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여름의 포장마차

-김승희


나에게는 집이 없어.

반짝이는 먼지와 햇빛 속의 창대가,

훨, 훨, 타오르는 포플린 모자.

작은 잎사귀 속의 그늘이

나의 집이야.

조약돌이 타오르는 흰 들판.

그 들판 속의 자주색 입술.


나에게는 방도 없고

테라스 가득한 만족도 없네.

식탁가의 귀여운 아이들.

아이들의 목마는 오직 강으로 가고

나는 촛불이 탈 만큼의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부를 노래를 지었지.

내 마차의 푸른 속력 속에서

그 날리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으로

서투른 음악을 켜며.


하루의 들판을 무섭게 달리는 나의 마차는

시간보다도 더욱 빠르고 강하여

나는 밤이 오기 전에

생각의 천막들을 다 걷어버렸네.


그리고 또한 나의 몇 형제들은

동화의 무덤 곁에 집을 지었으나

오. 나는 그들을 경멸했지.

그럼으로써 낯선 풍경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는 꿈이 없어.

해가 다 죽어버린 밤 속의 밤이

별이 다 죽어버린 밤 속의 정오가

그리고 여름이 다 죽어버린

국화 속의 가을이

나의 꿈이야.

콜탈이 눈물처럼 젖어 있는 가을들판.

그 들판 속의 포장마차의 황혼.

[팔색조, 홍학-싱가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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