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www.youtube.com/watch?v=TJntlumnCfA
님의 침묵
ㅡ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http://www.nase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375
외신들 시선 집중! 세계가 사랑한 ‘K-문학’
요즘 K-문학이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K-문학과 우리나라 작가들이 세계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그리고 인기 요인은 무엇인지 등 K-문학에 대한 외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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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인정받은 우리나라 작가들
“2020년 손원평 소설가는 성장 소설인 ‘아몬드’로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음. 번역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작가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 손 작가가 처음. 이어 손 작가는 노동 계급 여성의 이야기인 ‘서른의 반격’으로 2022년 다시 이 상을 수상했음”
- 영국 이코노미스트, ’23.8.17.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문학 분야의 ‘강남스타일’이라 할 수 있음. 김금숙 작가는 ‘풀’로 뮤리엘 만화상 최우수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하비상 후보로 지명된지 단 2년 만에 신작 ‘기다림’으로 하비상 최고 국제도서 부문 후보로 선정되었음. 한국 문학은 우수한 번역과 번역을 지원하는 정책 실시 이전과 이후로 나뉨”
- 스페인 아베쎄, ’23.4.15.
“<구름빵>은 알마상을 수상하기 반년 전 스웨덴어로 번역된 백희나의 첫 번째 그림책. 수상 후 백희나 작가의 작품은 4권 더 스웨덴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그녀의 특별한 이야기는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음”
- 스웨덴 다겐스 뉘허테르, ’23.3.14.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0502
미당 서정주의 불교적 시 세계 - 현대불교신문
"홍신선(동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꽤 많은 논자들이 합의했듯이, 서정주의 시적 성취에 있어 가장 뛰어난 대목은 불교적 세계인식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시집 (1960)와 (1968)무렵의 작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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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의 삶
'국화 옆에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국 시단의 거목 미당 서정주 시인이 작년 12월 24일 타개했다. 폐렴 악화로 24일 새벽부터 혼수상태에 빠진 미당은 고령으로 인한 노환까지 겹쳐 끝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8일 고향 선영에 묻혔다. 향년 85세.
미당은 1915년 5월 18일(음력)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질마재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서당과 초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 중앙고보에 들어갔으나 광주학생운동 소식을 듣고 시위를 주도하다 퇴학당했다. 이후 빈민촌에 들어가 넝마주이 노릇을 하는 등 떠돌다가 석천 박한영 스님을 만나면서 지금의 안암동 개운사 뒤편 대원암에서 <능엄경> 등 불교경전을 배웠다. 스님은 자신이 교장으로 있던 중앙불교전문학교(현 동국대)에 입학시켰고, 불교적 세계관에 바탕한 윤회설에의 경도, 절대 영원에로의 회귀 욕망 등으로 말해지는 미당 시의 전반적인 기조는 바로 여기서 싹을 틔우게 된다.
미당은 1935년 '시건설'이란 잡지에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로 널리 알려진 시 '자화상'을 발표함으로써 시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시적 여정의 본격적인 시작은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면서부터다. 그 해말 김달진, 김동리, 오장환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펴내면서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했다.
평생 1천여 편의 시를 남긴 미당의 시세계를 한마디에 가두기에는, 미당이 보여준 상상세계의 오지랖은 크고도 넓다. 미당의 시는 억눌린 정신의 아픔을 노래하는 관능적인 초기시서부터 신화 정신과 불교적 달관에 이르는 후기시까지 다양한 편력을 보여준다. 신라와 불교의 윤회전생, 그리고 민가에 떠도는 온갖 민화와 설화들을 에두르는 그의 시적 방황, 혹은 정신사적 편력은 한국인의 정서에 떠올라 있는 생사관, 이승과 저승을 한데 어우른다.
