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12화 - 우둔한 남편 (愚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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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반 집에 부부 종이 있었는데,

아내인 여종은 매우 곱고 예뻤으며 또한 영리했다.

그러나 그 여종의 남편은 우둔하고 미련해 주책이 없었다.

 

이 집주인이 그 여종 남편 몰래 여종과 정을 통하고 있었는데

여종 역시 매우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만나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하루는 낮에 주인이 여종을 데리고 후원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을 벗기고 눕힌 다음 그 위에서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열정이 한창 무르녹고 있을 때,

저쪽에서 여종의 남편이 일을 마치고

이리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주인은 얼른 몸을 일으켜

여종이 벗어놓은 치마로

누워있는 여종의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는 그 여종의 남편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여종의 남편은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반대쪽으로 멀리 피해갔다.

곧 주인은 다시 덮었던 치마를 걷고

끝나지 않은 그 놀이를 계속하여

흡족하게 정을 나누었다.

낮에 이와 같이 여종과 즐거움을 나눈 주인은

저녁때가 되자 사랑방에 나와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낮에 관계를 가졌던

그 여종의 남편이 와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 아까 낮에 주인 어른께서

어떤 여자와 재미를 보고 계실 때,

소인이 눈치를 채고 알아서 잘 피했지요? 헤헤헤" 하고

눈치 있게 미리 알아서 잘 피해 준 것을

자랑하듯이 말하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은 기특하다고 칭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그래 매우 고마웠다. 아마 그때 나하고 있던 그 여자도

네가 눈치 채고 알아서 피해주었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거다."

 

이 말에 여종의 남편은 마치 큰일을 잘 해낸 사람처럼

매우 흐뭇해하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여종의 남편은 그 길로 자기 아내에게 가서

낮에 있었던 일을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주인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여종은 

남편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여보! 주인어른에 대한 일은 누구에게도 소문내면 안돼요.

만약 소문을 내면 큰 죄가 되니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아요.

알겠지요?"

"아무렴, 내가 뭐 세 살 먹은 어린아인가?

그런 것을 남에게 말하게.

내가 눈치껏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

라고 대답하고 나서,

여종의 남편은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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