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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조선 정조 때의 북학파인 박지원이 44세 때인 1780년(정조 4년)에 삼종형(8촌 형) 박명원(朴明源)이 청나라 건륭제의 만수절(萬壽節, 칠순 잔치) 사절로 북경(당시의 연경)에 갈 때 따라가서 보고 들은 것을 남긴 견문기이다. 연민 이가원이 소장하여 오다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사상가 및 서화가들이 남긴 서적 서화골동품등 문화재급 유품 3만여점을 1986년 12월 22일 기증한 자료 중에 하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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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허생전(許生傳)은 박지원이 지은 한문 소설, 고전 소설, 풍자 소설이다. 풍자·비판·현실개혁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 소설은, 집필 당시보다 약 1세기 앞선, 17세기 조선 효종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박지원은 허생과 실존 인물인 이완과의 대화를 통해 허례허식에 물들어 있고 보수적인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실용적인 사고를 촉구했다.[1]《허생전》은 현재 고등학교 국어(하) 교과서에 이우성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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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허생전

허생전 -박지원 (0)] https://kydong77.tistory.com/8089?category=487437 허생전 -박지원 [주]과거를 포기한 후 그의 삶은 북학에 취한 화려한 백수였지만 44세에 잡은 단 한 번의 연행 경험은 조선후기 저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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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과거를 포기한 후 그의 삶은 북학에 취한 화려한 백수였지만 44세에 잡은 단 한 번의 연행 경험은 조선후기 저술중 제1반열을 차지하는 불후의 명작 <열하일기> 를 기술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 연행록은 낙점에서 이별잔치, 출발 등으로 시작하지만 그의 연행록은 대뜸 '도강록'에서 시작된다. 인상 깊은 것을 적어야 한다는 글쓰기의 탄탄한 기본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현장이다. 그가 읽은 명문들은 다 그랬기 때문이다. 출사에 대한 보장은 없었지만 국가경영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20년에 걸친 북학공부를 단 한 권의 책에 녹여냈다. 국가경영에 대한 그의 경륜을 압축한 것이 <허생전>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작품의 구성도 그의 지론인 이용, 후생, 정덕, 현실비판으로 맞아떨어진다.

작품 속의 무인도 개척은 흔히 <홍길동전>의 율도국애 비견된다.

http://blog.naver.com/osj1952/100025294045

 

허생전(許生傳)

ㅡ박지원(朴趾源)

 

[1]이용(利用)

1)선비 허생의 가난한 삶

許生居墨積洞

(허생거묵적동) :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直抵南山下

(직저남산하) :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井上有古杏樹

(정상유고행수) : 우물 위에 오래 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柴扉向樹而開

(시비향수이개) :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였는데,

草屋數間

(초옥수간) : 두어 칸 초가는

不蔽風雨

(불폐풍우) :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然許生好讀書

(연허생호독서) : 그러나 허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

妻爲人縫刺以糊口

(처위인봉자이호구)

: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一日妻甚饑

(일일처심기) :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泣曰

(읍왈) :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子平生不赴擧

(자평생불부거) :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

讀書何爲

(독서하위) : 글을 읽어 무엇합니까?"

許生笑曰

(허생소왈) :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吾讀書未熟

(오독서미숙) :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妻曰

(처왈) : 처가 말하기를

不有工乎

(불유공호) :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生曰

(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工未素學奈何

(공미소학내하)

: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妻曰

(처왈) : 처가 이르기를

不有商乎

(불유상호) :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生曰

(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商無本錢奈何

(상무본전내하) :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其妻恚且罵曰

(기처에차매왈) : 처는 왈칵 성을 내며 꾸짓지를

晝夜讀書

(주야독서) :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只學奈何

(지학내하) :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不工不商

(불공불상) : 장인바치 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何不盜賊

(하불도적) : 도둑질은 어찌 못하시나요?"

 

2)열받은 허생, 이용(利用)에 나서다

(1)허생, 변부자에게 만냥을 빌리다

許生掩卷起曰

(허생엄권기왈) : 허생은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며 이르기를

惜乎

(석호) : "아깝다.

