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풀협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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