1)忽聞(홀문):문득 듣다. 2)縹緲間(표묘간):속세와는 아주 다른,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저 세계. 3)玲瓏(영롱):옥과 같이 빛나며 반짝이는 모양. 4)綽約(작약):온화하고 아름다움.
그런데 문득 풍문에 들으니, 해상의 仙山에 선녀 여럿 산다 하네.

中有一人字太眞 그 중에 한 사람, 자는 태진인데12)

雪膚花貌參差是

눈처럼 흰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엇비슷하다고.13)

金闕西廂叩玉扃

仙山의 황금 궁전 서쪽 건물의 옥문을 두드리니14)

轉敎小玉報雙成

소옥을 통하여 쌍성으로 하여금 태진에게 알리게하였더니15)


❙ 注 疏1)太眞(태진):양귀비가 여자 도사였을 때의 이름. 양귀비가 현종의 애인으로 신분을 바꾸면서 세상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일단 여자 도사가 되었던 때의 이름이 태진이었다. 2)雪膚(설부):눈과 같이 새하얀 피부. 花貌(화모):꽃과 같이 아름다운 얼굴. 參差(참치):잘 어울린다. 원래는 길고 짧고 들쑥 날쑥하여 가지런하지 못한 상태. 3)西廂(서상):서쪽에 위치한 방. 玉扃(옥경):옥으로 장식한 자물쇠. 扃(경):빗장, 문, 출입문. 4)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소옥이 우선 쌍성에게 보고하고 쌍성이 태진에게 보고하는 순서를 취하는 것.

이 대목에서 시는 아주 간단하면서 또한 고사를 사용하여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난해한 감이 있다. 진홍의 <장한가전>에 의하면 이야기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수도자의 찾는 소리에 따라서 문으로 나온 것은 두 여자였는데,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잠시 뒤에 이번에는 푸른 옷차림의 하녀가 나와 어디서 왔는가 물었다. 당나라 천자의 사자라고 하며 찾아온 뜻을 말하자, 지금 주무시고 계시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수도자는 문밖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구름에 가리워지며 해가 저물고, 문은 닫힌 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자는 숨을 죽이고 손을 모은 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소옥이 전교하여 쌍성에게 보하다”란 구절은 위와 같은 상태를 노래한 것이다. 소옥은 처음에 나왔던 여자요, 쌍성이란 나중에 나왔던 푸른 옷차림의 시녀이다. 소옥이나 쌍성은 모두 한 무제와 관계 있는 선녀 이야기 속에 선녀의 시녀로 나오는 이름인데, 그것을 여기서 빌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이윽고 푸른 옷차림의 시녀는 여주인이 눈뜨기를 기다려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

 

聞道漢家天子使

한나라 천자의 사자라는 말을 듣고16)

九華帳裏夢魂驚

온갖 꽃의 호화로운 휘장 안에서 태진은 꿈에서 깨어났다.17)

攬衣推枕起徘徊

옷을 손에 들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허둥지둥

珠箔銀屛迤邐開 진주 발과 은 병풍이 차례로 열린다.18)


❙ 注 疏1)聞道(문도):아룁니다라는 뜻. 이하는 전하는 말.

2)九華帳(구화장):여러가지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휘장. 夢魂(몽혼):꿈꾸고 있던 마음.

3)珠箔(주박):옥으로 장식한 발. 銀屛(은병):은졍풍. 迤邐(이이):이어져 계속되고 있는 상태.

