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10- 장인을 조롱하는 사위 (壻嘲婦翁)

옛날에는 방을 길게 하나로 만들어,

중간에 간단한 칸막이를 하거나

또는 미닫이문을 달아

둘로 나누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온돌을 만들 때

부엌이 붙은 방에만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때서 먼 쪽 방에까지

연기가 나가게 해놓으니,

부엌에서 멀리 떨어진 방에는

불길이 닿지 않아 매우 추웠다.

한 사람이 처갓집에 갔는데

장인 장모는 따뜻한 방에 자고,

사위는 추운 방에서 자게 되었다.

사위가 미처 잠이 들기 전에 들으니,

장인 장모가 바야흐로 몸을 붙여

질펀하게 애정을 나누면서

어리광하듯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부인, 나는 말이야.

이렇게 몽롱할 때면

두 귀가 꽉 막혀서

귀머거리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오."

"예, 영감. 나는요,

이렇게 흥분될 때에는

사지가 탁 풀리고 전신이 늘어져

도무지 몸을 가눌 수가 없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뜨겁고 황홀한 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린 다음,

장모가 장인을 보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여보 영감,

우리가 그 흥분된 상태에서

속삭인 말이

필시 저쪽 방에 자는

사위 귀에 들렸을 것 같으니,

다른 데 가서 소문 내지 못하게

잘 타일러 주구려."

"알았소,

부인은 염려하지 마시오.

내 잘 타이르도록 하지."

 

그리고 날이 밝았다.

아침이 되자 장인은

사위를 앉혀 놓고

훈계하듯 말했다.

"자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우스갯소리를 할 때면 조심하여,

사사롭게 엿들은 소릴랑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네."

"예, 장인어른. 염려 마십시오.

이 사위는 다른 사람과 다르답니다.

남의 잘못이나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

두 귀가 꽉 막혀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요,

사지가 탁 풀려서

도무지 몸을 가눌 수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위의 말에

장인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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