30대까지만 해도 매력에 지나지 않았던 불교는 40대를 지나면서 미당의 작품 깊숙히 천착하며 문학적 절정기를 맞는다. <신라초>에서 시작된 생명에의 근원적인 탐구 노력은 신라의 불교적 세계 천착으로 이어지며 특히 불교적 윤회에 모든 것을 위치 지으려는 의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시집 <동천>에 이르면 이러한 불교적 윤회사상이 신라 천착에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신앙의 체계를 이뤄, 구도자로서의 일정한 자세를 정립하기에 이른다. 마지막 절정기 작품 <질마재 신화>는 여기에 머무는 대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신화적 원형을 살핀다.
미당은 흔히 '시의 정부'로 불린다. 시에 관한 한 거의 모든 시인이 미당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미당에게도 늘 따라 다니는 '덫'이 있다. 일제말 친일잡지인 '국민문학' 편집일을 보면서 친일시나 종군기를 썼던 일은 설사 당시로서는 대세였다 할지라도 씻을 수 없는 흠집을 남겼다. 또 80년대 군부정권에 대한 찬양 발언 등은 그를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미당 서정주 시인 연보
△1915년 전북 고창 출생
△1929년 중앙고보 입학
△1935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입학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동리, 오장환, 이용희 등과 '시인부락' 동인 결성
△1941년 첫 시집 <화사집> 출간
△1954년 예술원 창립과 함께 예술원 회원, 서라벌 예대 교수
△1960년 동국대 교수
△1971년 현대시인협회 이사장
△1972년 불교문학가협회 회장, <서정주 문학전집>(전 5권) 출간
△1975년 시집 <질마재 신화> 출간
△1977년 한국문인협회 회장
△1982년 시집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출간
△1991년 <미당 서정주 시전집>전 (2권) 출간
△1997년 마지막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 출간
△2000년 12월 24일 폐렴과 노환으로 별세
출처 : 현대불교신문(http://www.hyunbulnews.com)
https://www.h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1285
시인들의 삶은 짧았으나 시의 생명은 영원하다 - 경북도민일보
`요절시인 시선집’시리즈 이승하·우대식 엮음 l 새미 l 각권 8900~9800원 일찍부터 시적 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기억속에 잊혀진 인물들의 작품 재조명 천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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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시인 시선집’시리즈
이승하·우대식 엮음 l 새미 l 각권 8900~9800원
일찍부터 시적 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기억속에 잊혀진 인물들의 작품 재조명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갖고 있으면서도 일찍 세상을 떠난 시인들의 작품들만을 모은 `요절시인 시선집’ 시리즈 1차분(전5권)이 출간됐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승하 시인과 우대식 시인이 “요절시인들을 위해 초혼제를 올리는 심정으로” 엮어낸 이 책의 주인공들은 김민부(1941~72), 임홍재(1942~79), 김만옥(1946~75), 이경록(1948~77), 이비오(1955~2002).
이들은 대부분 고교 재학시절 전국 혹은 지방 유력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시집도 한두 권씩 냈을 만큼 일찍부터 시적 재능을 인정받았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모두 젊은 나이에 사고로 혹은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그들의 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졌다.
`요절시인 시선집’은 역자들이 시인의 유고집과 유고를 수소문하고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펴낸 것이다. 대부분 고인의 시집이 절판되면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된 작품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PKqqwbbN1Q
김민부의 시는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 <기다리는 마음>
임홍재의 시는 `청보리의 노래’,
https://m.blog.naver.com/isalanghayo/221561681915
청보리의 노래1 / 임홍재
청보리의 노래1 임홍재 보리밭 가에서 조선낫이 목놓아 운다. 작석(作石)더미 져다 부린 등굽은 아버지의 ...
blog.naver.com
김만옥의 시는 `오늘 죽지 않고 오늘 살아 있다’,

이경록의 시는 `나는 너와 결혼하겠다’,

이비오의 시는 `저문 날의 삽화’라는 제목으로 엮였다.
저문 날의 삽화 | 문학과지성사
구체적이고 친근한 소시민적 일상사의 여러 모습들을 자기 반성적인 시선으로 감싸안고 있는 이 소설은, 비판과 애정의 어느 한 극단으로 몰고 가지 않는 작가의 균형잡힌 시각으로 말미암아
moonji.com
`요절시인 시선집’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발간된다. 유가족과 협의가 이뤄진다면 송유하, 김용직, 박석수, 원희석, 진이정 시인의 시선집이 제2차분으로 출간될예정이다.
