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북한 국문학사에는 <호질>은 안 보이고, 대신 <범의 꾸중>이라 번역해 사용합니다. 최상의 권위를 지닌 북곽이 최하위의 지위로 추락했다가 말짱하게 권위를 회복하는 사건 전개로 풍자소설의 완벽한 구조를 구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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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虎叱)-박지원(朴趾源)

호질(虎叱)-박지원(朴趾源) 호랑이의 질책-박지원(朴趾源) 虎睿聖文武慈孝智仁雄勇壯猛(호예성문무자효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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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虎叱) -박지원

 

[1]범 이야기

1)범의 위엄은 허상이다

 

虎睿聖文武(호예성문무) : 범은 모든 일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착하고 성스러우며, 문채롭고 무인다우며,

慈孝智仁(자효지인) : 인자롭고 효성이 지극하며, 슬기롭고 어질며,

雄勇壯猛(웅용장맹) : 기운차고 날래며, 용맹스럽고 사나워

天下無敵(천하무적) : 천하에 대적할 이가 없다.

然狒胃食虎(연비위식호) : 그러나 비위는 호랑이를 먹고,

竹牛食虎(죽우식호) : 죽우도 호랑이를 먹고,

駮食虎(박식호) : 박도 호랑이를 먹고,

五色獅子食虎於巨木之岫(오색사자식호어거목지수) : 오색사자도 큰 나무의 꼭대기에서 호랑이를 먹고,

玆白食虎(자백식호) : 자백도 호랑이를 먹고,

표犬飛食虎豹(표견비식호표) : 표견도 날아서 호랑이를 잡아 먹고

黃要取虎豹心而食之(황요취호표심이식지) : 황요 등은 호랑이의 심장을 취하여 먹는다.

猾無骨爲虎豹所呑(활무골위호표소탄) : 활이란 동물은 뼈가 없는 관계로 호랑이가 꿀떡 삼켜 버리면

內食虎豹之肝(내식호표지간) : 뱃속에 들어가서 그 간을 먹으며,

酋耳遇虎(추이우호) : 추이(酋耳)란 짐승은 호랑이를 만나면

則裂而啖之(칙렬이담지) :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먹는 습성이 있다.

虎遇猛㺎(호우맹용) : 그리고 호랑이가 맹용을 만나면

則閉目而不敢視(칙폐목이불감시) : 무서워서 눈을 감고 보지도 못한다.

人不畏猛㺎而畏虎(인불외맹㺎이외호) : 그러나 사람은 이와는 반대로 맹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虎之威其嚴乎(호지위기엄호) : 어쨌든 호랑이의 위세란 대단한 것인저.

 

[주D-001]비위(狒胃) : 짐승 이름. 비비(狒狒)의 일종.
[주D-002]박(駮) : 말과 같은 짐승인데, 《산해경(山海經)》에, “몸은 희고 꼬리는 검으며 외뿔에 범처럼 생겼으며, 어금니와 발톱을 가졌고,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3]오색 사자(五色獅子) : 호회(虎薈)에, “누런 털에 오색이 찬란하고, 꼴은 사자와 같다.” 하였다.
[주D-004]자백(玆白) : 《급총궐서(汲冢闕書)》에, “꼴이 말 같으며, 톱니가 날카로워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5]표견(䶂犬) : 거수국(渠搜國)에 있는 개. 일명은 노견(露犬)인데, 날아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6]황요(黃要) : 개의 일종. 표범과 비슷하고, 허리 이상은 누르고 이하는 검으며, 작은 놈은 청요(靑要)라 하는데, 요(要)는 요(腰)와 같다.
[주D-007]활(猾) : 범의 입에 들어가도 범이 물지 못한다. 그러면 범의 뱃속에서부터 먹어 나온다.
[주D-008]추이(酋耳) : 범의 일종. 크고 꼬리가 길다 한다.

 

2)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그 창귀는 굴각, 이올, 육혼이 되어 범을 돕는다

 

虎食狗則醉(호식구칙취) : 범이 개를 잡아먹으면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하고

食人則神(식인칙신) : 범이 사람을 한번 잡아먹으면 신들린 듯하다

虎一食人(호일식인) : 호랑이가 한번 사람을 먹으면

其倀爲屈閣(기창위굴각) : 그 창귀가 굴각이 되어

在虎之腋(재호지액) : 범의 겨드랑이에 붙어 살면서

導虎入廚(도호입주) : 범을 남의 집 부엌에 인도하여서

舐其鼎耳(지기정이) : 솥전을 핥으면

主人思饑(주인사기) : 그 집 주인이 갑자기 시장끼를 느껴

命妻夜炊(명처야취) : 한밤중이라도 아내더러 밥을 지으라고 하게 된다

虎再食人(호재식인) : 두번째로 그 사람을 잡아 먹는다.

