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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林悌)의 위기 탈출
임제(林悌-1549~1587)의 호는 백호(白湖). 조선 宣祖 9년에 알성문과(謁聖文科)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으나 동서 양당의 싸움을 개탄하고 낙향하여 명산을 찾아 다니며 여생을 마쳤다.
그는 당대의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詩에도 능했고, 절세의 美男으로 천하에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였다.
그가 28세 때 춘삼월 어느날 한양에서 술에 만취하여 수원 어느 주막까지 갔는데, 그 집 주모와 눈이 맞아 하룻밤을 동침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주모의 남편에게 발각되었다.
그 남편이 칼을 들고 들어와 죽이려고 하자, 이왕 죽을 바에야 詩나 한 수 짓고 죽겠으니 허락해 달라고 하였다.
남편이 허락하므로 즉석에서 詩 한 수를 지었다.
昨夜長安醉酒來(작야장안취주래) : 어제밤 장안에서 술에 취해 여기오니
桃花一枝爛漫開(도화일지란만개) : 복승아꽃 한 가지가 아름답게 피었네.
君何種樹繁華地(군하종수번화지) : 그대 어찌 이꽃을 번화한 땅에 심었는가
種者非也折者非(종자비야절자비) : 심은者가 그른가 꺾은 者가 그른가.
백호는 詩를 다 적은 후에 이제 죽이라고 목을 내밀었다.
그 남편은 이 詩를 보고 요염한 복숭아꽃의 유혹, 그리고 꽃(마누라)을 쉽게 꺾을 수 있는 곳, 뭇 남자와 격의 없이 접촉할 수 있는 술집에 둔 자신의 잘못도 있음을 꼬집은 글귀에 감복하였다.
그는 임제의 호탕한 성품과 출중한 인품에 매료되어 술상을 들여와서 융숭한 대접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도 있음을 인정, 백호의 罪를 용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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