吾讀書本期十年

(오독서본기십년) : 내가 당초 글읽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今七年矣

(금칠년의) : 인제 칠 년이로다."하고

出門而去

(출문이거) :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無相識者

(무상식자) :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直之雲從街

(직지운종가) : 바로 운종가(雲從街)로 나가서

問市中人曰

(문시중인왈) :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묻기를

漢陽中誰最富

(한양중수최부) :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有道卞氏者

(유도변씨자) :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遂訪其家

(수방기가) : 마침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許生長揖曰

(허생장읍왈) :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吾家貧

(오가빈) : "내가 집이 가난해서

欲有所小試

(욕유소소시) :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願從君借萬金

(원종군차만금) : 만 냥(兩)을 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卞氏曰諾

(변씨왈낙) : 변씨는 말하기를 "그러시오." 하고

立與萬金

(립여만금) :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客竟不謝而去

(객경불사이거) :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子弟賓客

(자제빈객) :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視許生丐者也

(시허생개자야) :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絲絛穗拔

(사조수발) :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革屨跟顚

(혁구근전) : 갖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笠挫袍煤

(립좌포매) : 쭈그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鼻流淸涕

(비류청체) :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客旣去

(객기거) : 허생이 나가자,

皆大驚曰

(개대경왈) : 모두들 크게 놀라서 묻기를

大人知客乎

(대인지객호) : "대인은 저이를 아시나요?"

曰不知也

(왈불지야) : 이르기를 "모르지"

今一朝

(금일조) :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浪空擲萬金於生平所不知何人

(랑공척만금어생평소불지하인)

: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 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而不問其姓名何也

(이불문기성명하야)

: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卞氏曰

(변씨왈) : 변씨가 이르기를

此非爾所知

(차비이소지) :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凡有求於人者

(범유구어인자) :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必廣張志意

(필광장지의) : 반드시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先耀信義

(선요신의) :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然顔色媿屈

(연안색괴굴) :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言辭重複

(언사중복) :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彼客衣屨雖弊

(피객의구수폐) :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辭簡而視傲

(사간이시오) :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容無怍色

(용무작색) :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不待物而自足者也

(불대물이자족자야)

: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彼其所試術不小

(피기소시술불소)

: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吾亦有所試於客

(오역유소시어객) :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不與則已

(불여칙이) : 안 주면 그만둘지 언정

旣與之萬金

(기여지만금) : 이왕 만 냥을 주는 바에

問姓名何爲

(문성명하위) : 성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2)허생, 안성에서 제수 과일을 독과점하다

於是許生旣得萬金

(어시허생기득만금) : 허생은 만 냥을 얻자,

不復還家

(불부환가) :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安城)으로 내려갔다.

以爲安城畿湖之交

(이위안성기호지교) : 언뜻 생각하기를,

‘저 안성(安城)은 기(畿)ㆍ호(湖)의 접경이요,

三南之綰口

(삼남지관구) : 삼남(三南)의 어귀이다.’하고는,

遂止居焉

(수지거언) : 곧 이에 머물러 살았다.

棗栗柹梨柑榴橘柚之屬

(조률시리감류귤유지속)

: 그리하여 대추ㆍ밤ㆍ감ㆍ배ㆍ감자ㆍ석류ㆍ귤ㆍ유자 등을

皆以倍直居之

(개이배직거지) : 모두 값을 배로 주고 사서 저장했다.

許生榷菓

(허생각과) :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而國中無以讌祀

(이국중무이연사) :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居頃之

(거경지) : 얼마 안 가서,

諸賈之獲倍直於許生者

(제가지획배직어허생자)

: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사람들이

反輸十倍

(반수십배) :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許生喟然嘆曰

(허생위연탄왈) :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며 이르기를.

以萬金傾之

(이만금경지) :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知國淺深矣

(지국천심의) :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3)제주도에 들어가 말총을 독과점하다

 

以刀鏄布帛綿入濟州

(이도단포백면입제주) :

그는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悉收馬鬉鬣曰

(실수마종렵왈) :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이르기를

居數年

(거수년) : "몇 해 지나면

國人不裹頭矣

(국인불과두의) :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居頃之

(거경지) : 얼마 안 가서

網巾價至十倍

(망건가지십배) : 과연 망건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2]후생(厚生)

1)허생, 사공에게 길을 묻다

許生問老篙師曰

(허생문로고사왈) : 허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묻기를

海外豈有空島可以居者乎

(해외기유공도가이거자호)

: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빈 섬이 없던가?"

篙師曰

(고사왈) : 사공이 이르기를

有之

(유지) : "있습지요.