其倀爲彛兀(기창위이올) : 그러면 창귀는 이올이란 귀신이 되어서

在虎之輔(재호지보) : 호랑이의 볼에 붙어 다니며

升高視虞(승고시우) : 높은 곳에 올라 우를 살핀다.

若谷穽弩(약곡정노) : 만약 산골짜기에 이르러서 함정이 있으면

先行釋機(선행석기) : 먼저 가서 위험이 없도록 차귀를 풀어 놓는다.

虎三食人(호삼식인) : 호랑이가 세번째로 사람을 잡아 먹으면

其倀爲鬻渾(기창위죽혼) : 그 창귀는 육혼이란 귀신이 되어서

在虎之頤(재호지이) : 호랑이 턱에 붙어서

多贊其所識朋友之名(다찬기소식붕우지명) : 그가 평소에 잘 알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댄다.

 

3)창귀들이 추천한 저녁 메뉴

 

(1)상투 튼 선비

 

虎詔倀曰(호조창왈) : 어느 날 범이 창귀를 불러 놓고 하는 말이,

日之將夕(일지장석) : "오늘도 곧 날이 저무는데

于何取食(우하취식) : 어디 가서 먹을 것을 구한단 말이냐." 하니

屈閣曰(굴각왈) : 굴각이 대답하기를,

我昔占之(아석점지) : "제가 전에 점쳐 보았더니

匪角匪羽(비각비우) : 뿔을 가진 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닌

黔首之物(검수지물) : 검은 머리를 가진 것이

雪中有跡(설중유적) : 눈 위에 발자국이

彳亍踈武(척촉소무) : 비틀비틀 성긴 걸음,

瞻尾在腦(첨미재뇌) : 뒤통수에 꼬리가 붙어

莫掩其尻(막엄기고) : 꽁무니를 감추지 못하는 그런 놈입니다." 하니

 

[주D-009]뿔……놈입니다 : 사람을 가리킨다.

 

(2)의원

 

彛兀曰(이올왈) : 다음에 이올이 말하기를,

東門有食(동문유식) : "동문에 먹을 것이 하나 있는데,

其名曰醫(기명왈의) : 그 놈의 이름은 의원(醫員)이라고 합니다.

口含百草(구함백초) : 의원(醫員)은 약초를 다루고 먹으니

肌肉馨香(기육형향) : 그 고기도 별미(別味)인 줄로 아옵니다.

 

(3)무당

 

西門有食(서문유식) : 그리고 서문에도 먹을 것이 있는데

其名曰巫(기명왈무) : 그것은 무당입니다.

求媚百神(구미백신) : 그 계집은 천지 신명께 온갖 미태(媚態)를 부리고

日沐齊潔(일목제결) : 매일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여

請爲擇肉於此二者(청위택육어차이자) : 깨끗하고 맛있는 계집이오니 이 둘 중에서 골라서 잡수시길 바라옵니다." 라고 추천했다.

 

(4)범이 화를 내다

 

虎奮髯作色曰(호분염작색왈) : 범이 화를 내며 하는 말이,

醫者疑也(의자의야) : "의(醫)란 의(疑)인데

以其所疑而試諸人(이기소의이시제인) : 저 자신도 의심스러운 것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하여,

歲所殺常數萬(세소살상수만) : 해마다 죽이는 것이 항상 몇 만이 넘는다.

巫者誣也(무자무야) : '무(巫)란 무(誣)인데

誣神以惑民(무신이혹민) : 결국 무당이란 귀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니

歲所殺常數萬(세소살상수만) : 해마다 목숨 잃는 것이 수만이나 된다

衆怒入骨(중노입골) : 그래서 여러 사람의 노여움은 그들의 뼈 속에까지 스며들어

化爲金蚕(화위금잠) : 금잠이란 벌레가 되어서

毒不可食(독불가식) : 독기가 있어 먹을 수 없다."

 

[주D-010]금잠(金蠶) : 《박물지(博物志)》에, “남방 사람이 금잠을 기르는데, 촉금(蜀錦)을 먹이고, 그 똥을 음식 속에 넣으면 독이 있다.” 하였다.

