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후 호도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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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품은 ‘샹그릴라’ 첫 문 열다
중국 운남성(云南省)의 서북부에는 드높은 산맥과 험준한 협곡이 자리한다. 우뚝 솟은 산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5000m 이상의 봉우리가 13개라 하여 옥룡13봉이라 불리며 신성시되는 산이 바로 옥룡설산이다. 13봉우리 위로 쌓인 눈이 한 마리의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산으로 지금까지는 일반 관광객의 등반을 허용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에서 11월 정식 개방해, 옥룡설산(5596m)의 만년설과 주봉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4600m 지점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첫 공식산행에 트레킹전문여행사 ‘혜초트레킹’의 초대를 받아 함께했다.
이번 일정은 옥룡설산 산행과 함께 영국BBC가 선정한 세계3대 트레킹(페루의 마추픽추,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 중 하나인 호도협 트레킹도 진행했다. 옥룡설산(玉?雪山)과 합파설산(哈巴雪山)이 지각운동으로 갈라지며 16km 길이에 높이 2000m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협곡이 형성되었는데, 사냥꾼에 쫓긴 호랑이가 25m 정도의 협곡사이를 뛰어 건넜다 하여 호도협이라 불리는 곳이다.
한국에서 호도협을 위해서는 적어도 7시간 이상을 이동해야한다. 인천공항에서 성도까지 3시간 40분, 성도에서 여강(리장)까지 1시간 15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여강공항부터는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트레킹 시작점인 교두에 다다를 수 있다.
3대 트레킹으로 손꼽히는 호도협
교두에서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인 일출소우까지는 ‘빵차’라 불리는 차를 타고 이동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일출소우에 가니 말을 끌고 온 마부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르막이 이어지는 ‘28밴드’까지는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걷기 힘들 때 이용가능하다. 가는 중간에 또 다른 마부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용거리가 짧아도 받는 금액은 일출소우에서와 같다. 말 타는 금액은 200위안으로 한화 4만원 정도이다. 비싸게 생각될 수 있지만 계속되는 경사면을 오르고 나면 오히려 미안한 생각도 들법하다.
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앞세워 보내고 그 뒤를 따라 이동한다. 산의 비탈면을 깎아 만든 좁은 산길을 따라 이어지는 길 오른쪽으로는 협곡을 흐르는 진사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앞으로는 옥룡설산이 펼쳐져 있어 초입부터 전망이 뛰어나다. 출발한지 5분 정도 지난 거리에 전망대처럼 만들어진 곳이 있어 함께한 일행들이 기념촬영 하느라 바쁘다. 평상시에는 전망대 구간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데, 다소 늦은 출발로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허리를 돌아가는 코스로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은 석회 함유량이 높아 식수로 이용하기는 어렵다. 길 중간에 위치한 객잔에서 구입하거나 미리 마실 물을 준비해 가야 한다. 전망대에서 40분 정도 이동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때 왼쪽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갈림길이 나오면 주변에 표시된 화살표를 확인하고 방향을 잡으면 된다.
갈림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고 나니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나시객잔이 위치한 마을로 다른 길로 차를 타고 올 수도 있다. 마을길을 따라 나시객잔으로 가는 길에 옥수수밭이 눈에 들어온다. 이 마을은 옥수수를 많이 제배하는데 직접 먹기보단 가축의 사료로 이용된다고 한다. 나시객잔에 들어서니 가장먼저 지붕위로 보이는 옥룡설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 바닥에는 옥수수 알갱이를 말리는지 널려있고, 오른편으로 노란 옥수수를 나무기둥에 줄지어 널어놔 시선을 사로잡는다. 걸어온 일행들이 모두 도착할 쯤, 말 트레킹팀이 다시 길을 나선다.
뒷문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나시객잔부터 투숙하게 될 차마객잔까지는 3시간 정도 더 가야한다. 마을이 등 뒤로 점점 작게 보일수록 오르막길의 경사도 높아진다. 점차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는데 나시객잔이 위치한 곳이 2200m 이상으로 정상높이 1950m인 한라산보다 높은 곳을 따라간다. 점점 가팔라지는 오르막을 따라 도착한 쉼터 뒤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한다. 쉼터는 본격적인 ‘28밴드’의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데, 이곳까지도 쉽지 않은 느낌이다.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은 뒤 다시 힘을 내 ‘28밴드’를 오른다. 28구비가 이어진다 해서 ‘28밴드’라 불리는 곳인데, 말들도 힘들어 해 안쓰러웠다고 말 트레킹팀은 전했다.
쉼터부터 28밴드 정상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산을 삼킨 상태였다. 이 지점부터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말 트레킹팀과 함께 걸어서 차마객잔까지 이동했다. 밤하늘을 빼곡히 메운 별과 함께 호도협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이어지는 평탄한 길을 따라간다. 야간산행으로 다소 위험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이색적이고 낭만적이었다.
차마객잔에 도착해 저녁으로 백숙과 함께 중국음식을 먹은 뒤 객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객잔은 산장과 비슷한 곳인데, 추위를 대비해 전기장판도 설치되어있고 따뜻한 온수까지 나와 호텔 부럽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차마객잔에서 묶고, 다음 날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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