 

우선 옷을 손에 집어 들었다. 衣란 언제나 치마(裳)와 상대되는 말로서 저고리를 의미한다. 뒤이어 베개를 밀쳐 치웠다. 그리고 일어났다. 일어난 뒤 침실 안을 거닐어 배회하였다. 잠시 뒤 놀라움에서 깨어나자, 사자를 만나겠다고 하여 침실을 나오는데 침실을 중심으로 여러 겹으로 드리운 진주 발과 은병풍이 깊숙한 안쪽에서부터 점점 차례로 열렸다. 여주인이 접견소로 가기 위한 준비이다. ‘이리’는 의음어로서, 여러 겹 겹쳐진 것이 뒤이어 변화를 일으키는 형용의 말로서 부사이다. 푸른 옷의 시녀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도자에게 말했다. “이리 오시지요.” 수도자가 접견소 앞에 엎드려 있자 진주 발이 걷어 올려지는 가운데 한 여인이 대여섯 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나왔다.

 

雲鬢半偏新睡覺

구름 같은 머리는 한쪽으로 기운 채 갓 잠에서 깨어나19)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도 비스듬한 채 堂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颻擧

바람 불어 신선의 소매는 나풀나풀20)

猶似霓裳羽衣舞 마치 저 예상우의 춤을 추는 듯.

 

❙ 注 疏1)新睡覺(신수각):지금 막 잠에서 깨어남.

2)仙袂(선몌)):신선의 소매. 飄颻(표요):바람에 펄럭펄럭 휘날리는 모습.

백거이의 에로티시즘은 공상 세계에서는 한층 활발하게 작용한다. 잠에서 막 깨어 일어났기 때문에 머리카락은 한쪽으로 치켜져 있다. "화관"은 선녀의 관인데 그것 역시 단정하지 못하다. "堂"은 건물의 높은 곳인데, 거기서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흩어진 자세지만 단정하게 가꿀 경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玉容寂寞淚闌干

옥 같은 얼굴 적막하여 눈물이 주루룩21)

梨花一枝春帶雨

마치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맞고 있는 듯.


❙ 注 疏1)玉容(옥용):아름다운 얼굴. 玉은 미칭(美稱) 寂寞(적막):쓸쓸한 상태. 闌干(난간):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상태. 뚝뚝 또는 줄줄.


含情凝睇謝君王

정을 품고 응시하며 천자께 감사하고22)

一別音容兩渺茫

한 번 사별함에 천자의 음성과 모습이 아득한데.23)

昭陽殿裏恩愛絶

소양전에서는 은총과 사랑이 끊겼으나24)

蓬萊宮中日月長

이 봉래궁에서는 긴 세월 보내리라.25)


❙ 注 疏1)含情凝睇(함정응제):생각을 품고 뚫어질 듯 바라보는 것. 睇(제):힐끗 보다, 훔쳐보다, 한눈 팔다. 謝君王(사군왕):현종의 호의에 감사함.

2)一別(일별):여기서부터 '天上人間會相見'까지는 양귀비의 인사말. 音容(음용):말소리와 모습. 渺茫(묘망):멀리 떨어져 분명하지 못한 상태.

3)昭陽殿(소양전):귀비가 생전에 살던 궁전.

4)蓬萊宮(봉래궁):해상의 신선 나라에 있는 궁전. 천상계를 가리킴. 예로부터 봉래는 동해에 위치한 仙界로 널리 알려져 왔음.

 

廻頭下望人寰處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내려다보니26)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뵈지 않고 오직 먼지와 안개만 자욱할 뿐.

唯將舊物表深情

다만 천자가 주신 信物을 가지고 내 깊은 정을 표하려고27)

鈿合金釵寄將去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부칩니다.28)


❙ 注 疏1)人寰(인환):인간 세계. ‘환’은 지역 또는 영역의 뜻. 2)舊物(구물):그 옛날 받은 물건. <장한가전>에 의하면 귀비는 현종과 맺어지던 첫날밤 사랑의 징표로 금차와 전합을 받았다고 함. 3)鈿合(전합):나전으로 手工한 작은 상자. ‘合’은 ‘盒’과 같다. 金釵(금차):황금비녀. 한 쌍으로 되어 있음. 寄將去(기장거):가져 가게 함.
아무리 인간 세상을 살펴보아도 그리운 장안, 폐하께서 계시는 장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그저 주위에 자욱한 먼지와 안개뿐. 태진은 푸른 옷의 시녀에게 명했다. “그것을 가져 오너라” 시녀가 가져온 것은 두 개의 물품이었다. 하나는 나전 상자였고, 또 하나는 금비녀였다. 그 두 가지는 모두 결혼날 현종이 기념으로 준 물건이었다. “이것을 폐하께 드리시오. 옛 사랑의 추억입니다.”