 

(5)석덕지유를 추천했으나 범은 역시 못마땅해하다

 

鬻渾曰(죽혼왈) : 이에 육혼이 또 말한다.

有肉在林(유육재림) : "어떤 고기가 저 숲속에 있는데

仁肝義膽(인간의담) : 인자한 염통과 의기로운 쓸개며

抱忠懷潔(포충회결) : 충성스런 마음을 지니고 순결한 지조를 품었으며,

戴樂履禮(대악리례) : 악은 머리 위에 이고 예는 신처럼 신고 다닌답니다.

口誦百家之言(구송백가지언) : 뿐만 아니라 그는 입으로 제자(諸子)백가(百家)의 말들을 외며,

心通萬物之理(심통만물지리) :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통했으니

名曰碩德之儒(명왈석덕지유) : 그의 이름은 석덕지유라 하옵니다.

背盎軆胖(배앙체반) : 등살이 오붓하고 몸집이 기름져서

五味俱存(오미구존) : 오미(五味)를 갖추고 있답니다." 하였다.

虎軒眉垂涎(호헌미수연) : 범이 그제야 눈썹을 치켜세우고 침을 내리 흘리며

仰天而笑曰(앙천이소왈) : 하늘을 쳐다보고 씽긋 웃으면서 말한다.

朕聞如何(짐문여하) : "짐(朕)이 이를 좀더 상세히 듣고자 하니 자세히 말하라." 했다.

倀交薦虎曰(창교천호왈) : 그러자 창귀들이 서로 범에게 추천하기를,

一陰一陽之謂道(일음일양지위도) : "일 음· 일 양을 도(道)라 하옵는데,

儒貫之(유관지) : 저 유가 이를 꿰뚫으며

五行相生(오행상생) : 오행(五行)이 서로 낳고

六氣相宣(륙기상선) : 육기(六氣)가 서로 이끌어 주는데,

[주D-011]육기(六氣) : 음(陰)ㆍ양(陽)ㆍ풍(風)ㆍ우(雨)ㆍ회(晦)ㆍ명(明).

 

儒導之(유도지) : 저 유가 이를 조화시킨다고 합니다.

食之美者無大於此(식지미자무대어차) : 그러니 먹어서 맛이 있는 것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으리라."

虎愀然變色易容而不悅曰(호초연변색역용이불열왈) : 범이 이 말을 듣고 문득 추연히 낯빛을 붉히며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陰陽者(음양자) : "아니야, 저 음·양이란 것은

一氣之消息也而兩之(일기지소식야이량지) : 한 기운의 생성과 소멸에 불과하다거늘 그들이 두 가지를 겸했으니

其肉雜也(기육잡야) : 그 고기가 잡될 것이며,

五行定位(오행정위) : 오행이 각기 제 자리에 있어서

未始相生(미시상생) : 애당초 서로 낳는 것은 아니거늘

乃今强爲子母(내금강위자모) : 이제 그들이 억지로 자·모로 갈라서

分配醎酸(분배함산) : 짜고 신맛을 분배시켰으니

其味未純也(기미미순야) : 그 맛이 순하지 못할 것이며,

六氣自行(륙기자행) : 육기는 스스로 행하는 것이어서

不待宣導(불대선도) : 남이 이끌어줌을 기다릴 것이 없거늘

乃今妄稱財相(내금망칭재상) : 이제 그들이 망녕되어 재성·보상이라 일컬어서

[주D-012]재성(財成)ㆍ보상(輔相) : 《역경(易經)》에, “천지의 도를 마련해 이룩하며, 천지의 의(宜)를 도와 준다.” 하였다.

 

私顯己功(사현기공) : 사사로이 자기 공을 세우려 하니,

其爲食也(기위식야) : 그것을 먹는다면

無其硬强滯逆而不順化乎(무기경강체역이불순화호) : 어찌 딱딱하여 가슴에 체하거나 목구멍에 구역질이 나서 순하게 소화가 되지 못할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2]북곽선생과 동리자의 러브스토리

 

1)북곽선생

 

鄭之邑(정지읍) : 정나라 어느 고을에

有不屑宦之士曰(유불설환지사왈) :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北郭先生(북곽선생) : '북곽 선생(北郭先生)'이었다.

