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다리가 비록 짧아도 이어주면 근심하고
학이 다리가 비록 길어도 자르면 슬퍼한다
[주]장자의 이상향은 ‘무하유지향(無何有之響)’이다. 주지하듯이 ‘무위자연(無爲自然)’, 인위적인 것을 배격하고 자연과 천성을 유지하는 것이 도가의 주장이다. 중국인들의 느긋함, 그 만만디 정신은 상당부분 도가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장자에는 유가(儒家)를 공격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있는데, 이것은 장자 사후에 끼어넣은 위작(僞作)이라는 설이 있는데, 아마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자의 시대인 전국시대는 도가의 전성기였고, 서력기원전 200년경 한(漢) 나라 무제(武帝)가 천하를 통일하고 유학을 통치이념으로 채택하기까지 유자(儒者)들의 활동은 미미했다. 후한에 이르기까지 한나라 400년은 음양가(陰陽家)들의 전성시대였던 만큼, 민간에서는 도가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더군다나 한나라 이전이라면 도가에서 유가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유(儒)’字에는 ‘난장이’라는 뜻도 있는 걸 보면 당시에는 유자들을 좀 잣달고 좀스럽게 본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유의 숲인 <장자>에 잠시 발을 담가 본다.
기능성 때문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성형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할 때 내가 자주 원용하는 경구이다.
장자 외편
騈拇변무
인의덕성의 존중과 논리는 쓸데없다
- 장자(외편) ; 제8편 변무[1]-
騈拇枝指,
병무지지,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붙어버린 변무나 손가락이 여섯인 육손이는
出乎性哉!
출호성재! 자연에서 나온 것이지만
而侈於德.
이치어덕. 정상적인 인간의 본성에서 보면 군더더기이다.
附贅縣疣,
부췌현우, 사마귀나 늘어진 혹은
出乎形哉!
출호형재! 몸에서 나왔지만
而侈於性.
이치어성. 인간의 본성에서 보면 군더더기이다.
多方乎仁義而用之者,
다방호인의이용지자, 인의를 너무 중시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은
列於五藏哉!
열어오장재! 그것이 오장에 딸려 있는 것이라 해도
而非道德之正也.
이비도덕지정야. 도덕의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是故騈於足者,
시고병어족자, 발가락이 달라붙는 것은
連無用之肉也.
연무용지육야. 쓸데없는 살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며,
枝於手者,
지어수자, 손에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것은
樹無用之指也.
수무용지지야. 쓸데없는 손가락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이다.
騈枝於五藏之情者,
병지어오장지정자, 오장의 진실한 기능에 쓸데없는 것을 덧붙여서 존중하는 사람들은
淫僻於仁義之行,
음벽어인의지행, 인의의 행위에 지나치게 치우치려고,
而多方於聰明之用也.
이다방어총명지용야. 밝은 귀와 밝은 눈의 사용을 너무 존중하는 것이다.
列於五藏哉!
열어오장재! 그것이 오장에 딸려 있는 것이라 해도
而非道德之正也.
이비도덕지정야. 도덕의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是故騈於足者,
시고병어족자, 발가락이 달라붙는 것은
連無用之肉也.
연무용지육야. 쓸데없는 살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며,
枝於手者,
지어수자, 손에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것은
樹無用之指也.
수무용지지야. 쓸데없는 손가락이 하나 더 붙어 있는 것이다.
騈枝於五藏之情者,
병지어오장지정자, 오장의 진실한 기능에 쓸데없는 것을 덧붙여서 존중하는 사람들은
淫僻於仁義之行,
음벽어인의지행, 인의의 행위에 지나치게 치우치려고,
而多方於聰明之用也.
이다방어총명지용야. 밝은 귀와 밝은 눈의 사용을 너무 존중하는 것이다.
是故騈於明者,
시고병어명자, 그러므로 눈밝음이 너무 지나친 사람은
亂五色,
란오색, 오색에 혼란을 일으키고
淫文章,
음문장, 아름다운 무늬에 빠져
靑黃黼黻之煌煌非乎?
청황보불지황황비호? 파란색, 노란색과 무늬의 화려함을 만드는 것이다.
而離朱是已.
이리주시이. 이주 같은 사람이 그 예이다.
多於聰者,
다어총자, 귀밝음이 지나친 사람은
亂五聲,
란오성, 오성(五聲)에 혼란을 일으키고
淫六律,
음육률, 육률(六律)에 빠져,
金石絲竹黃鐘大呂之聲非乎?