釵留一股合一扇

금비녀도 나전 상자도 한 쪽씩 나누어 두려고29)

釵擘黃金合分鈿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눕니다.

但敎心似金鈿堅

다만 마음을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게 한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으리다.30)


❙ 注 疏1)一股(일고):비녀의 한 쪽. 一扇(일선):뚜껑 달린 상자의 뚜껑 또는 상자 중 한 쪽. 2)天上人間(천상인간):지금은 천상에 있는 나(귀비)와 인간계에 있는 현종이지만. 뒤이어 여인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이 금비녀와 나전 상자처럼 지금은 비록 천상과 인간 세상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서로의 마음이 이 금비녀의 황금처럼 또한 나전 상자의 조개처럼 굳세기만 하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폐하에게 전해 주시오.’ 수도자는 다시 한번 엎드리며 말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이 두 가지 물품도 틀림없이 전하겠습니다.


臨別殷勤重寄詞

이별하며 은근히 전할 말을 부치노니31)

詞中有誓兩心知

말 속에 서약 있어 두 사람만 알 것이라.32)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석날 장생전에서 있었던 일로33)

夜半無人私語時

밤 깊어 사람이 없을 때 비밀스럽게 속삭인 말씀.34)


❙ 注 疏1)寄詞(기사):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함. 2)兩心知(양심지):현종과 귀비 두 사람의 마음만이 알고 있다. 3)長生殿(장생전):화청궁 안에 있는 궁전. 4)私語:비밀스런 속삭임.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폐하께서 믿지 못하실지 모릅니다. 혹시 폐하만이 아시는 비밀된 말씀이라도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을 증거로 폐하께 복명하겠습니다.” 선녀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보 10년 칠월 칠석 날, 우리는 이산에 있는 이궁 장생전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 년에 단 한번 만난다고 하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축복하였습니다. 밤이 깊어 시종들도 옆에서 떠났을 때 폐하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둘은 저 천상의 연인들처럼 다음 세상에서도 그리고 또 그 다음 세상에서도 부부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맹세는 우리 둘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말씀드리십시오.” 이것이 이별에 즈음한 선녀의 말이었다.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 되고35)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자고 했소.36)

天長地久有時盡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어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37)

此恨綿綿無絶期

이들의 恨은 잇고 이어져 끊어질 때 없으리라.38)


❙ 注 疏1)比翼鳥(비익조):남쪽 나라에 사는 새. 암컷과 수컷이 날개가 붙어 있어 언제나 함께 난다고 하는 새. 금슬 좋은 부부에 비유함. 2)連理枝(연리지):나무 밑둥은 두 개의 나무이지만 가지 부분이 하나로 달라붙어 있는 나무. 부부의 애정이 깊은 것에 비유함. 3)天長地久(천장지구):老子에 나오는 말. 4)綿綿(면면):오래오래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상태.
이 마지막 두 구절에서 “장한가”라는 제목이 나왔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음과 동시에 불행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의 불행은 모든 사랑의 행복을 사라지게 하고 한스러움만 남긴다. 그래서 “천장지구”지만 “차한면면”하여 “다함없는 한스러운 노래” 곧 “장한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장안의 기녀들은 “저는 백 학사의 장한가 전부를 암송하고 있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의 화대로는 안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시인 자신이 그의 친구인 원진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말하고 있다. 즉, 이 노래는 발표되자 즉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애송되었던 것이다.

 

[서안 화청지]

http://blog.naver.com/gayoung011/2004386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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