行年四十(행년사십) : 그는 나이 마흔에

手自校書者萬卷(수자교서자만권) : 손수 교정(校訂)해 낸 책이 만 권이었고,

敷衍九經之義(부연구경지의) : 또 육경(六經)의 뜻을 부연해서

[주D-013]구경(九經) : 《역경(易經)》ㆍ《서경(書經)》ㆍ《시경(詩經)》ㆍ《춘추좌전(春秋左傳)》ㆍ《예기(禮記)》ㆍ《주례(周禮)》ㆍ《효경(孝經)》ㆍ《논어(論語)》ㆍ《맹자(孟子)》.

 

更著書一萬五千卷(경저서일만오천권) :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었다.

天子嘉其義(천자가기의) : 천자(天子)가 그의 행의(行義)를 가상히 여기고

諸侯慕其名(제후모기명) : 제후(諸侯)가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2)동리자

 

邑之東(읍지동) : 그 고장 동쪽에는

有美而早寡者(유미이조과자) : 미모의 과부가 있었는데,

曰東里子(왈동리자) : 동리자(東里子)라는고 불렀다

天子嘉其節(천자가기절) :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諸侯慕其賢(제후모기현) :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環其邑數里而封之(환기읍수리이봉지왈) : 그 마을의 둘레를 봉(封)해서

東里寡婦之閭'동리과부지려'라고 정표(旌表)해 주기도 했다.

東里子善守寡(동리자선수과) : 이처럼 동리자가 수절을 잘 하는 부인이라 했는데,

然有子五人(연유자오인) : 실은 슬하의 다섯 아들이

各有其姓(각유기성) : 각기 성이 달랐다.

 

3)五子의 정탐

 

五子相謂曰(오자상위왈) : 어느 날 밤, 다섯 놈의 아들들이 서로 이르기를,

水北鷄鳴(수북계명) :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水南明星(수남명성) :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室中有聲(실중유성) :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何其甚似北郭先生也(하기심사북곽선생야) : 어찌도 그리 북곽 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하고

兄弟五人(형제오인) : 다섯 놈이

迭窺戶隙(질규호극) :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4)동리자의 구애와 북곽의 반응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동리자청어북곽선생왈) :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이르기를

久慕先生之德(구모선생지덕) :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금야원문선생독서지성) : 오늘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하고 간청하매,

北郭先生(북곽선생) : 북곽 선생은

整襟危坐而爲詩曰(정금위좌이위시왈) :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었다.

䲶鴦在屛(䲶앙재병) :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耿耿流螢(경경류형) : 반딧불 흘러 잠 못 이룬다

維鬵維錡(유심유기) : 저기 저 가마솥 세발 솥은

云誰之型(운수지형) :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한다.

興也(흥야):흥야라 (興-연상법)

 

[주D-014]가마솥과……만들었나 : 발 없는 가마솥과 세발솥은 그 모형이 다 다르다. 이로써 성 다른 다섯 아들에게 비하였다. 대체 다섯 아이들이 성도 다르고 얼굴도 같지 않으니, 이는 어떤 잡놈들과 관계해서 이런 것들을 낳았다는 의미.
[주D-015]흥이라[興也] : 육의(六義)의 하나. 먼저 어떤 다른 물건을 읊어서 그 목적하고 있는 것을 끄집어 일으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원앙새를 먼저 이끌어서 남녀의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다.육의는 [風雅頌/比賦興]

 

 

5)五子의 공격에 추락하는 북곽의 권위

-도망치다 들판의 똥통에 빠지다

 

五子相謂曰(오자상위왈) : 다섯 놈이 서로 소곤대기를,

禮不入寡婦之門(례불입과부지문) : "예의 상으로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 없다

北郭先生賢者也(북곽선생현자야) : 북곽 선생은 현자이니까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오문정지성문괴이호혈언) :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대.

吾聞狐老千年(오문호로천년) :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能幻而像人(능환이상인) :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단다.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是其像北郭先生乎(시기상북곽선생호) : 저건 바로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하고

相與謀曰(상여모왈) : 함께 의논했다.

吾聞得狐之冠者(오문득호지관자) :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家致千金之富(가치천금지부) :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得狐之履者(득호지리자) :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能匿影於白日(능닉영어백일) :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得狐之尾者(득호지미자) :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주D-016]여우의 꼬리 : 꼬리라 하였지마는, 사실은 샅을 일컬었다.

 

善媚而人悅之(선미이인열지) :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더라.

