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抽思
-가을날의 상념[은자 부여]
心鬱鬱之憂思兮, 獨永歎乎增傷.1]
思蹇産之不釋兮,2] 曼遭夜之方長.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하고 근심에 잠겨서,
홀로 깊이 탄식하노라니 슬픔만 더하네.
심사가 뒤틀려 있어서 풀리질 않는데,
바야흐로 밤이 길어짐을 만났네.
1)增傷: 더욱 마음 아프다.
2)蹇産: 꼬이다. 휘다.
悲秋風之動容兮,3] 何回極之浮浮! 4]
數惟蓀之多怒兮,5] 傷余心之懮懮.6]
슬프게 가을바람이 불어 초목이 모습을 바꾸니
어찌 천지의 운행이 저다지 일정치 않는가!
더욱더 생각나는 것은 님이 나를 노여워하심이 많으셔서
나의 마음이 아프고 울적하구나.
3)動容: 초목이 모습을 바꾸는 것
4)①바람이 돌다가 닿는 곳이 일정치 않는가? ②하늘의 축이 어찌 저다지 일정치 않는가?
③계절이 일정치 않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5)蓀: 君主
6)懮懮: 근심하는 모양.
願搖起而橫奔兮,7] 覽民尤以自鎭. 8]
結微情以陳詞兮, 矯以遺夫美人.
바라건대 멀리 떠나서 내 멋대로 달리고도 싶지만,
백성들이 오히려 죄를 받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스스로 진정이 되는구나.
나의 미미한 속마음을 글로 써서 늘어놓아
올려서 저 님께 보내 드리고 싶어라.
7)‘멀리 가서 군주에게로 달려가고 싶다.’라고도 해석됨
8)鎭: 止. ①현실을 떠날 수 없다. ②군주 곁으로 가지 않겠다.
昔君與我誠言兮,9] 曰黃昏以爲期.
羌中道而回畔兮, 反旣有此他志! 10]
옛 님께서는 나와 언약하시기를
황혼을 기약으로 삼자고 말씀하셨네.
아! 도중에 배반하심이여!
도리어 다른 곳에 뜻을 두시다니.
9)誠: 成이다.
10)‘다른 신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시니’라고 풀이됨.
矯吾以其美好兮,11] 覽余以其脩姱.12]
與余言而不信兮, 蓋爲余而造怒.13]
외모의 아름다움을 나에게 자랑하시고,
내면의 아름다움(후덕함)을 보여주시더니.
나와 언약을 지키지 않으시고
어찌해 내게 화를 내시는가.
11)美好: 용모가 아름다움
12)覽: 과시하다.
13)造怒: 화를 내다.
願承閒而自察兮, 心震悼而不敢.14]
悲夷猶而冀進兮,15] 心怛傷之憺憺.16]
원컨대 한가한 틈을 타서 속마음을 털어 놓으려 했는데,
마음이 너무도 울렁거려서 감히 말할 수 없었다네.
슬픔에 주저히다가 진언하려 하였는데,
마음이 너무도 서글퍼서 심란하구나.
14)震悼: ‘무섭고 두렵다’ 라고도 해석됨
15)夷猶: 망설이는 모양, 주저하는 모양
16)憺憺: 어수선한 모양, 심란한 모습
玆歷情以陳辭兮,17] 蓀詳聾而不聞.18]
固切人之不媚兮,19] 衆果以我爲患.
이에 나의 마음을 진솔히 말해 보고자 하지만,
님은 귀머거리인 양 들으려 하지 않으시네.
진실로 충직한 사람은 사랑해 주시지 않으시며
아첨꾼들은 나를 골칫거리로만 여긴다네.
17)歷情: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18)祥: 佯이다.
19)切人: 충직한 사람. ‘진실로 충직한 사람은 아첨하지 않는다’ 라고도 해석이 됨
初吾所陳之耿著兮,20] 豈至今其庸亡?
何毒藥之謇謇兮,21] 願蓀美之可完!
애당초 내가 한 말이 너무도 명백했거늘,
어찌하여 지금에 와서 잊으셨단 말인가?
독약과 같은 말(충신의 말)은 너무도 충직하나니,
바라건대 님의 미덕을 온전케 하고자 함일레라!
20)耿著(경저): 밝고 떳떳하다.
21)謇謇(건건): ①곧은 말을 하는 모양. ②고생이 심한 모양. ③충성되고 곧은 모양
望三五以爲像兮,22] 指彭咸以爲儀.23]
夫何極而不至兮?24] 故遠聞而難虧.
삼황오제를 모범으로 삼으시길 바라며
(나는) 팽함을 닮기를 기대한다.
어느 지극한 곳도 이르지 못한 곳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후세에 명성을 얻어 길이 빛나리.
22)三五: 三皇五帝를 가르킨다. 3皇은 일반적으로 天皇, 地皇, 人皇을 가르키지만, 문헌에 따라서는 伏犧, 神農, 黃帝를 들기도 한다. 또는 燧人, 祝融, 女媧 등을 꼽는 경우도 있다. 사마천이 5帝로 든 것은 皇帝軒轅, 顓頊高陽, 帝嚳高辛, 帝堯放勳, 帝舜重華 등이며, 별도로 伏犧, 神農 또는 小昊 등을 드는 경우도 있다.
23)彭咸: 殷나라의 賢臣.
24)‘어찌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인가?’ 라고도 해석함.
善不由外來兮, 名不可以虛作.