엮은이들은 “일찍 세상을 떴다는 것만 해도 억울한 일일 터인데 이들 시인은 지금껏 문단의 조명을 받은 바 없다. 학계의 연구대상이 된 적도 없으며 독자의 사랑을 받은 적도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요절시인 시전집’을 계속 발간해 우리 시문학사의 공백을 메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미. 각권 100~200쪽. 각권 8900~9800원.
출처 : 경북도민일보(http://www.hidomin.com)
마트에 사는 귀신
푸른문학상 수상자 지음 l 푸른책들 l 9000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발랄한 재치와 싱그러운 상상력, 혀끝을 간지르는 리듬감이 어우러진 좋은 동시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자 4명의 수상작과 푸른문학상 역대 수상자들의 작품 등 총 69편의 동시를 모은 `마트에 사는 귀신’(푸른책들).
푸른문학상은 아동문학 전문출판사 푸른책들과 계간 `동화읽는가족’이 주는 아동문학상으로 올해 동시 부문에는 한선자, 박방희, 이옥용, 박영식 씨 등 4명이 당선됐다.
한선자가 쓴 표제작 `마트에 사는 귀신’은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마트에 가면 불필요한 것에까지 손을 뻗치며 과소비를 하게 되는 현대의 소비 행태를 풍자한 작품.
`우리 엄마 하는 말이/
마트에는 지갑을 터는 귀신이 산대요/
한번 가기만하면/
어떻게든/
주머니에 든 현금이나/
카드를 다 턴다고/
보이지 않는 강도래요….’
박방희의 동시는 모과의 이름이 왜 모과일까 궁금해 하는 `왜 모과?’에서 드러나듯 리듬감과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모과 나서 모과?/
둥글기만 해./
모자란다고 모과?/
넉넉하기만 해./
모질어서 모과?/
순하기만 해./
그런데 왜 모과?/
모과도, 몰라 모과’(`왜 모과?’ 전문)
이옥용의 동시는 발랄하고, 재치있는 시각으로 재미를 준다. 그는 `심심’이라는시에서
`엄마는 국이 심심해서 소금을 넣고/
이야기꾼은 심심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고 능청스레 이야기한다.
현역 우체부로 일하고 있는 박영식 씨의 동시에는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의 집배원 처럼 천진하고, 순수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작설 뜻 무어냐고/
아빠 졸라 여쭸더니/
짹짹짹 수다쟁이/
참새 혓바닥이래요/
작설차/
자주 마시면/
수다 떨까 걱정돼요.’
(`작설차’ 전문)
역대 수상자인 김영이 쓴 `받아쓰기 나빠요’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떡볶이와 받아쓰기 시험을 절묘하게 연결했다.
`…받아쓰기 시작합니다./
떡볶이가 아주 맛있습니다./
떡은 알겠는데/
볶인지 복인지, 아니 뽁일까?/
어제 간식으로 먹은 떡볶이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받아쓰기 나빠요./
맛있는 떡볶이로 시험을 만들다니.’
이밖에 정연철, 이묘신, 김용삼, 조향미, 이옥근, 유은경, 이정림이 쓴 동시가 실렸다.
144쪽. 9000원.
출처 : 경북도민일보(http://www.hidomin.com)
http://www.cbooknews.com/?c=78/112&uid=5556
크리스찬북뉴스 - 책자료나눔- 의 렌즈로 바라보는 시
<성서>의 렌즈로 바라보는 시 송 용 구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고려대학교 독일어권문화연구소 교수) 1.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 읽기
www.cbooknews.com
절대신앙
ㅡ김현승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송이가
뛰어 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9UUPxt1SVs
[참고]
황하택,
광주 ․ 전남 現代詩文學 연구 -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
2009 년 2 월 박사학위논문
김만옥의 시 `오늘 죽지 않고 오늘 살아 있다’를 검색해 보았으나 실패.