何不殺是狐而分之(하불살시호이분지) : 어찌 저 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지 않으랴."

於是五子共圍而擊之(어시오자공위이격지) : 다섯 놈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 갔다.

 

北郭先生大驚遁逃(북곽선생대경둔도) : 북곽 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恐人之識己也(공인지식기야) :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서

以股加頸(이고가경) : 두 다리 사이에 목을 들이박고

鬼舞鬼笑(귀무귀소) :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出門而跑(출문이포) :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乃陷野窖(내함야교) :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穢滿其中(예만기중) :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6)들판의 똥통에서 기어나오던 북곽이 범과 맞딱뜨리다

-북곽 범을 만나 아유하다

 

攀援出首而望(반원출수이망) : 간신히 기어올라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有虎當徑(유호당경) : 뜻밖에 범이 길목에 앉아 있었다.

虎顰蹙嘔哇(호빈축구왜) : 범은 북곽 선생을 보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掩鼻左首而噫曰(엄비좌수이희왈) : 코를 싸쥐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고 이르기를,

儒句臭矣(유구취의) : "유자여! 더럽다."

北郭先生頓首匍匐而前(북곽선생돈수포복이전) : 북곽 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범 앞으로 기어 가서

三拜以跪(삼배이궤) :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仰首而言曰(앙수이언왈) : 머리를 쳐들고 우러러 아뢴다.

虎之德其至矣乎(호지덕기지의호) : "호랑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大人效其變(대인효기변) : 대인(大人)은 그 변화를 본받고,

帝王學其步(제왕학기보) :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

人子法其孝(인자법기효) : 자식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將帥取其威(장수취기위) :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

名並神龍(명병신룡) : 거룩하신 이름은 신령스런 용(龍)의 짝이 되는지라,

一風一雲(일풍일운) : 풍운이 조화를 부리시매니

下土賤臣(하토천신) :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은

敢在下風(감재하풍) :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나이다."

 

[주D-017]대인(大人)은……본받고 : 《역경(易經)》에 나오는 구절.
[주D-018]제왕(帝王)은……배우며 : 《송사(宋史)》 태조기(太祖紀)에 나오는 말.
[주D-019]남의……본받고 : 《서경(書經)》 채침(蔡沈)의 주(註)에 나오는 말.
[주D-020]장수는……취하며 : 무관직에는 범호(虎) 자를 많이들 쓴다. 예를 들면 촉한(蜀漢) 때의 오호대장(五虎大將)과 같은 것.
[주D-021]신룡(神龍)과……일으키시니 : 《역경》에 나오는 말.

 

 

[3]범의 꾸중


1)유(儒)는 유(諛)라

 

 

 

 

 

虎叱曰(호질왈) : 범은 북곽 선생을 여지없이 꾸짖었다 毋近前(무근전) :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曩也吾聞之(낭야오문지) : 접때 내가 들으니

儒者諛也(유자유야) : 내 듣건대 유(儒)는 유(諛)라 하더니 果然(과연) : 과연 그렇구나. 汝平居集天下之惡名(여평거집천하지악명) :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妄加諸我(망가제아) : 망령되이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今也急而面諛(금야급이면유) :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將誰信之耶(장수신지야) : 장차 누가 이를 믿겠느냐?

2)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다


夫天下之理一也(부천하지리일야) :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다. 虎誠惡也(호성악야) : 범의 본성(本性)이 악한 것이라면 人性亦惡也(인성역악야) : 인간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人性善則虎之性亦善也(인성선칙호지성역선야) :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 것이라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汝千語萬言(여천어만언) : 너희들의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不離五常(불리오상) : 오상륜(五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戒之勸之(계지권지) :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恒在四綱(항재사강) : 항상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다. [주D-022]오상(五常) : 부의(父義)ㆍ모자(母慈)ㆍ형우(兄友)ㆍ제공(弟恭)ㆍ자효(子孝).
[주D-023]사강(四綱) :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

 

然都邑之間(연도읍지간) : 그런데 도회지에 無鼻無趾(무비무지) : 코 베이고, 발꿈치 짤리고, 文面而行者(문면이행자) : 얼굴에다 자자(刺字)질하고 다니는 것들은 皆不遜五品之人也(개불손오품지인야) :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然而徽墨斧鉅(연이휘묵부거) :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刑具)를 日不暇給(일불가급) : 매일 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莫能止其惡焉(막능지기악언) :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而虎之家自無是刑(이호지가자무시형) :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로 보면 虎之性不亦賢於人乎(호지성불역현어인호) :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3)범의 도리는 광명 정대(光明正大)하다