常漂風直西行三日夜

(상표풍직서행삼일야)

: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泊一空島

(박일공도) : 어떤 빈 섬에 닿았습지요.

計在沙門長崎之間

(계재사문장기지간)

: 아마 사문(沙門)과 장기(長崎)의 중간쯤 될 겁니다.

花木自開

(화목자개) :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菓蓏自熟

(과라자숙) :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麋鹿成群

(미록성군) : 짐승들이 떼지어 놀며,

游魚不驚

(유어불경) : 물고기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許生大喜曰

(허생대희왈) :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이르기를

爾能導我

(이능도아) :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富貴共之

(부귀공지) :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라고 말하니,

篙師從之

(고사종지) :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遂御風東南

(수어풍동남) :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入其島

(입기도) : 그 섬에 들어갔다.

許生登高而望

(허생등고이망) : 허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들러보고

悵然曰

(창연왈) : 실망하여 말하기를

地不滿千里

(지불만천리) :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惡能有爲

(악능유위) : 무엇을 해 보겠는가?

土肥泉甘

(토비천감) :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只可作富家翁

(지가작부가옹) : 단지 부가옹(富家翁)은 될 수 있겠구나."

篙師曰

(고사왈) : 사공이 이르기를

島空無人

(도공무인) : "텅 빈 섬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尙誰與居

(상수여거) :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德者人所歸也

(덕자인소귀야) : "덕(德)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尙恐不德

(상공불덕) : 덕이 없을까 두렵지,

何患無人

(하환무인) :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2)변산 도적떼를 빈 섬으로 데려가다

 

是時邊山群盜數千

(시시변산군도수천)

: 이 때, 변산(邊山)에 수천의 군도(群盜)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州郡發卒逐捕

(주군발졸축포) : 각 지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不能得

(불능득) :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然群盜亦不敢出剽掠

(연군도역불감출표략) : 군도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方饑困

(방기곤) : 바야흐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許生入賊中說其魁帥曰

(허생입적중설기괴수왈)

: 허생이 군도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어 이르기를

千人掠千金

(천인략천금) : "천 명이 천 냥을 빼앗아 와서

所分幾何

(소분기하) :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曰人一兩耳

(왈인일량이) : 이르기를 "일 인당 한 냥이지요."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爾有妻乎

(이유처호) : "모두 아내가 있소?"

群盜曰無

(군도왈무) : 군도들이 이르기를 "없소."

曰爾有田乎

(왈이유전호) : 이르기를 "논밭이 있소?"

群盜笑曰

(군도소왈) : 군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有田有妻

(유전유처) : "땅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何苦爲盜

(하고위도) : 무엇 때문에 괴롭게 도둑이 된단 말이오?"

許生曰(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審若是也

(심약시야) : "정말 그렇다면,

何不娶妻樹屋

(하불취처수옥) : 왜 아내를 얻고, 집을 짓고,

買牛耕田

(매우경전) : 소를 사서 논밭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生無盜賊之名

(생무도적지명) : 그럼 도둑놈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而居有妻室之樂

(이거유처실지악) : 집에는 부부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行無逐捕之患

(행무축포지환) :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而長享衣食之饒乎

(이장향의식지요호) : 길이 의식이 요족을 누릴 텐데."

群盜曰

(군도왈) : 군도가 이르기를

豈不願如此

(기불원여차) : "아니, 왜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겠소?

但無錢耳

(단무전이) : 다만 돈이 없어 못할 뿐이지요."

許生笑曰

(허생소왈) : 허생이 웃으며 이르기를

爾爲盜何患無錢

(이위도하환무전) : "도둑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吾能爲汝辦之

(오능위여판지) :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 할 수 있소.

明日

(명일) : 내일

視海上風旗紅者

(시해상풍기홍자) : 바다에 나와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보이면

皆錢船也

(개전선야) : 모두 돈을 실은 배이니,

恣汝取去

(자여취거) :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許生約群盜

(허생약군도) : 허생이 군도와 언약하고

旣去

(기거) : 내려가자,

群盜皆笑其狂

(군도개소기광) : 군도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及明日

(급명일) : 이튼날이 되어,

至海上

(지해상) : 군도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許生載錢三十萬

(허생재전삼십만) : 과연 허생이 삼십만 냥의 돈을 싣고 온 것이었다.