금석사죽황종대려지성비호? 쇠나 돌과 실과 대로 만든 악기와 황종과 대여와 같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而師曠是已.
이사광시이. 사광 같은 사람이 그 예이다.
枝於仁者,
지어인자, 인(仁)을 쓸데없이 중시하는 사람은
擢德塞性以收名聲,
탁덕색성이수명성, 덕을 빼내고 본성을 막아서 명예를 거두어
使天下簧鼓以奉不及之法非乎?
사천하황고이봉불급지법비호? 세상 사람들[생황과 북]에게 따를 수 없는 법도를 받들게 하니 仁에 지나친 것이 아닌가?
而曾史是已.
이증사시이. 증삼(曾參)과 사추(史鰌)같은 사람이 그 예이다.
騈於辯者,
병어변자, 변설을 중시하는 사람은
累瓦結繩竄句,
루와결승찬구, 깨어진 기와조곡을 쌓아놓고 새끼줄로 묶으려는 것처럼 문구나 천착하여
遊心於堅白同異之閒,
유심어견백동이지한, 견백동이의 궤변[공손룡:단단한 돌과 흰 돌은 동일한 물건이 아니다)에 마음을 쓰면서
而敝跬譽無用之言非乎?
이폐규예무용지언비호? 애써 쓸데없는 말을 자랑하니 변론에 지나친 자가 아닌가?
而楊墨是已.
이양묵시이. 양자나 묵자 같은 사람이 그 예이다.
故此皆多騈旁枝之道,
고차개다병방지지도, 그러므로 이런 것은 모두가 쓸데없는 것을 존중하고 소용없이 덧붙은 것을 존중하는 도이며,
非天下至至正也.
비천하지지정야. 천하의 지극한 올바른 도는 아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 장자(외편) ; 제8편 변무[2]-
彼至正者,
피지정자, 올바른 경지에 이른 사람은
不失其性命之情.
불실기성명지정. 그의 본성과 운명의 진실함을 잃지 않는다.
故合者不爲騈,
고합자불위병, 그러므로 합쳐져 있다 해도 쓸데없이 들러붙지 않고,
而枝者不爲岐.
이지자불위기. 갈라져 있다 해도 소용없이 덧붙어 있지 않고,
長者不爲有餘,
장자불위유여, 길다 해도 남는 것이 없고,
短者不爲不足.
단자불위부족. 짧다 해도 부족하지 않다.
是故鳧脛雖短,
시고부경수단, 물오리의 다리는 비록 짧지만
續之則憂.
속지칙우. 길게 늘여주면 걱정하게 될 것이며,
鶴脛雖長,
학경수장,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斷之則悲.
단지칙비. 짧게 잘라주면 슬퍼하게 될 것이다.
故性長非所斷,
고성장비소단, 본성이 길면 잘라주지 않아도 되고,
性短非所續,
성단비소속, 본성이 짧으면 이어주지 않아도 된다.
無所去憂也.
무소거우야.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意仁義其非人情乎!
의인의기비인정호! 인의는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 아니다.
彼仁人何其多憂也?
피인인하기다우야? 어진 사람이란 얼마나 많은 걱정을 지니고 있는가?
且夫騈於拇者,
차부병어무자, 또한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붙어 있는 사람은
決之則泣.
결지칙읍. 그것을 갈라주면 아파 울 것이다.
枝於手者,
지어수자, 손가락이 하나 더 달린 육손이는
齕之則啼.
흘지칙제. 덧달린 손가락을 잘라주면 또한 아파 울 것이다.
二者或有餘於數,
이자혹유여어수,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숫자상 남음이 있고,
或不足於數,
혹부족어수, 한 쪽은 부족함이 있다.
其於憂一也.
기어우일야. 그러나 그 사람들의 걱정은 한가지이다.
今世之仁人,
금세지인인, 지금 세상의 어진 사람들은
蒿目而憂世之患.
호목이우세지환. 눈을 멀쩡히 뜨고서 세상의 환란을 걱정한다.
不仁之人,
불인지인, 어질지 않은 사람들은
決性命之情而饕貴富.
결성명지정이도귀부. 타고난 본성의 진실한 모습을 버리고 부귀를 탐내고 있다.
故曰仁義其非人情乎!
고왈인의기비인정호! 그러니 인의는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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