虎不食草木(호불식초목) :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不食虫魚(불식충어) :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不嗜麴蘖悖亂之物(불기국얼패란지물) :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不忍字伏細瑣之物(불인자복세쇄지물) :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入山獵麕鹿(입산렵균록) :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在野畋馬牛(재야전마우) :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未甞爲口腹之累飮食之訟(미상위구복지루음식지송) :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 虎之道(호지도) : 범의 도리가 豈不光明正大矣乎(기불광명정대의호) : 어찌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지 않은가.

4)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나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


虎之食麕鹿(호지식균록) :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而汝不疾虎(이여불질호) :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虎之食馬牛(호지식마우) :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而人謂之讐焉(이인위지수언) : 사람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豈非麕鹿之無恩於人(기비균록지무은어인) : 어찌 노루나 사슴은 사람들에게 은공이 없고 而馬牛之有功於汝乎(이마우지유공어여호) : 소나 말은 유공(有功)하기 때문이 아니냐? 然而不有其乘服之勞戀效之誠(연이불유기승복지로련효지성) : 그런데 너희들은 소나 말들이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갖지 않고 日充庖廚(일충포주) : 날마다 푸줏간을 채워 角鬣不遺(각렵불유) : 뿔과 갈기도 남기지 않고, 而乃復侵我之麕鹿(이내부침아지균록) : 다시 우리의 노루와 사슴을 침노하여 使我乏食於山(사아핍식어산) :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도 들에도 缺餉於野(결향어야) :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使天而平其政(사천이평기정) :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汝在所食乎所捨乎(여재소식호소사호) : 너희는 나의 먹이가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5)잔인하고 박행함이 인간보다 더한 것은 없다


夫非其有而取之(부비기유이취지) :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謂之盜(위지도) : 도(盜)라 하고, 殘生而害物者(잔생이해물자) :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謂之賊(위지적) : 적(賊)이라 하나니, 汝之所以日夜遑遑(여지소이일야황황) :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揚臂努目(양비노목) :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挐攫而不恥(나확이불치) :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甚者(심자) : 심한 놈은 呼錢爲兄(호전위형) : 돈을 불러 형님이라 부르고, [주D-024]돈을……부르고 : 옛날 돈이 구멍이 났으므로 공방형(孔方兄)이라 하였고, 또는 돈을 가형(家兄)이라 한 이도 없지 않았다. 진(晉) 나라 노포(魯褒)의 〈전신론(錢神論)〉에 나오는 말들.

 

求將殺妻(구장살처) :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다면 [주D-025]장수되기……일 : 전국 때 명장 오기(吳起)의 고사.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칙불가부론어륜상지도의) :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乃復攘食於蝗(내부양식어황) : 뿐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奪衣於蚕(탈의어천) :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禦蜂而剽甘(어봉이표감) : 벌을 막고 꿀을 따며, 甚者(심자) : 심한 놈은 醢蟻之子(해의지자) : 개미 새끼를 젖담아서 以羞其祖考(이수기조고) : 조상에게 제수로 진설하니
[주D-026]개미……제사하니 : 《예기》 내칙편(內則篇)에 나오는 일.

 

其殘忍薄行(기잔인박행) : 잔인하고 박행함이 孰甚於汝乎(숙심어여호) :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6)인간은 천하의 도적이다


汝談理論性(여담리론성) : 너희가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動輒稱天(동첩칭천) :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自天所命而視之(자천소명이시지) :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則虎與人(칙호여인) : 범이나 사람이나 乃物之一也(내물지일야) : 다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자천지생물지인이론지) :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則虎與蝗蚕蜂蟻與人並畜(칙호여황천봉의여인병축) :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而不可相悖也(이불가상패야) :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自其善惡而辨之(자기선악이변지) :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則公行剽刦於蠭蟻之室者(칙공행표겁어蠭의지실자) :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獨不爲天地之巨盜乎(독불위천지지거도호) :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이 되지 않겠는가?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사연양절어황천지자자) :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獨不爲仁義之大賊乎(독불위인의지대적호) :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이 아니겠는가?