皆大驚羅拜曰

(개대경라배왈) :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唯將軍令

(유장군령) :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惟力負去

(유력부거) : "힘을 생각하여 지고 가거라힘껏 백 냥도 못 지면서

於是群盜

(어시군도) : 너희들, 이에 군도들이

爭負錢

(쟁부전) : 다투어 돈을 질머졌으나

人不過百金

(인불과백금) : 사람마다 백 금을 넘지 못했다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爾等力不足以擧百金

(이등력불족이거백금)

: 이제 너희들이 힘이 부족하여 백 금도 들 수 없으니

何能爲盜

(하능위도) : 무슨 도둑질을 하겠느냐?

今爾等雖欲爲平民

(금이등수욕위평민)

: 인제 너희들이 양민(良民)이 되려고 해도,

名在賊簿

(명재적부) : 이름이 도둑의 장부에 올랐으니,

無可往矣

(무가왕의) : 갈 곳이 없다.

 

吾在此俟汝各持百金而去

(오재차사여각지백금이거)

: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 냥씩 가지고 가서

人一婦一牛來

(인일부일우래)

: 사람마다 여자 하나, 소 한 필을 거느리고 오너라."

群盜曰諾

(군도왈낙) : 군도들은 ‘좋다’고 하고

皆散去

(개산거) : 모두 흩어져 갔다.

許生自具二千人一歲之食以待之

(허생자구이천인일세지식이대지)

: 허생은 몸소 이천 명이 1 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及群盜至

(급군도지) :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無後者

(무후자) : 뒤진 자가 아무도 없었다

遂俱載入其空島

(수구재입기공도) :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許生榷盜而國中無警矣

(허생각도이국중무경의) : 허생이 도둑을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3)농산물을 장기도에 가서 무역하다-해외무역

 

於是伐樹爲屋

(어시벌수위옥) : 그들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編竹爲籬

(편죽위리) : 대(竹)를 엮어 울을 만들었다.

地氣旣全

(지기기전) :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百種碩茂

(백종석무) : 백곡이 잘 자라서,

不菑不畬

(불치불여) : 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一莖九穗

(일경구수) :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렸다.

留三年之儲

(류삼년지저) : 3 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

餘悉舟載往糶長崎島

(여실주재왕조장기도) :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장기도(長崎島)로 가져가서 팔았다.

長崎者

(장기자) : 장기라는 곳은

日本屬州

(일본속주) : 일본(日本)의 속주(屬州)이니

戶三十一萬

(호삼십일만) : 삼십만여 호가 된다

方大饑

(방대기) :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遂賑之

(수진지) : 구휼하고

獲銀百萬

(획은백만) :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4)이상적인 섬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다

 

許生歎曰

(허생탄왈) : 허생이 탄식하며 이르기를

今吾已小試矣

(금오이소시의) :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하고,

於是悉召男女二千人

(어시실소남녀이천인) : 이에 남녀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令之曰

(령지왈) :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吾始與汝等入此島

(오시여여등입차도) :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先富之

(선부지) :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然後別造文字

(연후별조문자) : 따로 문자를 만들고

刱製衣冠

(창제의관) : 의관(衣冠)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다.

地小德薄

(지소덕박) :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吾今去矣

(오금거의) :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兒生執匙敎以右手

(아생집시교이우수)

: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숟가락을 쥐게 가르치라

一日之長

(일일지장) :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讓之先食

(양지선식) : 먼저 먹도록 양보케하여라."

悉焚他船曰

(실분타선왈) : 다른 배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이르기를

莫往則莫來

(막왕칙막래) :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하고

投銀五十萬於海中曰

(투은오십만어해중왈)

: 돈 오십만 냥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이르기를

海枯有得者

(해고유득자) :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百萬無所容於國中

(백만무소용어국중)

: 백만 냥은 우리 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况小島乎

(황소도호) :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했다.

有知書者載與俱出曰

(유지서자재여구출왈)

: 그리고 글을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며 이르기를

爲絶禍於此島

(위절화어차도) :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3]정덕(正德)

1)변씨에게서 빌린 돈을 십만냥으로 청산하다

 

於是遍行國中

(어시편행국중) : 이리하여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賑施與貧無告者

(진시여빈무고자) :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銀尙餘十萬曰

(은상여십만왈) : 그러고도 여전히 은이 십만 냥이 남아 이르기를

此可以報卞氏

(차가이보변씨) :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往見卞氏曰

(왕견변씨왈) : 허생이 가서 변씨를 보고 이르기를

君記我乎

(군기아호) : "나를 알아보시겠소?"