그러나 지인들의 시를 만나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이 논문에는 저명한 시인들의 시 全文이 실려 있어 전남 시인들의 감성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고향생각>
ㅡ문정희
전라도 보성으로 간다.
옹색과 능그러움으로 누우런 얼굴
떠날적 마다 데리고 떠나도
그대로 남은 가슴이다.
그늘이 제일 먼저 뛰어 나와
컹컹 짖어대며 나를 맞는다.
처음도 없이 견디는 것만 있는
그대의 살결
터럭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지기만 하는 땅바닥
서러운 사투리 골짝마다 걸어 놓고
넉넉한 건 그래도 하늘이어서
아, 모래톱에도 씻기지 않는
죄 같은 육자배기의 보성으로 간다.
<고향생각> - 전문, 문정희39)
<황톳길> - 전문, 김지하52) *52)는 각주번호임. 이하도 동일함.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사 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메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밤마다 오포산에 불이 오를 때
울타리 탱자도 서슬 푸른 속이파리
뻗시디 뻗신 성장처럼 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대낮에 대가 성긴 동그만 화당골
우물마다 십년마다 피가 솟아도
아아 척박한 식민지에 태어나
총칼 아래 쓰러져 간 나의 애비야
어이 죽순에 피는 물방울
수정처럼 맑은 오월을 모르리 모르리마는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
하늘도 없는 폭정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 모든 세월은 황톳길은
우리들의 희망은
<황톳길> - 전문, 김지하52)
<無盡辭說調> 무진사설조
- 임보77)
어제는 내 친구인 미생물학교수가 전자현미경 얘기를 했는데, 몇 십만 배로 늘릴 수 있 다는 그 전자현미경을 통해 인체를 관찰하면, 우리의 눈 주위에 박힌 눈썹털 하나 에도 수십만 개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는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딱정벌레들처럼 발과 머리와 몸통의 형체를 제대로 갖춘 의젓한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다는데. 오늘은 내 친구인 천문학교수가 망원경 얘기를 하는데, 은하계 속에는 수많은 태양계들 이 널려 있다는데, 별과 별 사이는 몇 십만 광년이나 되는 것도 있고, 아니 어떤 항성에서 출발한 빛은 아직도 이 지상에 도달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 우주의 끝 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도대체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어느 분의 눈썹털 속 에 들어앉아 보채는 것이려나. 인간들이 그 가녀린 지혜로 얽어 로케트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인공위성을 쏘 아 올리기도 하여 달도 화성동 휘어잡아 보는 것은 어느 한 눈썹 속의 딱정벌레가 옆 눈썹으로 건너뛰는 일처럼 우습고 우스운 일이어서 철학을 하는 내 친구 하나 는 그저 술잔 속이나 드려다 보면서 그 시리고 시린 마음을 달래기도 하는데. 일전에는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어느 심령학자가 사후의 얘기를 하는데, 장차 우리가 돌아 갈 곳은 시간도 공간도 아닌, 밝은 자는 밝음 속에서, 어두운 자는 어두움 속에서 영원히 스며 흐르는―, 영혼 본연의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조금은 덜 허허로운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허나, 내 육안으로 보면 알맞게 부푼 저 산과 들판, 곱게 자란 초목, 훈훈한 발마, 저 색깔 고운 과일, 내 가족들의 따스한 체온…… 어떤 분이 이 지상에 내 마음 오래 매어 두려 베푸신 저 풍성한 환영임을 내 모 르는 바 아니로되 이 한 꿈 더디 깨기를 바라는 것은, 이 한 꿈 더디 깨기를 바라 는 것은…. <無盡辭說調> - 전문, 임보77)
