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491화 - 기생의 앞니와 무사 (西原妓下陽臺)
서원(西原) 기생하양대(下陽臺)는
재주가 있어
가무에 능했으며 용모가 뛰어나니,
그녀가 접하는 사람들은
모두 문장에 능한 문사(文士)들이었다.
하루는 이 문사들 몇 명이 모여
하양대와 술을 마셨는데,
그들은 문장 짓는 놀이도
함께 즐기면서
하양대를 시켜
다음과 같은 곡을 노래하게 했다.
今日何次例 오늘은 어찌하여 차례가 어긋나
(금일하차례)
新官對舊官 신관이 구관과 상대가 되었도다.
(신관대구관)
笑啼俱不敢 웃는 일과 우는 일을 다 할 수 없으니
(소제구부감)
方驗作人難 바야흐로 사람 노릇하기 어려움을 경험하노라.
(방험작인난)
그리하여 술도 반쯤 취한 듯했고,
하양대의 노래 소리도
구름 속으로 날아올라
흥을 돋우고 있었다.
이 때 모두 문사들인 줄 알았는데,
말석에 무사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무사는 문장을 지을 줄 모르니
무료하게 하늘만 쳐다보며
술을 마실 때,
마침 참새 한 마리가
추녀 끝에 날아와 앉는 것이 보였다.
순간, 무사는 본능적으로
탄환(彈丸)을 꺼내
참새를 향해 던졌다.
그런데 이 탄환이 날아가
처마 밑의 가로지른 나무를
세차게 치고 도로 퉁겨 나와,
입을 벌리고 노래하는
하양대의 앞니를 쳐서
부러뜨리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선비가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은 시로 읊었다.
西原佳妓下陽臺 서원의 아름다운 기생 하양대는
(서원가기하양대)
歌舞叢中獨擅才 노래와 춤으로 총중에서 재능을 독차지하네.
(가무총중독천재)
最恨當時文士會 가장 원망스러운 것은 당시 문사 모임에
(최한당시문사회)
適從何處武人來 그 때 마침 어디로부터 무인이 왔던고.
(적종하처무인래)
金丸忽入風流窺 쇠 탄환 문득 날아 풍류 구멍 들어가서
(김환홀입풍류규)
(玉齒飜成비예) 아름답던 그 이 변해 보기 싫게 열렸도다.
(옥치번성비예)
(從此요梁聲反澁) 이로부터 아름다운 소리 도리어 거칠어져
(종차요양성반삽)
空敎座客恨難裁 공연히 좌객들로 하여금 한탄하게 하는구나.
(공교좌객한난재)
이 때 문사들은
재능을 뽐내던 하양대가
이가 부러져 노래를 못하게 되니,
모두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고는
무사를 보고,
"장하도다. 무사여!
우리들의 많은 시기심을 풀어 주었도다."
라고 하면서 칭찬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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