卞氏驚曰

(변씨경왈) : 변씨는 놀라 말하기를

子之容色

(자지용색) : "그대의 안색이

不少瘳

(불소추) :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得無敗萬金乎

(득무패만금호) : 혹시 만 냥을 실패 보지 않았소?"

許生笑曰

(허생소왈) : 허생이 웃으며 이르기를

以財粹面

(이재수면) :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君輩事耳

(군배사이) : 당신들 일일 뿐이오.

萬金何肥於道哉

(만금하비어도재) : 만 냥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於是以銀十萬付卞氏曰

(어시이은십만부변씨왈)

: 이리하여 십만 냥을 변씨에게 내놓고 이르기를

吾不耐一朝之饑

(오불내일조지기) :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未竟讀書

(미경독서) : 글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慙君萬金

(참군만금) : 당신에게 만 냥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卞氏大驚

(변씨대경) : 변씨는 크게 놀라

起拜辭謝

(기배사사) :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願受什一之利

(원수십일지리) :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許生大怒曰

(허생대노왈) :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이르기를,

君何以賈竪視我

(군하이가수시아) : "당신은 어찌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하고는

拂衣而去

(불의이거) :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2)변씨, 허생에게 돈을 되돌려 주었으나 받지 않다

 

卞氏潛踵之

(변씨잠종지) :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가며

望見客向南山下入小屋

(망견객향남산하입소옥)

: 허생이 남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有老嫗

(유로구) : 한 늙은 할미가 있어

井上澣

(정상한) : 우물터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卞氏問曰

(변씨문왈) : 변씨가 물어 이르기를

彼小屋誰家

(피소옥수가) : "저 조그만 초가가 누구의 집이오?"

嫗曰

(구왈) : 늙은 할미가 이르기를

許生員宅

(허생원댁) : "허 생원 댁입지요.

貧而好讀書

(빈이호독서) : 가난한 형편에 글공부만 좋아하더니,

一朝出門不返者已五年

(일조출문불반자이오년)

: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獨有妻在

(독유처재) : 부인이 혼자 사는데,

祭其去日

(제기거일) :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卞氏始知客乃姓許

(변씨시지객내성허) : 변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허씨라는 것을 알고

歎息而歸

(탄식이귀) : 탄식하며 돌아갔다.

 

明日悉持其銀往遺之

(명일실지기은왕유지)

: 이튼날, 변씨는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許生辭曰

(허생사왈) :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고 이르기를

我欲富也

(아욕부야) :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棄百萬而取十萬乎

(기백만이취십만호) : 백만 냥을 버리고 십만 냥을 받겠소?

吾從今得君而活矣

(오종금득군이활의) :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君數視我計口送糧

(군수시아계구송량) :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度身授布

(도신수포) :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一生如此足矣

(일생여차족의) :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孰肯以財勞神

(숙긍이재로신) : 그 누가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卞氏說許生百端

(변씨설허생백단) : 변씨가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竟不可奈何

(경불가내하) :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卞氏自是度許生匱乏

(변씨자시도허생궤핍) :

변씨는 그 때부터 허생의 집에 양식이나 옷이 떨어질 때쯤 되면

輒身自往遺之

(첩신자왕유지) : 바로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許生欣然受之

(허생흔연수지) :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或有加則不悅曰

(혹유가칙불열왈) :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이르기를

君奈何遺我災也

(군내하유아재야) :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하였고,

以酒往則益大喜

(이주왕칙익대희) :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相與酌至醉

(상여작지취) :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旣數歲

(기수세) :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情好日篤

(정호일독) :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3)변씨, 허생에게 돈번 내력을 듣다

嘗從容言五歲中

(상종용언오세중) : 어느 날, 변씨가 5 년 동안에

何以致百萬

(하이치백만)

: 어떻게 백만 냥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대답하기를,

此易知耳

(차역지이) :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朝鮮舟不通外國

(조선주불통외국) :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車不行域中

(차불행역중) : 수레가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서,

故百物生于其中

(고백물생우기중) :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消于其中

(소우기중) :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夫千金小財也

(부천금소재야) : 무릇, 천 냥은 적은 돈이라

未足以盡物

(미족이진물) : 한 가지 물종(物種)을 독점할 수 없지만,

然析而十之百金

(연석이십지백금) :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 냥이 열이라,

十亦足以致十物

(십역족이치십물) : 또한 열 가지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物輕則易轉

(물경칙역전) : 단위가 작으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故一貨雖絀

(고일화수출) : 한 물건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九貨伸之

(구화신지) : 다른 아홉 가지의 물건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此常利之道

(차상리지도) : 이것은 보통 이(利)를 취하는 방법으로

小人之賈也

(소인지가야) : 조그만 장사치들이 하는 짓 아니오?

