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73UqmVfRXkU

 

 

https://www.youtube.com/watch?v=mrR6tqKVoIM

대서양의 그린랜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인구 45만에  남한 면적 정도의 중립국인 작은 섬나라였다. 덴마크의 자치주였던 그 나라는 바이킹들이 세운 나라란다. 바이크는 해안의 만을 뜻하므로 해적들이 세운 게 아니라 그 만에 살던 주민들이 세운 나라가 바른 해석으로 보인다. 다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위험천만한 해적이 되었을 뿐이다.

2월18일, 인천항공서 핀랜드 AY042기로 약 10시간이 소요되는 수도 헬싱키를 거쳐,

헬싱키에서 다시 AY993편으로 약 3시간 50분이 지나 목적지인 아아슬란드의 수도 레이크비크공항에 도착했다.

관광수입이 주산업인 고래사냥을 능가하는 현재는 IMF의 부채를 벗어날 단계라는 게 한국인 출신의 아일란드인 가이드 박윤영님의 설명이었다.

나라이름을 번역하여 흔히 얼음나라로 소개하는 아이슬란드는 내게는 눈의 나라 또다른 설국이었다. 공항 근처에서 첫날밤을 일박했는데, 저녁식사차 근처 식당에 가려고 눈녹은 빙판 위에 나서서야 인터넷에서 여행의 필수장비로 아이젠을 끼워넣은 이유를 실감했다.

여행2일차 폭포관광을 위해 셀야란스포스로 이동하면서의 느낌은 그 섬나라는 얼음나라가 아니라 또다른 눈의 나라 설국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나의 뇌리에 박혔다.. 우리팀 관광객은 18명이었는데, 내게 필요한 도구들을 두루 갖춘 내 집이 천국인  나를 제외하면 동행자들 모두 노소없이 여행이 주업인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냥 그렇게 보인다는 거지,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회성인 생명의 가치는 소중하다. 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생명체 형성 이전의 소립자로 돌아갈 뿐이다.

3일차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빙하를 관광한 후 돌아오다 눈 속에 파묻힌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두어 사람 발자국뿐인 발목까지 빠지는 언덕배기 눈길을 걸어 목도한, 호수에 빙하가 드리운 눈세상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맛보지 못한 감동을 선물했다. 나를 동심의 세계로 인도했기 때문이었다. 시골에서 1950년대 초반부터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녔던 내게는 사방이 눈뿐인 그날의 풍경이 빙하 풍경 못지 않게 두고두고 인상적이었다.

동심의 세계는 모든 가치를 초월한다. 동심의 세계는 저 백색의 눈밭처럼 순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미완의 인격체이긴 하나 어린이들은 선악을 초월하여 선천적으로 참과 거짓의 세계를 분간한다. 그것이 천성이다. 세상을 망친 것은 거짓 선지자들이다.

백석과 길상화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백설과 유사한 이름을 가진, 세상에 회자되는  백석의 시 한 편을 떠올리게 된다.

나타샤는 기생인 자야, 시 속에서는 나타샤로 등장하는 대원각 경영인 김영한이다. 그녀는 길상화란 법명을 주신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에게 10년간의 간청 끝에 시주에 성공하여 축조된 사찰이 성북구에 위치한 길상사이다. 그녀는 길상사의 방 한칸을 빌어 살며 여생을 마쳤다.

조선일보 후원으로 일본의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교단에 섰던 모던보이 백석은 요정에서 자야와 사랑에 빠졌으나 기생 며느리를 거부하는 부모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했다. 그들은 끝내 남북으로 헤어져 그리움의 나날을 보냈을 뿐이었다.

흰돌과 길상화의 사랑이야기는 언제 생각해도 지루하지 않다. 당시 일천억의 대원각을 보시하며 이를 만류하는 법정스님에게, 백석의 시 한 줄과 비견할 바 못된다는 시심을 지닌 길상화님의 명복을 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白石(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사슴』.1936 ; 『백석전집』. 실천문학사. 1997 )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8130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https://www.youtube.com/watch?v=mGvzvlfdw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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