7)동류끼리 잡아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虎未甞食豹者(호미상식표자) : 범이 일찍이 표범을 잡아먹지 않는 것은 誠爲不忍於其類也(성위불인어기류야) : 동류를 차마 그럴 수 없어서이다. 然而計虎之食麕鹿(연이계호지식균록) : 그런데 범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食麕鹿之多也(불약인지식균록지다야) :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으며, 計虎之食馬牛(계호지식마우) : 범이 말과 소를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食馬牛之多也(불약인지식마우지다야) : 사람이 말과 소를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다. 計虎之食人(계호지식인) :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相食之多也(불약인지상식지다야) : 사람이 서로를 잡아 먹는 것만큼 많지 않다. 去年關中大旱(거년관중대한) : 지난해 관중(關中)이 크게 가물자 民之相食者數萬(민지상식자수만) :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고, 往歲山東大水(왕세산동대수) : 전해에는 산동(山東)에 홍수가 나자 民之相食者數萬(민지상식자수만) :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相食之多(기상식지다) : 사람들이 서로 많이 잡아먹기로야 又何如春秋之世也(우하여춘추지세야) : 춘추(春秋) 시대 같은 때가 있었을까? 春秋之世(춘추지세) : 춘추 시대에 樹德之兵十七(수덕지병십칠) : 공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 열에 일곱이었고, 報仇之兵十三(보구지병십삼) :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이 열에 셋이었는데, 流血千里(류혈천리) : 흘린 피가 천 리에 물들었고, 伏屍百萬(복시백만) : 거꾸러져 죽은 시체가 백만이나 되었더니라.

8)범의 예성(睿聖)과 무용(武勇) & 인의(仁義)


而虎之家水旱不識(이호지가수한불식) : 범의 세계는 큰물과 가뭄의 걱정을 모르기 때문에 故無怨乎天(고무원호천) :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讐德兩忘(수덕량망) : 원수도 공덕도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故無忤於物(고무오어물) :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며, 知命而處順(지명이처순) : 운명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故不惑於巫醫之姦(고불혹어무의지간) : 무(巫)와 의(醫)의 간사에 속지 않고, 踐形而盡性(천형이진성) : 타고난 그대로 천성을 다하기 때문에 故不疚乎世俗之利(고불구호세속지리) :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此虎之所以睿聖也(차호지소이예성야) : 이것이 곧 범이 예성(睿聖)한 것이다.

 

窺其一班(규기일반) : 우리 몸의 얼룩무늬 한 점만 엿보더라도 足以示文於天下也(족이시문어천하야) : 족히 문채(文彩)를 천하에 자랑할 수 있으며, 不藉尺寸之兵(불자척촌지병) :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而獨任爪牙之利(이독임조아지리) : 다만 발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所以耀武於天下也(소이요무어천하야) :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彛卣蜼尊(이유유존) : 종이(宗彛)와 유준(蜼尊)은 所以廣孝於天下也(소이광효어천하야) : 효(孝)를 천하에 넓힌 것이며, 一日一擧而烏鳶螻螘(일일일거이오연루의) : 하루 한 번 사냥을 해서 까마귀나 솔개․청마구리․개미 따위에게까지 共分其餕(공분기준) : 대궁을 함께 나누어 주니 仁不可勝用也(인불가승용야) : 그 인(仁)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고, 讒人不食(참인불식) : 굶주린 자를 잡아먹지 않고, 廢疾者不食(폐질자불식) : 병든 자를 잡아먹지 않고, 衰服者不食(쇠복자불식) : 상복(喪服) 입은 자를 잡아먹지 않으니 [주D-027]고자질하는……않으니 : 이 세 가지를 먹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나라 재래로부터 내려오는 속담.

 

義不可勝用也(의불가승용야) : 그 의로운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다.
9)인간의 잔학(殘虐)

-그물, 창, 화포, 붓


不仁哉(불인재) :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 汝之爲食也(여지위식야) : 너희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여! 機穽之不足(기정지불족) :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而爲罿也罞也罛也罾也罦也罭也

(이위 동야 모야 고야 증야 부야 역야)

注]罞(모):고라니그믈. 罛(고):물고기그물. 罾(증):어망과 통발. 罦(부):덮치기. 罭(역):어망.

: 저 새 그물과 작은 노루 그물[網] , 물고기 그물과 큰 물고기 그물, 수레 그물과 삼태 그물 따위들을 만들었으니,

 

始結網罟者(시결망고자) : 처음 그것을 만들어 낸 놈이야말로 裒然首禍於天下矣(부연수화어천하의) : 세상에 가장 재앙을 끼친 자이다.