夫萬金足以盡物

(부만금족이진물)

: 대개 만 냥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故在車專車

(고재거전거) : 수레면 수레 전부,

在船專船

(재선전선) : 배면 배를 전부,

在邑專邑

(재읍전읍) : 한 고을이면 한 고을을 전부,

如綱之有罟

(여강지유고) : 마치 총총한 그물로

括物而數之

(괄물이수지) :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陸之產萬

(륙지산만) : 뭍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潛停其一

(잠정기일) :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水之族萬

(수지족만) :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潛停其一

(잠정기일) :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고,

醫之材萬

(의지재만) : 의원의 만 가지 약재 중에

潛停其一

(잠정기일) :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一貨潛藏

(일화잠장) : 한 가지 물종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百賈涸

(백가학) : 모든 장사치들에게는 고갈될 것이매,

此賊民之道也

(차적민지도야) :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後世有司者

(후세유사자) : 후세에 당국자들이

如有用我道

(여유용아도) :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必病其國

(필병기국) :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卞氏曰

(변씨왈) : 변씨가 이르기를,

初子何以知吾出萬金而來吾求也

(초자하이지오출만금이래오구야)

: "처음에 내가 선뜻 만 냥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不必君與我也

(불필군여아야) :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能有萬金者

(능유만금자) : 능히 만 냥을 지닌 사람치고는

莫不與也

(막불여야) :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吾自料吾才足以致百萬

(오자료오재족이치백만)

: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백만 냥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然命則在天

(연명칙재천) :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吾何能知之

(오하능지지) :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故能用我者

(고능용아자) :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有福者也

(유복자야) : 복 있는 사람이라,

必富益富

(필부익부) :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天所命也

(천소명야) :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安得不與

(안득불여) : 어찌 주지 않았겠소?

旣得萬金

(기득만금) : 이미 만 냥을 빌린 다음에는

憑其福而行

(빙기복이행) :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故動輒有成

(고동첩유성) :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若吾私自與

(약오사자여) :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則成敗亦未可知也

(칙성패역미가지야) :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4]현실비판

 

1) 허생, 재야의 인재들을 아까워하다

 

卞氏曰

(변씨왈) : 변씨가 이르기를

方今士大夫欲雪南漢之恥

(방금사대부욕설남한지치) :

"방금 사대부들이 남한산성(南漢山城)에서 오랑캐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니,

此志士扼腕奮智之秋

也(차지사액완분지지추야)

: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선비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以子之才

(이자지재) : 선생의 그 재주로

何自苦沉冥以沒世耶

(하자고침명이몰세야)

: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古來沉冥者何限

(고래침명자하한)

: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趙聖期拙修齋可使敵國

(조성기졸수재가사적국)

: 졸수재(拙修齋) 조성기(趙聖期) 같은 분은 적국(敵國)에 사신으로 보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而老死布褐

(이로사포갈) : 베잠방이로 늙어 죽었고,

柳馨遠磻溪居士

(류형원반계거사) : 반계 거사(磻溪居士) 유형원(柳馨遠) 같은 분은

足繼軍食

(족계군식) : 군량(軍糧)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而逍遙海曲

(이소요해곡) : 저 바닷가에서 소요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今之謀國政者

(금지모국정자) : 지금의 집정자들은

可知已(가지이) :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吾善賈者也

(오선가자야) :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其銀足以市九王之頭

(기은족이시구왕지두)

: 내가 번 돈이 족히 구왕(九王)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然投之海中而來者

(연투지해중이래자) :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無所可用故耳

(무소가용고이) :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卞氏喟然太息而去

(변씨위연태식이거) : 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2)변씨, 이완대장에게 허생 만나기를 주선하다

卞氏本與李政丞浣善

(변씨본여리정승완선)

: 변씨는 본래 이완(李浣) 이 정승과 잘 아는 사이였다.