<國土 ․ 2> - 전문, 조태일75)
참말로 별일이다. 내 꿈속의 어떤 村落에서는 헐벗은 눈물과 눈물들이 소리 없이 만나고, 쉴 새 없이 부딪쳐서 또 다른 눈물들을 탄생시킨다. 눈물의 새끼들은 순식간에 자라서 愛撫도 맘 놓는 定處도 없는 곳에 또 다른 눈물들을 탄생시킨다. 뿐이랴. 어매의 눈물이 아배의 맨살에 닿자 살도 어느덧 눈물이 되고, 아배의 눈물이 어매의 맨살에 역습하자 그 살도 또한 눈물이 되는. 오오 황홀한 범람 그것은 모두 부릅뜬 눈망울인데
하염없이 바라만 보아도 내 몸도 거칠게 출렁이는 눈물이 된다. 뼉따귀와 魂이 한 함성으로 번지는 눈물의 頂点 頂点 참말로 별일이다. <國土 ․ 2> - 전문, 조태일75)
<겨울 공화국>
- 양성우
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눈을 뜨면서 뜨겁게 뜨겁게 숨쉬는 것을 보았는가 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가라앉으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부르면서 불끈불끈 주먹을 쥐고 으드득 으드득 이빨을 갈고 헛웃음을
껄껄걸 웃어대거나 웃다가 새하얗게 까무러쳐서 누군가의 발 밑에 까무러쳐서 한꺼번에 한꺼번에 죽어가는 것을 보았는가 총과 칼로 사납게 윽박지르고 논과 밭에 자라나는 우리들의 뜻을 군화발로 지근지근 짓밟아대고 밟아대며 조상들을 비웃어대는 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 논과 밭이 얼어붙는 겨울 한때를 여보게 우리들은 우리들을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 중 략 > 우리들의 슬픈 겨울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일컫게 하고, 묶인 팔다리로 봄을 기다리며 한사코 온몸을 바둥거랴야 하지 않은가 여보게 <겨울 공화국> - 전문, 양성우111)
<가을의 노래>
- 노향림
누군가 동전만한 햇볕들이 텅 빈 거리에 떨어진 것을 봅니다. 인사불성인 땡볕과 아스피린 몇 알. 아직 귀가하지 못한 중학생 아이의 탈선이 숨죽여 리어카 뒤에 숨고 맙니다. 지천으로 쌓인 철 이른 밀감들이 철 안 든 아이들의 말들로 묻혀 있고 들여다 보면 편두통을 앓는지 말에는 아직 발긋발긋 실핏줄이 비쳐 보입니다. 날개 없는 어깻죽지도 보입니다 햇볕에 등 기대고 기댈 데가 있어 대만족인 주인은 듣고 있습니다. 이따금 가을의 섬세한 은빛 날개 스치는 소리. <가을의 노래> - 전문, 노향림118) 118) 노향림(1942.4.2~ )은 전남 해남 출생. 1970년 『월간문학』에 <불>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나의 칼 나의 피>
- 김남주
만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과도 같은 것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와도 같은 것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만인의 만인의 만인의 가슴 위에 내리는 눈과도 햇살과도 같은 것 토지여 나는 심는다 살찐 그대 가슴 위에 언덕에 골짜기의 평화 능선 위에 나는 심는다 자유의 나무를 그러나 누가 키우랴 이 나무를 이 나무를 누가누가 와서 지켜주랴 신이 와서 신의 입김으로 키우랴 바람이 와서 키워주랴 누가 지키랴, 왕이 와서 왕의 군대가 와서 지켜주랴 부자가 와서 부자들이 만들어 놓은 법이 판검사가 와서 지켜주랴 천만에! 나는 놓는다 토지여, 토지 위에 사는 형제들이여 나는 놓는다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 나는 놓는다 바위로 험한 살길 위에 파도로 험산 사나운 뱃길 위에 고개 넘어 평지길 황토길 위에 사래 긴 밭의 이랑 위에 가르마 같은 논둑길 위에 나는 놓는다 나 또한 놓는다 그대가 만지는 모든 사물 위에 매일처럼 오르는 그대 밥상 위에 모래 위에 미끄러지는 입술 그대 입맞춤 위에 물결처럼 포개지는 그대 잠자리 위에 구석기의 돌 옛 무기 위에 파헤쳐 그대 가슴 위에 심장 위에 나는 놓는다 나의 칼 나의 피를
오, 자유여 자유의 나무여 <나의 칼 나의 피> - 전문, 김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