 

有鈹者 戣者 殳者 斨者 叴者 矟者 鍜者 鈼者者

(유피자 규자 수자 장자 구자 삭자 하자 작자자)

: 게다가 큰바늘과 쥘창, 날 없는 창과 도끼, 세모창과 한길 여덟 자 창, 뾰죽 창과 작은 칼, 긴 창까지 만들었지.

注] 鈹(피):종기. 째는 데 쓰이는 양날이 있는 파종침. 창. 戣(규):양지창. 殳(수):창, 모둥이. 斨(장):도끼. 厹(구):세모창. 矟(삭):삼지창. 鍜(하):목투구. 鈼(작):釜也, 鉹(창칼치)也. 礮(포):돌쇠뇌. 逞(령):굳세다, 쾌하다, 즐겁다.

 

有礮發焉(유포발언) : 화포(火砲)란 것이 있어서, 이것을 한번 터뜨리면 聲隤華嶽(성퇴화악) : 소리는 산을 무너뜨리고 火洩陰陽(화설음양) : 천지에 불꽃을 쏟아 暴於震霆(폭어진정) : 벼락치는 것보다 무섭다.
是猶不足以逞其虐焉(시유불족이령기학언) :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則乃吮柔毫(칙내연유호) : 이에 부드러운 털을 쪽 빨아서 合膠爲鋒(합교위봉) : 아교에 붙여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體如棗心(체여조심) : 그 몸은 대추씨 같고 長不盈寸(장불영촌) : 그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淬以烏賊之沫(쉬이오적지말) :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에 적셔서 縱橫擊刺(종횡격자) :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曲者如矛(곡자여모) :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銛者如刀(섬자여도) :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銳者如釖(예자여도) : 예리한 것은 낫같고, 歧者如戟(기자여극) : 두 갈래 길이 진 것은 가지창 같고, 直者如矢(직자여시) : 곧은 것은 화살 같고, 彀者如弓(구자여궁) :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此兵一動(차병일동) :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百鬼夜哭(백귀야곡) :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주D-028]보드라운……지경이라니 : 붓으로 문자를 써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다는 비유. 옛날 창힐(倉頡)이 한자(漢子)를 처음 짓자, 귀신이 밤에 울었다 하였다.

 

其相食之酷(기상식지혹) : 서로 잔혹하게 잡아먹기를 孰甚於汝乎(숙심어여호) : 너희들보다 심히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5]북곽선생의 권위회복

 

1)북곽은 범의 구중을 듣고도 경전을 들먹이며 범의 풍교를 배우겠노라 아첨한다


北郭先生離席俯伏(북곽선생리석부복) : 북곽 선생은 자리를 옮겨 부복(俯伏)해서 逡巡再拜(준순재배) : 머리를 새삼 조아리고 아뢰었다.

頓首頓首曰(돈수돈수왈) :

傳有之(전유지) :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에 일렀으되 雖有惡人(수유악인) :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齋戒沐浴(재계목욕) : 목욕 재계(齋戒)하면 則可以事上帝(즉가이사상제) : 상제(上帝)를 섬길 수 있다.’ 하였습니다. 下土賤臣(하토천신) : 하토의 천한 신하는 敢在下風(감재하풍) : 감히 아래 처지에 서옵니다.”
屛息潛聽(병식잠청) : 북곽 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久無所命(구무소명) : 오랫동안 아무 명령이 없기에 誠惶誠恐(성황성공) : 참으로 황공해서 拜手稽首(배수계수) : 절하고 조아리다가 仰而視之(앙이시지) :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東方明矣(동방명의) : 이미 먼동이 터 훤히 밝았는데 虎則已去(호칙이거) : 범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2)들에 나온 농부 만나 권위를 온전히회복하다


農夫有朝菑者(농부유조치자) : 그 때 새벽 일찍 밭 갈러 나온 농부가 있었다. 問先生何早敬於野(문선생하조경어야) : “선생님, 이른 새벽에 들판에서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北郭先生曰(북곽선생왈) : 북곽 선생은 엄숙히 말했다. 吾聞之(오문지) : “내가 들으니 시경시에謂天蓋高(위천개고) : ‘하늘이 높다 해도 不敢不局(불감불국) :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謂地蓋厚(위지개후) : 땅이 두텁다 해도 不敢不蹐(불감불척) :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 하셨느니라.”

 

[노르웨이 바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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