李公時爲御營大將

(리공시위어영대장) : 이완이 당시 어영 대장이 되어서

嘗與言委巷閭閻之中

(상여언위항려염지중) : 변씨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亦有奇才可與共大事者乎

(역유기재가여공대사자호) :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卞氏爲言許生

(변씨위언허생) :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李公大驚曰

(리공대경왈) : 이 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이르기를

奇哉

(기재) : "기이하다.

眞有是否

(진유시부) : 그게 정말인가?

其名云何

(기명운하) :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하고 묻는 것이었다.

卞氏曰

(변씨왈) : 변씨가 이르기를

小人與居三年

(소인여거삼년) :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니도록

竟不識其名

(경불식기명) :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이다."

李公曰

(이공왈) : 이공이 이르기를

此異人

(차이인) : "그인 이인(異人)이야.

與君俱往

(여군구왕) : 자네와 같이 가 보세."

夜公屛騶徒

(야공병추도) : 밤에 이 대장은 구종들도 다 물리치고

獨與卞氏俱步至許生

(독여변씨구보지허생) :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卞氏止公立門外

(변씨지공립문외) : 변씨는 이 대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獨先入(

독선입) : 혼자 먼저 들어가서,

見許生具道李公所以來者

(견허생구도리공소이래자)

: 허생을 보고 이 대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許生若不聞者曰

(허생약불문자왈) :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이르기를

輒解君所佩壺

(첩해군소패호) :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했다.

相與歡飮

(상여환음) :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3)허생은 이완 만나 시사삼책(時事三策)을 말하다

 

卞氏閔公久露立數言之

(변씨민공구로립수언지)

: 변씨는 이 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許生不應

(허생불응) :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旣夜深

(기야심) : 야심해지자

許生曰可召客

(허생왈가소객) : 허생이 이르기를 “손님을 불러도 좋습니다” 하니

李公入

(리공입) : 이 대장이 방에 들어왔다.

許生安坐不起

(허생안좌불기) :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李公無所措躬

(리공무소조궁) : 이 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乃叙述國家所以求賢之意

(내서술국가소이구현지의) :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許生揮手曰

(허생휘수왈) : 허생은 손을 휘저으며 이르기를,

夜短語長

(야단어장) :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聽之太遲

(청지태지) : 듣기에 지루하다.

汝今何官

(여금하관) :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曰大將

(왈대장) : 이르기를 "대장이오."

 

(1)재야 인사로 새 피를 수혈하라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然則汝乃國之信臣

(연칙여내국지신신) :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我當薦臥龍先生

(아당천와룡선생) : 내가 와룡 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汝能請于朝三顧草廬乎

(여능청우조삼고초려호) : 네가 임금께 아뢰어서 삼고 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公低頭良久曰

(공저두량구왈) :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고 이르기를

難矣

(난의) : "어렵습니다.

 

(2)명나라 유민에게 종실의 딸을 시집보내라

 

願得其次(

원득기차) :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했다.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我未學第二義

(아미학제이의)

: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하고 허생은 외면했으나

固問之

(고문지) : 이 대장이 굳이 물으니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明將士以朝鮮有舊恩

(명장사이조선유구은)

: "명(明)나라 장졸들이 조선은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其子孫多脫身東來

(기자손다탈신동래) :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망명해 와서

流離惸鰥

(류리경환) :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汝能請于朝

(여능청우조) : 너는 조정에 청하여

出宗室女遍嫁之

(출종실녀편가지)

: 종실(宗室)의 딸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시집 보내고,

奪勳戚權貴家

(탈훈척권귀가) : 훈척(勳戚) 권귀(權貴)의 집을 빼앗아서

以處之乎

(이처지호) :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公低頭良久曰

(공저두량구왈) : 이 대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르기를

難矣

(난의) : "어렵습니다."고 했다.

 

(3)국중 자제를 선발하여 변발에 호복 입혀 청나라 호걸들과 친교를 맺고 서민들에겐 해외무역을 권장하라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此亦難彼亦難

(차역난피역난) :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何事可能

(하사가능) :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有最易者

(유최이자) :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汝能之乎

(여능지호) :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李公曰

(리공왈) : 이공이 이르기를

願聞之

(원문지) :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許生曰

(허생왈) : 허생이 이르기를,

夫欲聲大義於天下

(부욕성대의어천하) :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而不先交結天下之豪傑者

(이불선교결천하지호걸자)

: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未之有也

(미지유야) : 그러한 일이 된 일이 없고

欲伐人之國而不先用諜

(욕벌인지국이불선용첩)

: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未有能成者也

(미유능성자야) : 성공한 일이 없는 것이다.