孰無施而有報兮, 孰不實而有穫? 25]
선행은 밖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고,
명성은 그저 내실이 없이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베풂이 없이 보답을 얻을 것이며,
누가 심지 않고서 수확을거둘 수 있을 것인가?
25)實: 殖, 植이다.
少歌曰
소가(小歌)에 이르기를,
與美人抽怨兮,26] 幷日夜而無正.
憍吾以其美好兮, 敖朕辭而不聽.
님에게 근심을 다 쏟아 붓고 싶지만,
밤낮을 없이 해도 시비를 가리지 못하네.
나에게 자랑하시던 아름다움이여
내 말을 탐탐치 않게 여기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시네.
26)美人: 君主를 가르킨다.
倡曰
창(倡)에 이르기를,
有鳥自南兮, 來集漢北.27]
好姱佳麗兮, 牉獨處此異域.28]
새가 남쪽으로부터 와서
한수의 북쪽에 모였는데.
아름답고도 고운 새 한 마리
무리에서 떨어져 이런 외딴 곳에 홀로 거쳐하고 있도다.
27)漢北: 漢水의 북쪽. 굴원이 처음 추방당했을 때 영도에서 여기로 왔다.
28)異域: 漢北이다.
旣惸獨而不羣兮,29] 又無良媒在其側.
道卓遠而日忘兮, 願自申而不得.
望北山而流涕兮,30] 臨流水而太息.
형제도 자식도 없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는데다
좋은 중매장이가 님 곁에 없도다.
길이 아득히 멀고 나날이 잊혀져,
내 자신을 토로하고 싶어도 할 수 없구나.
북녘 산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노니,
흐르는 물가에서 깊이 탄식하네.
29)惸獨(경독): 몸을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 惸은 형제가 없는 사람. 獨은 아들이 없는 사람
30)北山: 南山, 또는 영도 북방에 있는 紀山.
望孟夏之短夜兮,31] 何晦明之若歲! 32]
惟郢路之遼遠兮, 魂一夕而九逝.33]
초여름의 짧은 밤을 바라보는 것이
어스름해서부터 밝아지기까지가 마치 한 해와 같도다.
영도(郢都)에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멀지만,
나의 영혼은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다녀오네.
31)孟夏: 음력 5월을 말한다.
32)晦明: ①해가 져서 날이 밝을 때까지. 낮과 밤. ②초목이 무성함, 凋傷
33)그리움이 간절함을 말함
曾不知路之曲直兮, 南指月與列星.
願徑逝而未得兮, 魂識路之營營.
내가 가야할 길이 바른지 굽은지 몰라,
남쪽의 달과 늘어선 별만 바라본다.
곧장 지름길로 떠나가고 싶어도 못 가건만,
내 영혼은 길을 잘 알아 부산히 왕래하네.
何靈魂之信直兮, 人之心不與吾心同.
理弱而媒不通兮, 尙不知余之從容.34]
아 어찌 이다지도 영혼이 신실하고 정직한가,
님의 마음은 나와 같지가 않으시네.
중매가 미약해서 통하지 않으니,
나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시누나.
34)從容: 조용한 모양, 말이나 또는 하는 것이 왁자지껄하지 않고 매우 얌전한 모양. 慫慂
亂曰35]
난사(亂辭)에 이르기를,
長瀨湍流, 泝江潭兮,
狂顧南行,36] 聊以娛心兮.
긴 여울이 급히 흐르고,
강가를 거슬러 올라가고,
미친 듯이 남쪽을 돌아보며 달리다 보면
잠시나마 마음이 즐겁구나.
35)亂: 亂辭. 한 詩歌의 끝머리에 그 시의 대의를 적은 글.
36)狂顧(광고): 좌우를 서둘러 살피는 모습.
軫石嶎嵬,37] 蹇吾願兮.
超回志度, 行隱進兮.
모난 돌들이 우뚝 솟아 있으니,
아! 나도 이같이 고고(孤高)하기를 바라노라.
멀리 지향하는 의지를 생각하니
아픔을 품고 나아가서
37)嶎嵬(위외): 평탄하지 아니한 모양
低佪夷猶, 宿北姑兮.38]
煩寃瞀容,39] 實沛徂兮.
방황하고 머뭇거리다가
북고(北姑)에서 잠을 자며
마음속이 괴롭고 몰골이 초췌해져서
진실로 물결 따라 가고 싶네.
38)北姑: 漢北에 있는 지명
39)煩寃: 귀찮음, 우울함. 회오리바람이 부는 모양
愁歎苦神, 靈遙思兮.
路遠處幽, 又無行媒兮.
고향 생각에 근심으로 피폐해진 이 내 영혼
이 내 혼은 멀리 고향생각을 하지만,
길은 멀고 벽지라서
또한 중매장이조차 없네.
道思作頌, 聊以自救兮.40]
憂心不遂, 斯言誰告兮.
가는 길에 이리저리 생각하여 이 노래를 지어
잠시나마 이 내 맘을 달래보려 하지만,
근심 어린 마음을 아직 다 표현하지 못하니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40)自救: 스스로 수심을 풀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중국고전 > 詩 · 초사 · 賦'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왕일 惜往日 -구장7 (0) | 2008.12.29 |
---|---|
회사 懷沙 -구장5 (0) | 2008.12.29 |
영도를 그리며哀郢 -초사 구장3 (0) | 2008.10.17 |
섭강(涉江), 초사 구장2/ 중국 호북성 (0) | 2008.10.15 |
석송 惜誦-초사 구장1 (0) | 2008.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