今滿洲遽而主天下

(금만주거이주천하) : 지금 만주 정부가 갑자기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自以不親於中國

(자이불친어중국) : 중국 민족과는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而朝鮮率先他國而服

(이조선솔선타국이복) : 조선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섬기게 되어

彼所信也

(피소신야) :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는 터이다.

誠能請遣子弟入學遊宦如唐元故事

(성능청견자제입학유환여당원고사)

: 진실로 당(唐)나라, 원(元)나라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유학 가서 벼슬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商賈出入不禁

(상가출입불금) : 상인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彼必喜其見親而許之

(피필희기견친이허지) :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妙選國中之子弟

(묘선국중지자제) :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薙髮胡服

(치발호복) : 머리를 깎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其君子往赴賓擧

(기군자왕부빈거) : 그 중 선비는 가서 빈공과(賓貢科)에 응시하고,

其小人遠商江南

(기소인원상강남)

: 또 서민은 멀리 강남(江南)에 건너가서 장사를 하면서,

覘其虛實

(첨기허실) :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結其豪傑

(결기호걸) :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天下可圖而國恥可雪

(천하가도이국치가설) :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若求朱氏而不得率天下諸侯

(약구주씨이불득솔천하제후)

: 그리고 만약 명나라 황족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제후(諸侯)를 거느리고

薦人於天

(천인어천) : 적당한 사람을 하늘에 천거한다면,

進可爲大國師

(진가위대국사) :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될 것이고,

退不失伯舅之國矣

(퇴불실백구지국의)

: 못 되어도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李公憮然曰

(리공무연왈) : 이공이 무안하여 이르기를

士大夫皆謹守禮法誰肯薙髮胡服乎

(사대부개근수례법수긍치발호복호)

: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변발(辯髮)을 하고 호복(胡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4)이완 대장이 시사삼책 불가함을 말하자 허생이 칼로 찌르려하다

 

許生大叱曰

(허생대질왈) : 허생은 크게 꾸짖어 이르기를

所謂士大夫

(소위사대부) : "소위 사대부란 것들이

是何等也

(시하등야) : 무엇이란 말이냐?

產於彛貊之地

(산어이맥지지) :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自稱曰士大夫

(자칭왈사대부) : 자칭 사대부라 뽐내다니,

豈非騃乎

(기비애호) :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衣袴純素

(의고순소) : 의복은 흰옷을 입으니

是有喪之服

(시유상지복) : 그것이야말로 당을 당한 사람의 옷이요

會撮如錐

(회촬여추) : 머리털을 한데 묶어 송곳같이 만드는 것은

是南蠻之椎結也

(시남만지추결야) : 남쪽 오랑캐의 습속에 지나지 못한데,

何謂禮法

(하위례법) : 대체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樊於期

(번오기) : 번오기(樊於期)는

欲報私怨而不惜其頭

(욕보사원이불석기두)

: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신의 머리를 아끼지 않았고,

武靈王

(무령왕) : 무령왕(武靈王)은

欲强其國而不恥胡服

(욕강기국이불치호복)

: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되놈의 옷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乃今欲爲大明復讎

(내금욕위대명부수) : 이제 대명(大明)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而猶惜其一髮

(이유석기일발) : 그까짓 머리털 하나를 아끼고,

乃今將馳馬擊釖刺鎗弓飛石

(내금장치마격도자쟁궁비석)

: 또 장차 말을 달리고 칼을 쓰고 창을 던지며, 활을 당기고 돌을 던져야 할 판국에

而不變其廣袖

(이불변기광수) : 넓은 소매의 옷을 고쳐 입지 않고

自以爲禮法乎

(자이위례법호) :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吾始三言

(오시삼언) :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汝無一可得而能者

(여무일가득이능자) :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自謂信臣

(자위신신) : 그래도 스스로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信臣固如是乎

(신신고여시호) :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是可斬也

(시가참야) : 너 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하고

左右顧索釖欲刺之

(좌우고색도욕자지) :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찌르려 했다.

公大驚而起

(공대경이기) : 이 대장은 놀라서 일어나

躍出後牖疾走歸

(약출후유질주귀) :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明日復往

(명일부왕) : 이튼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已空室而去矣

(이공실이거의) :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8089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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